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대략 2년전 갑작스런 남편의 전근으로 </p> <p>시댁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가게 되었다. </p> <p><br></p> <p>따로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p> <p>시댁에 들어가 홀어머님과 동거를 시작했을 때</p> <p>70대의 시어머님이 30대의 며느리에게 말하길</p> <p><br></p> <p>"너와 나는 오랫동안 따로 살았다가</p> <p>이제 같이 살게 되었으니 분명 서로 맞지 않아</p> <p>싸우기도 하고 화를 낼 것이다. </p> <p>그러니 딱 2년만 같이 살자. </p> <p>2년 후에는 니네가 분가를 하든 </p> <p>뭘하든 신경쓰지 않겠다.</p> <p>우리 2년만 같이 살아보자.."</p> <p><br></p> <p>말이 쉽지 시집살이는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p> <p>한번도 어르신과 살지 않았던 나라 눈치보느라</p> <p>스트레스도 심했고 탈모까지 왔을 정도였다.</p> <p>그럼에도 같이 살 수 있었던 건</p> <p>남편과 싸웠을 때 울기만 하던 나를 안아주며</p> <p>남편을 나무라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p> <p>세대차이가 나더라도 무시하지 않으시고</p> <p>내 말에 기꺼이 귀기울어주셨던</p> <p>어머님의 배려 덕분이었다.</p> <p><br></p> <p>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p> <p>약속한 2년이 다 되었을 때에는 </p> <p>난 이미 분가할 마음은 거의 사라졌고 </p> <p>오랫동안 기다려온 둘째 아이도 가지게 되어 </p> <p>앞으로도 어머님과 함께 </p> <p>함께 행복하게 살 날만 바랬다.</p> <p><br></p> <p>하지만 어머님은 2년 1개월을 갓 넘기자마자</p> <p>너무나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나셨다.</p> <p>장례식이 끝난 어제,</p> <p>나는 임신한 배를 부여잡고</p> <p>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p> <p><br></p> <p>진짜로 2년만 살고 가시면 어쩌냐고.</p> <p>이제야 어머님께 진짜 효도할 수 있는데</p> <p>이렇게 가버리시면 난 어떻게 하냐고.</p> <p><br></p> <p>2년이 지났지만</p> <p>난 앞으로도 이 집에서 살 생각이다.</p> <p>어머님의 흔적이 집안 가득 살아있는 </p> <p>이 곳에 남아 내 아이들에게</p> <p>알려줄 것이다.</p> <p>할머니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했는지.</p> <p>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p> <p><br></p> <p><br></p> <p>어머님.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p> <p>어머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p> <p>어머님이 사랑하신 손자 손녀들..</p> <p>이제 그 몫까지 제가 사랑할께요.</p> <p>그러니 부디 편히 눈감으시고 </p> <p>하늘에서 아버님과 행복하게 지내세요.</p> <p>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 까지...</p> <p>어머님, 사랑합니다. <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