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나는 학과의 여러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중에 몇명을 특별히 증오했다. </div> <div>특히 술만 처먹으면 내 자취방에 기어 들어와서 술과 안주와 라면을 요구하던 네명을 특히 증오했다.</div> <div><br></div> <div>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석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쌍욕이 기어나온다.</div> <div>아 물론 지금도 가끔 주기적으로 만나서 면전에서 욕도 해주고 있다.</div> <div><br></div> <div>그중에 S라는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이 친구는 나름 키도크고 운동도 잘해서 옷빨도 잘사는 편이었다.</div> <div>얼굴이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멀쩡한 편에 속하는지라, 나름 외모만으로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이친구에게 큰 결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선천적인 말더듬증(?)이 있었다.</div> <div>게다가 발음도 부정확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 얘기를 나눠보면 좀 모자란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학기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열심히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div> <div>아 물론 강의실에 가는 대신 우리는 매일 같이 노천극장과 사자탑 아래에서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먹으며, </div> <div>열심히 대한민국의 술자리 게임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날도 수업을 마친 나는 친구들과 당구를 치고, 껍데기에 소주를 먹고, 자취방으로 향했고, </div> <div>함께 당구를 친 친구들도 다같이 자취방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야. 이거 뭐냐? 집에 안가냐?"</div> <div><br></div> <div>"집? 가고 있는데?"</div> <div><br></div> <div>"지하철역 저쪽이야 임마."</div> <div><br></div> <div>"뭔 개소리여."</div> <div><br></div> <div>아아... 도대체 언제부터 내 자취방이 너희집이 된거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자취방을 사수하려는 나와 자취방으로 입성하련느 친구들 사이의 공성전을 치르면서 사이좋게 옥탑방으로 향했다.</div> <div>갖은 협박과,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구라와, 제발 오늘은 혼자자게 내버려 달라는 내 애원에도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div> <div>내가 열쇠를 내놓지 않자, 결국 친구중의 한놈은 클립으로 문을 따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아 주여 저놈을 불지옥에 보내주소서.</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그날도 어김없이 내 옥탑방과, 부르스타와 냄비와 컴퓨터는 친구들에게 빼앗겨 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조각아. 선물 가져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친구가 선물이라면서 꺼낸 것은 놈이 핑클 1집앨범을 사고 레코드 가게에서 받은 핑클의 대형 포스터였다. 친구들은 미1친듯이 열광했다.</div> <div><br></div> <div>"오오오오오!!!! 야 당장 붙여!!! 저기 TV 위에다 붙이자."</div> <div><br></div> <div>"하지마 미1친놈들아!!!!"</div> <div><br></div> <div>"야 테이프좀 틀어봐!! 블루레인 듣자!!"</div> <div><br></div> <div>"야이 미1친놈들아!! 왜 우리집에 핑클 포스터를 붙이냐!!"</div> <div><br></div> <div><br></div> <div>친구들은 환호를 지르면서 벽에다가 핑클의 대형 포스터를 붙이고, 핑클의 테이프를 틀었다.</div> <div>그리고는 곧 사내놈 네명의 떼창이 시작되었다.</div> <div><br></div> <div>"콜미콜미콜콜기브어콜~ 내모든걸 원한다면 너에게 줄께~"</div> <div><br></div> <div>"주지마! 뭘줘!! 전혀 원하지 않는다 이 잡것들아!!"</div> <div><br></div> <div>정말 가관이었다. 스무살이넘은 사내놈들이 핑클에 열광하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꼴이라니...</div> <div>모름지기 남자라면 외모보다는 음악성에 충실해야 하는 법이거늘, 2PAC이나 너바나, SES가 아닌 핑클이라니, 한심한 놈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떠들석한 저녁이 지나고, 한놈은 어둠의 제왕을 때려잡고 있었고, 다른놈들은 누워서 잠이 들락말락 할 무렵 S라는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div> <div><br></div> <div>"조... 조각아 우리 얘기할래?"</div> <div><br></div> <div>"뭐? 뭔 얘기를 하재. 잘려는데."</div> <div><br></div> <div>"뭐? 이자식아 내가 언제 얘기라고 했어, 얘기라고 했지."</div> <div><br></div> <div>"그러니깐 뭐 얘기."</div> <div><br></div> <div>"아니 얘기 말고 내기 말이야!!!"</div> <div><br></div> <div><br></div> <div>방안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S를 쳐다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도 얘기라고 들었는데..."</div> <div><br></div> <div>"나도..."</div> <div><br></div> <div>"분명히 얘기라고 하지 않았냐?"</div> <div><br></div> <div>"아오 빡쳐 귀좀 파라 임마!!"</div> <div><br></div> <div><br></div> <div>S는 성질을 버럭 냈고, 우리는 모두 S에게 사과했다. </div> <div>다섯명중 네명이 S의 발음을 얘기라고 들었지만, 자신의 발음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S가 차마 불쌍해서 더 우길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하여간 우리 내기할까?"</div> <div><br></div> <div>"뭔 내기여. 돈도 없어. 안해."</div> <div><br></div> <div>그러나 S는 내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듯 싶었다.</div> <div><br></div> <div>"너 H 좋아하지?"</div> <div><br></div> <div>"뭐... 뭐래!!"</div> <div><br></div> <div><br></div> <div>부끄러워서였을까? 나는 별 미1친소리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강력하게 부인하려 했지만, S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div> <div>그리고 친구들도 미1친놈 바라보듯 날 바라보았다. 하긴 그렇게 티를 내고 다녔을텐데, 모르는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div> <div>그리고 S는 충격적인 고백을 이었다.</div> <div><br></div> <div>"나 사실 K 좋아한다."</div> <div><br></div> <div>나는 물론 친구들도 벙찐 얼굴로 S를 바라보았다. </div> <div><br></div> <div>사실 K는 후배들 중에서도 이쁘장한 편이었고, 성격도 조신조신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div> <div>때문에 남자선배들은 대부분 K에게 잘해주었고, 그중에서 S의 행동은 크게 튀지 않았던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안돼 미1친놈아! K의 인생을 망칠 셈이냐!!"</div> <div><br></div> <div>"우리 과의 마스코트를 더럽히지 마!!"</div> <div><br></div> <div>"닥쳐!! 내가 좋아한느데 뭔 상관이야!!"</div> <div><br></div> <div>"와... 내 딸이 나중에 저런놈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지?"</div> <div><br></div> <div>"아, 너 딸이 있었어?"</div> <div><br></div> <div>"있을리가 있냐!! 자연스럽게 묻지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얘기가 좀 이상한 곳으로 새긴 했지만, 우리는 벌떼같이 일어나서 S의 짝사랑을 포기시키기 위해서 애썼다.</div> <div>그러나 문제는 S의 감정은 진심인것 같았다. 학과내 CC를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우리였지만, 상당히 진심인 것 같은 S를 말릴수는 없을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내기하자고 하는게 뭔데? 설마..."</div> <div><br></div> <div>"그래... 나랑 너랑 둘중에 먼저 사귀는 놈한테 술사기 하자."</div> <div><br></div> <div>"아... 그거 진짜 잔인하네... 지면 차이고 술사야 되는거야?"</div> <div><br></div> <div>"그래. 하는거지?"</div> <div><br></div> <div>아무래도 그 내기는 S가 고백을 할 용기를 만들기 위해서 하자고 한 것 같았다. </div> <div>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내기에는 분명 고백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타당성을 부여해주는 비겁한 면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내가 그 내기를 수락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러고 난 후 S는 K에게 고백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div> <div>S의 가장 큰 실수는 모태솔로 친구들 네명에게 고백작전의 조언을 구했다는 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야 일단 수업이 끝난 이후의 저녁타이밍을 노려."</div> <div><br></div> <div>"좀 진지한 표정으로 할말이 있다고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불러"</div> <div><br></div> <div>"법대 뒤쪽에 으슥한 곳이 있어."</div> <div><br></div> <div>"꼭 혼자나오라고 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div> <div><br></div> <div>"야 이 미1친놈들이 무슨 인신매매 작당하냐?!!"</div> <div><br></div> <div><br></div> <div>이게 도대체 고백작전인지, 납치작전인지 알수없는 헛소리들이 오갔지만, </div> <div>S는 그것이 상당히 괜찮은 작전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꽤 귀담아 듣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 넷이 가서 아카펠라로 배경음악을 깔아줄까?"</div> <div><br></div> <div>"공포영화 찍을려고?"</div> <div><br></div> <div><br></div> <div>"일단 정문앞의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한다발 사."</div> <div><br></div> <div>"욕하지 마라 이 후레자식아."</div> <div><br></div> <div>"욕이 아니고 후리지아 말이다 이 후라이같이 생긴놈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두 친구는 주먹으로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div> <div><br></div> <div>"자동차를 세워놓고 트렁크에 풍선을 가득채워."</div> <div><br></div> <div>"그리고 고백을 하는 순간 트렁크가 열리면서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div> <div><br></div> <div>"근데 넌 차 있냐? 우리중에 차가있는 사람이 있냐?"</div> <div><br></div> <div>"당연히 없지?"</div> <div><br></div> <div>"그럼 어쩌지?"</div> <div><br></div> <div>"음........................... 아까 그 클립좀 줘봐."</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우리는 친구의 범죄전과를 막기 위해서 클립으로 차를 훔칠까 고민하던 친구를 다구리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편지를 써서 건네주는게 어떠냐? 고등학교 때 많이 했잖아."</div> <div><br></div> <div>"고등학교때? 너 남고 아니었어?"</div> <div><br></div> <div>"아니... 나 말고...."</div> <div><br></div> <div>"와.... 미1친... 저리가 이자식아."</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우리는 남고나온 친구를 화장실에 감금해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모태솔로 네명이 모인다고 연애 DNA가 생길리가 없다는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div> <div>연애경험이 전무하던 친구들이 내놓는 의견은 대부분이 퍠기처리되어야 마땅하였지만,그 외에 딱히 조언을 구할 곳이 없던 S는</div> <div>우리의 의견을 종합하여 강의시간 이후에 단과대 한 귀퉁이에서 후리지아 꽃을건네면서 고백을 하기로 결정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차라리 112에 전화해서 물어보는게 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도 우리과 동기들은 노천극장에 모여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전우애를 다지고 있었다.</div> <div>곧 선배들 몇명과 후배들 몇명이 합류하였고, 어느새 열댓명이 된 대인원들은 노천극장의 무대위에 빙 둘러앉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거기에는 H도 있었지만, K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날이 S가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날이었기 때문이었다.</div> <div>나와 친구들은 분명히 고백장소에 오지 말라는 S의 간곡한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생각이었고, </div> <div>S가 사귀던 차이던 오늘 밤새도록 녀석을 놀릴 생각에 두근거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H는 자리에 조금 늦게 참석할 탓에 나와는 조금 떨어져 앉아있었고, 가끔 눈이 마주쳤지만 그냥 씨익 웃고 말 뿐이었다.</div> <div>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H의 웃음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div> <div>나는 몇번 H의 곁으로 가려고 하다가, 게임에 걸려 일어나지 못했고, </div> <div>H가 온지 30분이 지나자 시계를 쳐다보던 H는 막차시간에 늦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div> <div><br></div> <div>"어 H야, 가려고? 내가 바래다 줄께."</div> <div><br></div> <div>"어, 아니예요 괜찮아요. 선배님 그냥 계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일어서려고 할때 H 옆에있던 여자동기 한명이 H를 바래다줄려고 일어났고, </div> <div>H는 괜찮다고 그 선배를 만류하고는 내쪽을 살짝 쳐다본 뒤에 노천극장을 빠져나갔다. </div> <div>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대로 다시 앉았다. 그때 아까 일어섰던 여자동기가 걸어와서 내어깨를 툭툭 쳤다.</div> <div><br></div> <div>"아, 왜?"</div> <div><br></div> <div>"뭐해 병신아. 빨리 쫒아가봐. 아오 진짜 너 답답해서 못봐주겠다."</div> <div><br></div> <div><br></div> <div>여자동기는 이런놈이 좋아다는 H가 얼마나 불쌍할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왜 내가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이주일이 지나도록 H와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지, H가 얼마나 실망했을지...</div> <div><br></div> <div>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하철역쪽으로 뛰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H가 어떤 길로 갈지도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왠지 당연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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