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때 집이 좀 가난했음. <div><br /></div> <div>아빠는 목수일 하시면서 집지으러 돌아다니시고 엄마는 전업주부였는데 신혼에 고모집에 얹혀 살면서 나를 허니문베이비로 가져버림. 그래서 신혼이란게 없었음.</div> <div><br /></div> <div>아빠 일 특성상 돈이 달달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집을 하나 다 짓고나면 운 좋으면 집지음과 동시에 돈이 들어오고 안좋으면 집이 팔릴때까지 기다려야됨,</div> <div><br /></div> <div>그런 살림이니 돈이 있을때는 빚갚느라 없을때는 1주일을 5천원으로 반찬을 다하면서 당신 옷도 못사입으시면서 나와 동생둘을 키워내심.</div> <div><br /></div> <div>당연히 장난감도 얼마 없었는데 유일한 블록 장난감이 그 큼지막한 블록 있잖슴? 옥토퍼스였나 뭐였지? 그런거 레알 옥토퍼스도 아니고 짝퉁 장난감으로 큰 바께쓰안에 들어있는 블록이었는데 그게 유일한 블록이었고 기타 장난감이 있었지만 막 그 당시 애들이 유행처럼사던 다간이나 케이캅스 이런 장난감은 꿈에도 못꿨음.</div> <div><br /></div> <div>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뭘안다고 대충 집안사정이 눈에 들어와서 사달란 소리는 꿈에도 못꿨음.</div> <div><br /></div> <div>내가 원래 막 만드는걸 좋아해서 용돈으로 천원씩 받다보면 쪼그만한 건담 같은 장난감 하나사서 만들고 그 돈이라도 없으면 그냥 300원으로 문구점에서 팔던 고무찰흙으로 로보트 같은거 만들면서 놀았음</div> <div><br /></div> <div>그러다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사귄 절친집에 레고라는 엄청난 물건을 보게됨.</div> <div><br /></div> <div>진짜 그거 처음봤을땐 경악을 금치 못했음.</div> <div><br /></div> <div>쪼끄만한데 우주선도 만들수 있고 사람에 팔다리가 있는데 그게 움직이네!? 레알 이건 내 인생의 첫 문화컬쳐였던 기억있음 정말 혁신적이었으니까 게다가 파트도 여러개로 나눠져있으니 옥토퍼스고 뭐고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맨날맨날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하루종일 레고 만들고 놀다가 저녁에 들어가곤 했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진짜 레고가 너무너무 갖고 싶었지만 레고 사달란 소린 한번도 해본기억이 없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나중엔 그냥 친구집에서 가지고 놀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그냥 반포기 상태였음.</div> <div><br /></div> <div>그러다가 일이 생기는데 그때 외할머니가 잠깐 우리집에 주무시고 간적이 있으심.</div> <div><br /></div> <div>그러다가 외할머니가 가기전에 용돈주신다고 뭐 갖고싶은거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레고가 사고싶다고 말함.</div> <div><br /></div> <div>당시 난 레고가 얼만지도 몰랐고 외할머니는 더더욱 알리가 없으니 그냥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전부꺼내신 돈이 7천원. 그렇게 외할머니는 용돈을 남기고 떠나심.</div> <div><br /></div> <div>90년대 초반이니까 7천원이면 나름 큰돈이라 엄청 기뻐하면서 나름 동네에서 제일 큰 상가 완구코너에 감.</div> <div><br /></div> <div>막 기분좋게 레고 뭐뭐있는지 봤는데 내가 생각한 친구네 집에 있던 그 수많은 레고는 7천원으로는 진짜 꿈에도 못꿀 가격이었음.</div> <div><br /></div> <div>당시 가격대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중간 사이즈의 박스안에 있는 레고도 엄청나게 삐쌌었던 기억이 남.</div> <div><br /></div> <div>그래도 난 레고가 너무너무 사고싶어서 가게 주인아저씨한테 7천원으로 살수있는 레고있냐고 물어보니까 쪼끄만한 그 한 오레오 반박스? 그거 크기만한 상자에 있는 노란색 불도저였음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불도저앞에 솔이 달려있던거 보니까 불도저는 아니고 뭐 청소차나? 암튼 그런 중장비였음.</div> <div><br /></div> <div>진짜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지만 그거라도 갖고싶다는 생각에 7천원을 주고 사서 집에감 그렇게 혼자서 기뻐하면서 내용물을 꺼냈는데 한번더 실망했던게...</div> <div><br /></div> <div>조립시간이 3분도 안걸렸었음...</div> <div><br /></div> <div>단순한 외형에 적은 파트수로 실망감이 컷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 첫 레고라는 생각에 엄청 기뻤는데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와중에 엄마가 집에옴.</div> <div><br /></div> <div>엄마는 거금 7천원이나 주고 그것도 외할머니한테 받은 돈으로 그 쪼그만한 레고를 산것을 보고 엄청 화를 내심 그리고 집에서 쫓겨남. 가서 다시 돈으로 바꿔오라고. </div> <div><br /></div> <div>그때가 노을지는 저녁쯤이었는데 집앞에서는 못울고 어느 상가안에 사람 잘 안오는곳에서 노을보면서 펑펑울었었음 진짜 막 혼자서 서러워서 '이대로 집을 나갈까?' '내가 이대로 있다가 숨참아서 죽으면 엄마가 미안해서 막 내 무덤에 레고 셋트 같은거 사서 오겠지' 하여튼 쳐울면서도 별에별 생각을 다했던 기억이 남.</div> <div><br /></div> <div>물론 숨참아서 자살한다는 생각은 30초만에 자살미수로 끝났음. 사람 본능이란게 그리 쉬운게 아니더라.</div> <div><br /></div> <div>여튼 그 상가한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레고 하나하나 다 분해해서 다시 박스안에 주섬주섬 넣고 아저씨한테 가서 퉁퉁부은 눈으로 "아저씨 이거 엄마가 다시 돈으로 바꿔오래요" 라고 말했는데 절대 안된다고 하심.</div> <div><br /></div> <div> 그 아저씨도 참 독하더라 막 좋은생각이런데 글보면 이런 상황에서막 아저씨가 "미안하다 얘야 내가 아까 잘못계산 했더구나" 이러면서 물건도 주고 돈도 주고 이런 훈훈한 장면은 책에서나 나오는 장면이더라... 무조건 안된다고 당장 나가라고 내쫓김.</div> <div><br /></div> <div>그래서 다시 아까 거기 상가 뒷켠에 쪼그리고 앉아있는데 이번엔 저녁이라 어슴푸레하고 군청색으로 세상이 물들어서 더더욱 서럽게 울고 집에 들어감.</div> <div><br /></div> <div>그렇게 가니 엄마도 영마음에 걸리셨던지 와서 앉아서 저녁먹으라고 하고 그때 저녁에 아마 카레가 나왔었는데 카레 맛있게 다먹고 내방에서 무릎꿇고 손들고 30분동안 벌섬ㅋ</div> <div><br /></div> <div>세상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여러모로.</div> <div><br /></div> <div>그렇게 내 인생 첫 레고는 이렇듯이 아프고 서러운 추억들이 뭉쳐서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하지못하고 두달뒤에 놀이터에서 모래장난 하다가 잃어버림.</div> <div><br /></div> <div>내가 좀 뭐를 잘 흘리고 다니는 성격이라...</div> <div><br /></div> <div>쓰고 나니 엄청길어 졌는데 베오베 눈팅하다가 레고 게시판도 생겼고 오늘 머리도 너무 아파서 감성적이고 춥고 배고파서 동네 마트에 가서 카레 재료 사와서 카레 끓이다가 글적기 시작했는데 지금 다 끓였는데 이거 적느라 먹고 있질 못하네.</div> <div><br /></div> <div>나 이제 카레 먹으러 가야겠음 카레는 역시 청정원에서 나온 정성스럽게 우려낸 퐁드보 육수로 맛을 낸 카레 여왕이 짱이에요.</div> <div>매운거 좋아하는 사람은 핫스파이시 가루 왕창 넣고 나같이 혀가 여리디 여려서 매운거 보면 발작 일으키는 사람은 바나나망고 맛으로 사서 핫스파이시는 쓰레기통에 버리면 달달하고 깊은 맛의 카레를 드실수 있습니다.</div> <div><br /></div> <div>카레여왕 드세여.</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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