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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228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2
    조회수 : 760
    IP : 221.159.***.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6/07/14 16:49:10
    http://todayhumor.com/?panic_89228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21(시즌1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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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엠뷸런스를 숨기고 와야겠어. 휴게소와 구급차? 너무 어색한 조합이야. 누가봐도 수상히 여길 것이다. 막상 싸울 사람은 나뿐이니, 안전이 최우선이다.

    ㅡㅡㅡㅡㅡㅡㅡBad endingㅡㅡㅡㅡㅡㅡㅡ

    다음날 나는 세실리아 모녀와 함께 밥을 먹고는 차를 숨기고 와야겠다는 얘길 했다. 소규모 슈퍼마켓과 식당 한군데 정도 뿐인 휴게소에 구급차가 함께 있는건 빈말로라도 어울린다곤 못한다.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가 주변의 이목을 끄는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오면 숨어있으라고 해뒀지만 저 조그마한 가게엔 숨을 곳도 달리 없었다.

    그동안 다녀간 사람은 나 뿐이라며 안심하라고 방싯방싯 웃어보인 세실리아는 갔다오면 점심때엔 시원한 국수를 해주겠다고 호언 장담을 했다. 어제완 다르게 제법 친한척을 해주는 마리아도 잘 다녀오라며 내 팔을 잡곤 볼을 부볐다. 세실리아는 한참 뒤적이더니 조그마한 분홍색 뚜껑이 달린 스테인리스 도시락에 요깃거리도 챙겨주었다.

    사람은 확실히 사회적인 생물이다. 한동안 누구와도, 하다못해 티비속에서도 사람을 본 일이 없었다지만 고작 하룻밤 저 모녀와 같이 있었다고 이토록 기운이 차오를 줄은 몰랐다. 아침에도 눈이 번쩍 뜨였다. 본래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푹 자고도 한참을 뒤척였는데 오늘만큼은 눈을 뜨고 부터는 조금도 졸리지 않아 신기할 지경이었다. 여전히 열은 안내려갔는지 입맛은 껄끄러웠지만...

    엠뷸럼스의 계기판을 보자 기름량은 아직 충분했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차를 숨길만한 곳... 나는 차를 몰아 좁은 국도로 들어섰다. 2차선 도로가 이어지는 와중에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직 특별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대강 주변에 던져놓고 가자니 파손위험에 도난도 당할 것 같고...

    일단은 산을 빙 돌아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멀리서 무언가 보였다. 속력을 높여 도착한 곳은 송전탑이었다. 산 맨 윗쪽에 있는 송전탑 주변에는 도로 정리가 확실히 되있어서 드나드는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도로에서 올라와서 바로는 보이지 않게끔 차를 깊숙히 대고 올라와 송전탑 근처에서 도시락을 열었다. 식당 음식에 쓰던 것인지 속껍질 째 삶은 밤 몇개가 들어있었다.

    한입 깨물어보니 살짝 달큼한 맛이 쓰읍 올라오는 걸 보니 아마 사카린을 넣고 삶은 것 같았다. 포슬포슬하고 텁텁한 속살을 행여나 흘릴세라 주워섬기면서 주변을 보자 어제 한참이나 비가 왔던 까닭인지 전에 없이 하늘이 쾌창하다. 입가에 절로 웃음이 맺히는 날씨다. 올때는 차로 천천히 삼십분쯤 걸렸으니 빡세게 걸으면 두시간 안팍으로 걸릴 것이다. 스마트 폰이 있으면 뭐하나, 연락이 안돼는데. 걱정은 됬지만 방법은 없었다.

    도시락통을 원래 싸온 보자기에 넣고 묶어 손에 들고 길을 나선다. 다행히 도로를 따라 돌아갈 필요는 없으니 도로 사이를 가로질러 산을 빠르게 내려간다. 이걸로도 오분은 단축했다. 발목에 힘을 주고 내려가는데도 빗물탓인지 주룩주룩 미끄러지는 건 어쩔 수 없군. 심지어 한번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문득, 그래도 나름 등반이랍시고 벽도 타던 년이 맨바닥에서도 넘어지나 싶어서 킥킥대고 웃었다.

    기어코 산을 다 내려왔을때쯤엔 두번쯤 넘어진 덕분에 무릎이며 엉덩이가 진흙 투성이였다. 툭툭 털어는 냈지만 젖어있는건... 에라 모르겠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신경쓰지 않고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날씨도 좋고 배도 부르고 바람도 솔솔 부니 가히 환상적인 하루다. 한시간 반쯤 걸었던가, 어디선가 쇳소리 같은게 들려온다. 주변이 둘러봤지만 딱히 소리가 날법한 곳은 보이지 않는데.

    날씨가 맑은데도 빛이 적은지 미묘하게 시야가 어둡다. 눈을 조금 비비고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시야 끄트머리에 휴게소가... 보이... 는데...

    "저게 뭐야."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검은 연기처럼 보이는게 휴게소를 감싸고 휘돌아 하늘로 솟고 있다. 걸음이 빨라진다. 어둡고 좁은 시야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들쑤신다. 얼마간 걷다가 결국 그냥 뛰기로 했다. 가까이 갈수록 검은 연기가 눈에 띄게 선명해지더니 얼마 안가 불길까지 보이고 있다.

    먼 곳에서 봐도 치솟는 불길은 거의 건물 전체를 휩싸고 있다. 식은땀이 등줄기로 주룩주룩 흐르는 가운데 도착한 휴게소는 이미 거의 불타 오히려 불이 가라앉고 있었다. 도시락통을 챙길 새도 없이 바닥에 떨어트렸지만 그게 급한게 아니다.

    "세실리아!! 마리아!!!!"

    아무리 크게 불러도 대답이 없다. 불똥이 타닥타닥 튀고 있는 벽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구석에 세워져 있던 리어카를 끌고왔다. 심호흡을 하고 힘껏, 식당의 나무문으로 돌진했다. 불에 탄 목재는 생각 이상으로 쉽게 부서졌다. 불길은 가라앉아 가지만 폭발적인 열기와 연기가 눈을 휘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뜨거운걸 가릴때가 아니었다.

    이름을 외치며 들어간 주방의 구석, 쪽방이 있던 그곳. 숯덩이 같은걸 밟았는지 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났지만 개의치 않고 달아오른 쪽방 문을 당겼다. 노끈 부스러기 같은게 손에 늘러붙지만... 아 문 안쪽에. 작은, 내 가슴께에 닿을락 말락하는 길이의 숯덩이가 보인다. 가늘고 섬세한 이목구비가 보인다. 이국적인 생김새 아래로 오늘 그녀가 입었던 녹색의 무지 티셔츠였던 것이 보인다. 허리께 오른쪽에 새겨져있던 짝퉁 메이커 마크는 용케도 불타지 않았는지 그럭저럭 눈에 띈다.

    "세실리아..."

    간신히 손을 뻗어 잡아봤지만 영화처럼 기적이 일어날리는 없었다. 대답도 없고 반응도 없는 검은 숯덩이는 내가 손을 대자 원형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푸스스 흩날린다. 황망한 마음.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바라본다. 내가 방금 밟고 지나온 주방 탁자 밑의 검은 무언가. 끄트머리는 탄화되어 부스러질 정도였지만 용케 형태를 유지중인 앳된 얼굴. 마리아였다. 신음성을 흘리는 마리아를 조심스럽게 끌어내자 뭔가에 맞았는지 피가 맺혔던 듯한 함몰된 이마 아래로 열기에 익어서 부풀어오른 눈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어마... 엄.. 어마..."

    눈앞에 내가 누군지도 모르나보다. 나는 어쩔줄을 몰랐다. 내가 엄마라고 해야할까. 왜 이렇게 됬냐고 물어봐야 할까. 뭘 물어봐도 고통스러울 아이에게 생각이 미치자 눈물도 나오지 않는 현장 속에서 입술만 세게 무는 수밖엔 할 것이 없었다.

    "언니, J, 언니..."

    "...응 나야 마리아. 나 여기있어."

    "마을, 사람들... 왔다갔, 어...."

    마을 사람들. 어제 세실리아가 말한, 사타나스가 되어 멀리 떠나갔다는 사람들. 그들이 어떻게 왔다갔다는 걸까. 그들은 좀비가 됬다고...

    "사타나스... 좀비가 됬댔잖아. 멀리 갔다고..."

    "그거, 좀비, 아냐. 사따나스, 뜻, 한국말로, 악마."

    그 말을 듣자 떠오른 광경. 내가 어제 처음 왔을때. 아무리 다리를 다친 세실리아라도, 마리아를 숨겨둔 채 칼까지 빼들고 있었던 모습. 외지인에 혼자라고 하니까 안심하던 웃는 얼굴.

    "우린.. 좀, 비 없었어. 뉴스도, 전기도, 끊기,고 나서... 마을, 사람들 다... 모여,서 떠나려고 했어. 우리집, 왔어. 우린 못데려... 간댔어. 엄마,가 나만 데려,가라고 했는데, 안들어,줬어."

    가슴이 색색 간신히 숨을 쉬는 와중에, 콜록콜록 피섞인 기침을 뱉는 중에도 마리아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익어서 하얗게 각막이 뜬 눈을 허공에 고정하고 타버린 손으로 내 손을 꼭잡고.

    "식당,도 다 털었,어. 엄마가, 밥이라도, 남겨달,랬어. 그랬더,니 아저,씨들이 엄마를 막, 때리고... 엄마.가 나가있으라고, 방에,서 엄마가 막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나,서 밥 저만큼 주.고 갔어."

    나는 도저히 할 말이 없었다. 곧 죽을듯이 누워있던 아이의 어디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 마리아는 마치 신들린 것 처럼 가래와 피가 들끓는 목구멍 너머로 내게 진실을 고한다.

    "사람,들 산 너머에 있었,대. 그리,고 어제... 언,니가 와서 밥 나르는.... 거 보고, 내려왔,대. 나라도 도망,치라고 그랬는..데... 아저씨들.이 이번,엔 나도 막 때렸,어. 먹을 것도, 다, 가져갔어."

    마리아의 숨이 점점 가빠진다. 나는 새삼스럽게 아이의 하반신을 봤다. 발목즈음, 새카맣게 탄 천조각 같은게 눌러 붙어있다. 어디서 솟았는지, 핏물에 섞여 눈물이 마리아의 처참하게 녹은 뺨으로 흘렀다. 내 손을 잡은 마리아의 손에 놀랄정도로 강렬한 힘이 깃들었다. 목을 부들부들 떠는 작은 아이.

    "언,니.. 미워...!"

    명백히 적의로 물든 눈빛이 어떻게 찾았는지 내 얼굴을 향하고 흉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덜덜 떨리다가 툭, 마리아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를 밉다고 한 아이의 눈에서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말이 없다. 나는 천천히 아이를 들어 주방 쪽방 안에 집어넣었다. 자그마한 숯덩이 옆에 가지런히 작은 숯덩이를 눕혔다.

    밖으로 나오자, 그제사 불이 붙어 타고있던 연녹색 저지가 팔뚝에 녹아내리고 있는게 보였다. 툭 털어내니 눌어붙은 비닐조각은 피부에 아예 섞였는지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아프지 않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맞은편 산너머, 꼭대기를 바라보자 50미터쯤 되는 절벽위에 뾰죽이 솟은 녹색 텐트가 어둡고 좁은 시야로도 보인다. 저걸 왜 이제 봤을까. 저걸 왜 이제야 눈치챘을까.

    나는 천천히 걸어 절벽앞에 섰다. 내 전문분야다. 어려울 거 없어. 머리가 조금 멍하지만 오히려 너무 선명한 것 보다 이게 더 편하다. 힘은 전에 없을 정도로 치솟는다. 내 몸무게 하나쯤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려 위로 날려보낼 듯한 괴력이 전신에 넘친다. 방금전까지 쥐고있던 숯덩이 덕분에 미끄러질 염려는 없다. 어차피 땀은 나지 않는다.

    점차, 머리가 멍해,진다.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고, 부러 바위에 머리도 박아 가면서, 나는 어떻게든 절벽을 오른,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 내가 가져온, 쌀포대들,과 먹을, 것들. 세실리아가 해준댔,던 국수도, 냄비에 보였다. 텐트 하나,에서 문이 열리고, 남자,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손목에 고무,끈이 보인다. 마리아가, 하고,있던 머리끈...

    "...뭐야 이거? 왠 미친X이 올라와있어?"

    배를 긁고 하,품을 하며, 남자는 나...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훑어,본다. 그 소리에 반응..해 주변 텐,트에서도 다,른 남자?들이 기어나,왔다. 게중에...는 내 야구,배트,를 들고 위협..적으,로 내게 겨,누는 남..자도 보,인다. 나는, 이제 이...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야, 야."

    야구배,트를 든 남..자가 배,트 끄트,머리로 내 머리?와 어깨..를 툭툭 밀,었다.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대,답해줘..야 겠다.

    "카....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두 똑,같이 대답해.준다. 기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와 당신과 좀비 시즌 1 베드 엔딩 "불타버린 희망"

    주인공 타입 : 강인함, 적응이 빠름, 운동에 능함,  안정적, 고독함, 타인에 굶주림.

    총 생존시간 : 9일.

    좀비화 : 페인트 과다 노출 및 감정적 폭주.

    잠시 후에 결산편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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