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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찾아 온 것은 늦은 저녁, 마지막 담배 한 대를 막 비벼끄고 있을 때였다. 담배를 비벼끄고 눈을 들어보니,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도 없이 눈 앞에 나타나듯 그녀가 서 있었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무엇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입을 떼자마자 동시에 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일단 현관문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아 여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택배왔습니다."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복도에는 한 남자가 검은 모자를 뒤집어 쓴채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택배?"
"예. 남자친구가 보내셨던데요?"
하지만 나에겐 남자친구가 없다. 나는 씁쓸함을 맛보며 문 너머로 말을 건넸다.
"택배가 잘못 온 것 같은데요."
갑자기 동생이 방문을 열고 나한테 온 거야, 라며 뛰어나왔다. 여동생은 소포를 가지고 행복한 표정을 지은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그 여자와 나는 황급히 동생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동생 남자친구의 잘려나간 손이 들어있었다. 옆에 있던 의문의 여자가 말했다. 쳇, 한발 늦었군. 난 더이상 궁금증을 찾지 못하고 그녀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글쎄요. 누굴까요?"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중얼거렸다.
"적어도 당신이 내게 있다는 볼 일이라는 게 아까 말한 반포본동 2지구 반상회는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요. 당장 말 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겁니다. 당장!"
나는 엉엉 울며 떠는 여동생을 뒤로한 채 혼란과 분노를 뒤집어 쓴 목소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퉁명스런 얼굴로 바라보다 못 미덥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요. 제 소속은 CIA의 아시아 지부 특수임무요원 김예나예요. 당신을 찾아 온 것이 반상회를 위한게 아닌 것도 맞구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저 끔찍한 물건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여동생이 끔찍히 사랑하던 남자친구가 저렇게 된 이유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예요."
씩씩대는 내 숨소리가 그녀의 말이 이어질 수록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허공에 알 수 없는 된소리의 욕을 하고는 그녀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말 했다. 주저앉아 오열하는 여동생을 부축해서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피투성이 상자를 들고 와서 그녀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자, 당신이 그랬죠? 이... 이 손이 대체 뭐죠? 이 손이 진짜기는 한 겁니까? 왜 내 여동생의 애인이 이런 꼴이 됐는지..."
나는 여동생의 애인인 성철을 떠올렸다. 그 녀석은 처음 볼 때부터 형님 형님 하며 붙임성 있게 굴던 친구였다. 여동생을 언제나 소중히 대했고 집에 올 때도 매번 양 손에 뭔가를 들고 방문했다. 그러고나서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형님께 점수좀 따고 싶어서 그런다,고 뻔뻔스레 발을 들여놓던 동생. 이제는 여동생의 애인뿐만아니라 나의 아끼는 소중한 동생이기도 했다.
"그 손은... 안타깝지만 진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동생이 픽- 하고 옆으로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지만 상관 없다는 듯 나의 눈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불쌍하게도."
김예나,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담담히 말을 이었지만 마지막 말은 아주 작게 혼자만 들릴 크기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대답해!"
나는 그녀의 양쪽 어께를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소리쳤다.
그런데 그때, 문득 한자기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잘려나간 손만을 보고 누구의 손인걸 알았지? 내 머리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나는 왠지모를 찝찝함에 그녀를 예의주시하며 물었다.
"그런데, 이 손이 남자친구의 손이라는 걸 어떻게 단번에 아셨죠? 손에 아무런 특징이 없는데요."
그녀는 반쯤 실성한 모습으로 웃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가 잘랐거든요. 그 새끼들이... 자르라고 시켰어요. 그 새끼들이..."
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쓰러졌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택배상자 안을 살펴보았다. 상자안에는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그 쪽지에는 날 조롱하듯 정갈한 글씨체로 -선물 고맙지? 라고 쓰여있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119?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 내가 선택한 번호는 119였다. 갑자기 느껴지는 핸드폰의 진동. 문자가 와 있었다. 거기에는 119를 부르게 되면 별로 좋지 못할거야, 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황급히 119에 장난전화라며 둘러대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피투성이 손목과 생전 처음 본 자칭 CIA라고 말하는 여자와 여동생과 나는 밖이 보이지 않은 작은 방안에 있었다. 누군가 지켜보고있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잘린 손목에 대한 무서움. 나는 아까부터 수십차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 손목이 그의 것일 수도 있다는 가장 최악의 생각이 점점 현실이라고 느껴지고 있었다.
두려움을 애써 감추며 상자에 담긴 손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무언가 눈에 잡혔다. 살짝 움켜쥔 채 굳어버린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
뭔가가 적인 쪽지가 있다. 손가락이 굳어 잘 펴지지 않는다. 뭔가를 말 하려는 듯한 쪽지. 온갖 힘을 다해 쪽지를 빼서 펼쳐보았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37°14' 22, 131°52' 08 그 곳... 모..드...일...시작...]
피로 물은 채, 급하게 휘갈겨진 쪽지의 내용은 그의 다잉메시지인 듯 했다. 나는 쓰러진 두 여인을 뒤로 한 채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다급하게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을 켠 후 일단 있는대로 검색했다.
37°14'22 , 131°52'08
가장 위에 뜬 건 북위, 동경? 이것은 위치를 나타낸 것이었다. 그곳은 독도였다.
CIA출신의 김예나, 동생 남자친구의 잘린 손목, 독도를 가리키는 다잉메시지... 이 모든 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주위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밤길거리 비에 젖은 한 마리 강아지처럼, 방안의 정적 속에서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생각했다.
CIA, 손목, 독도. 무엇을 뜻하는 걸까? 많은 생각을 가지고 창가로 걸어갔다. 밖은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집 앞 대뭉네 우산을 쓴 한 남자가 보였다. 나는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며 웃고 있다는 것을. 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그만 주저앉아버렸다. 그 순간, 내 손에 진동이 울렸다.
-원숭이가 왕 노릇을 하도록한 저 호랑이에게 화를 내라.
그리고 나는 뒷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고 눈 앞이 흐려졌다.
-2-
끼룩 끼룩
내가 눈을 뜬 곳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망망해대였다.
'여기가 어디지...?'
욱신거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세웠다. 온뭄이 쓰라리다.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세상에, 난 혼자가 아니었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작은 배 위에는 나 말고 수많은 메추리가 함께 타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알을 낳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꼬르륵...
"큼..."
메추리알을 보자 배에서는 가장 원초적 욕구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고, 금방나온 생 메추리알을 홀린 듯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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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글 조각들을 모으면서 3인칭과 1인칭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 1인칭으로 통일하였습니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자잘한 설정들도 아주 약간 손 보아서 앞뒤가 맞도록 했습니다.
어때요? 대작이 될 느낌이 오나요? ㅎㅎ 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ㅎㅎ
여기서 부터 다시 이어보면 어떨까요?
링크입니다.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672002&s_no=672002&kind=humorbest_sort&page=1&o_table=read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