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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35171
    작성자 : 밥배
    추천 : 6
    조회수 : 971
    IP : 123.111.***.4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9/04 15:13:45
    http://todayhumor.com/?love_35171 모바일
    스토커주의)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것을 그랬다.
    한 여성에게 반했다.

    그녀는 행사 스테프였고 그날의 나는 용기가 없었다.

    일시적인 감정이겠거니 했지만 자꾸 생각이 났고,

    행사 주최측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 한 친구에게 그녀에 대해 물었지만, 이미 퇴사한 친구는 정보의 한계가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려니- 하고 시간을 보냈다.



    한달이 조금 덜 된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기억에 뚜렷한 미소때문에 SNS를 뒤적거려 보았다.

    행사 스테프 단체사진이 있었다.

    그녀가 웃고있었다.

    댓글에 그녀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진을 좋아하는 45명.

    옆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었지만, 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로우를 누르고 며칠을 기다렸다.



    친구들은 날 놀려댔다.

    그리고 꿀팁이라며 프사를 바꾸라 해서 되도 않는 셀카짓을 했던 것 같다.

    여전한 침묵.

    그 침묵이 싫었으면 멈출 법도 한 것을 구태여 구글에서 그녀의 아이디를 검색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헛헛한 마음이었지만, 그냥 웃고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웃고 털어내야 했다.

    혹시 헤어지진 않았나 뒤적거리면서 다른 사진들을 보다가,

    맨발로 압정을 밟은 것 처럼,

    이질감이 드는 글을 보게 되었다.



    부고.

    8월 28일 그녀가 떠났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2012년이었다.

    훈련병을 지나 이등병이 되었던 어느 날,

    SNS 메시지로 운명을 달리 한 친구에 대한 소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날 저녁 점호가 끝나고 당직사관을 찾아 가,

    덤덤하게 말을 전하다 실감이 나 눈물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첫 휴가도 가기 전인 이등병을 중대장 레토나에 태워,

    장례식장에 들를 수 있게 해주었던 준위가 있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만약에"는 없지만 그 말이 맴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뒤늦게 무엇인가 하려고 하기 보다,

    행사 그날에 조금 더 용기를 내었다면 나비효과라는 것이, 그 퍼덕거림이 그녀를 붙잡아줬을까 생각한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도리질치게 된다.



    문득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그냥, 모른다고 했던 친구의 말에 아쉬워 하며 끝내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모를 것을, 지금도 전혀 그녀를 모르지만,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것을 그랬나 싶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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