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3 때 수능을 나름 괜찮게 봤어요
근데 국어가 좀 아쉬워서 큰 맘 먹고 재수 했죠
국어 딱 3등급 만 찍고 다른 과목은 2등급 유지하자 그런 생각으로 재수 생활을 하는데
모의고사를 볼 때 마다 대박이 나는거에요
긴장 없이 침착하게 봐서 그런지 1등급 나오고 심지어 아직 국어 많이 훈련도 안 했는데 2 등급
괜히 경솔해 지지 말자 자만 하지 말자 하는 생각으로 부모님 한테도 말 안하고 계속 수험 생활 하는데 모의고사 볼때 마다 계속 잘 보니까
결국 자만 하게 되더라고요
슬슬 공부 대충하고
원래 버릇 또 나와서 그냥 노는데 하루 버리고
아 징표ㅓ투넠ㅍㅇㅍ눈 씨 발 후회되네
여튼 수능 하루전까지도 긴장도 안되고 
꿀잠 잤습니다
수능 아침에도 모의고사 등급 기대 하지말고 딱 2~3등급만 찍자 면서 계속 마인드 커ㄴ트롤
하는데 진짜 학교 들어가는 순간 까지도 이상하게 긴장이 안 되는거에요

근데 딱 1교시 국어 예비종 울리는 순간
갑자기 쿵쾅 거리고 얼굴 뜨거워지고 속은 울렁거리고...
국어 시작 하고 첫번쩨 문제 에서 막혔어요
화작문 평소에는 껌으로 푸는거
이상하게 1번에서 뭐지??라는 생각들고
(나중에 집에와서 보니까 그때 왜 했갈렸는지 이해도 안감...)
그순간 갑자기 얼굴이 터질것 같고 시간 지체 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들고 막 이상한 생각 까지 다들더라고요 진짜 글씨들이 춤 추는게 느껴지고 그 춤추는 글씨들 보는 순간에도 시간 체크 해야 하는데 시간 낭비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머리는 더 어지러워 지고..
결국 국어 진짜 개 망했어요
1교시가 망하니까
다른 과목들도 도미노 처럼 말리더라고요
결국 전 과목 망 쳤죠 4등급이 제일 잘 본 등급이고 5등급 ...


진짜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 인생 진짜 망했구나
그동안 그려왔던 대학 목록이 싹 지워 지니까요
재수 하지 말걸 그냥 현역으로 갈껄 등급도 더 좋고 시간도 아끼고...
부모님한테 미안하고 뭐 그런 생각 들다
마지막에 남은건 하나 였어요
대충사니까 진짜 인생 좆 되는구나
진짜 앞으로는 뭘 하든 진짜 열심히 살아야 겠다 
앞으러도 대충 살면 수능이 아니라 내 삶이 좆 되겠구나

그레서 앞으로 열심히 살려구요
삼수는 자신도 없고 도저히 못 하겠어요
지금 등급이면 인서울은 절대 안되고
지방이나 전문대 인데
그냥 전문대 가려고요
애초에 대기업 가고 싶디도 않았고
좋은 대학은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꿈 이 있는데
그 꿈이 실패할경우에 대비할 보험같은거였으니
걍 맘 홀가분하게 먹고 오늘 부터 당장 알바 하려고요 
확실히 잠 자고 일어 나니까 어제 복잡했던 감정들이 좀 잠잠해지네요

그냥 이글 쓴 이유는 제 머리도 정리할겸 누구한테 털어 놓고 싶어서요 친구도 없고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뭔가 미안 하기도 하고

음 마지막으로 같이 수능 본 학생들에게 말하자면

 잘 본 애들아 존나 부럽다! 축하해 시발
개 부럽네 젛ㅁ게다 좋겠다유야나뤼아

열심히 공부 했는데 못 본 애들아
너희는 나보다 기분이 더 심란 하겠지
뭐라 위로 해줘도 위로도 안 될것 같네

그리고 열심히 공부 안해서 못 본 애들아 
(나 포함)
우리 이 번 수능으로 달라지자
진짜 이렇게 살다 망할것 같아
적어도 난 그래 우리집 존나 가난해서
아빠 배달 하는데 이제 나이도 많이 드셔서 힘들어...
우리 진짜 다시는 이렇게 살지 말자
열심히 살자







Ps 아 근데 설날 어떡하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