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덟냥이 엄마이자, 동네 길냥이들 밥 챙겨 주고 있는 캣맘입니다.<br><br>방금.. 길냥이들 밥 주러 나갔다가 비명을 내 지를 뻔 했었네요.<br>밥 자리 바로 앞에. 커다란. 뭔가 가득 담긴. 검은 비닐봉투가 놓여 있었고.<br>그 위로는 엄청난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죠.<br>가까이 가 보니..<br>뭔지 모를 손바닥 만한 작은 생선.의 머리와 뼈가 붙은 꼬리와 내장 등.<br>생선살만 야무지게 발라낸 쓰레기였죠.<br><br>아마도... 누군가. 네.. 최소한 길냥이를 싫어하지 않을 뿐더러. 측은지심도 갖고 계신 어떤 분이.<br>길냥이들에겐 이것도 훌륭한 음식이지.라는 생각에 담아 내 놓으신 걸테죠?<br><br>하지만. 그건 길냥이도 못 먹습니다. 주린 배를 채우려다 황천 보내기 딱 좋은. 그냥 쓰레기이자 독극물일 뿐예요.<br><br>어제는 날이 30도를 넘겼고.. 오늘도 낮 동안 내내 꽤 더웠습니다.<br>이런 날씨에. 날음식. 날생선.이라뇨.<br>그것도 살점이라곤 없는. 뼈와 머리 내장 뿐이라니.<br><br>기가 막혔네요. 욕 방언 터트리며 봉지 치우고. 바닥에 배어든 오물 때문에 물청소까지 하고 왔습니다.<br><br>제발 좀.. 그러지 마세요. 길냥이들이 불쌍해 먹을 걸 주고 싶다면. 먹을 수 있는 걸 주시고.<br>먹이를 준 후엔. 뒷처리도 확실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br><br>현재 밥 자리에서 3년 째 밥을 주고 있는데. 작년 이 맘 때도 한바탕 곤혹을 치뤘었습니다.<br><br>네... 마음은 좋은 분이셨어요. 길냥이들 예뻐라 귀여워라 안타까이 여겨주시는. <br>음식도 좋은 걸 가져다 주시더군요.<br>달걀물 입힌 생선전, 살점이 가득 붙은 삶은 돼지뼈 갈비뼈, 삶은 황태포 등등.<br><br>그런데 문제는... 뒷처리를 전혀 안 하신다는 겁니다.<br>더운 여름엔. 젖은 음식물이 쉽게 상해요.<br>한여름 땡볕에 밖에 내 놓으면... 한 두 시간이면 쉰 내가 나고 파리떼가 꼬입니다.<br>해가 진 저녁과 밤이라 해도.. 상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마찬가집니다.<br><br>여름철.. 젖은 음식을 주실 땐. 먹는 거 지켜 보고. 남은 건 치워가세요. 그거 못 하겠으면. 건사료만 내 주시고요.<br><br>작년 여름 내내... 그 마음씨 좋은 분이 놓고 간, 시간이 지나 상한 음식물들 치운다고.. 저 구역질 엄청 했습니다.<br>저요... 별로 비위 좋은 사람이 아녜요.<br>생선 좋아하지만. 생선 손질 못 해 집에서 못 먹는 사람입니다.<br>내가 먹고 방치해 상한 음식물 치울 때도 토할 거 같은데.. 길바닥에 나뒹구는 상한 음식 치우는 거. 정말 힘들었어요.<br><br>한 번은... 제 팔뚝만한 커다란 뼈가 놓여 있었는데. 물론 살점도 꽤 붙어 있었습니다만.<br>가까이서 뭐니. 뭔가 하얀 것들이 꾸물꾸물...<br>세상에나. 수천 마리 쯤은 되 보이는 작디작은 구더기들였어요.<br>그 날 새벽. 제가 밥 주러 나갔던 자리이고. 오후 늦게. 아직은 해가 떠 한참 밝을 때 다시 나갔을 때. 그것이 놓여 있었으니.<br>그 짧은 한나절 동안 파리가 알을 낳고 구더기까지 된 거예요. 고작 한 나절만에 말이죠.<br><br>작년에... 그거 치우면서 울었습니다. 진짜 서럽더군요. <br>구더기는 무섭고. 악취는 역겹고. 신문지로 덮고 커다란 봉지 손에 씌워 들어 올리는데..<br>정말 기절할 것 같았어요.<br>길냥이들 밥 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왜 그런 시련까지.<br><br>정말 손 대기 싫었는데. 정말이지 그냥 도망 가고 싶었는데. <br>안 치우면.. 혹시라도 어떤 굶주린 길냥이가 그 상한 음식 먹고 탈 나지 않을까 걱정되고.<br>아니더라도, 주변 거주자 분들께 엄청난 민폐라.. <br>그 화가 고스란히 주변 길냥이들에게 향할터라. 어쩔 수 없이 치웠어요.<br><br>게다가 또 하나 화가 났던 건. 제가 내 놓은 건사료 그릇 안에. 그 젖은 음식들을 올려 둔다는 거였죠.<br>결국... 그 상한 음식들 치우며. <br>사료그릇 소복히 담겼던 사료들도 함께 버려야 했어요.<br>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죠. <br><br>작년의 그 끔찍한 악몽이 다시 되풀이 되는 건 아닌가. 벌써부터 소름이 끼칩니다.<br><br>길냥이들 싫어라 하지 않는 것 고맙습니다. 가엾이 여겨 뭔가 챙겨 내 주시는 거.. 정말 감사한 일이죠.<br><br>하지만... 당신이 먹을 수 없는 건 길냥이도 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아셨으면 싶고.<br>뒷처리까지 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신경 쓰지 않는 게. 외려 길냥이들을 돕는 거라는 것도 아셨으면 하네요.<br><br>덧붙여... 치킨뼈는 단골 메뉴 중 하나인데.. 이 또한 제발 좀..싶습니다. <br>길냥이들 밥 자리에 놓인 치킨뼈의 경우 대부분 살점 인심도 넉넉하게 붙어 있습니다만.. <br><br>뼈가 붙은 채로는 절대 주지 마세요.<br><br>닭을 포함한 조류의 뼈는 속이 비여, 씹었을 때.. 끝이 뽀족하고 단면이 칼 날 처럼 예리하게 쪼개지기 때문에. <br>그렇게 잘린 뼈조각을 삼키는 경우. 식도나 위 등 내장기관에 상처를 내고. 구멍까지 낼 수 있고.<br>그 결과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을 수 있어... 아주아주 위험합니다;;<br><br><br><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