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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7706
    작성자 : 깨동e
    추천 : 21
    조회수 : 2201
    IP : 125.209.***.1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1/14 01:10:14
    http://todayhumor.com/?panic_97706 모바일
    (단편) 사이버불링
    캄캄한 방안. 오직 환한 불빛을 내는거라곤, PC모니터 뿐인 이 공간안에 키보드를 부시기라도 할 기세로,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는 한 남자. 순간, 모니터 한 귀퉁이에 대화를 요청하는 메시지 창이 떳다.


    제발요 : 안녕하세요. 대화 가능하신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매우 바쁘기라도 한듯, 그 남자는 메시지창을 닫아버리고 혼자말을 지분거렸다.


    "바쁩니다. 바빠요~~"


    바쁘게 얼마정도의 키보드질을 하던 남자는,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듯, 업로드 버튼을 클릭하는걸로, 모든 일을 끝냈다. 순간 올라가는 나빠요 25 짜증나 35


    모니터에 새로고침을 누를때마다, 빠르게 올라가는 공감지수와, 빠르게 늘어나는 댓글들.


    한재수 : 인간적으로 ㅋㅋ 몸매가 저따위면 바깥으로 좀 기어 나오지 마라. 무슨 자신감으로 기어나옴?? (최고에요 75)
    김제희 : #김지수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시각테러 나만 당할수 없다. (좋아요 45)
    박동희 : 쿵쾅거리는 소리 오지구요. 지리구요. 레릿고 레릿고~~~ 쿵쾅거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는듯. ㅋㅋㅋㅋㅋ 인정? 어 인정. 동의? 어! 보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요 37)


    방금 전, 시내 한복판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여성의 나체쇼가 벌어졌었다. 대한도 놀러오다 얼어죽는다는 소한의 추위도 개의치 않는다는듯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는 거리였고,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잔뜩 취해 휘황찬란한 가게의 불빛을 배경삼아 온몸에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옷가지를 훌훌벗어 던지는 순간에도 그 여자를 마치 엄청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난듯 웅성거리며 구경만 할뿐, 어느 누구도 신고나 그 여자를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때. 어느 누군가가 핸드폰에 플래시 까지 켜가면서 그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몇분이 지나지 않아 순찰을 돌던 경찰에 의해 발견된 그녀는 가지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옷가지들과 함께 지구대로 연행됬다.


    (동영상 파일이 첨부된 메시지 입니다) 김진모 ; 운영자님! 제보할게요!!! 오늘 주원시내 한복에서 벌어진 19금쇼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체녀라며 메시지가 수도 없이 쏟아진 첨부파일을 받아, 그중에 화질이 그나마 괜찮게 나온 영상들을 네개 추려서 올린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조회수 3745, 공유 72건 거기다 오늘의 핫영상에 오른것을 확인하고서야, 그 남자는 만족한다는듯 쉼없이 두드리던 F5버튼 연타를 멈추고 잠시 닫아 놓았던 메시지창을 열었다.


    - 네. 말씀하세요.


    오랜시간을 기다렸다는듯 메시지를 전송하기가 무섭게, 상대방이 입력중이라는 메시지가 뜨는것을 보며 내심 흡족해 하다 그녀의 프로필을 눌러 들어가 사진을 염탐하는 그 남자.


    "반반하게 생겼네. 그래봤자, 성괴? 크큭."


    순간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가 떳다.


    - 제발요 : 주원대 유아교육과 신미소 영상 이라고 올라온거 있잖아요. 사실 이게 저거든요? 이것 좀 지워주시면 안될까요? 이게 전남자친구가 저도 몰래 찍어서 가지고 있다가 군대가고 제가 헤어지자 그러니까, 휴가나와서 퍼트린거 같은데.. 제발 좀 지워주시면 안될까요?? ㅠㅠ....

    남자는 이 기회를 놓칠까 싶어 빠르게 자기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해서 주원대 라고 검색한다.


    주원대 유아교육과 14학번 신미소 대화내용 존나 웃김ㅋㅋ.avi


    얼굴만 블러 처리되어 나체의 여성하나가 술에 취해 침대에 쓰러져있는 동영상이 나온다.


    "좋아가 3243개.. 최고가 2325 그럼, 보자.. 5568... 그래~ 오빠가 이뻐서 봐준다 500만원 낙찰!'


    순간 남자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손은, 이윽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 운영팀 ; 저.. 지워드릴순 있는데, 이게 약간 수고비가 필요합니다.

    - 제발요 ; 수고비요??

    - 운영팀 ; 네.. 한 500만원 정도...

    - 제발요 ; 지금 제가 가진게 50만원 뿐인데.. 이걸로 안되요? 아니면, 내년안으로 꼭 취업해서, 꼭 입금해 드릴게요. 제발 좀 지워주시면 안되나요??

    - 제발요 ; 네? 부탁좀 드릴게요.

    - 제발요 ; 제발..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부탁좀 드립니다. 당장 500만원 이거말고 하라는건 다할게요. 부탁좀 드려요 네?


    절박하게 부탁하고 매달리는 메시지가 짜증난다는듯, 남자는 돈을 요구하던 자기의 메시지는 지우고, 피해자의 메시지 내용을 캡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낄낄거리며 다시 자기가 운영하는 페이지에 접속했다.


    ㄱㄹ년의 최후, 아직 정신 못차린듯.jpg


    이거다! 이것저것 갖다 대보며 여러 낱말들을 조합하다 만들어난 저 제목이 이내 흡족하다는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박동출 ; 찍는놈이나, 찍히는 년이나 (최고에요 35)
    김전환 ; #김진 그러길래 왜 정신을 잃을만큼 술을 마시는지?? (웃겨요 21)


    몇일 후.


    (속보) 4호선 지산역 20대 여성 추락사. 원인 파악중.


    속보알림 핸드폰 진동소리에 눈을 뜬 남자. 이때를 놓칠새라, 빠르게 핸드폰을 집어들고 속보가 뜬 포털로 접속한다. 아직 댓글수가 0임에 내심 안도하며, 빠르게 손가락을 놀린다.


    - 민폐. 기관사는 무슨 죄???


    등록버튼을 누르자마자, 동시에 몇개의 댓글이 달리고 고인의 명복을 비느니, 젊은 청춘이 아깝다느니 뭐라느니 이런 댓글들보다 자기 댓글이 우월하게 올려요 수가 올라가는것을 보며 내심 아침이 가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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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십니까 CMS 9시 뉴스 김정학입니다. 오늘의 헤드라인, 얼마전에 지산역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신모양. SNS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하는데요, 전문가 모셔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잠시뿐 이었다. SNS를 통한 신변잡기와 마녀사냥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그녀에 대한 추모는 일주일이 채 못갔다.

    경찰은 페이스북의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관계로 운영자를 잡지 못한다며 꼬리를 자르는 모양새이다.


    그 남자는 하루에도 몇백통씩 날라오는 메시지를 일일히 차단하고, 일주일만 지나면 모든게 괜찮아 진다며, 위안하고 그동안 그렇게 모았던 돈으로 제주도를 가 신나게 술을 퍼마셨댔나. 


    다음날, 주원시에 살고 있는 20대 남성 도모씨가 제주도 소재의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 술을 마시고 구토하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 사망한것으로 추정한다는 뉴스가 지역 신문 귀퉁이에 간단하게 실린것으로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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