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피곤해" <div><br></div> <div>오늘도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집으로 들어가는 혜주는 습관처럼 오피스텔 현관앞에서</div> <div>한숨을 쉬며 한탄하듯 혼잣말을 내뱉었다.</div> <div><br></div> <div>언제나처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남성의 것으로 짐작되는</div> <div>구두굽 소리가 울려퍼졌다.</div> <div><br></div> <div>더그닥-더그닥</div> <div><br></div> <div>혜주는 이 시간대에 오피스텔에서 다른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떄문에</div> <div>등줄기에 은근슬쩍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div> <div><br></div> <div>요즘 워낙 여성대상 범죄가 많아서 그런지 그녀는 구두굽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div> <div>그 찰나의 순간에 수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였는지, 이내 혜주의 대각선 뒤쪽에서 멈춘 구두굽소리</div> <div>주인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div> <div><br></div> <div>"날이 많이 쌀쌀해졌네요."</div> <div><br></div> <div>혜주가 살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조금은 미소년처럼 보이는 훈훈해보이는 스타일의 </div> <div>젊은 남성이 <span style="font-size:9pt;">그녀를 쳐다보며 사람좋은 웃음을 싱긋, 하고 지어보이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느새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고 엘리베이터안에서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몇 층 가세요?"</div> <div><br></div> <div>사람좋은 웃음을 다시 짓는 그가, 찰나의 침묵을 끊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div> <div><br></div> <div>"저...7층이요"</div> <div><br></div> <div>남자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말 없이 7층을 누르곤 다시 9층을 눌렀다.</div> <div><br></div> <div>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동안,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div> <div><br></div> <div>"9층에 사시나봐요"</div> <div><br></div> <div>"아...네, 유학갔다 얼마전에 돌아왔거든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이후로, 그녀는 퇴근시간이 되면 종종 오피스텔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div> <div>그도 비슷한 시간대에 집으로 들어가는지, 적어도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그녀와 마주쳤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는 그녀의 집 층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탈 때마다 항상 그녀의 집 층 버튼을 대신 눌러줬다.</div> <div>엘리베이터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그들은 <span style="font-size:9pt;">이름, 나이, 하고있는 일 등등을 얘기하며 </span><span style="font-size:9pt;">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그녀는 옷도 센스있게 잘 입고, 상냥하며 얼굴까지 훈훈한 그에게 점점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녀가 그를 만난지 한달이 다 되갔을 무렵,</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나, 어머나 정말이야? 어쩜 좋아. 여자친구는 있대??"</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니..그런건 안 물어봤지.."</span></div> <div><br></div> <div>"야이 등신같은년!! 딱 봐도 남자한테 뻑 갔구만, 요즘시대에 그런남자 어디서 구하냐? 딴년이 채가기전에 먼저 선수쳐!</div> <div>얼굴잘생겼지, 매너좋지 키 크지, 게다가 유학파 회계사라니...아 그냥 내가 확..!!"</div> <div><br></div> <div>혜주는 단짝친구인 지윤을 만나 카페에서 한창 그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여자친구 있으면 어떡해...앞으로 계속해서 마주칠텐데 무안해서 얼굴도 못보게 되면"</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럼 나한테 넘기든가~"</span></div> <div><br></div> <div>"무, 무슨 소리야!!"</div> <div><br></div> <div>그녀는 순간적으로 욱!하며 몸을 살짝 일으키려다가, 이내 스스로에게 당황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div> <div><br></div> <div>"에휴.. 요년 완전 갔네 갔어. 그래 니꺼해라, 번호따면 다시 연락해 알았지?"</div> <div><br></div> <div>지윤은 져준다는듯한 느낌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살짝 띄우고는, 카페테이블에 놓인 키 뭉치를 들어</div> <div>검지손가락에 끼우고 <span style="font-size:9pt;">빙빙 돌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다. 평소처럼 너무나도 쿨한 모습이었다.</span></div> <div><br></div> <div>'그래, 까짓거 한번 질러보자'</div> <div><br></div> <div>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스스로 용기를 내며 다짐을 하고는, 다시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저녁, 언제나처럼 똑같은 퇴근길이었지만, 오늘은 그녀에겐 조금은 달랐다.</div> <div><br></div> <div>'아직 안온건가...?설마 벌써 들어간건 아니겠지? 내가 평소보다 좀 빨리왔으니까 좀만 더 기다려보자'</div> <div><br></div> <div>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저쪽에서 그가 오는 구두굽소리가</div> <div>들려오면 자신도 이제야 막 도착한듯이 자연스럽게 가기 위해 오피스텔 인근 공터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한 30분정도를 그렇게 기다렸을까,</div> <div><br></div> <div>더그닥...더그닥</div> <div><br></div> <div>평소보단 조금 늦은감이 있는 시간에 그의 구두굽 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div> <div>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오피스텔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또각, 또각</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더그닥-더그닥</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또각, 또각</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더그닥-더그닥</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또각,</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 혜주씨?"</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머, 승원씨"</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늘은 좀 늦게 퇴근하셨나봐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의 돌발적인 질문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대처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 요 앞 편의점에 잠시 들렀다오느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늘도 역시 그는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언제나 그렇듯, 그는 그녀대신 그녀가 사는 7층 버튼을 누른 후, 다시 9층버튼을 눌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1층..</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2</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3</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F</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span></div> <div><br></div> <div>"저...승원씨는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div> <div>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보며 살짝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울려퍼졌다.</div> <div><br></div> <div>그는 조금은 당황했는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그녀를 살짝 쳐다보고는 <span style="font-size:9pt;">이내 멋쩍은듯 귓볼을 만지작 거리며 </span><span style="font-size:9pt;">말했다.</span></div> <div>"아...제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않아서 아직..."</div> <div><br></div> <div>띵.</div> <div><br></div> <div>7층입니다.</div> <div><br></div> <div>그의 대답과 거의 동시에, 엘리베이터는 7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그럼 이거 받아주세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혜주는 그의 양복 왼쪽 호주머니에 종이 하나를 집어놓고는 문이 </span></div> <div>열리자마자 후다닥하고 <span style="font-size:9pt;">도망가버렸다.</span></div> <div><br></div> <div>"아..."</div> <div>정장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꺼낸 종이에는 그녀의 번호와, 만날 수 있느냐는 짧은 고백글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혜주는 아침까지도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꼬박 밤을 새버렸다.</div> <div>다행히 오늘은 비번이라, 출근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녀는 티비를 보다가 결국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해가 쩅쨍하게 뜬 오전에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얼마나 잤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왜애애애애애앵- 왜애애애애애엥</div> <div>삐용 삐용 삐용</div> <div><br></div> <div>밖에서나는 요란한 사이렌소리에 깨난 그녀가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자,</div> <div>오피스텔 현관에 쫘악 깔린 <span style="font-size:9pt;">경찰관과 엠뷸런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둘러진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span></div> <div><br></div> <div>순간 화재가 난 것인가 깜짝 놀란 그녀는, 이내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div> <div>화재라고 하기엔, 그들은 너무나도 태평한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숙덕숙덕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무슨일일까? 도둑이라도 들었나?'</div> <div><br></div> <div>그녀는 대충 외투를 걸치고는, 조심스럽게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div> <div>문을 열어 복도를 걸어 비상계단으로 가자,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경찰관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윗층에서 무슨일이 난건가?'</div> <div><br></div> <div>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불현듯 그가 떠올랐다.</div> <div>설마 그에게 무슨일이 생긴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한 그녀는 사태파악을 하기위해 재빨리 계단을 밟고 내려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현관문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자, 평소에 쓰레기를 버리러 왔다갔다하며 안면이 있던 옆 호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안녕하세요 아주머니. 혹시 저희 건물에서 무슨일 생겼나요?"</div> <div><br></div> <div>아주머니는 그녀를 쳐다보곤 반갑다는듯이 인사를 건내고는, 이내 소름이 돋는지 양 손을 교차해서 팔을 잡고 </div> <div>부르르떨며 <span style="font-size:9pt;">얘기를 꺼냈다.</span></div> <div><br></div> <div>"아이고 말도 말어, 글쎄 905호가 두달째 관리비도 안내고 월세도 안내고 전화도 안받아서, 오늘 오전에 아파트관리인이</div> <div>그 집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글쎄 집안에서 비릿한 피냄새랑 무슨 음식썩는 역한 냄새가 같이 섞여서 났다는거야."</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더 소름이 돋았는지 눈두덩이까지 푸르르 떨리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서 관리인이 그 냄새의 출처를 따라 부엌으로 향했더니, 식탁에 냉장고에서 꺼낸것같은 반찬들이 곰팡이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슬고 썩은상태로 </span><span style="font-size:9pt;">가득 쌓여져 있더래. 그래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세상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 역시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냉장고 내용물은 싹 빠져있고 그 안에 토막난 여자 머리가 투명비닐에 포장돼서 들어있었다는거야 글쎄!!</span></div> <div>에구머니나, 더 무서운건, 그 주변으로 포장을 뜯어낸 피묻은 빈 봉지들이 널부러져 있었대. 이게 대체 무슨일이니! 어휴 소름끼쳐!"</div> <div><br></div> <div>그 얘기를 듣자 그녀는 발끝에서 등줄기까지 소름이 차오르는것을 느꼈다.</div> <div><br></div> <div>얘기만 듣고도 상황이 이해가 됐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누군가가 집 주인을 토막내 죽이고, </div> <div>그것을 냉장고에 담아놓고서 먹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div> <div><br></div> <div>"우욱!"</div> <div><br></div> <div>그녀는 참지못하고 분리수거장 뒤 공터로 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뒤늦게 따라온 아주머니가 괜찮나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줬다.</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도저히 저 오피스텔로 다시 갈 자신이 없었다.</span></div> <div>그녀는 부모님께 연락해 오피스텔에서 생긴 일을 설명하고, 몇일동안을 주변 모텔에서 지냈다.</div> <div><br></div> <div>그 와중에도 그녀는 그 남자는 어떻게 된 것일까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div> <div><br></div> <div>결국 며칠이 지난 후, 그녀는 퇴근길에 참지못하고 모텔이 아닌 오피스텔로 향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머리는 스스로를 미쳤다고 생각하며 가면 안된다고 자책했지만, </span></div> <div>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몸은 무의식적으로 <span style="font-size:9pt;">그곳을 향하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가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서성인지 얼마 되지않아, 코너를 돌고있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그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는 언제나처럼 깔끔한 복장에 한결같은 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div> <div>조금 다른점이라면, 평소에는 머리에 뭔가를 쓴 적이 없었던 그가 군색 빵모자를 쓰고 있었다는것.</div> <div><br></div> <div>그렇게 둘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div> <div><br></div> <div>"혜주씨, 그때 그 쪽지말인데요...사실...너무 고마웠어요. 저도 쭉 좋아했었거든요."</div> <div><br></div> <div>그가 말을 끝내자, 그녀는 속으로 날아갈듯이 기뻐했다.</div> <div><br></div> <div>"그..그럼 우리"</div> <div><br></div> <div>"네 사겨요"</div> <div><br></div> <div><br></div> <div>띵.</div> <div><br></div> <div>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div> <div><br></div> <div>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두 남녀 한 쌍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쌓인 오피스텔에 서 있었다.</div> <div>그리고 언제나처럼 그가 그녀대신 7층의 버튼을 눌렀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저, 승원씨 9층은..."</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쿵-</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이내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span></div> <div>당황해서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아니, 평소처럼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듯한 그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치켜 올라가며 소름끼치는 얼굴이 들어왔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 이제 9층은 더 이상 안가요. 아니 갈 필요가 없어졌어. 이제는 7층이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짝짝짝짝짝짝짝짝짝</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홀을 가득 매우는 큰 박수소리와 플래시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스크린에 비추는 큰 화면이 꺼짐과 동시에 어두웠던 홀 내부곳곳에 있는 조명들이 켜지고,</div> <div>그 스크린 아래에는 배우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이 긴 책상에 일렬로 앉아 있었다.</div> <div>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커다란 영화포스터가 붙어있었다.</div> <div><br></div> <div>'장진석 감독이 선보이는 2014년 최고의 공포, 버튼 눌러주는 남자'</div> <div><br></div> <div>조명이 켜져도 여전히 객석에서는 박수갈채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퍼지고 있었고, <span style="font-size:9pt;">모두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영화의 긴장감있는 연출과 뛰어난 연기자들의 연기,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진행, 그리고 적절한 </div> <div>반전에 <span style="font-size:9pt;">시사회장은 떠들썩한 분위기였다.</span></div> <div><br></div> <div>박수소리가 줄어들고, 곧 인터뷰를 하려는듯 분주한 움직임들이 홀 내에서 일어났다.</div> <div><br></div> <div>곧, 스크린 아래 서 앉아 있는 배우와 감독에게 각종 질문세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장 감독님,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지금껏 이렇다 할 공포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한국에서,</div> <div>간만에 대단한 수작이 나온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장진석 감독. </div> <div><br></div> <div>추리, 스릴러, 호러스토리작가로 처음 세상에 이름을 날린 그는 <span style="font-size:9pt;">몇몇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베스트셀러 소설들을 편찬해내며, 마침내 영화감독의 자리에까지 올라서게 된 인물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는 시사회가 끝나고 쏟아지는 플래시세례와 질문을 받으면서도 중간중간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한 기자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div> <div><br></div> <div>"근데 아까부터 계속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계시는데...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div> <div><br></div> <div>"아, 별거 아닙니다. 그저 좀 확인해야 될 것이 있어서"</div> <div><br></div> <div>의아해하는 기자가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12시 정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이어 또 다른 기자의 질문이 터져나왔다.</div> <div><br></div> <div>"이전 호러영화인 '나는 거울을 보았다'에 이어서 이번 영화 '버튼 눌러주는 남자'에서도 역시도 감독님 특유의 그</div> <div>섬뜩한 느낌을 잘 느낄 수 있었는데요,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매번 이렇게 걸출한 작품을 뽑아내는 비결이 대체 뭔가요?"</div> <div><br></div> <div>장 감독은 영화에 크게 감명을 받은 듯 잔뜩 들떠서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바라보고, 고개를 숙여 손목에 찬 그의 시곗바늘을</div> <div>바라 본 후, 다시 그 기자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비결이라...하하...뭐 특별히 그런건없지만, 기자님은 혹시 그냥 작가와 프로 작가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div> <div><br></div> <div>기자는 조금은 뜬금없는 그의 역질문에 의아한듯 고개를 살짝 꺾어보이고는 그에게 말을 건냈다.</div> <div><br></div> <div>"아, ...글쎄요 하하.. 뭐 글의 짜임새나 자연스러운 연결, 표현같은것의 차이 아닐까요?"</div> <div><br></div> <div>기자의 대답을 들은 그는 어느정도 만족스러웠는지 특유의 그 사람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div> <div>그의 입꼬리는 평소보다도 더욱 더 위로 치켜올라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로하여금 소름이 끼칠정도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하, 어느정도 맞추셨습니다. 네, 저는 보통작가와 프로작가의 차이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div> <div>보통의 작가가 스스로 머리속에서 짜낸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스토리를 짜고, 작품을 만들어낸다면</div> <div>프로작가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내 자신에게 일어난 실제 일들이나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글을 쓴 다는 것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같은 시각, 각 주요 신문사에선 한 가지 기사가 주요기사로 찍히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999년 xx동 오피스텔 미해결 토막 살인사건, 오늘로 공소시효 만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