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매뉴얼에서 소개해드렸다시피 3층은 2층과 4층으로 가는 동선을 제외하고 전체가 폐쇄돼 있습니다.
그리고 3층은 고정된 위치에 근무하는 직원이 없습니다.
3층 복도에서 산타클로스라고밖에 할 수 없는 움직이는 것과 조우하셨다면
민첩하게 주변 바닥을 둘러보셔서 가까이 있는 노란색 선 안에 서 계시고 보이는 버튼을 누르십시오.
전자기식 캐터펄트가 작동하고 0.08초 만에 당신을 가둘 수 있는 강화플라스틱 보호막이 바닥에서 올라옵니다.
3층 복도에 설치된 해당 버튼들은 전부 벽면에 붙어있으므로
3층 복도를 이용하실 땐 신속한 대처를 위하여 벽에 붙어서 이동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산타클로스가 보호막을 부수려 할 수도 있으나 "그것"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고강도의 물리적인 위해에 대한 대비이기보다는 정신적으로 끼치는 악의에 대한 대비로서
보호막은 밖의 사정을 알 수 없게 방음, 암막 처리가 돼 있습니다.
보호막 내부에 기록돼있는 나머지 안내문을 따라주십시오.
전시관을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흰 선"이 있습니다.
이 "흰 선"은 열을 생성하지 않으며 특정 주파도 없는 무진동 상태라서 기계장비에 탐지되지 않습니다.
빛이 반사돼서 "흰 선"이 보이는 게 아닌, 3차원에 투영된 다른 차원의 그림자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 에너지의 물리적인 실체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발견된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뿐이죠.
한 면적에서 다른 한 면적으로 곧게 이어진 선 형상의 이 "흰 선"은 여러 기울기를 가졌고
생성된 시점에서 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의 너비에 맞게 길이가 조절됩니다.
1m/s 속도로 소리 없이 가까워지는 그 "흰 선"에 닿은 유기체는 해당 부위에 암세포가 퍼지기 때문에
엎드리거나 뛰어넘거나 상황에 맞게 "흰 선"의 경로에서 회피하시면 됩니다. 빠르진 않으니, 당황하지 마십시오.
될 수 있는 한 저희 직원들이 늘 주위를 감시하니
혼자 있지만 않다면 당신은 관람에 몰입해도 됩니다.
2층 중세 유물 전시관엔 1/10 축소 스케일의 로마 콜로세움이 있습니다.
원형경기장 내부를 편히 한눈에 내려다보실 수 있게 좌석을 마련했으며
그곳에서 생기는 이벤트로 인해 관람객분들한테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투명방벽을 둘러씌웠습니다.
부유하는 검과 방패, 도끼, 창들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마치 검투사들이 그랬던 거처럼 한쪽이 내팽개쳐질 때까지 싸웁니다.
당신도 챔피언이 될 자신이 있으시다면 당장 검을 쥐여드리죠. 농담입니다.
무기들이 부유하면서 실제 검술의 전투 양상과 같이 동역학적으로 실감 나게 부딪히는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저희 유능한 인공지능 개발자가 유령검투사라 불리는 알고리즘을 접목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고대 검투사의 원혼에 의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란 허황된 주장도 있지만,
당신도 그렇게 의심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