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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3334
    작성자 : 최평화
    추천 : 0
    조회수 : 1467
    IP : 104.158.***.14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4/04/08 00:16:19
    http://todayhumor.com/?panic_103334 모바일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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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2)<br><br><br><br>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통닭 집을 나왔다.<br><br>“어우, 춥다. 후우—!”<br><br>길게 숨을 내뱉자 담배 연기 마냥 뽀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br><br>그리고 오른쪽 외투 주머니 안으로 슬그머니 은경의 손이 들어와 나의 손을 잡았다. <br><br>“뭐야? 술도 못 마시게 하고.”<br><br>“하하, 미안해요. 내일 신월동에서 출근하려면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해요.”<br><br>조금 전 통닭을 먹으며 오늘은 은경의 신월동 원룸에서 자고 가는 걸로 이야기를 마쳤다.<br><br>“쳇—!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맥주 없이 치킨을 먹는 게 말이 되냐고!”<br><br>은경은 화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아니다. <br><br>당연한 말이지만 진짜 화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br><br>“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죠, 뭐.”<br><br>흥—! 하고 콧방귀를 뀐 은경은 두 눈을 얇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br><br>“그런데 정말 뭔지 말 안해 줄 거야?”<br><br>아까 수원역에서 내가 사과할 게 있다고 했는데 그걸 말하는 거다. <br><br>방금 통닭을 먹으면서 아마 열 번은 물어 본 것 같다.<br><br>“에이—! 그건 신월동에 도착해서 이야기해 준다고 그랬잖아요.”<br><br>“도대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br><br>“뜸을 들이는 게 아니라, 사람 많은 곳에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라서 그래요.”<br><br>이것도 통닭 집에서 내가 열 번은 했던 대답이다. <br><br>나는 말을 이었다.<br><br>“사실 별 거 아니에요. 너무 궁금해 하면 이따가 실망할지도 몰라요.”<br><br>나의 말에 은경은 헛웃음을 지어 보였고,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br><br>휴대폰을 확인하는 사이 은경은 나의 오른팔을 슬쩍 당기며 말했다.<br><br>“뭐해? 이제 가자.”<br><br>“잠깐만요. 택시 불렀어요.”<br><br>“택시는 왜? 걸어가면 되잖아?”<br><br>은경의 말대로 우리는 수원역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br><br>“역으로 가는 거 아니에요.”<br><br>“뭐? 그럼 택시 타고 서울까지 가려고?”<br><br>은경의 말과 동시에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택시를 발견했다.<br><br>“잠깐만요.”<br><br>번호판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초록색 예약 표시등이 켜져 있다. <br><br>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자 은경이 다급하게 나의 팔을 잡아당겼다.<br><br>“어머, 미쳤어. 여기 경기도야, 경기도. 서울까지 택시비는 확인하고 부른 거야?”<br><br>나는 은경을 향해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말했다.<br><br>“아뇨.”<br><br>은경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택시는 통닭 집 앞에 멈춰섰고 우리는 그대로 택시에 올랐다. <br><br>택시가 출발하자 은경은 나에게 바싹 붙어 귓속말로 말했다.<br><br>“취소하고 수원역으로 가자고 해. 그냥 KTX 타고 가고 가게.”<br><br>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br><br>“일단 가 봐요.”<br><br><br><br>10분 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아주대 병원이었다. <br><br>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은경은 도끼 눈을 하고 말했다.<br><br>“뭐야? 여기는 왜 다시 온 건데?”<br><br>하지만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다. <br><br>병원으로 오는 길에 기사님에게 당장 차를 돌리라고 할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은경은 그러지 않았다. <br><br>즉, 은경이 내 머릿속 생각을 읽었다는 뜻이다. 워낙 눈치가 좋은 사람이니까. <br><br>어쩌면 통닭 집에서 술은 마시지 말자고 했을 때부터 눈치를 챈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눈치를 챘을 게 분명하다. <br><br>그래도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은경에게 말했다.<br><br>“그냥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서요.”<br><br>“안 되긴 뭐가 안돼?”<br><br>나는 은경의 손을 잡았고, 병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br><br>“너무 추워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요.”<br><br>나는 병원 로비를 거쳐 곧장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향했다. <br><br>은경은 나에게 끌려오는 모양새였지만 강하게 저항하지는 않는다. <br><br>그렇게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야 은경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br><br>“자기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그거…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아.”<br><br>“알아요. 좋은 생각 아닌 거. 그래도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더 만나 봐요.”<br><br>은경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br><br>“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나 후회 안해.”<br><br>“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렇잖아요. 나를 봐서라도 어머니 한 번만 더 만나 봐요.”<br><br>은경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br><br>“더 만난다고 해도 결과는 같을 거야. 자기도 아까 봐서 알잖아. 엄마랑 언니,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말이 통하질 않는다고.”<br><br>못 이기는 척 엘리베이터에 오를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완고하다. <br><br>혹시… 내가 잘못 넘겨 짚고 있는 건가…? <br><br>그리고 문득 아까 병실을 나올 때 등 뒤에서 들려온 은경의 어머니와 언니의 대화를 기억해 냈다. 7시 반 버스를 타고 갈 거라는 대화 말이다.<br><br>“언니라는 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요.”<br><br>“뭐?”<br><br>“지금 병실에 어머니 혼자 계실 거라구요.”<br><br>은경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br><br>“허—!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아?”<br><br>때마침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은경의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br><br>“그냥 내 말을 믿어 봐요.”<br><br>은경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나의 손에 끌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br><br>그렇게 나는 은경을 7층 병실로 들여 보냈고, 그녀가 병실에서 나온 건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서였다. <br><br>눈두덩이는 퉁퉁 부어 커다란 두 눈이 반쯤 감겨 있었고, 얼굴 화장은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br><br>귓가의 머리카락까지 젖은 걸 미루어 병실 화장실에서 세안까지 한 듯하다. <br><br>은경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br><br>잠시 후 우리는 7층에서 내려왔고 병원 건물에서 나와 택시에 올랐다.<br><br>“기사님, 서울 신월동으로 가주세요.”<br><br>택시가 출발하자 은경은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이내 잠이 들었다.<br><br><br><br>그날 밤. <br>은경과 나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br><br>신월동으로 오는 택시에서도, 원룸에 도착해서도 은경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나 역시 그런 은경에게 병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br><br>좁은 싱글 침대에서 함께 잘 때면 늘 그렇듯 모로 누워 내가 은경을 백허그 한 자세였고, 나의 오른팔은 은경의 목 아래를 가로질러 침대 가장자리까지 뻗어 있었다. <br><br>문득 오른팔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br><br>은경의 손이었다. <br><br>팔꿈치에서 팔목을 따라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고, 어느새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깍지를 끼었다. <br><br>그리고 은경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마치 잠들었냐고 나에게 묻는 것처럼 말이다. <br><br>물음에 대한 답으로 나는 깍지 낀 손가락을 말아 쥐었고, 이내 어둠 속 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br><br>“아까는… 고마워….”<br><br>“뭐가요?”<br><br>“수원역에서 서울로 바로 안 오고… 나 흥분했던 거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게 해준 거.”<br><br>“아, 그거요…. 나는 그냥 수원왕갈비 통닭이 먹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br><br>은경이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돌아왔다.<br><br>“그럼 자기가 나한테 고마워 해야하는 건가?”<br><br>“뭐, 그런 셈이죠.”<br><br>은경은 다시 낮게 웃으며 말했다.<br><br>“그럼 나한테 해야 한다는 사과는 뭐야?”<br><br>“흠…….”<br><br>나는 머릿속 단어를 고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br><br>“지난주에 누나가 나한테 물어봤잖아요? 어머니를 만나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요.”<br><br>“응.”<br><br>“그때 내가 많이 경솔했어요. 그때는 누나가 어머니를 만나서 좋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렇게 쉽게 말했던 거구요.”<br><br>“그거였구나… 흠… 그런데 그게 뭐, 사과까지 할 일인가?”<br><br>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br><br>“아까 누나 어머니 보니까… 뭐랄까… 누나랑 화해하고 싶어하는 게 한눈에 보였거든요.”<br><br>나의 말에 은경은 몸을 돌려 누웠다. <br><br>그렇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은경의 두 눈에는 살짝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br><br>“그러니까 우리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내가 엄마랑 싸우는 걸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br><br>“네.”<br><br>“우리 엄마가 예의 운운하면서 자기한테 빈손으로 왔다고 꼽을 주는데도?”<br><br>이래봬도 영업으로 다져진 멘탈이다. 그 정도는 불쾌한 축에 끼지도 못한다. <br><br>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건 오히려 거래를 틀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인 제스처로 읽힌다. 앞으로 얼굴 볼 생각이 없다면 굳이 속마음을 드러내서 적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br><br>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양 눈썹을 치켜올리자, 은경은 입술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br><br>“헐… 보살이네.”<br><br>그런데 은경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표정이다. <br><br>내 이야기의 어느 부분이 믿기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br><br>혹시나 하는 생각에 은경에게 물었다.<br><br>“그런데 누나… 정말로 몰랐어요? 어머니가 화해하려고 누나 부른 거?”<br><br>은경은 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서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br><br>은경의 굳어진 표정, 이건 진짜 몰랐다는 표정이다. <br><br>괜찮아 보이기 위해 애써 모르는 척 한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br><br>은경은 허공을 응시한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br><br>“그랬네… 정말 그랬어… 엄마는 처음부터 나랑 풀고 싶어했구나… 그걸 왜 몰랐지…?”<br><br>길게 한숨을 내뱉은 은경은 베개를 등 뒤에 세워 벽에 몸을 기댔고, 양 무릎을 끌어안 듯 가슴 앞으로 당겨 그 위에 턱을 올려놓았다. <br><br>그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br><br>나 역시 몸을 일으켜 은경의 옆에 나란히 앉았고, 그녀의 등 뒤로 팔을 두르자 은경은 자신의 머리를 나의 어깨에 가만히 기댔다.<br><br>“누나… 괜찮아요?”<br><br>나의 물음에 은경의 차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br><br>“응… 괜찮아….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고….”<br><br>은경은 같은 자세로 전방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br><br>한참이 지나 내가 다시 물었다.<br><br>“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br><br>“……옛날에…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들…….”<br><br>은경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br><br>“나 이제서야 알게 된 건데…… 엄마는 오래 전부터 나랑 화해를 하고 싶어했던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엄마랑 연 끊고 살기 전부터 말이야….”<br><br>나는 은경의 어깨 너머 반대편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은경은 헛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br><br>“허—! 그때 왜 그걸 몰랐지…? 엄마가 분명히 신호를 보냈는데…… 왜 그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거지…? 응…?”<br><br>“너무 자책하지는 말아요.”<br><br>은경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br><br>“자책하는 거 아니야. 엄마랑 연 끊고 집 나온 거, 나 후회 안 해….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자기도 알잖아, 나 눈치 좋은 거.”<br><br>“알죠.”<br><br>“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그걸 모르고 있었지? 심지어는 오늘도 전혀 몰랐잖아.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br><br>하긴 나도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다. <br><br>하지만 은경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br><br>“살다 보면 그렇게 놓치는 것도 있는 거죠, 뭐….”<br><br>그제서야 은경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br><br>“자기도… 그런 적이 있어…?”<br><br>나는 은경을 향해 씨익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br><br>“그럼요. 우리 박 부장님은 아직도 회식 자리에서 술만 들어가면 나를 자기 앞자리에 앉혀놓고 갈궈요. 신입 때 내가 눈치 없이 23억짜리 계약 말아먹은 적이 있거든요.”<br><br>은경은 피식하고 웃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끌어안아 침대에 눕히며 말을 이었다.<br><br>“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이제 우리 자요. 나 많이 피곤해요.”<br><br><br><br>다음날.<br><br>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은경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br><br>무릎을 당겨 그 위에 턱을 받친 채로 어젯밤과 똑같은 자세였다. <br><br>“어…? 누나… 벌써 일어난 거예요?”<br><br>은경은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br><br>“응… 너는 잘 잤어?”<br><br>“아주 푹 잔 거 같아요.”<br><br>대답과 함께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고, 침대에서 내려와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br><br>그런데 은경의 커다란 두 눈 아래 진한 다크 서클이 내려앉아 있다.<br><br>“누나, 혹시… 밤새 하나도 못 잔 거예요?”<br><br>은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br><br>“아니야, 잤어. 방금 일어난 거야.”<br><br>나는 퀭한 은경의 눈을 바라보았고, 한쪽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br><br>“여기 얼굴에 쓰여 있어요. 날밤 꼴딱 샜다고.”<br><br>나의 말에 은경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고,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지고 말았다.<br><br>“그래? 얼굴에 티 많이 나?”<br><br>정말로 한숨도 못 잤다는 뜻이다. <br><br>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경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br><br>“에휴—! 오늘 화장 안 먹겠네.”<br><br>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br><br><br><br>(다음편에 이어집니다.)<br><br></p>
    최평화의 꼬릿말입니다
    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oe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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