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어린 시절 이야기다.</p> <p> <br></p> <p>지금은 도시에 이사해서 살고 있지만, 어릴적에는 시골 마을 같은데 살았었다.</p> <p> <br></p> <p>우리집 뒤에는 산이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산이었는데,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따라붙었다.</p> <p> <br></p> <p>마을에서는 그 산을 "저주 받은 산" 이라고 불렀다.</p> <p> <br></p> <p>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도 절대로 그 산에 가면 안된다고 나에게 당부했었으니까.</p> <p> <br></p> <p> <br></p> <p> <br></p> <p>나 역시 산에는 가지 않았다.</p> <p> <br></p> <p>아무래도 산에 들어서면 그걸 기점으로 뭔가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 같았다.</p> <p> <br></p> <p>그리고 산에 들어간 사람은 그대로 실종된다고 하고.</p> <p> <br></p> <p> <br></p> <p> <br></p> <p>마을에서는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심령 스폿이기도 했다.</p> <p> <br></p> <p>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언제나 일정하게 누군가는 산을 찾았다.</p> <p> <br></p> <p>이른바 여행객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저주 받은 산이라는 건, 아마 마을 안에서만 도는 소문이었겠지.</p> <p> <br></p> <p>마을에는 딱히 기념품을 파는 곳 하나 없었기에, 솔직히 왜 이 마을에 관광을 오는지는 의문이었다.</p> <p> <br></p> <p>그리고 하필 산을 찾는 것도 의문이었고.</p> <p> <br></p> <p> <br></p> <p> <br></p> <p>하지만 여행객들은 산에 들어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내려온다.</p> <p> <br></p> <p>아니, 실제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p> <p> <br></p> <p>어느 여행객이 말하길, 산 속에는 허물어진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다른 여행객들도 저마다 그렇게 말했기에, 정말이겠거니 하고 나도 생각했다.</p> <p> <br></p> <p>어느날, 학교에서 친구가 산 속에 있는 신사 이야기를 꺼냈다.</p> <p> <br></p> <p>친구는 궁금한 것 같았다.</p> <p> <br></p> <p> <br></p> <p> <br></p> <p>"왜 신사가 있는데도 산이 저주를 받았는지" 말이다.</p> <p> <br></p> <p>나도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p> <p> <br></p> <p>그러자 친구는 내게 함께 산에 가자고 제안했다.</p> <p> <br></p> <p> <br></p> <p> <br></p> <p>아마 그때 내게, 공포심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p> <p> <br></p> <p>여행객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사히 돌아오는 걸 봤었으니까.</p> <p> <br></p> <p>분명 저주 같은 건 미신이라고 결론 내린 나와 친구는, 방과 후 같이 산에 가기로 했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집에서 회중전등과 모기약, 간식을 가지고 나섰다.</p> <p> <br></p> <p>친구랑 산에서 같이 간식을 먹자고 얘기했었거든.</p> <p> <br></p> <p>친구도 우리집에 들렀다가 같이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p> <p> <br></p> <p> <br></p> <p> <br></p> <p>물론 행선지가 어디인지,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않은채로.</p> <p> <br></p> <p>산에 들어섰지만,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p> <p> <br></p> <p>잔뜩 들뜬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p> <p> <br></p> <p> <br></p> <p> <br></p> <p>학교를 마치고 온 탓에, 해도 슬슬 기울고 있었다.</p> <p> <br></p> <p>[이래가지고는 간식 먹을 시간은 없겠네...] 하고 아쉬워하며, 나와 친구는 무난하게 신사에 도착했다.</p> <p> <br></p> <p>그리고 거기 도착해서야, 우리는 후회하게 되었다.</p> <p> <br></p> <p> <br></p> <p> <br></p> <p>신사... 딱 사당 안에서, 뭔가가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p> <p> <br></p> <p>우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멈춰서버렸다.</p> <p> <br></p> <p>무언가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실제로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p> <p> <br></p> <p> <br></p> <p> <br></p> <p>기분이 나빠졌다.</p> <p> <br></p> <p>친구는 얼굴이 완전히 굳어있었다.</p> <p> <br></p> <p>도망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발길을 돌리려해도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p> <p> <br></p> <p> <br></p> <p> <br></p> <p>위험하다는 생각은 했다.</p> <p> <br></p> <p>저주 받아 죽을 것 같았다.</p> <p> <br></p> <p>하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고, 머리는 어지러웠다.</p> <p> <br></p> <p> <br></p> <p> <br></p> <p>그러다 어딘가 먼 곳에서,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p> <p> <br></p> <p>망치를 땅에 떨어트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p> <p> <br></p> <p>그 소리와 함께 가위가 풀려, 나는 친구의 손을 잡아 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p> <p> <br></p> <p> <br></p> <p> <br></p> <p>도망치던 도중 몇번이고 나무 뿌리에 발을 걸렸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p> <p> <br></p> <p>넘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이었으니까.</p> <p> <br></p> <p>문득 나는 깨달았다.</p> <p> <br></p> <p> <br></p> <p> <br></p> <p>아직까지는 은은하게 아직 밝은 기운이 남아있던 하늘이, 점차 어둠에 깔리고 있다는 것을.</p> <p> <br></p> <p>공포심이 점점 커질 무렵,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p> <p> <br></p> <p>뒤에서 뭔가가 쫓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다.</p> <p> <br></p> <p> <br></p> <p> <br></p> <p>아니, 쫓아오고 있었다.</p> <p> <br></p> <p>버석거리며 풀을 헤치고, 확실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p> <p> <br></p> <p>잡히면 죽는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뒤를 흘끗 보자, 거기에는 끔찍한 꼴을 한 검은 원숭이가 쫓아오고 있었다.</p> <p> <br></p> <p>눈에 핏발을 세운 채.</p> <p> <br></p> <p>이대로 죽을거라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달려 겨우 산에서 빠져나왔다.</p> <p> <br></p> <p> <br></p> <p> <br></p> <p>산에서 나오니 검은 원숭이도 쫓아오지 않았다.</p> <p> <br></p> <p>겨우 한숨 돌린 뒤, 나는 떨리는 손발로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p> <p> <br></p> <p>그날 밤, 집안 사람들은 왠지 어두운 얼굴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특히 할머니는 뭔가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p> <p> <br></p> <p>불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p> <p> <br></p> <p>혹시 들켰나 싶어 동요했지만, 딱히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p> <p> <br></p> <p> <br></p> <p> <br></p> <p>저녁을 다 먹을 무렵, 전화가 왔다.</p> <p> <br></p> <p>나는 아직 산에서 겪은 공포를 잊지 못해, 어머니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p> <p> <br></p> <p>어머니가 든 수화기에서 전화 내용이 새어 들려왔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망연자실해질 수 밖에 없었다.</p> <p> <br></p> <p>전화를 걸어 온 것은 나와 산에 같이 같던 친구의 어머니였으니까.</p> <p> <br></p> <p>[A가 아직 집에 안 왔네요. 혹시 그 댁에 있지 않나요?]</p> <p> <br></p> <p> <br></p> <p> <br></p> <p>더는 뭐가 뭔지도 알 수가 없었다.</p> <p> <br></p> <p>내가 공포에 질려 산을 달려 내려올 때, 같이 손을 잡고 있던 친구는 사실 없었던 것이다.</p> <p> <br></p> <p>친구는 산에서 사라진 것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내 바로 곁에서.</p> <p> <br></p> <p>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p> <p> <br></p> <p>어머니가 [혹시 모르니?] 하고 물어봐도, [몰라요.] 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실로 어마어마한 거짓말쟁이였다.</p> <p> <br></p> <p>전화는 끊어졌다.</p> <p> <br></p> <p>친구의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죄책감이 나를 에워쌌다.</p> <p> <br></p> <p>거실로 돌아오니, 할머니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p> <p> <br></p> <p>그리고는 대뜸, [산에 갔느냐.] 하고 물었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p> <p> <br></p> <p>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p> <p> <br></p> <p>그러자 할머니는 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p> <p> <br></p> <p> <br></p> <p> <br></p> <p>[어째서 간거냐! 그곳은 저주 받은 곳이야! 너는 이미 씌어있어. 곧 찾으러 올게다!]</p> <p> <br></p> <p>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p> <p> <br></p> <p>찾으러 온다니...</p> <p> <br></p> <p> <br></p> <p> <br></p> <p>그 원숭이를 말하는 것일까.</p> <p> <br></p> <p>나는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랐다.</p> <p> <br></p> <p>[네 친구도 갔었지? 그 녀석은 너를 대신해 잡혀간거야.]</p> <p> <br></p> <p> <br></p> <p> <br></p> <p>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p> <p> <br></p> <p>친구가 나 대신 잡혀갔다는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해졌다.</p> <p> <br></p> <p>그리고 지금에 이른다.</p> <p> <br></p> <p> <br></p> <p> <br></p> <p>나에게는 다행히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p> <p> <br></p> <p>친구에게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모자랄 일이다.</p> <p> <br></p> <p>저주 받은 산.</p> <p> <br></p> <p> <br></p> <p> <br></p> <p>과거 내가 살던 마을은, 식인 마을이었다고 한다.</p> <p> <br></p> <p>식인종의 더러운 피를 증오한 나머지, 산의 신성한 신사가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p> <p> <br></p> <p>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사의 저주가 너무 강해 잦아들지를 않는다고 했다.</p> <p> <br></p> <p> <br></p> <p> <br></p> <p>그렇기에 저주를 직접 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p> <p> <br></p> <p>여행객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산을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p> <p> <br></p> <p>친구는 나를 대신해서 잡혀간 탓에 나는 멀쩡한 것이고.</p> <p> <br></p> <p> <br></p> <p> <br></p> <p>처음부터 저주를 받은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였던 것이다.</p> <p> <br></p> <p>저 원숭이 같은 것은 산신인지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p> <p> <br></p> <p>나는 그 이후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않고 있다.</p> <p> <br></p> <p> <br></p> <p> <br></p> <p>다음에 가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428?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1428?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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