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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년 이탈리아 북부의 방앗간 주인인 도미니코 스칸델라(1532∼1599)라는 사람은 이단으로 몰려 종교 재판에 넘겨져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성경의 가르침을 완전히 부정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닌 것이 문제가 되어서였습니다.
"성직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성경에서 신이 혼자서 세계를 창조했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그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 해서 탄생했느냐고? 그 비밀은 내가 알고 있다. 잘 들으라.
원래 태초의 세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엉켜 있었던 커다란 카오스, 즉 혼돈이 세상의 시초였다.
그 혼돈은 바닷물의 거품에 부딪쳐서 치즈처럼 굳어서 커다란 덩어리로 변했고, 치즈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처럼, 덩어리의 안쪽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생겨났다.
(사진은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명물 음식인 카수 마르주. 구더기가 꼬인 치즈인데, 아마 도미니코는 저런 모습을 보고 자기 나름대로 창세 신화를 지어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 벌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능을 갖추고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는데, 그것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존재가 신이었고 그 다음은 천사였고 마지막의 부류가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절대유일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설이 만고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중세 유럽에서 도미니코의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단이자 사이비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도미니코는 종교 재판에 넘겨져서 징역 2년 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도미니코는 징역을 다 살고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도미니코는 1599년, 불에 태워 죽이는 화형을 당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출처 |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32~3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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