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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045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5
    조회수 : 1140
    IP : 173.245.***.9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6/07/06 19:52:26
    http://todayhumor.com/?panic_89045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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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이소로 간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물건이 캐치프레이즈지. 분명 쓸만한 물건 여러개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코펠이라도.(1번 5표, 2번 3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 먹을거야 아직 넉넉하고 건강하니 전문적인 약까지는 필요 없겠지. 다이소로 가보자. 재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종류는 많을테니까.

    생각외로 건물 내부는 제법 넓었다. 한쪽 유리면이 거의 다 깨져있고 핏자국도 여기저기 있다는 점이 좀 그로테스크 했지만 평소 봐왔던 곳보다 넓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박용 가방에도 아직 꽤 여유가 있으니 뭘 챙겨볼까.

    가장 처음으로 찾은 곳은 생활용품 코너였다. 각종 부엌용품이며 도마가 넘치는 가운데 칼집이 있는 과도 한자루와 포크수저 한자루를 골라 가방 외부에 달았다. 칼은 말할 것도 없고 접촉감염 외에도 감염경로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개인 식기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다. 라이터도 두어개를 가져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어쩐지 돈따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데 가격표를 보며 어머 싸다 를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웃겨서 킥킥 웃었다.

    코펠도 한세트 챙기고 싶지만 소음이 너무 심할 것 같다. 필연적으로 휴대용 가스버너 같은 것도 가져가야 할텐데 부피도 무게도 조금 부담된다. 대신 제법 큰 손 소독용 알콜젤을 골랐다. 위생상태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일일이 신문지나 옷가지를 찢어 불을 피우게 될 상황은 피하고 싶다. 알콜용 젤은 그저 뿌려놓고 불만 붙이면 발화작용도 빠르고 다른 곳에 불을 옮겨붙이기도 쉽다. 같이 산을 타던 아저씨가 가르쳐준 노하우였다.

    기본형이 다 갖춰져있는 밴드 두통과 솜 하나, 소독약 한통과 마스크도 챙겨넣고 나서야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오후 한나절 쯤인가. 허기가 질만한 때라는 걸 인식하자 그제야 배가 고파오고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사람 몸 참 이기적이란 말이지. 이리저리 안전한 곳을 살펴보다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여 2층으로 올라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자세를 낮춰 2층을 한번 수색했다. 좀비는... 없는 것 같다. 한쪽편에 있는 생활잡기류 코너에 버너를 꺼내 포장을 뜯고는 옆에 같이 비치된 가스 한통도 꺼내어 끼웠다. 다행히 불은 금새 올라왔다. 음료코너의 물을 꺼내고 소형 양은냄비에 부어 불에 올리고 라면 하나를 뜯어뒀다. 생각해보니 쫒기는 상황만 아니라면 이곳에 머물러도 좋을텐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곳이니 만큼 막상 찾으려고 들면 여기저기에 다 있다. 문명은 참 대단한 것이다.

    라면 스프를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햄을 수저로 썰어 한쪽 접시에 담아둔다. 차리고보니 제법 훌륭한 한끼다. 전부 새것을 썼더니 옆자리에 비닐포장이 한가득 쌓인다. 근 하루만에 먹는 화식은 훌륭하다. 한동안 음료수니 뭐니로 배를 채우다가 해가 지기 전에 잘 곳을 물색하기로 한다. 여기서 자도 괜찮겠지만 나는 아직도 A가 두렵다. 어서 이동하자.

    생각외로 번화가 거리는 계속되었다. 아파트나 상가들도 대부분 새 건축물인걸 보니 아마 신도시쪽으로 들어온 듯 하다. 지나가는 길에 꽃가게에서 좀비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한손에 가위를 들고 한손엔 시든 꽃을 든 채 뻣뻣이 서있는 모습이 참 기묘하다. 그때 문득 낯익은 냄새가 슬며시 코를 스쳐간다. 무슨 냄새지...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이동할까 했지만 입구쪽에 패스워드 패드가 있는걸 보고 포기했다. 비상전력이 가동중인지 아직 빛이 들어와 있으니 깨고 들어갔다간 인근지역 좀비들을 모조리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다. 슬슬 해가 지려는 조짐이 보인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나는 가까운 곳에 있던 목가구 매장으로 들어섰다.

    역시. 내 예상대로 가게 한쪽에 디피되어있는 원목침대가 눈에 띄었다. 가게 자체도 골목쪽에 배치되어 있는데다 어두워지면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불안해서 근처에 있던 빈 깡통 몇개와 수선실에 있던 얇은 실 한타래를 들고와 입구쪽에 설치했다. 만약 누군가가 침입하려 든다면 제법 큰 소리가 나겠지. 가게 구석에 있던 옷장 안에 가방을 집어넣어 숨기고 몸을 가볍게 한 다음 근처를 수색하기로 했다.

    주변에 좀비가 꽤 있는 편이군.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인지 어린아이, 갓난아이, 노인 등 연령을 막론하고 많은 숫자의 좀비가 길거리에 목을 젖히고 서있다. 얼핏 보면 눈오는 날 눈을 받아먹는 천진한 사람들 같다. 조금 서글퍼졌다. 아까 가져온 마스크를 입에 쓰고 숨소리도 낮추어 상가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난간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찬찬히 살펴본다...

    주변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단지 조금 신경쓰이는 것은 고지대에 있는 아파트 단지다. 엘리베이터와 중앙계단이 투명유리로 되어있는 구조의 아파트 였는데, 뜻밖에 꽤 많은 인영이 눈에 띈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좀비겠지만 무슨일로 저렇게 복도에 몰려있는 걸까. 내일은 한번 저쪽을 살펴봐야겠어.

    흔히 이런 좀비사태가 터지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들 표현된다. 물론 내가 겪은 "사람"은 조금 많이 특수한 경우니 제외해야겠지. 대피한 사람들은 이미 없고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좀비가 됬으리라고 아주 마음을 놓기엔 조금 불안하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 안전한 거처를 찾는게 좋겠어. 이렇게 되고보니 차를 놓고온게 매우 아쉽다. 차만 멀쩡히 있다면 기름만 잘 구해서 이동가옥으로 쓸텐데. 걸어다니자니 체력도 속력도 안타깝다. 앞으로 어쩌면 오랫동안 이렇게 다녀야 할테니, 거처를 구할때 차도 구해봐야겠군.

    저녁이 되어가자 조금씩 날씨가 쌀쌀해졌다. 그러고보니 침낭이나 등반장비들은 다 차에 두고왔는데. 아깝다. 가구가게에 이불까지 세팅은 되어있었지만 한평생 여기서 살 수 있는건 아니니 아무데서나 쓸 수 있는 침낭이 그립다. 조금 두꺼운 후드 집업을 꺼내 한겹 더 몸에 감았다. 설치한 실들은 그대로 두고 안쪽으로 열려있던 문을 닫고 문을 잠근다. 실도 따로 챙겼다. 쓸데가 많을 것 같다.

    물티슈로 간단한 세안을 마치자 하루치 피로가 몰려온다. 컨디션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오후쯤에 길에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하루였다. 좀비발생 원인지를 찾고, 살인마와 싸우고, 그대로 몇킬로 미터쯤을 내 몸만한 가방을 지고 뛰었다. 그러고보니 아직 좀비가 안된걸로 봐선 잠복기가 다르거나 전염되지 않았다는 뜻이군.

    서서히 잠이 몰려온다. 잠들기 전에 생각정도야 할 수 있을텐데, 뭔가 또 놓친게 없을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의류 세벌, 양말 네켤레, 챙겨나온 식료품 1인기준 5일치+@, 설탕/소금 1kg, 후추 새 것 한통, 각종 생활용품 약간, 실 한타래, 과도 및 포크수저 한자루, 알콜 소독젤, 비상약품 일습.

    1. 아까 그 냄새가 조금 신경쓰이는데. 어차피 누운 김에 생각이나 좀 해보자. 익숙한 냄새라... 향수는 아닌 것 같은데?

    2. A의 대책을 생각해본다. 확실히 목을 깊이 찔렀지만 과연 그게 치명상이 될지는 의문이다. 사람 몸에 대해서는 나보단 그 자식이 더 잘알겠지. 무기라도 챙겨야하나?

    3. 부모님이 계신 섬으로 찾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멀지 않은 곳이니 가는데야 며칠이면 되지만 거기까지 들어가는게 문제다. 오리보트라도 훔쳐야 할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역시 주인공은 굴려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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