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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rt_23701
    작성자 : 천극진
    추천 : 1
    조회수 : 507
    IP : 211.212.***.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7/17 14:56:09
    http://todayhumor.com/?art_23701 모바일
    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46~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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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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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Day Drinking]

    낮술에 취해 헤롱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지체장애인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가는 걸 보고 넘어질 것 같아 옆에서 부축해서 승강장까지 바래다줬다.
    열차를 기다리는 내내 "내가 원래 병신이라 이래." 등의 너절한 신세한탄을 늘어놓았다.

    역무실로 복귀하려는데 뒤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술 취한 아저씨가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욕하고 있었다.

    일단 구석으로 데려가서 어디로 가실거냐 물어보니 대답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더니 뒤로 그대로 쓰러졌다.
    일으켜 세워서 재차 물어 겨우 목적지를 알아낸 다음에 열차를 기다렸다.
    아저씨는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나를 툭툭 치며 욕설을 웅얼거렸다.

    부축해서 열차에 태우고 나왔는데 아저씨는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들 위로 쓰러졌다.

    아무래도 일부러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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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Electromagnetic Waves]

    당직근무를 마친 새벽.
    뻑뻑하고 충혈된 눈을 비비고 하품을 쩍쩍하며 역무실에 앉아 CCTV 모니터를 바라본다.
    수십 대의 CRT 모니터들은 전자파를 계속 뿜어내며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킨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다가 출근시간대가 되면 승강장에 내려가 혼잡구간에 서서 러쉬아워 집중근무를 선다.

    오전 8시쯤에는 역장도 정복을 차려입고 내려온다.

    역장은 내가 서 있던 위치를 보더니 말했다.
    "다음 러쉬근무 땐 여기에 서있지마. 머리 위에 저 자동안내게시기에서 전자파가 엄청 나온다고."

    어쩐지 러쉬근무를 마치면 머리가 엄청 아프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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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Drunken Nib]

    막차 전, 승강장을 훑으며 취객들을 깨우는 와중에 승강장 중간에 어떤 아저씨가 서있는걸 발견했다.

    아저씨는 두 팔을 쫙 펼치고 선로 위로 뛰어내릴 포즈를 잡고 있었다.

    다가가면서 뒤로 물러나시라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뒤에서 잡아 끌어냈다.

    아저씨는 취해서 눈이 풀린 채 횡설수설했다.
    비틀거리면서 존댓말하다가, 반말하다가, 욕하다가, 사과하다가...

    "나 김XX야 김XX! 나 죽지않아. 죽지 않아요. 씨ㅡ발놈아 안죽는다고.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씨벌놈아!"

    대충 맞장구 쳐주면서 열차 오기 전까지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막차 타기 전에 아저씨한테 명함을 받았는데 나름 유명한 출판사의 작가이자 편집자더라.

    지식인도 술이 들어가면 주정뱅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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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Ornamental Plants]

    역근처 미용학원에서 엄청나게 큰 관상용 화분을 기증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계단쪽에 설치했는데, 훌륭한 선진시민의식은 식물을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세워놓은지 하루만에 지나가는 사람들 손에 여기저기 꺾이고 부러졌다.

    역무원들이 손상된 부분을 철심과 테이프로 보강하니 더 흉물스러워졌다.

    역장이 화분을 치워버리라 했고, 화분을 다시 미용학원으로 돌려놓느라 미용학원이 있는 빌딩의 4층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화분을 운반했다.

    다른 화분들도 대부분 오래 버티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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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Serial Disputer]

    승강장에 내려갔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남성 여럿이서 싸우고 있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술 취한 할아버지가 열차 안 노약자석에 젊은 사람이 앉아 신문 읽는 걸 보고 배알이 꼴렸는지 욕설을 퍼부어 대서 말다툼이 난 것이다.

    승강장에 내려서까지 말다툼이 끝나지 않았는데 옆에서 말리던 사람들과도 또 시비가 붙어 판이 커졌다.

    젊은 사람은 현명하게도 틈을 봐서 자리를 떠났고 상황은 악화되어 술 취한 할아버지와 말리던 사람 3명과의 대치상황이 되었다.

    말려봤지만 말려도 금방 다시 시비가 붙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나 혼자서는 해결이 힘들 것 같아 역무실에 전화하려고 하자 오지랖 떨다 싸움에 끼어들었던 사람 중 하나가 경찰을 부르려는 건줄 알고 내 팔을 잡아채며 '좋게 조용히 해결 봐야지 경찰 불러서 어쩔꺼냐'며 오히려 나를 혼냈다.

    그렇게 계속 떠들썩하게 무의미한 말싸움이 계속 되었는데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들이 왔다.

    경찰들이 와서 말리는 와중에도 다른 승객 한 명이 또 말린답시고 끼어들었다가 시비가 붙었다.

    다섯 명이 서로 잘났다고 아웅다웅하는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역무실에 연락해 싸움이 났고, 경찰이 왔다고 하니깐 역무원이 말하길...
    "상관하지 말고 그냥 멀찌감치 물러나 있어."



    출처 https://www.facebook.com/skyextremeJin
    천극진의 꼬릿말입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7/17 15:07:49  182.225.***.131  fishCutlet  218203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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