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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961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5
    조회수 : 961
    IP : 221.159.***.5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6/07/03 15:07:05
    http://todayhumor.com/?panic_88961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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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에 출발할 것을 건의 한다. 일단 지금은 소리때문에 몰려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저녁때가 지나 배고프고 졸리다. 휴식이 필요해.(2번 6표. 3번 4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밥통의 밥은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냉장고에 넣어져 있었다. 전기가 끊겼다곤 하지만 아직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딱히 쉰 음식은 없는 것 같았다. 본가에도 가져다 두었던 비박용 배낭을 발견해 식사전에 식량을 챙기기로 했다. 햄 통조림 여섯개, 참치 통조림 여섯개, 깻잎 통조림 두캔과 라면 다섯개 들이 한봉과 여행용 세면도구, 옷가지 몇벌과 수건도 챙겼다. 한손에 들어오는 조미료 케이스 세개와 소금, 설탕 한봉지씩, 거기에 후추 새것 한통. 식수는 1.5리터로 하나만 챙겼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식수지만 부피에 무게까지 생각하면 용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가방 외부 태그엔 손톱깎이 세트에 양말 몇켤레.

    사실 갈아입을 옷이나 양말따위는 중요성이 낮지 않나 싶지만 산악행이나 등반따위에선 건강한 발관리와 젖지않은 옷은 체력과 컨디션을 꽤 크게 책임져준다. A에게 말해 아버지의 옷장도 뒤져 A가 입을 수 있을 법한 옷도 몇벌 챙겨 따로 짐을 쌌다. A도 간단한 식량정도는 챙긴 것 같았다. 데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꾸려 밥을 먹었다. 찬밥에 찬반찬인데다 어두운 거실에서 밥을 먹자니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입을 대자 평소 이상으로 우걱우걱 먹게 됬다. A나 나나 꽤 많은 양의 밥을 해치우고 큰방과 작은방에 따로 이불을 차렸다. 아직 물이 나오고 있어 간단한 샤워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한국 전기공사 반성해라!! 수자원 공사 힘내라!

    "잘자요."

    문을 닫기 전 A가 말했다. 나도 그러라고만 하고 문을 닫았다. 작은방은 원래 내 방이었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가방을 벽 한구석에 세워두고 누워있자니 상념이 이리저리 헤메이다가 서서히 눈이 감겼다. 자는 도중에 뭔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기분탓인지 꿈인지,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 열린 문틈 사이로 기묘하게 번들거리는 눈이 나를 훑어보는 감각. 잠시 후 문이 닫히고 문 너머에서 축축하고 찐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찌걱찌걱 쩔걱쩔걱 하는 소리. 꿈도 어느샌가 사라졌다. 나는 완전히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자 뜻밖에도 창문 밖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초저녁 좀 넘어서 잔거 같은데 열두시간 넘게 잔건가? 몸은 평소보다 훨씬 더 상쾌하긴 했다. 방금 잠에서 깼는데도 몸이 바짝 깨어나는 감각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A가 탁자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올려두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일어 났어요?"

    "네... 너무 늦잠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평소엔 이러지 않는데..."

    어쩐지 변명하는 것 같아 귀가 뜨거워졌다. A가 끓인 물로 나도 커피를 한잔 타서 탁자에 앉았다. 가스가 다되서 분리수거통에 넣었다. 이젠 이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니.

    "밤엔 잘 잤어요?"

    "네. 평소보다 훨씬요."

    괜히 좀 오버하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간밤에 꾼 꿈 얘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그 얘기도 변명처럼 들릴 것 같다. A는 다행이라며 씨익 웃더니 자세를 고쳐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그 좀비, 물린 자국이 없었어요. 할퀸 자국이나 방어흔도 없었구요."

    "그게 왜요..?"

    "좀비의 전염이 단순히 접촉이나 분비물 전염만은 아니라는 거죠."

    앗... 그 점이 있었구나! 헐리웃 영화따위에선 물리거나 신체접촉으로 전염된다는 클리셰가 흔하다. 나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제 우리랑 같이 있던 가게 사람들도 물린 뒤에 즉시 좀비가 되지는 않았어요. 물론 끝까지 확인해 보지 않았으니 잠복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러니 좀비화는 다른 루트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겠어요."

    "네... 그럼 물이나 음식?"

    "어제 최초 발생지가 여기 근처였으니 한번 가봐야 겠죠. 특정한 약품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뭐, 우리나라에 부두교가 전파됬을 수도 있겠네요."

    그는 유쾌한 말투로 덧붙이더니 다시 몸을 이완하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도 생각에 잠겨 커피를 들이켰다. 음식이나 물따위도 조심해야 된다면 운신폭도, 식량수급도 몹시 힘들어진다. 어제 우리가 먹었던 음식류를 하나씩 되짚어 가며 안전한 음식 리스트를 머릿속에 작성한다. 잠복기가 있다 하더라도 반나절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일단 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다. 좀비 바이러스를 독버섯 비슷한 기준으로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보니 그 좀비는요?"

    "아 방안에 있어요. 그래도 위험하니까 들어가진 마세요. 옷도 벗겨져 있고."

    차마 다시 입힐 기력까진 없었노라고 웃으며 말한 A는 커피잔을 들고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어제밤에 꺼내준 손님용 칫솔로 이를 닦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오늘은 괴한 난동이 일어났다던 시장근처가 목적지가 되겠구나. 나는 곰곰히 그 근처에 들어갈만한 건물이나 안전한 곳을 생각했다. 이를 닦고 짐을 챙기고 옷을 정돈하자 출발준비가 끝났다.

    어젯밤 챙겨온 등반장비들을 A에게 착용시켜 주고 사용법을 말해준다. 베란다 안전난간에 로프를 매달고 A를 내려보낸다. 운동신경도 꽤 좋은지 설명만 해주고 시연도 못해줬는데 제법 안정된 자세로 천천히 내려가더니 바닥에 닿자 하네스를 벗은 뒤 손짓한다. 다시 올려진 하네스를 풀고 로프에 가방을 묶어 천천히 내려보내고 나자 이제 내가 내려갈 차례가 되었다. 아... 그러고보니 칼을 안챙겼구나.

    칼을 좀 챙겨가겠다고 소리치려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고 그냥 잠시 로프를 놓은채 돌아간다. 부엌에서 선반을 뒤져 몇자루를 꺼내두었다. 제일 큰게 좋을까... 일단 칼은 골라두고 잠시 고민한다. 생각해보니 비닐팩에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날을 감쌀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보는 신문이 큰방에 있던게 생각났다. 

    큰 방의 문을 열자, 코가 썩을 듯한 냄새가 확 풍긴다. 큰 방에는 창문도 없어서 냄새가 안빠졌던가. 불도 안켜지고... 일단 문을 확 열었다. 빛이 방으로 스며들었다.

    "이게... 뭐야...?"

    거기엔 가지런히 정리된 사람의 몸이 있었다. 머리는 어제 우리가 후려쳐 으깨진 그대로 였지만 그래도 본 형체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목 아래로는... 근육은 형태를 보존한 채 꺼내어져 옆에 늘어서 있고 내장도 최소한의 절개만 한채 그 밑에 놓여져있다. 혈관이며 뼈는 거의 건드리지 않은채 내용물만 정성스럽게 발라낸 모양새에 순간 헛구역질 보다 기술적인 감탄이 튀어나올 뻔 했다. 욕지기가 그제야 치밀어 올랐다.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내고 나자 양말이 젖어있는게 눈에 띄었다. 새빨갛게 물든 흰 양말을 보자 다시 욕지기가 올라왔지만 어떻게든 참아내고 간신히 벗어냈다. 저 좀비가 왜 저렇게 되있지. 피부에는 절개상을 제외한 무엇도 없으니 A가 말한게 맞는 것 같지만, 저건 대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참을 내려가지 않는다면 내가 저걸 봤다는게 A에게 들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들키면 안될거라는 직감도 들었다.

    양말을 갈아신고 최대한 빨리 하네스를 조합했다. 줄을 타고 주르륵 내려가자 A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뭐하느라 이렇게 늦었어요?]

    "아... 저 칼을 좀..."

    황급히 A가 입을 막자 본능적인 두려움이 몸을 엄습해 그의 팔을 쳐내고 말았다. A의 시선이 갑자기 확 낯설게 느껴졌다. 그의 핸드폰을 받아 대답했다.

    [칼을 좀 가져오려다가 말았어요. 이미 우리에게 칼이 있기도 하고 챙겨다니기도 귀찮을 거 같아서요. 미안해요]

    대답은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바뀌지 않는다. 서로 어색한 공기가 된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좀비들이 없는 좁은 뒷골목으로 차를 세워둔 곳으로 이동한다. 그때 A가 갑작스레 내 어깨를 잡았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어떻게든 움찔 하는 정도로 참아냈다. 눈치챈건가?

    [몸상태가 나빠요? 얼굴빛이 안좋은데.]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차키, 하네스 및 로프 한세트, 하강기와 확보기 등 등산장비 일체 한세트. 얇은 저지 한벌, 챙겨나온 식료품 2인기준 3일치.

    1. 이 미친 정신병자 자식. 어제 그 좀비한테 밤새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직설)

    2. 아.. 아니에요. 오늘 아침에 하혈을 좀... 생각해보니 이즈음이 생리일이긴 하네요. 좀 민감해져서 그래요.(변명)

    2. 아뇨. 아무것도. 건강에는 별 이상없어요. 이동하죠.(외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와아 10회째다 와아(자축)

    일단 지난번 댓글로 공모한 J의 득템 이벤트는 무기 2표(A의 목공칼 뺏기, 경찰용 리볼버) 그리고 핸드폰 2표로 마감됬습니다. 일단 댓글로 번호 고르실때 어느쪽인지도 좀 같이 적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에서야 베스트 알림을 봤습니다. 계정 다루는 법을 몰라서 그냥 공홈에서 공포게로 바로 왔는데 이제보니 베스트로 엄청 갔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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