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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3283
    작성자 : 최평화
    추천 : 1
    조회수 : 3498
    IP : 104.158.***.14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2/05 01:39:34
    http://todayhumor.com/?panic_103283 모바일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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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8)<br><br><br><br>“참! 누나, 그 사람 연락처는 도대체 어떻게 찾은 거예요?”<br><br>나의 물음에 은경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br><br>“그 사람 이름이 많이 특이하잖아?”<br><br>류휘류, 특이한 이름인가? <br><br>그런 것 같기도 하다. <br><br>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은경은 말을 이었다.<br><br>“그래서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맞더라.”<br><br>“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요?”<br><br>은경은 두 손을 내저었다.<br><br>“아니, 그 사람은 나를 모르고, 나도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 사람 작가거든.”<br><br>“작가요? 소설 쓰는?”<br><br>은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br><br>“소설은 아니고, 시나리오 작가. 그런데 요즘은 평론 쪽으로 더 많이 활동하는 것 같아.”<br><br>“누나 영화 쪽으로 관심이 많은가 봐요?”<br><br>나의 물음에 은경은 양쪽 어깨를 슬쩍 올렸다 내리며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br><br>“뭐, 예전에 충무로로 출근 도장 찍던 적이 있거든.”<br><br>“오! 충무로! 거기서 무슨 일 했는데요?”<br><br>나도 모르게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고, 그런 나의 표정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은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br><br>“무슨 일 했는지 맞춰 봐. 맞추면 내가 소원 하나 들어줄게.”<br><br>은경의 말에 양 눈썹이 슬쩍 올라갔고, 그런 나를 보고 은경은 쯧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br><br>“이것 봐. 하여튼 머릿속에 음란한 생각만 가득하다니까.”<br><br>“어? 음란한 생각 안 했거든요.”<br><br>은경은 못 믿겠다는 표정을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고, 나는 그런 은경을 향해 말을 이었다.<br><br>“아무튼 소원 들어준다는 말, 정말이죠?”<br><br>“그럼! 대신 기회는 한 번뿐이고, 못 맞추면 네가 내 소원 들어주기. 어때?”<br><br>은경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br><br>“허—! 음란한 생각은 내가 아니라 누나가 하는 것 같은데요?”<br><br>“쳇, 뭐래?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br><br>“해요, 콜!”<br><br>나의 대답과 동시에 은경의 표정이 급 진지하게 변했다. <br><br>응? 뭐지? <br><br>문득 준비된 미끼를 물어 버린 기분이 들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br><br>대신 나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br><br>지난주 대형 서점을 지나다 책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 은경은 이런 말을 했었다. <br><br>책은 물론이고 무언가 읽는 일은 질색이라고 말이다. <br><br>질색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읽는 걸 싫어한다면, 쓰는 일 역시 좋아하지 않을 터. <br><br>즉, 대본이든, 평론이든, 쓰는 쪽은 아니라는 뜻이다. <br><br>그리고 하나 더. <br><br>은경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걸 본 적이 있는데, 사진 속 구도를 잡거나 인물이 돋보이게 하는 감각이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br><br>그러니까 촬영이나 편집 쪽도 아니다. <br><br>게다가 은경의 우월한 기럭지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들지 않은 미모를 고려한다면, 이건 사실 그리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 셈이다. <br><br>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br><br>“누나 배우 지망생이었죠?”<br><br>나의 대답에 은경의 입가에 웃음이 퍼졌다.<br><br>“땡! 나 소원 하나 적립했다?”<br><br>“헐… 그럼 뭔대요?”<br><br>“영화사 홍포팀에서 일한 적이 있어. 대학 졸업하고 한 3년 정도.”<br><br>은경은 두 눈을 찡긋하며 말을 이었다.<br><br>“혹시 실물로 보고 싶은 배우 있으면 나한테 말만 해. 내부 시사회 티켓 정도는 아직 구할 수 있으니까.”<br><br>그때였다.<br><br>“주문하신 모듬 어묵탕 나왔습니다.”<br><br>식당 종업원은 커다란 냄비를 테이블 중앙 인덕션 위에 올렸고, 인덕션 스위치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br><br>“요리는 다 되었으니까 바로 드시면 되고요, 인덕션 온도는 1 또는 2에 맞추시면 됩니다.”<br><br>냄비 뚜껑을 열자 뽀얀 김과 함께 짭짤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br><br>주문할 때 요청한 대로 어묵은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져 있었다. <br><br>나는 앞접시 하나를 가득 채워 은경에게 내밀었고, 은경은 받은 접시를 바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br><br>그리고 호로록 국물을 마시더니 두 눈을 질근 감은 채 말했다.<br><br>“크—! 이거 엄청 시원하다. 정말 좋아.”<br><br>은경의 말대로 칼칼하면서도 감질맛이 우러나온 국물이 일품이었다. <br><br>그렇게 우리는 어묵탕을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고, 세 번 주전자를 채우자 750cc 짜리 사케 팩은 이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br><br>세 번째로 채운 주전자까지 비웠을 때였다. <br><br>은경은 발그래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br><br>“어제 저녁 늦게 연락이 왔어.”<br><br>“누구한테요?”<br><br>“…… 작은 이모한테….”<br><br>그렇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br><br>은경은 테이블 언저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는 머릿속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br><br>나는 빈 사케 팩을 들어 은경의 빈 잔 위에 기울였지만 몇 방울 나오지 않는다.<br><br>“음… 술을 하나 더 시킬까요?”<br><br>나의 물음에 은경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br><br>“아니, 그만 마시자. 너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br><br>은경의 말이 맞다. 월요일인 내일 나는 출근을 한다. <br><br>하지만 은경은 아니다. 목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근무를 했고, 내일부터 월, 화, 수, 이렇게 사흘을 쉰다. <br><br>나는 테이블 옆을 지나는 직원을 불렀다.<br><br>“사장님, 여기 참이슬 하나 주세요. 잔도 소주 잔으로 새로 주시고요.”<br><br>그리고 고개를 돌려 은경에게 말했다.<br><br>“나는 한 잔만 먹을게요. 나머지는 누나가 다 마셔요.”<br><br>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br><br>“그래, 오늘 내 원룸에서 자고 가.”<br><br>“혹시 그게 아까 내기에서 적립한 소원인가요?”<br><br>나의 물음에 은경은 헛웃음을 보이며 말했다.<br><br>“에이, 그럴 리가. 그런데 내일 출근하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해?”<br><br>신도림에서 인천까지 가는 광역버스가 있다.<br><br>“지하철로 신도림 역까지 가야 하니까… 음… 늦어도 6시 반에는 나가야 할 거예요.”<br><br>주문한 소주가 도착했고, 나는 은경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br><br>그렇게 둘이 소주 한 병을 비우는 동안 은경은 이모에게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고, 나 역시 묻지 않았다.<br><br><br><br>술자리를 파한 후 우리는 은경의 원룸으로 왔다. <br><br>샤워를 하고 두 번의 사랑을 나눈 후 우리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br><br>침대가 작은 탓에 나는 모로 누워 그녀를 백허그한 자세로 눈을 감았다. <br><br>은경의 규칙적인 숨소리 덕분에 기분 좋게 잠이 들기 직전이었다.<br><br>“자?”<br><br>은경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속삭였다.<br><br>“아직 안 자요.”<br><br>대답 대신 은경의 한숨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br><br>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침묵을 깬 사람은 은경이 아닌 나였다.<br><br>“아까 이모한테 연락왔다는 거, 그거 때문이죠?”<br><br>은경은 가족과 연을 끊고 살고 있다. <br><br>자세히는 모르지만… 자신의 언니와는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점, 하지만 어머니를 포함한 외가 어른들과는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br><br>“엄마가 아프대…. 그리고…….”<br><br>한참이 지나서야 은경은 말을 이었다.<br><br>“엄마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대.”<br><br>나는 이불 안으로 오른팔을 넣어 은경의 팔뚝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br><br>“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br><br>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 은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은경에게 물었다.<br><br>“누나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만나고 싶어요?”<br><br>“그걸 나도 잘 모르겠어.”<br><br>“그럼 만나지 마세요.”<br><br>“뭐야?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br><br>“쉽게 말하는 거 아닌데요.”<br><br>은경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누웠고, 어둠 속 그녀의 커다란 두 눈이 나를 응시했다.<br><br>“그럼 왜 만나지 말라는 건데?”<br><br>“알잖아요. 누나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거라는 거.”<br><br>“정말로 그렇게 생각해?”<br><br>“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누나 어머니는 누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아요.”<br><br>은경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br><br>“맞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br><br>“음… 이건 내 생각인데…….”<br><br>나는 단어를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br><br>“만약에 사과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그리고 어머니 상태가 아주 나쁜 게 아니라면… 아마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모가 아니라.”<br><br>“아…!”<br><br>“그래도 누나는 만나고 싶은 거죠?”<br><br>“글쎄… 나도 그걸 잘 모르겠어.”<br><br>“만약 만나고 싶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겠죠.”<br><br>나의 말에 은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br><br>“듣고 보니 그렇네.”<br><br>“만나세요.”<br><br>은경은 말없이 나를 응시했고, 잠시 후 시선을 내려 나의 입가에 자신의 이마를 툭 기대며 말했다.<br><br>“무서워….”<br><br>뭐가 무섭다는 건지 알 것 같다. <br><br>어머니와 자신의 언니에게 다시 상처를 받는 거 말이다.<br><br>“내가 같이 가줄까요?”<br><br>은경은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br><br>어둠 속 은경의 커다란 두 눈이 반짝였다.<br><br>“그래 줄 수 있어?”<br><br>나는 오른손을 은경의 등 뒤로 넘겨 그녀의 맨살을 위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br><br>“그럼요. 날짜 정해지면 알려주세요.”<br><br>“고마워. 그리고….”<br><br>은경은 나를 응시한 채 말을 이었다.<br><br>“나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br><br>“뭔대요?”<br><br>“우리 엄마 만날 때 말이야… 자기를……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괜찮을까?”<br><br>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굳이 왜?’ 였다. <br><br>그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은경이 말했다.<br><br>“이유는 묻지 말고.”<br><br>“흠… 그 이유는 안 묻는 대신, 다른 거 물어 봐도 돼요?”<br><br>은경은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고, 나는 입가에 슬쩍 웃음을 걸어 놓으며 입을 열었다.<br><br>“아까 저녁 먹을 때 소원 들어주기 내기한 거, 이거 때문이었죠?”<br><br>나의 물음에 은경 역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br><br>“우리 김영식 씨, 언제부터 이렇게 눈치가 좋아진 거야?”<br><br>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br><br>“그러게요. 누구랑 한 달 가까이 지내다 보니까, 나도 덩달아 촉이 좋아졌어요.”<br><br>“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돼, 안돼?”<br><br>“내기에 졌는데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어요?”<br><br>은경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br><br>은경은 다시 벽을 향해 몸을 돌렸고, 나는 이불 안으로 팔을 넣어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br><br>“손 좀 줘 봐요.”<br><br>나의 말에 은경의 왼손이 나의 오른손을 잡았고, 나는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br><br>“누나도 손가락이 많이 가늘은 편이에요.”<br><br>어둠 속 은경이 목소리가 돌아왔다.<br><br>“누나도? 나 말고 또 누구 손이 이렇게 가는데?”<br><br>“있어요. 손가락이 많이 가는 사람.”<br><br>* * *<br><br>시간은 흘러 한 주가 지났고, 그렇게 다시 주말이 되었다. <br><br>그 사이 은경에게 연락이 왔다. <br><br>월요일 저녁에 시간을 잡았다고 말이다. <br><br>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이 수원에 있어서 퇴근 후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은경을 만나 같이 출발하는 걸로 약속을 잡았다. <br><br>그리고 토요일 오전인 지금. <br><br>나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석륜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는 중이었다.<br><br><br><br>(다음편에 이어집니다.)<br><br></p>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4/02/05 11:09:03  103.141.***.227  낯선땅이방인  758554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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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엇보다 공포 햄야채볶음 24/02/29 18:34 333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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