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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582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10
    조회수 : 877
    IP : 1.240.***.85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6/16 18:55:30
    http://todayhumor.com/?panic_88582 모바일
    [장편, 스압] 등대 20화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panic_88291

    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2

    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3

    3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8

    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54

    10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77

    1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82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97

    13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172

    14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615

    15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39

    16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43

    17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57

    1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63

    이번 화는 시점 변환이 많습니다. 종막이 점점 다가오네요!

    진하늘(이 시점은 처음이죠?)

    -------------------

     

    태성 오빠가 나가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물이 다시 한 번 비집고 흘러내릴 것 같았다. 기분이 나빴다. 더러운 기분이었다. 찜찜했다. 그 새끼를 죽이고 난 뒤라면 분명 후련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탁자 앞에 주저앉았다.

    ! ! !

    “망할. 망할. 망할!”

    괜히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있는 힘껏 내리친 탓에 손에 저릿한 감각이 감돌았다. 그대로 탁자 위에 엎드렸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하지만 슬픈 감정은 아니다.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련하지도 않았다. 혹여나 그 새끼를 죽인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는 않는다. 가질 리 없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오히려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뻐해야 한다.

    하지만 기쁜 척을 해보아도, 억지로 웃어보아도 ... 괴로울 뿐이다.

    이럴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었다. 내가 한 복수도 결국에는 살인일 뿐이었으니까.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속죄해야 한다.

    이호철... 때문이라도 조금 더 무언가를 해보려 했지만, 이런 상태로 무언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MP3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제 전부 끝낼 시간이었다. 끝내야지. 갑자기 휘말려버린 그 언니와 아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둘에게 무언가 해준다는 것은 욕심이다.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 최선이다.

    태성 오빠가 끝내는 것을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그에게 부담은 지우고 싶지 않았다. 권총을 건넸던 것도, 범인임을 밝힌 것도 작은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손으로 시작한 일은 내 손으로 끝내야겠지. 그에게 기댈 수는 없었다.

    달칵.

    벌써 왔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빠가 돌아왔나 싶어서 괜스레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들어온 것은 오빠가 아닌, 김주성이었다. 시선을 마주치면, 지금 감추고 있는 감정을 속내를 들킬 것 같아 그의 시선을 피했다. 미안한 감정, 죄책감이 드러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감정을 드러낼 자격조차 없었다.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나 자신은 끝까지 악역으로 남아있어야 다른 이들이 나를 죽일 때 죄책감이나 동정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에게로 시선을 되돌렸다.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리고...

    우당탕탕!

    “꺄악!”

    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의자가 뒤로 넘어지고, 그가 내 위로 올라타며, 내 양손을 붙잡았다. 나는 바닥에 부딪친 고통에 신음을 뱉으며 말했다.

    “아윽... 이게 무슨 짓이에요?”

    등에 받친 의자로 허리가 짓눌리는 고통에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지만,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가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가씨 생각은 어떤가?”

    들켰나? 어떻게 알아낸 거지? 아직 걸릴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호철이가 어젯밤에 해놨던 화장놀이가 도움이 됐거든.”

    화장놀이? 문손잡이에 그건가. . 중간에 실수가 있었나.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요?”

    “다른 사람들 손 전부에 화장품을 묻혀 놓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였는데, 자기손에 묻은 걸 너무 신경 안쓴 거 아닌가? 김재영한테 손자국 뿐만 아니라 줄같은 걸로 묶어서 끌은 모양인지, 자국까지 남아있더군. 이호철과 전태성이라면 굳이 끌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지. 시체에 남은 손자국의 크기와 그가 무거워서 끌고 간 흔적까지 생각해보면... 추측되는 건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 그렇군요.”

    분명 누군가에게 범인임을 들킬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저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이상 변명도 무의미 하겠지. 어차피 끝낼 생각이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조금 당황스러웠을 뿐.

    “인정하는 건가?”

    “부정하면 믿을 건가요?”

    “물론... 아니지.”

    스스로 끝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쪽이 나을지도. 그리고 이들에게 끝까지 악인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내 마음에도 편하다. 나는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 그럼 이제 죽여요. 그럼 모든 게 끝날 테니까요.”

    ... 죽이라고? 목숨 구걸은 안하는 건가?”

    그는 내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그런 그에게 확인시키듯이 말했다.

    “전 그렇게 구차하지 않아요. 이미 첫날 그 여자를 죽였을 때부터, 죽을 각오는 이미 하고 있었으니까요. 별다른 여한도... 없고요.”

    “왜 했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는 않겠지?”

    나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빙긋 웃었다.

    “그럼 다른 걸 묻지.”

    “뭐죠?”

    “태성이는 뭐지? 공범인가? 아니, 그랬다면 김재영을 너 혼자 옮겼을 리 없겠지. 전태성은 뭐지? 왜 둘이 같이...”

    “그냥 아저씨랑 똑같은 피해자에요. 저만 죽이면 끝나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를 죽이면 돼요.”

    그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나로 끝내야 했다.

    ......”


    ------

    이호철, 진하늘

    ------


     김주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망설임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는 하늘이의 양팔을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하늘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서서히 붙잡았다. 김주성의 손이 하늘이의 목을 천천히 조여 간다.

    “컥. . .”

    하늘이가 목이 졸리는 탓에 절로 신음을 뱉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다. 입은 꼴사납게 벌어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끝까지 악역이 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워하면 안 된다. 동정을 사서는 안 된다. 나는 살인자니까.

    그러나, 하늘이의 손이 고통으로 인해 저절로 올라가 김주성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 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고통을 참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윽... . .”

    . . 시야가 점점 흐릿해진다. 정신이 까마득해진다. 이제. .....

    하늘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

    총성이 울려 퍼졌다.


    -------

    전태성 

    -------

     

    등대 중앙에 있던 김주성이 안 보였다.

    내가 잠깐 방에 들어간 사이 어디로 간 거지? 주위을 둘러보니, 아까 내가 나왔던 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하늘이와 같이 있나? 왜지?

    천천히 하지만, 조금은 발걸음을 재촉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허리춤에 끼워둔 권총이 흔들렸다. 떨어질 것 같아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갔따.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문이 살짝 열려있는 그 방으로 다가갔다. 무슨 말소리가 들렸으나, 무슨 말인지는 구별가지 않았기에, 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안에서 숨막히는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는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문을 천천히 밀었다.

    여전히 다른 손으로는 권총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안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나는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나도 내가 성급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급함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눈앞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가녀린 목을 중년의 남자가 힘껏 조르고 있다면, 거기에 그 여자아이가 목이 졸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뜨고 있다면, 여자아이가 고통스러운 듯 그의 밭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듯 기침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중년의 남자에게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물론 그 여자아이가 잔혹한 연쇄 살인범이고, 그 중년 남성이 그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 중 한 명이었지만, 총알은 그런 사실 따위는 알 리가 없었기에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벽에 뭐라도 던진 듯이 피가 터지듯이 튀었고, 김주성이 하늘이의 위로 쓰러졌다. 그의 머리에서 수도꼭지라도 튼 듯 피가 콸콸 쏟아져 내려 하늘이의 얼굴과 바닥에 흘렀다. 그 피의 색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빨갛고 투명한 탓에 마치 빨간색의 물감이 잔뜩 쏟아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뒤섞여 뇌수가 흘러내린다.

    . 아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나는 손을 늘어트렸다. 아슬아슬하게 권총을 놓치지만은 않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부여잡고, 간신이 섰다. 고개를 숙여 권총을 바라본다.

    “하.. 하하...”

    헛웃음이 입안에서 새어 나왔다.

    “으윽... .”

    신음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가 김주성의 시체를 밀어내며 몸을 세우고 있었다. 얼굴이 전부 피로 붉게 물들어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하늘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내가 들고있는 권총을 보고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보였다.

    “아...”

    ...”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내 몸이 서있는 것을 지탱하는 것이 나의 한계였다.

    ... 흐흐흑. . 흐흑...”

    투명한 물방울이 하늘이의 눈에서 흘러 피로 빨갛게 물든 얼굴을 가로질렀다. 김주성의 피를 씻어내며 하늘이의 눈물이 핏빛으로 물들어 계속 흘러 내린다. 마치 피눈물처럼.

    “왜... 왜 그랬어요! 그냥... . 죽게 내버려두지. . 그냥! . 죽게 내버려두지! 흑흑...”

    죽게 내버려 두라고?

    나는 그 때가 되고  나서야 아까 하늘이가 했던 말이 이해되었다. 하늘이가 나에게 권총을 달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이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할 뿐이라고. 그런데, 하늘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범인임을 밝혔을 때 한 말은 자신을 죽여야만 이 상황이 끝난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는 범주에는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다. 하늘이는 나에게 거짓말은 한 적이 없었다.

    하늘이의 죽음이 이 섬을 탈출하는 데 필수조건이라면... 하늘이는 자살을 하려던 것이다. 그것도 이 섬에 처음 왔을 때부터.

    !

    “무슨 일입니까!”

    문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호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분노로 물드는 것까지는 보였다. 그리고 땅이 뒤집혔다.

    콰광!

    나는 그가 나에게 달려듬과 동시에 쓰러지며 권총을 떨어트렸다.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며 순간 시야가 까마득해졌다. 이호철이 나의 멱살을 잡았다. 이호철이 나를 사납게 노려본다.

    “컥.”

    “당신 도대체 뭐야! 당신이... 당신이 범인이야? 당신은 믿었는데... 당신만은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옆에서 여자가 하늘이를 부축하며 달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내가 들어왔을 때랑 똑같은 상황이었다. 총을 맞고 죽어있는 사람과 울고있는 여자아이, 그리고 총을 든 남자, 당연히 총을 든 남자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겠지.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크윽.”

    이호철이 멱살을 잡고 흔드는 탓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뭣 때문에 우리들한테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켁. .”

    “꺅!”

    옆에서 한지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지혜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하늘이가 총구를 천장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발포했다.

    !

    이호철이 당황하여 내 멱살을 놓았다. 총소리가 등대 안을 울려 퍼지고, 방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쿨럭. 쿨럭.”

    정적을 깬 것은 내 기침 소리였다. 뒤이어 하늘이가 소리쳤다.

    “모두 다 물러서요!”

    한지혜가 재빠르게 이호철의 뒤로 숨었다. 이호철은 자리에서 두 손을 들며 천천히 일어났다. 매우 당황한 눈치였다.

    “하... 하늘아? 너는 왜 또... 그래?”

    “움직이지 마요. 괜한 사람 잡지 말라고요!”

    하늘이가 이호철을 총구로 겨누며 소리쳤다. 미처 눈물도, 피도 다 마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늘이가 어쩌려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호철도 하늘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답답한 듯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너도 이 새끼가 아저씨를 죽인 걸 봤잖아!”

    ...... 그 새끼라니. 태도가 참 순식간에 바뀌시네요. 마치 1년 전 그 때처럼요.”

    ... ?”

    “기억 안나요? 1년 전 9월에 있었던 자동차사고. 알고 있죠?”


    ------ 

    이호철

    ------

     

    ......”

    나는 하늘이의 말에 당황하여 마우런 말도 하지못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하늘이의 입에서 나의 치부와 같던 일이 튀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늘이가 어떻게 그 사건을 알고 있는 거지? 아니, 내가 그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게 왜 지금...

    “기억 안 나시나요? 그럼 이건 기억나요?”

    하늘이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것을 보며,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보다는 그 화면에 뜬 메일을 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From JAY0923

    찍으신 사진들 잘 보고.... 이번에 스케줄이 취소되어 기차표가 남는데...... 이 섬에 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건...”

    내가 받았던 메일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 원래 목적지였던 섬으로 가길 권유하는 메일. 그렇다는 건... 하늘이가 나에게 이 메일을 보냈다는 건가? 그럼 하늘이가...

    “네가... 범인이라는 건가?”

    하늘이는 대답대신 씩 웃을 뿐이었다. 나는 그 미소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때문에 내가 여기서 죽을 고생을... 잠깐만 그럼 전태성은 뭐지? 김주성을 죽인 건... 누구지?

    나는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했음에도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그 전에 하나만 물을게요. 왜 작년의 그 사건에서 거짓 목격담은 진술했죠?”

    .....”

    나는 하늘이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늘이가 설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누군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것은 자신의 치부였던 일이었고, 그랬기에 더더욱 깊숙이 감춰왔던 일이었다. 아까 그 사고를 언급 할 때에도 내심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모르는 척하는 건가요?”

    “어떻게 그걸...”

    무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돈에 대한 회유에 내 신념을 굽혔던 그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사건의 당사자는 사망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일을 먼저 발설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여자의 가족인가?

    “제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문제는 왜 그랬냐는 거예요. 왜 그 때 거짓된 목격담을 말했던 거죠? 저와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진술할 생각이었잖아요? 아니면... 처음부터 절 속인 건가요? 왜 거짓말을 한 거죠?”

    “호... 호철씨 저게 무슨 소리죠?”

    이제야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작년의 그 사고, 우연히 그 위치에 있었던 나는 그 때 당시 상황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극섯은 사고가 아니었다. 명백한 살인 행위였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격자를 구하던 피해자의 가족과 통화까지 한 후, 목격자로서 진술하려 했다.

    그렇게 경찰서에 연락을 한 뒤, 어는 형사에게서 연락이 와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 형사는 약속장소에 사고현장에 있던 남자들과 같이 나왔고, 나에게 협박과 회유를 했다. 아마 그 형사까지도 한 패거리였겠지.

    결국 나는 그들에게 굴복했고, 서에서 거짓된 진술을 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입술을 피가 배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꽉 깨물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내 자신이 역겹게 느껴졌다. 일부러 회피하고 있었던 사실이 눈앞에 들이밀어지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말해도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 정말 미안하다. 내가 정말...”

    사과 밖에 없었다. 그들의 협박과 회유에 굴복한 건 나였으니까.

    !

    “꺅!”

    내 말이 총성에 끊겼다. 오른쪽 어깨가 화끈했다. 총알이 스쳐 지나간 듯 했다.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자, 하늘이가 권총으로 날 겨눈 채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닥쳐요! 제가 언제 사과 하랬어요? 왜 그랬냐고 묻잖아요! 도대체 왜 그랬어요!”

    “하늘아... 쿨럭. 그게 무슨 소리야? 쿨럭. 거짓 목격담이라니? 아연이 이야기야?”

    쓰러져있던 전태성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연이? ... 그러고 보니 그 때 죽었던 여자 이름이...

    “끝까지 대답 안 하겠다는 거죠?”

    ...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변명하는 거  밖에 안 되겠지. 이유가 어찌됐든 잘못한 건 나였으니까... 미안하다. 그것말고는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정말... 미안하다.”

    “하하... ... .”

    하늘이가 실소를 내뱉으며 몸을 숙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배를 부여잡고 미친듯이, 실성한 듯이 웃었다. 그리고 광기에 물들어버린 두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 두 눈은 실핏줄이 다 터져 나가 붉게 물들었고 흐르고 있는 눈물마저도 피와 섞여 피눈물처럼 보였다.

    “그러면 변명이라도 해봐! 해보라고! 무슨 말이라도.... 해보란 말야......”

    “차라리... 날 죽여. 네 증오가 나한테 한정된 거라면, 날 죽이고, 남아있는 다른 사람이라도 살려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이에게 처분을 맡기듯이 두 눈을 감고 팔을 벌렸다.

     

    --------


    ------- 



    추천과 댓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이나 피드백도 환영!


    이번 화는 시점 변환이 많았네요. 조금 헷갈릴 수도...있겠네요.

    다음화가 최종화에요. 그리고 에필로그 한 화가 남아있습니다.

    내일이면 완결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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