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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678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3
    조회수 : 1100
    IP : 211.253.***.1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6/21 10:58:58
    http://todayhumor.com/?panic_88678 모바일
    [사진주의]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결-2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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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jpg
    크등장인물_최종_다음.jpg

    ※ 움짤등 다소 불쾌/혐오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포토소설로 형식상 모바일에선 다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되도록 PC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시리즈 홍보를 위해 전편들의 링크를 남겨봅니다.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1 : http://todayhumor.com/?panic_88655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2 : http://todayhumor.com/?panic_88656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1 : http://todayhumor.com/?panic_88663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2 : http://todayhumor.com/?panic_88664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1 : http://todayhumor.com/?panic_88677
     

    ********* 

     

    동생은 어찌하였소?”

     

    짤막한 질문이지만 동생에 대한 걱정이 묻어났다. 그 마음을 아는지 스기야마는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았다. 그저 비릿하게 웃을 뿐이다. 초조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설 산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침묵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대화라는 격언처럼 상황의 심리적 우위가 스기야마쪽으로 넘어왔다. 허나 그 행동에 계획됨은 없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잔혹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타고난 독재자, 그것이 지금의 스기야마를 만든 위압감의 실체다. 그 결과 차분했던 설 산의 눈동자가 점차 분노로 타올랐다. 스기야마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증오가 무르익는다. 폭발할 듯 한 적개심의 일렁임을 마주한 스기야마, 비로소 그는 만족한 듯 손짓 했다.

     

    画面(화면을!)”

    하잇!”

     

    곧바로 홀 벽면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가 켜지고, 화면을 통해 낯익은 풍경들이 스쳐 지났다. 낡은 책상과 소소한 집기들이다. 허름한 소파와 함께 여기저기 금이 간 창문들이 보였다. 그리곤 곧 화면이 멈췄다. 화면의 확대를 시도하는 듯 했다. 잠시 초점이 나갔지만 뿌연 화면 위로 희미한 글씨가 보였다. ‘봉신당(奉神堂)’ 점차로 선명해지는 화면 중앙에 붓으로 쓴 큼지막한 글자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면은 곧 덜컥대는 소리를 내며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쉬이 볼 수 없는 커다란 철문이 보이고, 그 곁으로 알루미늄 배트와 회칼로 무장한 대 여섯 명의 사내가 건들댔다. 하나같이 이레즈미라 불리는 흉측한 문신을 박아 넣은 거한들이었다. 시끄러이 떠들어대는 잡담사이, 카메라를 든 이가 힘주어 소리쳤다.

     

    どい(비켜!)”

     

    쇳소리 마냥 갈라진 목소리, 그가 고함치자 철문 앞 운집한 사내들이 물길 열 듯 좌우로 벌려 섰다. 철문이 열리고 천천히 다가서는 카메라, 하지만 어둡다. 카메라에 비치는 것은 오직 캄캄한 어둠뿐이다. 그러자 도깨비 문신의 사내 하나가 라이터를 들고 다가섰다. 라이터의 부싯돌을 당기는 소리와 함께 촛불 몇 개가 켜지고, 비로소 드러나는 철 문 안의 존재, 카메라가 급히 그 희미한 형체를 잡아 당겼다. 소녀, 희미한 형체의 존재는 가냘픈 소녀였다. 핏기 하나 없이 하얀 얼굴에 작은 몸집, 극도로 쇠약해 보이는 소녀였다. 촛불이 일렁이고, 소녀의 눈빛도 일렁였다.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는 듯 보였다. 걱정했던 상황은 아닌지 화면을 바라보던 설 산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말했다.

     

    완전히 쓰레기는 아니군.”

    뭐 일단은... 하지만 나란 인간은 워낙에 변덕이 심해서 말이야. 이봐! 다나카!”

     

    스기야마가 제 앞에 놓인 스피커폰의 버튼을 누르며 큰 소리로 외치자 화면의 소녀는 사라지고, 머리를 짧게 자른 건장한 사내 하나가 얼굴을 들이 밀었다.

     

    하이! 말씀하십시오 스기야마님

    계집 하나를 죽이는데... 자네에게 필요한 시간은?”

    “1초면 됩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좋아. 그럼 당장 죽이지 않고, 천천히 사지를 잘라내어 네 토막으로 자른다면?”

    “3분을 주십시오. 살점을 자르고 뼈 채 토막 내겠습니다.”

    ... 그럼... 숨통은 끊지 않고 몸의 거죽이란 거죽은 모두 벗겨낸 다음, 남은 살점을 하나씩 저미며 저승 길을 배웅한다면?”

    “5~10분이면 거죽을 벗깁니다. 그래도 죽지 않는다면 신체 말단부터 저미어 나가는데, 이 역시 10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30, 저승문 앞에서 30분은 서 있을 겁니다.”

    좋아! 코헤이가 연락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이!”

     

    화면이 꺼졌다. 냉랭한 침묵 속에서 설 산의 미간이 찌푸려진 채 요동친다. 항시 냉정하던 이전의 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초조함과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반면 스기야마는 여유로이 웃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승자의 얼굴이다. 긴장과 여유, 극과 극의 두 얼굴이 마주봤다.

     

    ... 이제 조금 할 마음이 생겼나?”

    비겁한 자식!”

    고베에만 30개의 사무실, 오사카에도 20개나 있어, 그 뿐인가? 간사이 지방 전역에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 헌데 그 이유가 뭔 줄 아나?”

    정답! 상속을 받았다! 회장님 금수저셨구나앙!”

     

    느닷없는 주접에 언짢은 듯 스기야마가 눈을 질끈 감았다. 모두 누군가의 총기(?) 어린 대답 덕분이었다. 잠시 이를 깨물며 화를 삭히는 스기야마, 생의 이유가 군림하는 것인 그에게 이러한 촐싹거림은 생소한 이질감이다. 체면이란 이름의 두터운 가면만 없었다면 그는 이미 자신을 거스르는 이 불손의 싹을 잘라버렸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청연은 무겁게 가라앉은 장내의 분위기를 띄우고자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

     

    에이~ 농담입니다. 자수성가 하셨다. 그 말 하려고 하신 거죠? 제가 딱 처음 봤을 때부터 고생 많이 하셨구나! 그런 생각 했어요. 다리도 불편하신 분이... 이야! 인간승리! 오체불만족! 그쵸? 그런 거죠?”

    ! 오체불만족? ! 이 자식이! 너 정말 죽고 싶나!”

     

    청연의 주접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스기야마의 심복 중 하나가 격분하여 소리쳤다. 조금 전 코헤이라 불렸던 거한이다.

     

    ... 죄송합니다. 제가... 장애인에 대한 비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 장애인! 이 자식이 정말!”

    으아아!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3-2-1.jpg

    사과는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점점 더 일을 만드는 청연, 그 사이 흥분을 이기지 못한 코헤이가 성큼성큼 다가선다.

     

    그만!”

     

    상황이 과열되자 나직한 목소리로 코헤이를 불러 세우는 스기야마. 아직 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코헤이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스기야마님!”

    아직은 손님이다. 두 번 말해야 내 말을 들을 텐가?”

    ... 아닙니다.”

     

    스기야마의 날 선 목소리에 두 말 없이 고개 숙이는 코헤이,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주저앉은 어깨가 시무룩하다. 반면 코헤이가 힘없이 물러서자 위축됐던 청연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회장님. 역시 높으신 분은 달라! 아량이 그냥! 아주 그냥 죽여줘요~”

     

    구성진 청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야말로 반성이란 없다. 이쯤 되니 의사도 아닌 설 산의 머릿속에도 묘한 탐구심이 피어난다. ‘저 인간의 뇌를 열어 보고 싶다.’ 물론 그것은 비단 설 산에게만 국한 된 생각은 아니었는지, 또 다시 이를 악문 스기야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코헤이!”

    하이!”

    손님을 후히 대하는 것이 우리 스기야마 가문의 가례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이 시끄러울 땐... 주둥이를 찢어도 좋다.”

    하잇!”

     

    풀죽었던 코헤이의 어깨가 스윽 제자리로 올라섰다.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찢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얼굴이다. 그는 어린 아이 같이 기쁜 얼굴로 품 안에 것을 꺼내들었고, 손에 든 것이 섬뜩하니 반짝였다. 청연이 말했다.

     

    합죽이가 됩시다. !”

     

    잠깐의 주접이 박살낸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금은 정돈되자,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린 우스꽝스런 누군가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쉽사리 의식 못 할 조심스런 등장이나 스기야마의 미소가 채 어리기도 전 설 산의 시선이 요동친다.

     

    ()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 그림자에 숨어도 쌓인 업은 가릴 수가 없소!”

    製法ですねあなた!(제법이군요. 당신!)”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텅 빈 바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얇디얇은 음성이 주는 모종의 섬뜩함, 그 기묘한 현상에 스기야마의 수하들이 어리둥절한 사이 청연이 소리쳤다.

     

    ! 저기!”

     

    바닥이었다. 누구의 것도 아닌 그림자 하나가 주인 없이 다가왔다. 그리곤 곧 아련히 피어오른 아지랑이마냥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지독한 악취가 검고 흰 것들 사이로 밀려왔다. 썩은 것, 부패한 것들의 내음이다. 쉬이 감내할 수 없는 괴이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청연도 제 입 가린 손을 조금 들어 코를 감싸 쥔다. 청연이 중얼거렸다.

     

    시취...”

    우왓!”

     

    느닷없는 청연의 외마디 탄성이 들려왔다. 물론 그것은 곁에 선 코헤이의 날 선 눈빛 한 번에 다시금 가로막혔지만,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 연기가 뒤섞여 형체를 이루고, 그것이 점차로 사람의 윤곽을 띄었다. 실로 기묘하다 여길 즈음, 그것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옅어지더니 흐릿한 안개와도 같은 검은 운무(雲霧) 속에서 검은 갓과 순백의 의관을 정제한 노령의 사내로 변모했다.

    아베노 마사치카, 세이메이의 후손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청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아앙! 마술이다! 완전 신기한데? ! 산아 이리와 봐! 나 이런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거 처음이야! 아저씨 비둘기는 어딨어요? 이거 밑에 숨어 있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거죠?”

     

    침묵이란 단어의 뜻을 오지랖과 혼동하는 듯, 청연이 다가섰다. 그리곤 어린아이마냥 호기심 어린 눈으로 검은 운무를 손으로 휘젓는다. 자신을 향한 마사치카의 불쾌한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이, 숨어 있는 트릭을 간파하고픈 관람객의 순수한 열망이 느껴졌다. 물론 그러한 행태의 대부분은 상대를 진지함이라곤 1도 없는 경박함의 진흙탕으로 끌어들인.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生意気(... 이런 오만방자한 놈!) なのかっている(감히 내... 내가 누군 줄 알고!)”

    ! 일본분이시구나! 산아 이 분 뭐라는 거야? 내가 일어를 몰라가지고...”

    バカ野郎(머저리 같은 놈!)”

     

    악담을 퍼부으나 마나, 알아듣지 못 할 이에겐 소귀에 경 읽기 밖에 더 될까? 설 산이 신중한 표정으로 다가서지만, 너스레는 멈추지 않았다.

    산아! 통역 좀 해봐! 엄청 신기했다고! 나중에 한국에서 공연하면 꼭 보러 올 테니까, 힘내시고. 저기... 히히힛! 나 기자라는 거 슬쩍 어필 도 좀 하고, 기자들은 원래 무료 초대권 이런 게 좀 나와요. 알았지? 하하핫 원더풀! 베리 굳!”

     

    무서운 물욕이었다. ‘무료초대권그 한마디에서 눈동자의 생기가 돌아오고 집념까지 느껴졌다. 상황의 심각성 따윈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 오로지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얄팍함이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설 산이 한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소용없었다. 애 먼 사람의 옆구리를 쑤시는 거지근성이 애처로울 정도였다.

     

    무료! 무료초대권! 이게 제일 중요해! 알지? 마술쇼 같은 거 비싸단 말이야!”

    要望した術法々をホリーかでください(요망한 술법으로 사람들을 홀리지 마시오.)”

    知人そのをビーチ(지인은 그 사람을 비치는 거울!) あなたの才能てもマナ(네 재주도 보나마나하구나!)”

     

    마사치카의 말이 심기를 건드렸는지 설 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답답한 표정으로 청연을 바라보지만, 청순한 것과는 별개로 물욕(物慾)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뭐래? 준데? 안준데? ! 이왕 주는 거 한 서너 장 달라 그래 봐!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똥 씹은 얼굴로? 에이 쩨쩨하긴... 꽁짜 표 좀 주고 그러면 좀 좋아...”

    らないですが(모르는 사람입니다만...)”

    いいどこはい在住見てみよう(좋다. 어디 네 재주 좀 보자꾸나!)“

     

    돌연 발을 구르는 마사치카, 그것이 신호였을까? 사방으로 흩어졌던 검은 운무가 그의 발밑으로 빠르게 모여들었다. 그리곤 그의 그림자에 달라붙어 커지기 시작했는데, 그 폭발적 증식에 놀란 설 산이 청연을 밀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림자를 딛고 일어서는 그림자 안의 그림자, 그것이 점차로 형체를 띄기 시작했다.

     

    影妖怪(그림자 요괴!)”

     

    3-2-2-~1.GIF


    검은 그것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웃었다. 족히 2m도 넘는 키에 가닥가닥 나뉘어진 말단이 마치 연체동물의 촉수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것이 설 산과 청연을 향해 날아왔다.

     

    피하십시오!”

     

    재빨리 달려들어 청연을 저 만치 밀어내는 설 산, 청연이 나자빠지고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진동이 전해졌다. 날카로운 그림자가 설 산의 몸에 부딪치며 만들어 낸 소리였다. 충돌과 동시에 잿빛 연기로 화()해 흩어지는 그림자의 연무, 옅은 회색안개의 막이 설 산을 감싼 뒤 점차로 흐릿해졌다. 허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첫 충돌을 시작으로 날아든 그림자는 멈춤 없이 제2, 3의 모습으로 분해 쇄도하고 있었다.

     

    基本はあるである(기본은 있는 놈이군) しかし収録難しくなるだろう(허나, 버틸수록 힘들어 질 것이다.)”

     

    마사치카의 말 대로였다. 설 산을 향해 휘몰아치는 그림자의 공세가 점차로 거세지고 있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흡사 폭풍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설 산의 앞에서 부서지고 흩어지지만, 속도와 양, 모두 처음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재차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허나 반격은커녕 막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지 설산의 얼굴에 초조함이 비쳤다. 그 사이 설 산을 둘러 싼 검은 기운은 위태로이 번져 가고, 시끄러운 충돌의 파쇄음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이를 지켜보는 스기야마와 마사치카의 얼굴에 모종의 미소가 번질 즈음, 잠시 모두의 관심 밖으로 비켜 서 있던 한 남자 또한 웃으며 다가왔다.

     

    이야! 이거 신기하네? 진짜 같다. 진짜!”

    ... あなたはなぜここにいる(...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뜻하지 않은 불청객의 난입, 언제 다가섰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움직임, 마사치카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다. 제 아무리 교전(交戰)중이라 하나 상대가 지근거리에 오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어떻게 저 놈이 여기에!’ 아무도 답해주지 않을 물음들이 연거푸 마사치카의 뇌리를 스쳤다. 기실 이 불청객이 선보인 미스터리한 움직임의 실체는 마사치카 본인의 방심이 5, 이청연이란 인간 특유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감이 5할인 허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은 갖은 억측과 미지의 불안감으로 복잡해져 버린 뒤였다. 그 여파일까? 청연을 둘러 싼 그림자의 공세가 조금은 옅어진 인상을 주었다. 아니 그 세기와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그럼에도 만족할 수 없는 우리의 청순한 평화주의자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로 전투의 종말을 고했다.

     

    이거 빔 프로젝트 같은 걸로 쏘는 거죠? 그쵸? 딱 보니까 모자네!”

    このようなたわごと(이런 제길!)”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또 있을까? 전광석화와 같이 내밀어진 손이 마사치카가 쓰고 있던 길다란 갓을 빼 들었다. 유별난 호기심이 만든 즉흥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무례한 행태야 말로 마사치카의 평정심을 깨뜨리는데 일조를 하였으니, 안 그래도 혼란스럽던 마사치카는 청연의 손을 피하려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의 사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그림자는 제 주인의 심경에 동화되어 혼돈 속에 흩어져 갔다.

    공허하게 흩어진 검은 연무의 도가니 속, 아직도 당혹감을 떨치지 못한 채 주저앉은 마사치카가 제 꼴사나운 모습도 잊은 채 외쳤다.

     

    まさか! 実際には4つの本当奉神堂陰陽師(설마! 사실은 네놈이 바로 봉신당의 음양사냐!)”

     

    물론 그 물음을 알아들을 길 없는 청연은 검은 그림자가 사라지자, 제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기뻐하며 동문서답(東問西答)했다.

     

    으아! 나의 이 날카로운 안목! 산아 봤지? 내가 웬만한 마술 트릭은 딱 보면 다 간파한다니까! 이게 다 속임수예요 속임수!”

    虛虛實實りないふりをあった(허허실실, 모자란 척 나를 속였구나!) しなんて(내가 얕은꾀에 넘어가다니!)”

     

    당혹감 탓일까? 아직도 도무지 현실감각을 찾지 못하는 마사치카, 그의 참담한 심경도 모른 채 우리의 청순한 오지라퍼는 뭐가 그리 기쁜지 빼앗은 갓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저씨 공짜표! 무료 초대권 주세요. 안 그럼 내가 이 마술 트릭 다 폭로해 버릴 거야! 히히히힛

     

    착각은 자유, 망상은 해수욕장!’ 그 누가 말 했던가? 하필 그 순간 공황상태에 접어든 마사치카의 눈과 귀도 그와 같았다. 진실을 알았다면, 아니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그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 할 일이었지만, 어쩌랴! 이미 그는 청연으로 하여금 얼토당토않은 망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내게서 빼앗은 갓을 쥐고 흔든다? ... 설마 그것은 내 머리 따위 언제든 베어 갈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

    [그래! 분명 말뿐인 경고는 아니야! 내가 쏘아낸 그림자의 비를 상처 하나 없이 피했어! 어디 그 뿐인가! 놈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나는 알지 못 했어, 아니 알 수 없었어! 대체 얼마나 빠른 것이냐! 저 미소... 저 여유... 감히 나 따윈 범접할 상대가 아니라 이건가?]

     

    끝도 없는 망상의 나락, 천진난만한 청연의 웃음소리조차 괴기스러운 마사치카였다. 두려움과 공포는 무릇 미지의 존재일 때 한층 더 세를 불리는 법,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청연의 행동이 그를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끌었다.

     

    아저씨 나중에 무료 초대권 주신다고 약속하면 제가 이거 돌려드릴게요!”

     

    말로는 부족한지 새끼 손가락을 내밀며 청연이 약속을 강제하자, 놀란 마사치카가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 뭐야! 왜 새끼 손가락을... ... 설마! 내 목숨 대신 새끼손가락을 내 놓으란 거냐?]

     

    합법적인 사업가를 가장했지만 스기야마의 수하엔 상당수의 야쿠자들이 있었다. 실패 또는 조직 탈퇴의 대가로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바치는 것은 그들의 전통, 평소 그러한 모습을 자주 접했던 음양사 마사치카가 그러한 망상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젠장! .. 하지만 모... 목숨값이라면... 그 정도야!]

     

    하필 그날따라 단검을 소지했던 건,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여유로이 웃는 청연과 달리 단검을 치켜 든 마사치카의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그리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날카로운 단검이 그의 오른 손을 향했다.

     

    ああ...(아아...)”


    3-2-3.jpg

    찡그린 이마 위로 고통이 번지고, 입을 다물어도 새어 나오는 극렬한 통증의 소리가 모두를 당혹케 했다. 마사치카의 갑작스런 단지, 그것은 스기야마를 비롯 한국어에 능통한 몇몇 이들에겐 분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리의 하나뿐인 음양사였다. 대부분이 야쿠자인 그들에게 음양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리 없었다. 따라서 손가락을 자르는 행위 역시 저주 혹은 악귀를 불러오는 술법의 하나로 오인되기에 충분했고, 마사치카가 평소 떠들어 대던 천하 제일의 음양사가 바로 나란 허풍이 그런 근거 없는 믿음을 지탱했다. 물론 그 믿음이 마사치카를 지옥행 완행열차에 태우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겠지만 말이다.

     

    [장하다 마사치카! 악귀를 불러내기 위해 자신의 신체까지 희생하다니!]

    [대체 얼마나 굉장한 술법이길래 자신의 손가락마저 잘라낸단 말인가! 역시 신통력이 하늘에 닿고, 땅을 진동시켰다던 대 음양사 세이메이의 후손! 오늘 저 얼뜨기 덕분에 굉장한 구경을 하게 되었구나!]

     

    순식간에 스기야마 진영 전체를 집어삼킨 망상의 파도, 그 기세는 실로 놀라워 스기야마는 물론, 지켜보던 말단의 야쿠자들까지 모두 함께 기대에 찬 눈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의 원귀(寃鬼)보다 더 대단한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신뢰의 눈빛이었다. 그런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청연이 주접을 떨기 시작했다.

     

    우와! 이건 또 새 마술인가요? 손가락을 그냥 팍! 근데 이거 가짜죠? ~ 그래도 진짜 리얼하다. 죽이네!”

    いますか今満足してますか(이제 됐나? 이제 만족하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치는 마사치카, 그 모습이 사뭇 처절하기까지 했다. 어느새 청연의 곁에 다가온 설 산이 한심하단 눈빛으로 망상 탈출의 마지막 단서를 흘려주지만 소용없었다. 격렬한 통증은 이미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판단력 또한 흐리게 만들었다. 그런 가련한 심신미약(心身微弱) 상태의 마사치카에게 청연은 왜 그리도 잔혹해야 했을까? 손가락을 꼽으며 중얼거리는 청연의 행동 하나 하나가 마사치카를 경악케 했다.

     

    [아니지! 아니지! 이런 대단한 마술쇼를 나 혼자 볼 수는 없지! 공짜표 한 장 주면 누구 코에 붙여! 엄마도 데려가고 아버지도 데려가고... 그래! 이 참에 효도 한 번 하자! 그러고보니.. 옆에 있는 산이도 동생이랑 보러 가겠다 할텐데...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아저씨 기왕 초대권 주시는 거 5! 5장은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3-2-4.jpg


    뻔뻔한 부탁과 함께 일어선 다섯 개의 손가락, 이미 하나를 잃어버린 마사치카의 망상이 또 한 번 악몽의 바다 위를 표류했다.

     

    [... 손가락을 하... 하나가 아니라 다... 다섯개나?]

    [! 지독한 놈! 하나만 내밀었던 건 사실은 나를 안심시키려던 계략이고, 진짜 속내는 내 손가락 전부를 가져 가겠다? 어찌 이리 무서운 놈이... ... 설마 나의 심리를 꿰뚫었단 말인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봉신당~1.JPG

       봉신당 : 참회의 서

    Written by 야설왕 짐보(미/스/공)

    스터리/릴러/포 괴담공작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고등학교 3년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네... 친구들 공부할 때 놀았습니다.
    이상한 부분은 구글번역기가 문제인거지 무식한 제 잘못이 아닙니다. ㅠㅠ
    이해해주세요. 글 쓸라고 일본어를 능수능란한 수준까지 배울 수는 없어요 ㅠㅠ
    *******

    혹 관심있으실 분들을 위한 이전 시리즈 좌표.
    봉신당 #1. 업은 업으로 덕은 덕으로 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5578
    봉신당 #2. 인면목의 저주

     
    출처
    야설왕짐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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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장편소설 두편(창녀와 나, 진혼무)는 개인사정으로 잠시 글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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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보돔 호수 살인사건 창작글 Mysterious 24/04/28 16:07 27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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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3화)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최평화 24/04/28 13:51 15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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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괴담회 시즌4!!!!!! [1] hihiho129 24/04/25 20:45 60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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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창작글 Mysterious 24/04/25 19:06 50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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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창작글 Mysterious 24/04/22 20:37 8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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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창작글 Mysterious 24/04/20 17:21 11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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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걸린 범인 창작글 Mysterious 24/04/15 17:02 137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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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다고? 창작글 Mysterious 24/04/11 19:01 136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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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만료 11개월을 앞두고 체포된 범인 창작글 Mysterious 24/04/09 19:01 143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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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범인으로 지목받자 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가 딱걸린 엄마 창작글 Mysterious 24/04/08 20:27 153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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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2화)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최평화 24/04/08 00:16 14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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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국민MC의 죽음. 경찰은 아내를 의심하는데... 창작글 Mysterious 24/04/04 19:01 17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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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전 아내에게 집착한 전남편. 창작글 Mysterious 24/04/02 19:01 174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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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3,096일 동안 나는 그의 XXX였다. 8년만에 탈출 창작글 Mysterious 24/04/02 18:50 173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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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사라진 남성이 이미 카레로 만들어졌다고?? 창작글 Mysterious 24/04/01 19:26 180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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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1년마다 1명씩 잠을 자다 사망한 가족. 홀로 남은 남 창작글 Mysterious 24/03/28 18:35 208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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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기차 여행 시 주의 사항 [2] 홍시맛 24/03/28 10:29 290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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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괴물을 쓰러뜨렸다." 창작글 Mysterious 24/03/27 19:21 199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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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아무도 듣지 못한 죽음의 비명이 들린 357호실 창작글 Mysterious 24/03/24 18:59 222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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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1)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최평화 24/03/24 10:16 208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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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20년만에 해결된 미제사건 [1] 창작글 Mysterious 24/03/19 18:50 265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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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10)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최평화 24/03/18 07:06 227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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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 고립된 남극 기지에서 사망한 남성. 근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창작글 Mysterious 24/03/17 22:11 323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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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문자를 차단했다고 살인까지? 창작글 Mysterious 24/03/15 21:57 248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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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9)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최평화 24/03/13 21:36 23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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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재혼한 남편이 7년 전 살인을 고백한다면? [1] 창작글 Mysterious 24/03/12 18:56 264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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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헤어진 여자친구가 결혼하자 그의 분노가 향한 곳은... 창작글 Mysterious 24/03/09 19:47 286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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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여자친구가 살해되자 경찰은 남자친구를 의심하는데... 창작글 Mysterious 24/03/07 18:47 289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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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트브에서 가장 유명한 실종자 라스 미탱크 실종사건. [2] 창작글 Mysterious 24/03/05 11:56 358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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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이야기] 무죄를 선고받고 나서야 그는 살인을 인정했다 창작글 Mysterious 24/03/03 12:36 318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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