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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350957
    작성자 : 아빡취네
    추천 : 0
    조회수 : 531
    IP : 125.133.***.10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06/19 06:28:12
    http://todayhumor.com/?gomin_350957 모바일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를 미워했어요
    얼마나 미웠냐면요
    몸에 흐르는 피가
    어머니께 물려받은 피가 반,
    아버지께 물려받은 피가 반이면
    반은 뽑아내버리고 싶었어요.

    아버지 육군 전역하셨잖아요
    보람이네 아버지, 아버지 동기는 아직도 군에 몸담고 계세요
    저 입대할 적에 군대 언제 올거냐고, 잘 봐준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 아버지 길 따라가기 싫어서
    해군 들어갔잖아요 아버지. 모르셨죠.

    저랑 동갑인 그 여자 딸이랑 고등학교 같이다니면서
    얼굴 마주칠때마다 그 얼굴 칼로 다 그어버리고싶었던건 아세요?
    아버지, 한번도 아빠라고 불러본 적 없는 아버지
    그 아이 너무도 친근하게 아빠, 아빠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버지, 아버지 그여자랑 새로 차린 집에 갔을 때
    일터에선 아버지가 그 여자랑 부부인 걸로 되어있으니
    그 여자를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하셨잖아요.
    아버지 곤란하실까봐 아줌마라고는 안불렀어도
    차마 어머니라고는 못부르겠더라고요.
    어머니는 그때 밥도 많이 쳐먹는 두 아들 건사하신다고
    몸 상해가면서 일하고 계시는데.
    대체 그 여자 딸 그년은 저희 아버지 멀쩡히 살아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아빠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어요.
    재밌네요. 두 아들의 아버지는 하나인데 그 아버지는
    딸이 하나요 아들이 셋이니, 재밌지 않나요.

    그래도 아버지, 어머니 떠나실 적에
    다큰 큰아들 어머니 앞에서 꺼이꺼이 울었어요. 그것도 모르셨죠?
    아직 어린 내 동생 어떻게 이겨내냐고 땅을 쳤는데
    사실은 제가 아직 아버지를 믿었었나봅니다.
    동생은 그 때 이미 아버지 목소리도 듣기 싫어했거든요.

    훈련소 수료하고 후반기 교육중에 면회 오셨었죠
    그게 아마, 4년만에 뵈었을 때인가요.
    하마터면 아버지를 용서할 뻔했어요
    얼마나 작아지셨는지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 170이라면서요..ㅋ

    하여간, 이혼하시고 법원에서 
    '동생 고교 졸업시까지 매달 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라'는 판결을
    단 일회도 지키지 않으셨던 것이
    제 이름 동생 이름으로 적금을 들어놓아서 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요, 아버지랑 담을 터놓기로 했어요.
    이용하려고 했다 말씀하셔도 틀리지 않아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저는 왜 등록금도 못내서 '미등록제적'처분을 받아야 하나요
    차라리 적금 얘기 꺼내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괜한 기대도 안했을텐데.

    아버지 그런데요
    아들은 아버지 닮는다는 말이 맞나봐요
    아버지 18번곡 있잖아요 나만의 방식. 김기하.
    얼마전에 그노래 흥얼대다가 깜짝 놀랐네요
    아버지 좋아하시던 메로나를 제일 먼저 집고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 담배냄새가
    옷에서 빠지질 않네요
    동생이 형한테서 아버지 냄새나 하길래
    이새끼가 이게 저는 상종도 않는 아버지를 왜 들먹이나 했는데
    어느새 저 아버지를 그렇게 닮았나봅니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그립지 않은데
    아버지는 제가 많이 그리우실 것 같아요
    동생도 참 많이 그리셨지요

    전 아마 죽을때까지 아버지가 안그리울것 같아요
    거울을 보면 아버지가 보이거든요
    아빡취네의 꼬릿말입니다
    아버지 생신 음력 8월 15일 추석
    매년 한번씩 오는 텅 빈 보름달
    안 보고 싶네요 그 하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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