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4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사이인데요.</span>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녀석들과 제가 치맥을 하다가 분위기에 하나씩 꺼내놓은 괴담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1. 고등학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3학년 때 일이라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직 피쳐폰일 때 이야기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시 발신자 표시 서비스가 되고 있어서, 번호를 저장만 했다면 누구에게 왔는지 알 수 있었던 때였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9시에서 10시 사이, 자습 한창 막바지에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오더랍니다.</div> <div>꺼내서 확인하는 순간 받을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화면에 표시된 전화번호는 자기 자신의 피쳐폰 번호였다고 하더군요.</div> <div><br></div> <div>결국 받진 않았다고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2. B중고등학교<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학교 전용 야구장이 있고, 옆에 주유소가 있습니다.</span></div> <div>그 사이 골목길로 가면 집에 5~10분 정도 빨리 갈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옆에는 야구장 담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고, 가로등도 당시 띄엄띄엄해서</div> <div>조금 어두웠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었기에 자주 이용했습니다.</div> <div><br></div> <div>10시에 자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div> <div>그날도 골목길을 거쳐가는 사이, 앞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모습이 많이 낯이 익었습니다.</div> <div>약간 구부정한 허리, 재빠른 걸음걸이, 귀에 꽃은 이어폰, 가방의 종류까지.</div> <div><br></div> <div>마치 거울에 비친 절 보는 기분이었습니다.</div> <div>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방은 사복이었고, 전 교복이라는 것.</div> <div><br></div> <div>신기해서 서로 지나쳐 갈때, 슬쩍 곁눈질로 보았습니다.</div> <div>그리고 눈이 마주쳤어요. 상대방도 곁눈질로 절 보다가 딱 마주친 겁니다.</div> <div><br></div> <div>..........얼굴이 저와 똑같이 생겼더군요.</div> <div>심장 박동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치솟았습니다.</div> <div><br></div> <div>다음 순간 전 뛰고 있었습니다.</div> <div>혼이 나간 것처럼 뛰고, 골목길 끄트머리에 가서야 뒤를 돌아봤습니다.</div> <div>아무도 없는 길이 보일 뿐이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3. 중학교 2학년 때 미국갔다가 돌아온 녀석의 이야기입니다.</div> <div><br></div> <div>야구장 옆에 2차선 도로를 건너면 작은 빌딩이 있는데,</div> <div>그곳엔 아구찜 집과 세계주류를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주류 파는 곳의 사장님과 친구의 아버지가 친했는데,</div> <div>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심부름으로 맡겨놓은 술을 찾으러 갔다 오는 길에</div> <div>저녁 11시쯤 봤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중고등학교에는 과학관이라는 건물이 따로 있습니다.</div> <div>생물실, 도서관 등등 교실 외에서 하는 잡다한 것이 다 모여 있는 곳입니다.</div> <div>이 중 음악실이 5층이었는데, 불이 다 꺼져 있는 와중에 창문이 열려 있더랍니다.</div> <div><br></div> <div>그곳에서 긴 생머리의 여자를 봤답니다.</div> <div>창틀에 손을 짚은 채 상체를 쑥 내밀고 있었다고 합니다.</div> <div>먼 거리였지만 눈이 마주쳤다는 걸 알았다고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자전거를 미친듯 굴려 집에 들어갔다네요.</div> <div>다음날 학교 가서 반 애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았답니다.</div> <div><br></div> <div>B중고등학교는 남학교거든요.</div> <div>거기다 당시 과학관은 7~8시가 되면 보안상의 이유로 문을 잠갔습니다.</div> <div>애초부터 그 시간에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죠.</div> <div><br></div> <div><br></div> <div>4. 친구가 대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div> <div><br></div> <div>당시 소프트웨어 공학과의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답니다.</div> <div>막바지에 이르러 팀원 한 명과 같이 컴퓨터실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있어 상당히 피곤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같이 하고 있던 팀원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에너지 드링크를 사오겠다며 나섰습니다.</div> <div>친구 혼자 조용한 컴퓨터실에서 타자 소리만 내며 작업을 하는데,</div> <div><br></div> <div>밖에서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랍니다.</div> <div>계단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 </div> <div><br></div> <div>방 안은 불이 켜져 있어 환했지만. 그 반대로 복도는 어두 컴컴했습니다.</div> <div>컴퓨터실 위에는 창문이 일렬로 줄지어 있답니다.</div> <div>비상구 불빛만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와중에 사람 그림자가 슬슬 어른거리더랍니다.</div> <div>발소리에 맞춰서.</div> <div><br></div> <div>이윽고 발소리는 컴퓨터실 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동시에 그림자도 자취를 감췄습니다.</div> <div>누가 봐도 문 앞에 누가 서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상황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이미 친구의 타자는 멈춘지 오래였고,</div> <div>열까 말까 식은땀을 흘리며 멈춰 있는 사이,</div> <div>계단에서 매우 다급하게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div> <div><br></div> <div>더한 공포에 몸이 굳었을 때, 빠르게 다가온 소리에 맞춰 컴퓨터실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div> <div>그곳에는 드링크를 사러 나갔던 팀원이 있었답니다.</div> <div><br></div> <div>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div> <div>그 팀원의 한마디에 하던 작업을 정리하고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너도 발소리 들었냐?"</div> <div><br></div> <div><br></div> <div>5.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희 중 유일하게 부모로부터 독립한 녀석이 겪은 일입니다. </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친구가 지금도 살고 있는 빌라는 5층으로 되어 있고, 계단은 맨 끝에 위치해 있는 구조입니다.</span></div> <div>한 층에는 6개의 호가 복도 양 쪽으로 줄지어 있죠.</div> <div><br></div> <div>친구의 호는 506호로서 가장자리입니다.</div> <div>신축빌라여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때는 녀석이 직장을 잡고 좀 경력이 쌓인 뒤, 꿀같은 토요일 새벽 시간이었다고 합니다.</div> <div>열심히 컴퓨터질을 하던 도중 문 바깥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div> <div><br></div> <div>벨이 울리고, 친구는 인터폰을 집어 들었습니다.</div> <div>바깥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서 자연스럽게 물었답니다.</div> <div><br></div> <div>"누구세요?"</div> <div>"우유 안 드시죠? 우유 신청하지 않으실래요?"</div> <div><br></div> <div>가느다란 여자 목소리였지만 소름이 끼치거나 공포스러운 소리는 아니었다고 합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약간 무서워진 친구는 거절했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토요일 새벽에 우유를 권하러 온 사람, 범죄의 냄새가 풀풀 나니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권유는 감사하지만 거절할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네, 알았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실망한 기색도 없이 쾌활하게 대답한 여자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까지 확실히 듣고 나서야 인터폰을 내려놓고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뒤 몇시간 후에 날이 밝기 바로 전에 배가 출출해진 친구는 슬리퍼를 대충 신고 문을 나섰답니다.</div> <div>계단 옆에 있던 엘레베이터로 천천히 걸어가던 친구는 무언가를 불현듯 깨닫고 말았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즉시 집으로 뛰어들어와 1시간 뒤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뭘 깨달았는데?"</span></div> <div>제 질문에 친구는 팔을 슬슬 문지르며 대답했습니다.</div> <div>"복도 센서등이 켜지더라."</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와 제 친구들이 나눴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span></div> <div><br></div> <div>다들 영적인 뭔가와는 인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신기해서</div> <div>공포 게시판에 올려봅니다.</div> <div><br></div> <div>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PS. 사실 2번은 제 이야기인데, 뒷이야기가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저와 똑같은 사람을 한 번 더 만났습니다. 바로 그 골목길에서.</div> <div><br></div> <div>이번에도 상황은 똑같았고, 서로 곁눈질하고, 얼굴이 똑같은 걸 확인하고, 미친듯 뛰었습니다.</div> <div>골목길 끝에 가서 뒤를 돌아본 것까지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단지 이번 상황에서는 제가 사복을, 상대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겁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믿을지 말지는 이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스크롤의 압박을 이겨내고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PS 2. 그러고 보니 제 친척들도 영적인 쪽과는 인연이 없는데 불가사의한 일을 하나씩 겪었더군요.</div> <div>이건 다음에 시간 날 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