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align="center"><embed height="18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422" src="http://player.bgmstore.net/5hvFw" allowscript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5hvFw"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5hvFw</a></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 </div> <div><br /><br />모니터 화면이 깜빡, 깜빡 깜박…하더니 새까매졌다.<br />한참 타이핑을 하던 중이라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br /><br />처음엔 오빠! 하고 외치며, 모니터의 옆통수를 통.통. 두드리고,<br />다음엔 야! 오빠! 하고 고함치며, 모니터를 쥐고 흔들고,<br />그 다음엔 참다못해 오빠새끼의 방으로 뛰어갔다.<br /><br />뚱땡이 오빠새끼는… 집에 없었다.<br />웬일이래….<br /><br />웬 소란이냐? 하고 오빠대신 나를 찾아준 것은 할머니였다.<br />할머니에게 "모니터가 고장 났어요. 삼일 동안 쓴 과제가 다 날아가게 생겼어요."<br />하소연을 했더니, 할머니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 끌끌 혀를 찼다.<br /><br />괜한 소란 피우지 말어.<br />오빠 오면 고쳐 주것지.<br /><br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괜한 소란도 아니다. 3일을 투자한 과젠데.<br />모니터를 뒤집어 훑으며, AS전화번호 스티커를 찾아냈다.<br /><br />스티커엔 충직한 기업의 이름, '충보 모니터'가 깨알만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br /><br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br />충보 기업이 어딘가.<br /><br />뭔가 못미더운 기업체의 이름.<br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나,<br /><br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거시고 자시고….<br /><br />울어버리고 싶어졌다.<br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허엉 소리 내어 울었다.<br /><br />삼일 동안 쓴 과제. 다 날렸어.<br /><br />할머니가 다시 나오셨다.<br /><br />"뭐 집어 던졌어? 이? 전화기? 왜 그걸 때려 부숴?<br />야야, 그러지 말고 저기 전파사 가봐. 전파사.<br />텔레비 고장 난 거는 다 거기서 고쳐. 콤푸타도 다 고쳐 줄 거야."<br /><br />아아, 이놈의 촌 동네.<br />그 흔한 컴퓨터 수리점 하나 없고.<br />전파사라니.<br /><br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br />차갑게 식어가는 모니터를 본체에서 뜯어, 전파사로 향했다.<br /><br />신신 전파사.<br />텔레비전. 비디오. 세탁기. 안떼나. 일체수리.<br /><br />안떼나? 맞춤법 틀린 거 아닌가? 비디오는 또 어느 시대의 유물이던가.<br />전파사 앞에 덕지덕지 붙은 벌겋고 누렇게 빛 바란 스티커들이<br />별반 있지도 않던 전파사의 신뢰감을 그나마도 묵살시키는 것 같았다.<br /><br />암울한 전파사 안.<br />기계와 기판들의 공동묘지 같으면서, 도살장 같은 난잡한 광경이 굉장히 낯설다.<br />알 수 없는 습기, 또 알 수 없는 탄 냄새. 아니, 녹은 냄새? 인두를 지진내라고 해야 하나….<br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br /><br />냄새를 뚫고, 전파사 안에서 할아버지가 한 분 나오셨다.<br />그리곤 하신다는 말씀이.<br /><br />"그게 뭐요? 티비요? 뭐 그렇게 얇아?"<br /><br />이제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br />역시 촌 동네에선 무리야. 하고 체념하려했다.<br />그때. 할아버지 뒤에서 젊은 남자가 한 명 나오며 말했다.<br /><br />"그건 티비가 아니라, 모니터에요. 모니터. 컴퓨터에 쓰는 거." 했다.<br /><br />할아버지는 "아아~ 콤푸터? 나도 알아 새끼야." 했다.<br />그리고는 자리를 피하며 궁시렁 궁시렁 "대학 좀 나왔다고, 더럽게 잘난 척 하네." 했다.<br />할아버지가 가게 밖으로 나간 듯 전파사의 문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br /><br />희망의 불빛이었다.<br /><br />콤푸타도 콤푸터도 아닌, 컴퓨터라고<br />똑바로 발음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br /><br />나는 희망의 빛을 본 것만 같았다.<br /><br />구세주.<br />눈앞에 남자가 그리도 멋져 보일 수 없었다.<br /><br />내가 물었다.<br /><br />"고칠 수 있을까요?"<br /><br />남자는 입술은 굳게 다물고,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br />남자는 모니터를 받아 들고, 전파가 안쪽의 책상에 올려놓았다.<br /><br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될까싶어서, 어떻게 하다가 고장이 났는지,<br />어떻게 순식간에 화면이 정전되었는지, 허겁지겁 설명을 했고,<br />그는 끄덕끄덕 설명을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하며,<br />드라이버로 모니터의 나사를 풀어나갔다.<br /><br />언제 돌아왔는지 모를 할아버지가, 전파사 중앙 소파에 앉더니 곧, 담배에 불을 붙였다.<br />칙칙, 라이터에 불꽃이 피고, 할아버지는 후~ 하고 후련하게 한 모금을 뱉어냈다.<br /><br />금방 코가 따가워져왔다.<br />역한 담배 냄새에 눈살이 찡그려지는데,<br />할아버지가 험험, 큰기침을 하더니, 자랑처럼 말했다.<br /><br />"쟤가 여기서 이렇게 빌빌대도, 똑똑한 놈이여.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고쳐 저 새끼."<br /><br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남자가 말했다.<br /><br />"사장님, 아가씨도 있는데, 여기서 담배를 피우시면 어떻게 해요…."<br /><br />할아버지는 그 말에<br />"하, 개새끼, 내 가게에서 내 담배도 못 태우네.“<br />말하곤 담배를 든 채 다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br /><br />괜히 궁금해졌다.<br />똑똑한 놈.<br />대학 나온 놈.<br /><br />할아버지 말로는 은근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 같은데.<br />창밖에 안떼나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br />그것도 컴퓨터 수리점이 아닌, 구시대의 전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자.<br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br />캐묻지 않을 수 없었다.<br /><br />"저기요…. 왜 여기에서 일하시는 거예요?"<br /><br />남자는 내 말을 듣더니, 수리하는 손이 멈췄다.<br />그는 나를 똑바로 보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되물었다.<br /><br />"아니, 그렇잖아요. 좋은 대학 나오신 거 아니에요? 똑똑 하시다면서요. 왜 이런 허름한 가게에서 일하세요?"<br /><br />남자는 배시시 웃더니,<br />"여기 대단한 전파사에요. 웬만한 대학보다 훨씬 대단해요. 제가 볼 때는." 했다.<br /><br />그가 이어서 말했다.<br /><br />"여기엔 희망 안떼나가 있거든요. 저는 사실 텔레비전이나,<br />모니터 수리하러 온 게 아니라, 안떼나 수리하러 온 거예요."<br /><br />남자는 수리하는 손을 놀리다, 나를 힐끔 보고는<br />"보고 갈래요?" 물었다.<br /><br />"뭘요?"<br />"희망 안떼나."<br /><br />할아버지가 담배를 다 피웠는지 전파사로 들어왔다.<br />문 여닫는 소리가 요란했다.<br />할아버지는 소리치듯 말했다. 목소리가 걸다.<br /><br />"야야? 그거 빨리 마치고, 안떼나 돌리러 가자?"<br /><br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br />그가 말했다.<br /><br />"해질녘이면 항상 안떼나 돌리거든요. 보고가요. 모니터 수리비 공짜로 해드릴게요."<br /><br />남자는 당장 안테나를 돌리고 싶은 듯 했다.<br />그의 몸짓이 빨라졌다.<br />의자를 밀어 넣고 일어서는 게, 내 대답은 어째도 좋다는 식이었다.<br /><br />수리비가 공짜라면, 그깟 안테나 좀 못 볼 것도 없다는 생각에, 그의 말을 넙죽 받았다.<br />남자가 할아버지에게 "올라가죠?" 하자, 할아버지는 "벌써 다 고쳤냐?" 하며<br />덤덤히 전파사의 2층으로, 2층에선 베란다로, 베란다에선 녹슬어있는 철제 계단으로,<br />그리고 결국 3층의 옥상으로 올라섰다.<br /><br />옥상에는<br /><br />안테나가 있었다.<br />모를 일이었다.<br /><br />동그란 회색 접시에, 삼각형 안테나가 걸려있다.<br />시골에 있는 것 치고 좀 커다랗다는 느낌은 있지만,<br />이게 뭐가 대단한 안테나라는 건지.<br /><br />공짜라는 말에 속는 샘치고 올라는 왔지만,<br />안테나 구경이 뭐라고, 수리비도 마다하면서 남자는 서둘렀을까.<br /><br />남자는 복잡한 스위치와 버튼이 있는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br />할아버지는 기계 옆에 있는 네모난, 그러니까 꼭 무전기 같이 생긴 것을 집어 들었다.<br /><br />꼭 외계와의 교신이라도 하려는 것만 같았다.<br /><br />할아버지는 "아, 돌려?" 했다.<br />남자는 거북이처럼 목을 주욱 빼더니 안테나를 바라보았다.<br /><br />안테나에서 빨간 불과 녹색의 불빛이 번갈아가며,<br />천천히, 깜빡… 깜빡… 점멸했다.<br /><br />할아버지는 그새 담배에 불을 하나 더 붙였고,<br />남자는 빠진 목을 접으며 "돌아요!" 했다.<br /><br />할아버지가 비죽 웃었다.<br />깊게 담배를 빠는 모습이<br />자욱한 연기와<br />더 자욱한 주름으로 만연했다.<br /><br />옥상 밖은 노랗게 물든 저녁놀.<br />할아버지는 가슴 주머니에서 낡아빠진 종이 뭉텅이를 꺼내 들곤,<br /><br />무전기에 말을 옮기기 시작했다.<br /><br />「아아, 아아, 여가는? 희망 안떼나, 희망 안떼나, 아아, 들리는 가?<br />아아, 여가는 희망 안떼나. 대한민국으, 청춘들에게.<br /><br />아아, 여가는 희망 안떼나.<br />아아, 대한민국으 청춘들에게.<br />신신 전파사에서 한 말씀 올리요.<br /><br />아아, 대한민국으? 청춘들아….<br />제발루다가.<br />비바람에 흔들리지들 말어라.<br /><br />아아, 여가는…… 희망 안떼나….<br /><br />죽도록… 살기 바빠서.<br />아직 청춘이? 으트키 시작되고.<br />아, 으트키 청춘이 끝났는 줄도 모르는 청춘들에게.<br /><br />아아, 여가는?……희망 안떼나…….<br />청춘아…. 다시 시작되어라.<br />아아, 여가는…<br /><br />희망 안떼나…<br /><br />청춘아?…… 시작되어라….」<br /><br />남자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br />남자의 눈이 그렁그렁 할아버지의 뒷모습과 그 앞의 저녁놀로 가득하다.<br /><br />나는 할아버지와 남자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br /><br />할아버지의 연설과 같은 청춘아, 청춘아는 끝이 없었다.<br />그 사이에 남자가 내게 속삭여 물었다.<br /><br />"손님은…. 몇 살이세요?"<br /><br />남자가 속삭이자, 나도 괜히 조심스러워 졌다.<br />말로 전하지 않고, 가위, 바위하며 손짓으로 스무 살이라 표시했다.<br />남자가 다시 속삭였다.<br /><br />"좋을 때네요."<br /><br />할아버지의 연설을 계속해서 들었다.<br />거의 10분간의 연설이었고, 할아버지는 종이를 다섯 장이나 넘기며<br /><br />청춘에게, 대한민국에게, 훈계했다.<br />이래라. 저래라.<br />훈계인지, 주문인지….<br /><br />잘 모르겠다.<br /><br />「아아, 여가는 희망 안떼나, 희망 안떼나였습니다.」<br /><br />할아버지는 연설이 끝나곤 별 말없이 무전기를 내려놓았다.<br />그리곤 처벅처벅 옥상을 내려갔다.<br />내려가면서도 새 담배를 하나 더 무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흔들흔들 흔들었다.<br />남자는 고개를 흔드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br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곤 씨익 웃었다.<br /><br />그가 물었다.<br /><br />"스무 살…. 청춘은?…… 시작 되셨나요?"<br /><br />그의 물음에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몰라,<br />나는 그저 웃었다.<br /><br />노을이 점점 짙은 색으로 익어갔다.</div> <div>나의 청춘은 시작되었나?</div> <div> </div> <div>스스로 묻고도, 답을 할 길이 없었다.</div> <div>스무 살.</div> <div> </div> <div>청춘은 어디부터가 시작인가.</div> <div> </div> <div> <div style="background: #ffffff; text-autospace: ;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class="0"><span style="letter-spacing: 0pt; background: #ffffff; mso-fareast-font-family: 함초롬바탕; mso-font-width: 100%; mso-text-raise: 0pt">……………</span>모르겠다.<br /><br /><br /><br />-끝-<br /><br /><br /></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