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4 조선 플레이를 각색하여 쓰는 가상 역사 이야기입니다.
재미와 게임의 목적을 위하여 다소의 노가다가 있습니다만 이야기엔 그런 내용 없습니다.(세이브 로드 신공...)
게임 시작은 행운의 국가는 죄다 빼버렸고, 플레이어 국가에 어드벤티지를 주는 상태로 시작하여 초반에 보너스가 제법 있습니다.
가급적 재밌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명제국에 대해 조선이 선전포고를 하였다. 사유는 만주족을 신하국으로 한 것에 대한 명국의 도를 넘는 내정간섭, 명 황실의 막장스러운 국가운영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구함, 지난 만주 정벌때 동맹이면서도 적국을 도운 배신에 대한 엄벌, 그리고 요동 지방의 고구려 문화 유산 훼손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총사령관은 만주정벌때 사령관이었던 나 순 장군.
요동을 향해 진군하는 나 순과 만 칠천의 병사들... 그들은 중원을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 중원이라는 거대한 땅에서 올라오는 많은 군사의 수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인 얼굴을 한 장병들을 보던 나 순의 참모 한명이 물었다.
"헌데 장군, 적들은 병력이 우리의 배가 넘게 있습니다. 그리고 더 뽑을 수 있는 장정들도 우리의 수십배는 될 것이구요."
"저들은 기나긴 평화에 찌들어서 병사들이 매우 허약하지. 허나 우린 얼마전까지도 만주병들과 싸우며 실전을 거듭한 최정예부대일세. 게다가 우리만 명제국과 싸우는게 아냐."
품속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서 참모에게 보여주는 나순.
"우리의 신하국인 만주야 당연히 참전하는 것이지만, 얼마전에 동맹이 된 오이라트국도 이번 전쟁에 함께 했네. 만주군도 1만이 넘는 병력이 지금 이곳 요동을 향해 오고 있고, 오이라트국은 독자적으로 이번전쟁을 수행할 것이야."
"최소 양동 이상이군요. 어쩐지 장군의 여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럼그럼. 저들은 비유하자면 덩치만 큰 돼지와 똑같은거야. 멧돼지라면 힘이라도 있어서 위협적이겠지만, 저들은 그냥 가축으로 기르는 돼지일 뿐이야. 것도 주인이 방치해버린. 이제 우린 그 돼지를 늑대들과 함께 잡아먹는 호랑이가 되는 것이지."
나순의 부대가 요동으로 진군한지 얼마 안있어서 정찰병이 보고를 올렸다.
"요서지방에 1만이 약간 넘는 군세가 있습니다. 헌데 이 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고 있습니다."
"쯧쯧쯧. 거봐. 돼지는 호랑이를 이길 수 없는 법이야. 허나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저들의 무력은 무섭지 않으나 저들의 수는 무서울 수 있으니 항상 주시해야 할 것이야."
그렇게 요동성에서 농성중인 명군을 압박해가던 나순은 재미 있는 사실 하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에 바오딩 지방에서 오이라트와 만주의 연합군 만삼천이 명군 3만5천과 싸우게 되었는데 압도적으로 오이라트군이 승리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오합지졸인거야 저놈들은! 배 이상이 되는 병력을 가지고 싸웠는데 졌단 말이야?"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게 되는 나순. 자신이 저런 상황에서 졌다면 혀 깨물고 죽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명군의 지휘관을 비웃었다.
그뒤에 계속되는 오이라트에서의 승전보는 조선의 궁궐... 이도의 앞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폐하! 동맹국 오이라트는 현재 무서운 수준으로 적들과 싸워 이기고 있는데 나순 장군에 대한 승전보는 전혀 없사옵니다."
"혹시 나 장군이 모반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첫번째 이야기야 보통의 신료들도 궁금해 할만한 내용이지만 두번째 이야기에선 어지간해선 화를 안내는 이도마저도 화를 버럭 내게 되는 소리였다. 해당 신하는 그날 곤장 20대를 맞고 퇴청했다는 소리가 전해질 정도. 여튼, 이도는 신료들을 진정시켜야 국정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국정회의때 이 이야기를 했다.
"용맹히 싸워 이기는 전쟁도 좋은 전쟁이긴 하지만, 우리는 실리를 챙기는 전쟁을 수행중에 있소. 오이라트 지휘관이 공명에 눈이 멀어서 저렇게 명군을 박살내주면 내줄 수록 우리한테는 유리한 전쟁이오."
"허나 폐하."
"어허. 말 아직 안끝났소.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 백성들 안죽고 가만히 요동반도, 요서반도, 북경 등등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를 나뻐할 이유는 없잖소? 그리하여 나 장군한테도 미리 언질을 주었소. 절대 공명심에 군을 헛되이 굴리지 말고 점령을 최 우선적으로 하라고 말이오."
이도의 말이 일리가 있었는지 신료들에게서 나오던 쑥덕거림이 줄어들었다.
"참. 이번 정벌이 끝나면 그 땅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의논들 해보았소?"
"예. 폐하. 그것은..."
한편 요서지방.
얼마전에 정벌을 끝내고 약간의 수비군만 남기고 바로 요서로 넘어간 나순 장군은 계속되는 오이라트의 승전보를 전하는 오이라트 전령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귀 국의 용맹함은 듣긴 하였소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이오. 귀 국의 군대가 용맹한거요? 아니면 명 군이 오합지졸인거요?"
"우리 장군께서도 처음에는 대승을 거두시고 기뻐하셨으나 지금은 승전보를 보내는 것도 슬슬 귀찮아 하시고 있을 지경입니다. 오죽하면 오이라트인인 제가 조선말을 이렇게 잘하게 되었잖습니까?"
그런 대화들을 주고받으면서 벌어진 연회가 끝난 뒤 오이라트의 전령을 보낸 뒤에 나순은 휘하 제장들을 불러 모았다.
"장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물어보거라."
"그런데 오이라트 놈들은 왜 저리 날뛰기만 합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인데... 오이라트는 우리만큼 땅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꺼야."
"예?"
"저들은 분명 저렇게 싸우기만 하는 것은 명국에게 전쟁배상금을 약탈해가려는 속셈이겠지. 애초에 저들은 유목민족이었던 입장이니까 정착보다는 떠돌아다니는 것을 즐긴다고. 약탈하는 애들이란 말야. 어찌되었든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지. 그렇지 않나?"
"그러하군요."
그리고 수년이 지나도록 조선군이 명군과 싸울 일은 없었고, 오이라트는 나순의 이야기대로 배상금만 약간 받아내고 전투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1465년 5월 23일. 명제국으로부터 랴오둥, 랴오시, 베이징, 청더 지방을 조선으로 양도, 그외에 항복의 비용으로 수많은 전쟁배상금을 받는 댓가로 휴전하는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다.
한반도 내의 조선남아들에게 나순이란 이름은 용맹함과 현명함의 대명사가 되었고, 저잣거리의 꼬마들은 서로 놀면서 자기가 나순이 되겠다고 싸우는 모습까지 보여줄 정도.
물론 조정에서도 승전을 기념하는 연회가 열렸다.
"폐하. 승전을 감축드리옵니다."
"경들과 나순 장군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소."
서로간에 얼큰하게 취하게 마시면서 노는 조선의 군신. 분명 정복지방에선 반란군이 이리저리 발생하였는데도 그들이 즐거워 하는 이유는
"그래... 거 순의 황제인 양유빈이는 반란군 진압 잘하고 있다고 하오?"
"벅차다고 도와달라고 장계를 계속 보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자국의 일이 아니게 되었기에 크게 신경안써도 된다는 듯한 이도의 태도. 신료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신경 안쓰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의견 누가 내세웠는지 몰라도 정말 명안이로다. 옛날 역사서에 보면 고구려때의 경우 정복을 하게 되면 반란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야심좀 있는 애송이 한족 한놈을 꼬셔서 황제로 만들어서 명을 상대하게 한다니... 의견 낸 사람이 누구요?"
"허봉성이라고 평안 출신의 7품관입니다. 지금은 순 과의 외교를 담당시키기 위해 집현전에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구료. 아무리 순이 우리의 신하국이라 하더라도 7품관이 지들 담당이라고 하면 자존심 상할 일이지. 만주 담당과 같은 5품관으로 대우를 해주고 순 측에도 5품관이라고 해주되 실제 품관은 차츰차츰 올리는 것으로 합시다."
"명 받듭니다."
신료들이 외치자 이도는 자기가 한가지 실수를 한 것을 알았다.
"아차... 노는 자리에서 또 일 이야기를 꺼냈구료. 자자자. 방금 한 말은 까먹지만 말고 천천히 시행하되, 오늘은 마음껏 먹고 놀고 즐기시오. 태자야."
"예. 아바마마."
즐겁다는 듯이 웃는 이도의 옆에 왕태자인 이향(실제 역사에선 문종)이 옆에서 같이 웃고 있었다.
"태자도 나중에 왕위에 오르게 되면 모든 일을 철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신료들과 의논해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야. 알겠는가?"
"명심하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