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0px 0px 6px;color:#1d2129;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font-size:14px;">당신이 드나들던 이 페이지밖에 없을 것 같아 이곳에 글을 남겨요.</p> <p style="margin:6px 0px;color:#1d2129;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font-size:14px;">무색이던 나의 마음에 붉은 빛을 칠해준 사람.<br>그리고 다른 이와 함께 잿빛을 덧칠하고 간 사람.</p> <div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inline;color:#1d2129;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font-size:14px;"> <p style="margin:0px 0px 6px;">날 휘감던 지독한 무기력함과 슬픔이<br>오늘 비와 함께 조금 씻겨나간 것 같다.</p> <p style="margin:6px 0px;">책을 덮으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br>슬픔을 씻겨줄 것 같았다.<br>무작정 걷기 시작한 길 위의 웅덩이엔 <br>당신이 고여 있었다.<br>내 슬픔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아렸다.</p> <p style="margin:6px 0px;">당신은 나에게 따뜻한 바람이었다. <br>하루를 시작하면 <br>하루를 마치면 언제든지 <br>항상 온기만을 주는 사람이었다.</p> <p style="margin:6px 0px;">당신이 떠난 후 <br>눈에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br>얼음 안에 갇힌 듯 멍하니 있다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p> <p style="margin:6px 0px;">추워진 날씨는 전과는 다르게 칼날같이 다가왔다.<br>움직일 때 마다 바람은 송곳처럼 다가와 깊은 상처를 내주었다.<br>몹시 아플 뿐이었다.<br>당신과 함께 했던 길을 걸을 때마다 상처만 남아있었다.<br>상처받지 않기 위해 얼음에 날 가두었다.</p> <p style="margin:6px 0px;">그렇게 수개월 후<br>비와 함께 맞은 날씨는 따뜻해져 있었고<br>바람은 뭉뚱해져 있었고<br>안에만 있던 슬픔은 어느새 밖에 고여 있었다.</p> <p style="margin:6px 0px;">왠지 모르게 잿빛 사이로<br>당신이 칠해놓은 적색 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p> <p style="margin:6px 0px;">지금의 당신과는 다른.. <br>예전의 나를 사랑했던 너를 되돌아보면서 <br>웃음지을 수 있게 되었다.</p> <p style="margin:6px 0px;">눈 앞의 안개가 걷히고 몸은 조금씩 녹아간다.<br>당신과 함께 했을 때 보이지 않던<br>혼자 갇혀있을 때 보이지 않던 <br>수 갈래의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p> <p style="margin:6px 0px;">당신만큼 날 챙겨줄 사람이, 생각해줄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br>이런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br>아직 당신이 칠해놓은 붉은빛을 이해한다며<br>더 진하게 나의 색을 칠해주겠다며 웃음짓는 사람이 다가왔다.</p> <p style="margin:6px 0px;">아직은 너를 못잊겠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br>막무가내로 들어오려는 그 사람에게 더 상처를 줄 수가 없을 것 같다.<br>예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p> <p style="margin:6px 0px;">마음도 외모도 아름다운 그녀가 날 더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br>지금의 당신과 예전의 나를 사랑했던 너를 지우려고 글을 써본다.</p> <p style="margin:6px 0px;">비록 나에게 상처와 잿빛을 남기고 간 너이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br>나에게서 널 앗아간 사람이 부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길. <br>당신에게 향기 나는 길만 걷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길.</p> <p style="margin:6px 0px;">하지만, 하지만 한 번쯤은 내가 겪은 잿빛세상을 한 번쯤은 겪어보길<br>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있었지 하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주길..</p> <p style="margin:6px 0px;">비가내리는 11월 8일의 밤.</p></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