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이제부터 팀에서 제일 바빴다는 사수얘기를 하겠음.</p> <p>첫 만남부터 바빠보였던게, 현장에 들어가는 무진가방 매고 숨을 헉헉 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온 모습이 기억에 선명함.</p> <p>음.. 뚱뚱한건 아니지만 통뼈같이 덩치가 컷음. 특히 팔도 다리도 굵고. 얼굴은 일반인이지만 뭔가 오우거의 포스랄까.</p> <p>그래서 이분을 오우거 과장이라 칭하겠음. </p> <p> </p> <p>근데 오우거 포스와는 다르게 말투가 되게 똑 부러졌으며, 전형적인 서울사람 마냥 높낮이가 확실하고 상냥하고 애교있는</p> <p>나긋나긋한 말투였음. 엄할때는 엄청 차가운 느낌이었던거 같음.</p> <p>처음 사무실 들어왔을때 부터 뭐랄까 사람들이 개선장군 바라보듯이 우르르 몰려와서 같이 커피한잔 하자. </p> <p>술약속 잡자 하면서, 딱 봐도 이 회사의 인기쟁이 였음. 그도 그럴게 프로그램하면서 기구 조립이나 비전세팅 인원들과</p> <p>거리두고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분은 그분들한테도 특유의 상냥한 말투로 나긋나긋 했고, 그런걸 다 떠나서 현장에서</p> <p>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능력이 좋아서 다들 많이 의지하는 느낌이었음.</p> <p> </p> <p>첫인사 할때도 "얘기는 들었어요. 우리 같이 잘 지내봐요~~" 하면서 싹싹하게 말해주었음.</p> <p>회사생활 1년넘게 하고나서 들은 히스토리들이 있는데. </p> <p>이 회사는 사장님, 연구소장님 두분이 핵심 프로그래머 들이었고 영업은 부사장님, 거의 이 세 사람이서 회사를 키웠다고 볼 수 있었음.</p> <p>예전 회사에서는 검사 알고리즘이 필요할때는 Mil 이나 Cognex 라이센스키를 구매해서 유료 라이브러리를 가져와서 사용했는데,</p> <p>이곳은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직접 구현한 검사 알고리즘을 사용했음.</p> <p> </p> <p>우리 오우거 과장은 그런 사장님, 부사장님이 한창 달리시던 시절에 사장님 부사수로 같이 여기저기 많이 굴러온 고인물이었음.</p> <p>이 회사는 또 특이한게 사장님이 짠 프로그램 스타일과, 연구소장님이 짠 프로그램 스타일이 다르다는 거임.</p> <p>그러다 보니 사장님 프로그램 잘 다루는 인력들과 연구소장님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인력들이 따로 구분되었음.</p> <p>(뭐 물론 어차피 프로그램이라는게 스타일 다르다고 못다루는건 아니지만, 어느 회사든 베이스 프로그램에서 여러 장비를 </p> <p>재탕 삼탕 우려먹으며 장비가 나가기 때문에, 이미 한쪽 스타일이 익숙한 사람은 처음 다루는 사람보다는 코드 분석 속도에 있어</p> <p>이미 60~70%는 먹고 들어가는 의미임)</p> <p> </p> <p>아무튼 오우거 과장은 사장님 스타일 고인물.. 그리고 사장님은 해외쪽을 많이 납품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우거 과장은 해외출장을</p> <p>거의 전담하듯이 이리저리 다니게 된거 같음. 그리고 이분 덕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장님도 볼 수 있었음. 두사람이 얼마나</p> <p>오래 같이 일했던지, 사장님이 슥 지나가니까 오우거 과장이 사장님 어께동무를 떡! 하면서 </p> <p>사장님~ 오늘 왠지 회식이 하고싶은데 법카가 없네요!? 보니까 새차 좋은거 뽑으셨더만~ 차산 기념으로 어떻게 카드좀 빌려주시죠?</p> <p>그러니까 사장님이 허허.. 웃으면서 슬쩍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시는거임.</p> <p>법카는 안되고, 내 개인카드니까 맛있는거 사먹어. 하면서....ㅎㅎㅎ</p> <p> </p> <p>이벤트가 많이 발생하는 NPC같은 분인데, 내가 대만 프로젝트 지원하게 되었을때도, 국내 셋업때, 같이 공장에 가겠다고 나를 데리고 회사나와서 갑자기 지하철역 앞에 차를 딱 대면서</p> <p> </p> <p>오우거과장: 내려.</p> <p> </p> <p>나: 네?</p> <p> </p> <p>오우거 과장: 내리라고.</p> <p> </p> <p>나: 왜요?</p> <p> </p> <p>오우거 과장: 나 와이프랑 영화보러 갈꺼야. 그러니까 너도 내려서 집에 가라고.</p> <p> </p> <p>나: 아니 지금 업무 시간인데...</p> <p> </p> <p>오우거 과장: 업무 니가하냐? 형이 하잖아. 다 해놨으니까 걱정말고 집가. 여긴 일만 잘하면 돼.</p> <p>그리고 괜히 다시 회사가지마라. 그럼 나 땡땡이 친거 걸리잖아. 공부 할꺼면 집가서해.</p> <p> </p> <p>그렇게 오우거 과장이 있을 무렵엔 이렇게 일과 땡땡이 치는 이벤트가 가끔씩 발생했음. </p> <p>항상 보면 와이프 와이프 거리는데 진짜 와이프 바라기였음. 전화통화 하는거 보면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떨어지는데</p> <p>보면서도 와~ 금슬 좋다. 라는 말이 그냥 나옴.</p> <p> </p> <p>잘 챙겨주셨고, 같이 있는동안 참 재미있었음. 하나 아쉬운건 프로그램적으로 무언가 이끌어 주시진 않았음.</p> <p>좀 심도있는 영역으로 질문을 하면, 날로먹지말고 공부해라. 하면서 선을 딱 그어버리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그런 부분 외엔 </p> <p>참 좋은 사수였음.</p> <p> </p> <p>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이 때쯤 오우거 과장님 와이프 분이 임신 중이셨고, 조만간 출산예정 이었음.</p> <p>항상 해외출장만 정신없이 다니다가, 팀장님께 다짐을 한 상태였음. 내 새끼 태어나는건 꼭 옆에서 보겠다고.</p> <p>그런 상황에 대만에 나가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팀장은 나를 붙여서 오우거 과장대신 대만에서 프로그램 지원하는 역할을</p> <p>수행하도록 한거임. 당연히 오우거 과장 입장에선 내가 못하면 결국 자기도 골치아파 지는거고, 챙기면서 키울만한 가치는 있는</p> <p>인물인 거임.</p> <p>필요에 의한것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사람이 괜찮았음. </p> <p> </p> <p>대만 출장이 코앞까지 닥쳐온 어느날.....</p> <p>우리팀에 중국으로 출장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신규로 나오게 됨. 당연히 팀장 앞으로 내려온거고, 팀장이 진행하는걸로</p> <p>얘기가 되었는데. 팀장이 나를 서포트로 쓰겠다고 하는거임.</p> <p> </p> <p>오우거 과장은 많이 황당해 했고. 회식자리에서 팀장님께 조심스레 얘기했음. </p> <p>(이분은 또 보기 좋은게, 윗사람한테 과하리 만큼 깍듯했음.)</p> <p> </p> <p>오우거 과장: 팀장님. 업무 관련해서 팀장님께 여쭈어봐도 될까요? 약간 제 입장에선 아쉬운 소리이긴 한데...</p> <p> </p> <p>팀장: 응. 그래. 해봐.</p> <p> </p> <p>B 과장: oo씨. 나가요.</p> <p> </p> <p>나: 네? 저요?</p> <p> </p> <p>B 과장: 당신 낄 자리 아니니까 나가 있으라고요.</p> <p> </p> <p>나: (뭐지 이새끼는....?)...아 네. 제가 들을 얘기가 아닌가보네요.</p> <p> </p> <p>오우거 과장: B과장님. oo이도 우리 팀원인데 왜 그렇게 말합니까? </p> <p> </p> <p>B 과장: 네?</p> <p> </p> <p>오우거 과장: 아무리 우리보다 어려도, 그렇게 얘기하면 되냐구요. 입장바꿔서 기분 안나쁘겠어요?</p> <p> </p> <p>B 과장: 알았어요...oo씨 미안해요.</p> <p> </p> <p>오우거 과장: oo아. 너도 우리 팀원이니까 나가지 말고 들어.</p> <p> </p> <p>그리고 하는 얘기가 위에서 말한 그 얘기임. 분명 애기 태어나는거 볼수있도록 약속하고, 자기가 여태까지 팀장꺼도 출장 나가주면서</p> <p>개처럼 일해왔는데, 왜 이제와서 나를 팀장이 데려가려고 하느냐. 그럼 대만에는 누가 나갈거냐. 이건 아니지않냐.</p> <p> </p> <p>메가통 팀장은 엄청 단호하게. 내가 팀장이야. 팀장 결정이라고. 그말 뿐이었음.</p> <p>그냥 지도 중국 나가기 싫으니까 나를 뺐어가는거라고 말하지 그래...</p> <p> </p> <p>오우거 과장: 제가 팀장님보다 이 회사 더 오래 다녔고,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요, 정든 회사지만 저한테는 가족이 더 중요합니다.</p> <p>일생에 한번뿐인 첫 딸내미 출산인데, 이때 같이 못있어주면 평생 후회하겠죠. 회사는 다른데 다녀도 됩니다 저는.</p> <p> </p> <p>B 과장: 팀장님...다시한번 재고해 주세요....(히잉히잉...이새끼 말투가 좀 비음 섞여서 앵앵거림)</p> <p> </p> <p>팀장: 아니 안바꿔줘. 못바꿔줘.</p> <p> </p> <p>그리고 오우거 과장은 뒤도 안돌아 보고 담날 바로 사직서 내버림. 회사 나가면서 나를 따로 불러서 말했음.</p> <p> </p> <p>오우거 과장: oo아. 갑작스레 너한테 미안하게 됬다. 그래도 프로그램 그동안 많이 봤으니까 간단한것 정도는 너도 수정할 수 있지?</p> <p> </p> <p>나: 못하더라도 해야죠. 과장님 결정 이해 합니다.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저야 감사할 뿐이죠.</p> <p> </p> <p>오우거 과장: 영상처리 검사 알고리즘쪽은 너한테는 아직 무리겠지만, 내가 어느정도 다 해놨고. 아마 그 부분은 팀장님이나</p> <p>다른 과장들, 아니면 사장님, 연구소장님이 지원할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가 할수있는 일만 하면된다.</p> <p> </p> <p>나: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p> <p> </p> <p>그렇게 회사앞까지 배웅해 드리고 사무실에 오니 B 과장이 머리를 움켜쥐고 자기 자리에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음.</p> <p>보니까, 팀장이 앞으로 오우거 과장이 하던것들 너가 받아서 해야겠다 한거 같음.</p> <p>이회사 다니면서 보통 프로그래머 한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프로젝트를 1~2개 정도 하는걸 봤음. 당시 B과장은 2개 정도.</p> <p>A선임도 2개. 오우거 과장은 5개. 팀장 0개. ㅋㅋㅋㅋ </p> <p> </p> <p>근데 너무 길어서 생략했지만, 이 시점에 이미 A선임은 퇴사해버린 상태라 A선임의 2개가 오우거 과장에게 넘어갔고, </p> <p>오우거 과장이 7개가 되었는데, 오우거 과장은 대만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 4개는 거의 안정화를 시킨 마무리 단계였고.</p> <p>팀장은 오우거 과장의 안정화된 4개는 자기가 낼름 넘겨 받고, 연구소장님한테 새로 지시받은 중국 프로젝트 1개.</p> <p>시작 단계인 대만 프로젝트는 B 과장에게 옛다~ 하고 준 상태였음.</p> <p>A선임의 2개는 다른 프로그램팀에 지원요청해서 그쪽으로 넘겨버렸고. </p> <p> </p> <p>솔직히 내가 봐도 오우거 과장 혼자서 너무 구르긴 했음. </p> <p>B과장은 대만 프로젝트를 받은 이후로 나에게 짜증내는 일이 많아졌음.</p> <p>너가 제대로된 인력이었으면 이런 사단이 났겠냐는 말을 항상 들리게 혼잣말로 하였음. </p> <p> </p> <p>오우거 과장과 팀장의 대화가 오가던 회식때 전에 나는 링컨 과장때문에 리미트를 해제 해 버린 상태였는데...</p> <p>이제 팀에 팀장, B과장, 나 셋밖에 안남았고 내가 의지하던 오우거 형도 없어졌음. 아...마음에 안드네...</p> <p> </p> <p>살생부에 B과장과 팀장을 조용히 올렸음...</p> <p> </p> <p> </p> <p>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