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br></p> <p>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p> <p>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무시하며 살지 마십시오.</p> <p>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하여</p> <p>우리를 복되게도 하고 깊은 불행 속으로 빠뜨리기도 합니다.</p> <p> <br></p> <p>울산에서 방어진 쪽으로 가다보면</p> <p>현대조선소 조금 못 미쳐에 남목이라는 동네가 있습니다.</p> <p>이 동네에 당집이 있었는데,</p> <p>아파트 단지 이면도로를 만들면서 당집을 철거하여 버렸습니다.</p> <p> <br></p> <p>그런데 동장이 당집을 철거한 지 꼭 석달되는 날 죽어버렸습니다.</p> <p>후임 동장도 석달 만에 죽었습니다.</p> <p>또 그 다음에 간 동장도 석달 만에 죽었습니다.</p> <p>당집을 철거한 다음 동장 세 명이 차례로 세상을 하직한 것입니다.</p> <p> <br></p> <p>그것도 꼭 세 달의 간격을 두고….</p> <p> <br></p> <p>네 번째로 남목 동장으로 가게 된 사람의 부인은 불자였는데,</p> <p>크게 근심하여 나에게 상담을 하였습니다.</p> <p>“스님, 울산시청에 근무하던 제 남편이 남목 동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p> <p> <br></p> <p>스님, 불한해 죽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p> <p> <br></p> <p>"가급적이면 동네 노인들과 상의하여</p> <p>호젓한 자리에다 당집을 새로 짓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p> <p>하지만 그것은 뒷날의 이야기이고,</p> <p> <br></p> <p>남편께서는 당장 출근을 해야 할 형편이니,</p> <p>반야심경 3편씩을 외우게 하십시오.</p> <p>그리고 보살님은 남편을 대신하여 기도를 하십시오.</p> <p>하루 두 시간 내지 세 시간씩 집에서 백일 동안 기도를 하십시오.</p> <p>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p> <p> <br></p> <p>이렇듯 당집을 철거하거나 불도저 등으로 산을 마구잡이로 밀어</p> <p>화를 당하였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p> <p>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p> <p> <br></p> <p>그 영(靈)의 세계가</p> <p>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이야기들입니다.</p> <p> </p> <p>그러나 우리는 '나' 에게 직접 닦치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개 넘겨 버리고,</p> <p>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무시해 버립니다.</p> <p>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p> <p>그 세계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님니다.</p> <p>그 존재의 생존 양식이 우리와 달라</p> <p>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을 뿐입니다.</p> <p> <br></p> <p>체체적으로 우리가 지내는 제사를 통해 이를 한번 생각해봅시다.</p> <p> <br></p> <p>제사를 지내면 죽은 조상이 옵니까?</p> <p>소위 말해 귀신이 제사음식을 먹습니까?</p> <p> <br></p> <p>경주 남산의 동북쪽 기슭에 보리사라는 절이 있습니다.</p> <p>1990년대 초,</p> <p>이 보리사에서 40대의 보살이 아버지의 49재를 지냈습니다.</p> <p>그녀는 49일 동안 아버지를 위하여</p> <p>경전도 많이 읽고 염불도 열심히 하였습니다.</p> <p> </p> <p>한가지 일에 정성을 모아 몰두하면 식(識)이 맑아지듯이,</p> <p>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천도한 그녀도</p> <p>어느 때 보다 마음이 맑았습니다.</p> <p>드디어 49일이 되어 막재를 지내는 날,</p> <p> <br></p> <p>그녀가 법당에 앉아 있는데,</p> <p>아버지가 법당으로 들어오시드니</p> <p>영단 쪽으로 가는 모습이 선연히 보이는 것이였습니다.</p> <p>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p> <p> <br></p> <p>“아이구, 아버지께서 어디에 앉으실까?”</p> <p>위패를 비롯하여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영단 위에</p> <p>아버지가 앉을 만한 공간이 없음을 느끼고 그렇게 소리친 것입니다.</p> <p> <br></p> <p>그러나 다음 순간 예상 밖의 모습이 보였습니다.</p> <p>영단에 모시는 위패는 보통 종이로 연꽃을 만들어 그 위에 세웁니다.</p> <p>그런데 아버지께서 바로 그 연꽃 위에</p> <p>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로 앉는 것이였습니다.</p> <p>가족들이 바치는 잔을 매우 기쁘게 받으시고 ,</p> <p>차려 놓은 음식을 매우 흡족해하면서 맛있게 드시는 것이였습니다.</p> <p> <br></p> <p>얼마 후 그녀는 나에게 말했습니다.</p> <p>"스님, 그날 이후 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p> <p> <br></p> <p>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고 49재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p> <p>남들이 하는 것처럼 피상적으로 하였을 뿐,</p> <p>눈에 보이지 않는 저쪽 세계가 참으로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p> <p>그런데 아버지께서 그 좁은 연꽃 위에 편안히 앉으시고,</p> <p>가족들이 올리는 전과 차린 음식을 그렇게 흐믓하게 드실 수가 없었습니다.</p> <p> <br></p> <p>이제 저는 세상을 눈꺼풀에 덮여 있는</p> <p>이 눈으로만 쳐다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p> <p> <br></p> <p>요즘음은 제사음식 장만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합니다.</p> <p>눈에 보이는 것과 현실적인 이익을 소중히 여기는</p> <p>현대인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p> <p>많은 돈에 힘까지 들여 푸짐하게 차려 놓은 음식 가운데</p> <p>밥 한톨 드신 흔적이라도 있고,</p> <p>술 한 모금 마신 표라도 있으면 보람이라도 있을텐데,</p> <p>다녀 가신 것조차 느낄 수 없으니,</p> <p>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힘들기도 할 것입니다.</p> <p> <br></p> <p>그러나 그 음식을 드시는 분이 우리와 같은 육신을 지니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p> <p> <br></p> <p>다른 생존 양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p> <p>음식을 먹어도 그 음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 뿐,</p> <p>실제로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p> <p> <br></p> <p>곧, 그분들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육신의 세계가 아니라</p> <p>영적인 법신(法身)의 세계에 살고,</p> <p> <br></p> <p>인간이 볼 수 없는 법신의 몸으로 와서 드시는 것이기 때문에</p> <p>오신 것을 느낄 수도 없고,</p> <p>먹은 흔적조차 없는 것일 뿐,</p> <p>실지로는 오시고 또 먹는다는 것입니다.</p> <p> <br></p> <p>만약 우리 불자들이 보리사에서 49재를 올린 경주 보살처럼,</p> <p>영가가 직접 와서 좌정을 하고 음식을 드시는 것을 체험하였다면,</p> <p>그야말로 제사음식을 만드는 일에 정성을 다할 것이고,</p> <p>위패를 모시는 정도가 아니라 조상들이 와서 앉을 수 있는</p> <p>자리까지도 제사상 앞에 따로 마련할 것입니다.</p> <p> <br></p> <p>간절히 당부하건데,</p> <p>우리의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고 하여</p> <p>눈에 보이지 않는 반쪽의 세계를 무시하며 살지를 마십시오,</p> <p>‘죽으면 그만이요,</p> <p>이 세상 외의 다른 세상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지 마십시오.</p> <p> <br></p> <p>보이는 반쪽 세상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반쪽 세상 또한 중요합니다.</p> <p>우리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는</p> <p>그 반쪽 세계가 언제나 평소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p> <p> <br></p> <p>불자의 살림살이 중에서 우룡 큰스님</p>
<br><b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03/16165569630559b06d49a347e28ab8d598f48abd93__mn794685__w336__h420__f6183633__Ym202103__ANIGIF.gif" alt="16165569630559b06d49a347e28ab8d598f48abd"><br><br><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03/1616556947a80fdb2e91e14d11afe64f80868c767a__mn794685__w600__h750__f8701447__Ym202103__ANIGIF.gif" alt="1616556947a80fdb2e91e14d11afe64f80868c76"><br><br><img_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03/1616556978b0b296d46a94449f9ed5175e39e81362__mn794685__w400__h444__f8595509__Ym202103__ANIGIF.gif" alt="1616556978b0b296d46a94449f9ed5175e39e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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