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에게 반했다. <div><br></div> <div>그녀는 행사 스테프였고 그날의 나는 용기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일시적인 감정이겠거니 했지만 자꾸 생각이 났고,</div> <div><br></div> <div>행사 주최측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 한 친구에게 그녀에 대해 물었지만, 이미 퇴사한 친구는 정보의 한계가 있었다.</div> <div><br></div> <div>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려니- 하고 시간을 보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달이 조금 덜 된 시간이 지났고,</div> <div><br></div> <div>여전히 기억에 뚜렷한 미소때문에 SNS를 뒤적거려 보았다.</div> <div><br></div> <div>행사 스테프 단체사진이 있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가 웃고있었다.</span></div> <div><br></div> <div>댓글에 그녀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 사진을 좋아하는 45명.</div> <div><br></div> <div>옆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었지만, 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팔로우를 누르고 며칠을 기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친구들은 날 놀려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꿀팁이라며 프사를 바꾸라 해서 되도 않는 셀카짓을 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여전한 침묵.</div> <div><br></div> <div>그 침묵이 싫었으면 멈출 법도 한 것을 구태여 구글에서 그녀의 아이디를 검색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div> <div><br></div> <div>헛헛한 마음이었지만, <span style="font-size:9pt;">그냥 웃고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거기서 멈췄어야 했다.</div> <div><br></div> <div>웃고 털어내야 했다.</div> <div><br></div> <div>혹시 헤어지진 않았나 뒤적거리면서 다른 사진들을 보다가,</div> <div><br></div> <div>맨발로 압정을 밟은 것 처럼,</div> <div><br></div> <div>이질감이 드는 글을 보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부고.</div> <div><br></div> <div>8월 28일 그녀가 떠났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012년이었다.</div> <div><br></div> <div>훈련병을 지나 이등병이 되었던 어느 날,</div> <div><br></div> <div>SNS 메시지로 운명을 달리 한 친구에 대한 소식을 받은 적이 있다.</div> <div><br></div> <div>그날 저녁 점호가 끝나고 당직사관을 찾아 가,</div> <div><br></div> <div>덤덤하게 말을 전하다 실감이 나 눈물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첫 휴가도 가기 전인 이등병을 중대장 레토나에 태워,</div> <div><br></div> <div>장례식장에 들를 수 있게 해주었던 준위가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무도 모르지만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만약에"는 없지만 그 말이 맴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무것도 아닌 내가 뒤늦게 무엇인가 하려고 하기 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행사 그날에 조금 더 용기를 내었다면 나비효과라는 것이, 그 퍼덕거림이 그녀를 붙잡아줬을까 생각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물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도리질치게 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문득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 그냥, 모른다고 했던 친구의 말에 아쉬워 하며 끝내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모를 것을, 지금도 전혀 그녀를 모르지만,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것을 그랬나 싶고 그렇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