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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946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9
    조회수 : 1053
    IP : 183.91.***.72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6/07/02 17:34:23
    http://todayhumor.com/?panic_88946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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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시 내부를 한번 둘러본 후라도 늦지 않지 않을까..? 같은 도시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부모님의 안부도 걱정되고. 수색을 한번 마친 후라도 늦지 않을거야.(3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A에게 부모님을 확인하고 가고싶다고 하자 그는 두말않고 가자고 해주었다. 시동을 걸면서 살펴보자 새삼 아까 가게에서의 일이 아니고선 만나볼 일 조차 없을 듯한 잘생긴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착할 듯한 눈매며 성정이나 행동력 등, 위기상황이면 위기상황, 평소라면 평소대로 빛이 날 듯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 동의를 구하고 음악을 틀어뒀다. 라디오를 틀었으면 했지만 뉴스야 A가 확인해주니 별 의미없긴 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걸 확인하고 나도 운전에 집중한다. 아까같은 사태 속에서라면 모를까 이제와 굳이 말붙여가며 친해지기엔 부담스러운 기분이다. 조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가는동안 군인이나 경찰들이 쳐둔 바리케이트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다. 또 그런 사람들도.

    "어째... 뭔가 일이 해결되고 있진 않은가 본데요."

    "네?"

    A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뉴스 확인하는데 각 뉴스 페이지도 접속이 안되고, 포털사이트 뉴스란도 전부 정지상태에요. 댓글 남기는 것도 안되는군요."

    아무리 한적한 곳이라지만 이곳도 나름 수도권인데... 이런 사태에 군인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한 마당에 인터넷 자체도 문제가 있다면...

    "...이거 혹시 정부에서 뭔가 한건 아닐까요?"

    "저도 무슨일만 생기면 정부탓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계엄령 선포까지 해놓고 뉴스를 막다니. 구린 구석이 있는건가... 어. 이제 인터넷 접속도 안되네요."

    "와이파이가요? 에그가 고장났나?"

    "아뇨 4g인데... 와이파이도 마찬가지군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속된말로 나라가 망해도 웹뉴스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인터넷 강국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사태는 확실히 큰 사태이긴 하단 소리다. 지금도 거의 최대 속도이지만 굳이 조금 더 힘을 주어 엑셀을 밟는다. 부디 부모님이 멀쩡하시길.

    외곽도로를 따라 도시를 돌아 내부로 들어가자 외부와는 확연히 차이나는 숫자의 좀비들이 길가를 어슬렁 거린다. 평소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 저 정도라면 건물 내부나 기타 위치에 사람들이 꽤 많으리라 싶긴 하다. 다행히 도시 전체가 전멸하는 사태는 피했구나 싶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쪽으로 향한다.

    중심지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지만 건물 자체가 낙후되기도 했고 지원금 조로 받은 돈도 있어 꽤 평수 넓은 곳이다. 부모님의 집은 3층인데... 차에 몰려드는 좀비를 떨궈내고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나서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A에게는 차에서 기다리라 했지만 굳이 따라온다기에 말리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좀비들이 제법 모여있다. 어떡하지... 하고 구석에 숨어 기다리는데 A가 내 팔을 툭툭 치고는 핸드폰을 보여준다.

    [좀비들 시각으로 사람을 찾는게 아닌 것 같아요.]

    무슨 소리인가 하고 보니 그는 거침없이 걸어서 좀비 사이를 걸어나간다.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럽고 조용한 걸음이긴 하지만 눈으로 본다면 확실하게 알아챌만한 거리다. 놀란 마음에 잠시 망설였지만 아파트 입구에서 손짓하는 그를 보고 나도 속으로 기합을 넣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었다.

    꺼어어어아..

    폐 쪽에 커다란 구멍이 난 좀비의 곁을 스쳐간다. 구멍에 바람이 들자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 처럼 좀비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나온다. 근처의 좀비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다행히 내가 빠져나가고 나서야 그 좀비를 중심으로 여러마리의 시체들이 몰려들었다. 다소 난폭해보이는 동작으로 소리를 낸 좀비를 공격하다가도 금새 동족임을 인식했는지 다시 멀어진다.

    A의 핸드폰을 받아 나도 문자로 그에게 보여준다.

    [소리로 알아내는 건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아까도 대화하는 소리에 몰려든 것 같습니다. 조용히 이동하죠.]

    숨을 죽여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제법 좁은 계단이다. 부디 좀비가 없기를. 한층씩 올라설때마다 구석에 숨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시 이동했다. 평소같으면 서너층 정도는 숨도 헐떡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데, 긴장탓인지 숨을 참아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고작 한층을 오르는데도 당장이라도 큰 숨을 뱉을 것 같아 그랬다.

    마침내 3층. 아주 다행히도 집 문은 열려있지 않다. 덜컥 소리가 날까 끝까지 밀어올리지 않고 도어락을 조작해 묵음모드로 전환한 다음 비밀번호를 누른다. 지이잉-하는 문 열리는 소리까지는 좀비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천천히 문을 열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집 안은 적막하고 어둡다. 안그래도 캄캄한데 방안에 불이 없으니 암적응이 될때까지는 뭔가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엄마...?"

    거실 구석 작은방 안쪽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A는 큰방 쪽을 보기로 하고 나는 ㄱ자 복도를 지나 작은방 쪽으로 이동한다. 

    "엄마... 있어요?"

    바로 그때.
    방 구석에 앉아있던 무언가가 달려들었다!

    "꺄아아아악!!!!"

    미처 소리를 참지 못해 비명을 내지르고는 들고왔던 야구배트를 아무렇게나 휘두른다. 우리집에 왜 좀비가 있지! 이건 누구야?!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아빠도 체구가 작아 엄마와 비슷한 덩치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야구배트를 힘껏 휘두를 수도 없다. 그저 밀쳐내고, 발로 밀어내 조금 틈을 만들뿐. 좀비인건 확실하지만 얼굴을 확인하기 전에는 문을 잠궈 도망칠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다! 큰일이다!

    그때 큰방쪽에 있던 A가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엉겨붙으려는 팔을 칼로 쳐내 방향을 틀고는 크게 걷어차 방 구석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엉거주춤하게 넘어지려는 좀비를 빠르게 공격해갔다. 엄마일지도 모른다! 아빠일지도!

    "젊은 남자입니다! 형제 있어요?!"

    나보다 빠르게 암적응 한건지 A가 마음을 읽은듯 소리친다. 내게 남매는 없다. 나도 대답할 시간을 아껴 재빨리 달려들었다. 야구배트로 관자놀이 쪽을 후려친 것 같다.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목이 훽 돌아가고 그 틈새를 타 A가 좀비의 목을 깊숙히 베었다. 끄르르륵 하는 소리가 조금 나긴 했지만 금새 바닥으로 침몰한다.

    "아는 사람 이에요?"

    "아뇨 전혀..."

    혹시 몰라 소지품을 뒤져보자 정체가 드러났다. 좀도둑 이었다. 놀랍게도 좀비 대란으로 혼란한 틈을 타 우리집을 뒤져 금품을 챙겼던 것이다. 등에 멘 크로스 색에는 현금 얼마간과 다량의 귀중품이 나왔다. 어쩐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도둑이니 잘 죽었다기엔 훔친 양도 적은데...

    "그런데..."

    "왜그래요?"

    "...아뇨 좀 있다 제가 확인해보죠."

    어쩐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A가 말했다. 뭔가 의문이라도 있는 걸까. A가 좀 있다 방에 좀비였던 사체와 둘만 남아있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왜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말을  덧붙인다.

    "확인해볼게 있는데... 아무래도 옷을 벗겨야 할지도 몰라서..."

    황급히 질문을 삼킨다. 뭐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겠어. 집에서 가족끼리 소통용으로 쓰던 코르크 보드를 살펴보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좀비사태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우고 섬에 있는 친척네로 간다고 써있었다. 다행이다. 핸드폰이 안되서 이렇게 써둔 듯 하다. 이제보니 집 내부도 확실히 정돈되어있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정갈하게 청소되어 있다. 조금 안심했다. 문득 허기가 느껴졌다. 전기는 끊겼군. 끼니가 걱정되어 냉장고를 뒤져 쓸만한 음식류를 꺼내었다. 그때 문득 뭔가 생각나 황급히 문쪽으로 다가갔다. 

    "이런..."

    아까 소리를 지른 탓에 문 밖에 좀비가 몰려들어 있었다. 방음이 잘되는 편도 아니었으니 그만한 소리를 질러댔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행히 비박가방에 챙겨온 등반장비도 있고 하니 베란다를 통해 나가면 되긴 하다. A에게 묻자 나갈 시간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차키, 하네스 및 로프 한세트, 하강기와 확보기 등 등산장비 일체 한세트. 얇은 저지 한벌, 챙겨나갈 식료품 두끼분 가량.

    1. 지금 당장 탈출한다. 시체따위 살펴볼 시간이 어디있겠어. 여긴 안전하지 않아. 당장 나가자고 한다.

    2. 새벽에 출발할 것을 건의 한다. 일단 지금은 소리때문에 몰려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저녁때가 지나 배고프고 졸리다. 휴식이 필요해.

    3. 한동안 이곳에 머무르자고 한다. 집 자체도 넉넉할 뿐더러 전기는 끊겼지만 통조림도 꽤 있는 편이다. 당장 어딘가로 이동해 다니기는 좀 위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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