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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숏다리코뿔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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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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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2183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37
    조회수 : 4709
    IP : 119.195.***.230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07/08 07:30:01
    http://todayhumor.com/?panic_52183 모바일
    [단편] 99시 99분 죽어야 할 시간 (BGM)
    <embed style="width: 279px; height: 100px" height="10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279" src="http://player.bgmstore.net/dTmbd" allowscript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dTmbd" target="_blank"><div> </div><br /><br /><br /><br /> <div> </div></a><a><div>환한 통유리를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br />시원해 보이는 밖의 풍경은 잔인한 여름.<br />그리고 이곳은 잔인한 카페.<br /><br />지긋지긋한 카페.<br />지긋지긋한 커피냄새.<br /><br />이 카페에 아주 오래 있었다.<br />며칠을 있었더라.<br /><br />1, 2, 3, 4, 5, 6<br />그래.<br />9999일.<br /><br />아니 정확하게는 표현하자면 '9999번째' 있는 중이다.<br /><br />내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br />목에서 신물이 올라온다.<br /><br />누가 아메리카노를 고소하고 씁쓸하고 짭조름하면서 달콤한 게 깊은 맛까지 있다고 하던가.<br />이건 악마가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쓴 물이다.<br />심지어 마시기 짜증나게 뜨겁기 까지 하다.<br /><br />지옥에서 왔나보다.<br /><br />아마 조선시대에 아니면 삼국시대에 사약을 받기 전,<br />예행연습 삼아 홀짝여 보라고 만든 게 분명하다.<br /><br />브라질? 에티오피아? 콩고? 아니다.<br />이 쓴 사약 맛을 구현 할 수 있는 건 우리 선조들 밖에 없다.<br /><br />증오한다. 아메리카노.<br /><br />수 천 잔을 마셨다.<br />먹을 게 이것 밖에는 없다.<br />주머니는 비었다.<br />배는 고프나, 역시 먹을 건 아메리카노 뿐. 망할, 그란데, 사이즈. 뿐.<br /><br />9999일 전에, 그러니까 9999번째 전에 커피 주문 받았던 여자.<br />속 비치는 흰 블라우스에 스키니 진 입고 있던 아르바이트 여자.<br />그 여자를 꼬셔보려고 나는 카페에 들어왔다.<br /><br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br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br /><br />"연락처 좀 얻을 수 있을까요?"<br />"…."<br /><br />미친놈.<br /><br />온 카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br />힐끔 거리며 보는 사람도 있었고,<br />웬일이야~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고,<br />내가 번호를 따는 지 못 따는지 내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br />입이 아 벌어져 있는 사람, 눈을 그윽하게 뜨고 있는 사람,<br />내가 재미나는지 싱글벙글 거리는 사람<br />그리고 연락처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물어 본 얼뜨기와,<br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 휘리릭 도망쳐버린 블라우스 입은 여자도 있었다.<br /><br />그냥 나왔어야 했는데,<br /><br />괜히, 아 괜히, 아메리카노는 받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br />3000원도 돈은 돈이었고, 나는 돈 3000원을 주고 커피를 샀으니까.<br />고백이랑 커피랑은 아무 관계없으니까….<br />내가 차인거랑 커피랑은 아무 관계없으니까….<br />없으니까!<br /><br />커피 홀짝이는 사람들의 눈총에 맞아 나는 그렇게 치명상에 피를 질질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br />그렇게 커피는 나왔고, 나는 아직 떠나지 못했다.<br /><br />문제는 그때부터다.<br />그러니까 지금,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다.<br /><br />그러니까, 맨 처음에. 맨 처음 내가 이곳에서 커피를 한 잔 다 마실 때까지.<br />눈총을 맞다가 피 흘리고 신음하며 카페를 나갔을 때,<br />멀리멀리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 앞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으로 건넜다.<br />차가 오는지, 가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반 뜀박질로 건너던 중<br />성난 코뿔소처럼 달려오는 검정색 SUV가 한 대 나를 치고 지나갔다.<br />몸이 하늘을 날았다.<br />허리부터 아랫배까지 철덩이가 덮쳐오던 그 묵직함은 아직 잊어지지 않는다만,<br />그 상처는 모두 사라지고, 나는 다시 카페 안이었다.<br /><br />아직 그 때는, 내가 잠깐 졸아서,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창피해서<br />눈을 감았다가 졸았거나, 아니면 일순에 몰려온 극심한 스트레스에 졸도를 했다고 생각했다.<br /><br />나는 다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쥔 채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br />걸음은 급했고, 일단 도로를 건널까 반대 차선을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br />성난 코뿔소 같은 SUV가 호랑이 같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br /><br />뒤돌아섰다.<br /><br />내가 아니어도 그럴 것이다.<br /><br />뒤를 돌아 설 때, 혹시 누가 있는지, 혹시 누가 나와 부딪히는 것은 아닌지,<br />확인하고 조심조심 돌아서는 사람이 있진 않을 것이다.<br /><br />나도 그랬다.<br /><br />그래서 웬 떡대와 부딪혔다.<br />손에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가 그의 넓대대한 가슴팍과 내 손을 뜨겁게 달궜다.<br />그의 하얀 티셔츠는 갈색으로 예쁘게 물들었고,<br />내 손은 커피의 고소한 향과 함께 볶아지고 있었다.<br /><br />"앗! 씨발…."<br /><br />손이 뜨거워서 한 말이었다.<br />그 남자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은 모양이겠지만.<br /><br />그 남자는 "이 개새끼가." 라는 짧은 말을 남기며 내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br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SUV와 충돌하던 것만큼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br /><br />하늘이 뱅글 도는 것이 느껴졌고,<br />땅이 이마로 돌진해 오는 게 보였다.<br />도로 측 아스팔트 위에 코를 박는 그 순간,<br /><br />나는 다시 카페 안이었다.<br /><br />사람들은 아직 나를 보고 있었다.<br />악마의 쓴물은 아직 김이 펄펄 피어오르고 있었고,<br />묘했다. 꿈만 같았다.<br />SUV에 치었을 고통도, 땅바닥에 코를 찧었을 고통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br />그렇게 생생했는데.<br />그때 내 정면에 있던 전자시계의 빨간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br />점들이 이뤄 놓은 숫자들.<br /><br />-00:02<br /><br />또 졸았나?<br />눈동자를 굴렸다.<br />이상했다.<br />카페의 통 유리창으로 도로를 내다보니,<br />SUV가 다시 미친 듯 달려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br />잠시 후 타이트한 흰 색 티셔츠를 입은 근육질 남자도 지나갔다.<br />좀 전에 내 턱에 핵주먹를 날려 준 그 남자였다.<br /><br />데자부? 기시감? 뭐든 좋았다.<br /><br />아직 카페 사람들의 호기심이 빗발치는 화살처럼 내게 꽂이고 있었다.<br />몰래몰래 훔쳐보기는…… 뭘 봐, 이 사람들아. 등신 같은 남자 처음 봐?<br /><br />이제 커피는 아무래도 좋았다.<br />테이블 위에 아메리카노를 놓아둔 채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br />SUV도 지나갔고, 흰 티셔츠 남자도 지나갔다.<br /><br />꿈이었나?<br />나는 언제 졸았었나?<br />강렬했던 통증들이 기억에서 살아났다.<br />해괴한 일이었다.<br />카페를 나서며 헛웃음이 터졌다.<br />이게 웬일이람.<br />여자한테 대뜸 연락처나 달라고 하다 단호박처럼 차이고,<br />개꿈이나 꾸고 있는 꼴이람.<br /><br />"위험해요!"<br /><br />응?<br />어떤 대머리 아저씨가 나를 똑바로 보고 소리쳤다.<br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주 찰나 같은 순간, 뭔가가 정수리를 호되게 강타했다.<br />목이 납작하게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br />목이 부러진 모양이었다.<br />넘어지며 시야에 들어 온 것은 간판.<br />악마의 쓴물을 만들고 있는 이 악마 같은 카페의 간판.<br /><br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봐요!"<br /><br />나를 향해 달려오는 대머리 아저씨와 간판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왔다.<br />그리고… 다시 나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br /><br />침을 삼켰다.<br />전자시계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br /><br />-00:03<br /><br />시계가 이상하다.<br />지금은 대낮이고, 00:03이라면 시계는 24:00을 따르는 24시간 형 전자시계란 뜻이다.<br />그렇다면 00:03이 아니라 12:03이라 표시되는 것이 맞았다.<br />00:03이라면 밤 12시 03분이란 뜻이 아니던가?<br />낮에는 12:03이어야 맞지.<br />뭐야 이상해.<br />그리고 지금 00:03은 무엇인가.<br />아까 00:02를 본 기억이 있었다.<br />가만히 앉아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br /><br />-00:03<br />-00:03<br />-00:03<br />-00:03<br />-00:03<br /><br />…<br />…<br />…<br />…<br />…<br /><br />1분이 이리도 길었던가?<br />사람들은 아직 나를 우리 속에 갇혀있는 원숭이처럼 재미있는 듯 보고 있었다.<br />어디선가 그랬다. 누군가, 쪽팔려서 못 움직이나봐? 하고 말했다. 말하곤 깔깔깔 하고 웃었다.<br />그 웃음소리가 거슬렸다.<br />목소리를 향해 눈을 돌리자, 한 무리의 남녀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br />남자 셋, 여자 셋.<br />90년대 시트콤이냐?<br />그들에게서 눈을 돌렸다.<br /><br />오싹해져왔다.<br /><br />나는 왜 계속해서 죽는 것만 같은 헛것을 보고 있는가.<br />기분이, 기분이 이상했다.<br />이상하게 허기가 밀려왔다.<br /><br />테이블 앞에 있는 건 아메리카노 커피.<br />지갑엔 돈이 없었다.<br />카드로 베이글을 주문했는데, 한도가 지났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와 앉았다.<br />집에 돌아가서 뭐라도 먹고 싶었다.<br /><br />또, 뒤에서 그 남자 셋 여자 셋이 목청을 높혔다.<br /><br />"돈도 없어."<br /><br />깔.깔.깔.<br /><br />다시 그들을 돌아봤다.<br />남자 셋 여자 셋은 내 눈길이 같잖다는 듯, 아니꼬운 눈빛으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br />물론 내 눈빛도 그러했겠지.<br />하지만 그건 남자 셋 여자 셋의 탓만은 아니었다.<br /><br />뭔가 이상했다.<br /><br />당장 배가 고픈 대로 커피를 들이마신 뒤 일어섰다.<br />간판은 떨어지지 않는다.<br />카페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한가한 큰 거리로 나왔을 때.<br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br />깜짝 놀랐다.<br />무심결에 놀라며 위를 올려다봤다.<br />간판은 아니었다.<br /><br />"야!"<br /><br />야?<br />뒤를 돌아보니, 남자 셋 여자 셋이 보였다.<br />뭐지?<br /><br />"너 아까 왜 우리 쳐다봤냐?"<br /><br />나한테 하는 말인가?<br />그렇다면 나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br /><br />그들을 무시한 채 다시 뒤돌아 걸었다.<br /><br />그러자 남자 셋 중 하나가 내게 달려와 어깨를 잡았다.<br />가까이서 보니, 파릇파릇 한 게 고등학생 아니면 이제 막 대학 들어간 신입생인 것 같았다.<br /><br />"왜 대답을 안 해?"<br /><br />"꺼져." 라고 대답했다.<br /><br />그들이 아니꼬운 만큼 내 기분도 그랬다.<br /><br />안 그래도 꿈인지 생신지 모를, 아주 현실감 있는 죽음을 몇 차례나 경험한 상태였다.<br />배는 고팠고, 왠지 모르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br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br /><br />그리고 누군가 뒤에서 다짜고짜 나를 때렸다.<br />이성이 증발하는 것을 느꼈다.<br />나는 상대의 얼굴도 보지 않고 멋대로 주먹을 휘둘러 한 방을 돌려줬다.<br /><br />곧 내게로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이 한 타이밍에 세 개씩으로 늘었고,<br />바닥에 쓰러졌을 때.<br />나는 다시 카페에 앉아 있었다.<br /><br />곧바로 전자시계부터 보았다.<br /><br />-00:04<br /><br />00시 4분?<br />벼락이 치는 기분이었다.<br />1분이 늘어났다.<br />주변이고 커피고 뭐고 총알처럼 튀어나갔다.<br />뛰어야했다.<br />이건, 이건 뭐야?<br />시야를 멀어졌다.<br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이 무조건 달렸다.<br />내가 생각 없이 도로로 뛰쳐나갔다고 생각 한 순간,<br />그 성난 코뿔소 같던 SUV가 옆에 보였다.<br /><br />그리고 다시 카페.<br /><br />-00:05<br /><br />점점 배가 고파오고 있었다.<br />허겁지겁 아메리카노를 마셨다.<br />입천장이 데일정도로 뜨거웠지만, 그 고통이 허기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br />가슴에서 복부로 뜨거운 커피가 쏟아져 내리는 것을 느끼며, 궁리를 시작했다.<br />대책 없이 나간다면, 분명 또 죽을 것 같았다.<br />신중해야 했다.<br /><br />뒤에서 또 목소리가 들린다.<br /><br />쪽팔려서 못 움직이나봐?<br />깔.깔.깔.<br /><br />목이 반쯤 자동으로 돌아갔으나, 돌아보지 않았다.<br />그들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br />카페를 나서며 위를 올려다 보다 얼른 몸을 카페 안으로 다시 넣었다.<br />아찔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br />아주 께름칙했다.<br />께름칙한 느낌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br />곧 카페의 간판이 눈앞으로 떨어져 내렸다.<br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br />얼마나 무거웠으면.<br />여자들의 비명이 빗발치고 있었다.<br />유난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비명은 지속적이었다.<br />뭐야? 왜 그렇게 소리를 치는 거야?<br />머리가 어지러웠다.<br />서서히 몸이 뒤로 넘어지는 것을 느꼈다.<br />완전히 카페 바닥에 누워버리자, 목 주변으로 뜨거운, 아주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br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br /><br />피? 내 피?<br />이럴 수가 있는가?<br />플라스틱?<br />간판이 떨어지며 튕겨 나온 간판 조각이었다.<br />플라스틱이 내 목에 정확히 날아와 박힌 것이다.<br />거짓말. 거짓말만 같다.<br />거짓말이야.<br />남자 셋 여자 셋이 내게 몰려와 나를 흔들었다.<br />119를 외치는 소리가 저기 멀리서 꿈결처럼 들려온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br /><br />다시, 카페.<br /><br />-01:10<br /><br />이번엔 아주 카페에서 안 나가볼 생각이었다.<br />전자시계는 계속해서 01:10<br />한참이나 있었다.<br />계속해서 카페에 머물렀더니, 어디선가 진한 가스 냄새가 피어나기 시작했다.<br />아주 지독했다.<br /><br />어디서? 무슨 가스 냄새가 날 수 있지? 라고 생각한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br />큰 불길이 내게 달려들고서,<br /><br />또다시 카페.<br /><br />-19:42<br /><br />카페를 벗어나는 길에 남자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다.<br />살벌한 싸움이었다. 위험했다.<br />괜히 어설프게 엮였다간 죽을 것이다.<br />그들을 피해 빙 둘러서 길을 지나는 데, 웬 여자가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br /><br />"도와주세요! 저러다 살인나요!"<br /><br />여자가 내게 매달린 동안 싸우고 있던 남자 중 하나 사라졌다.<br />다행이었다.<br />이대로 모른 체 지나가야했다.<br />까딱하면 내가 죽는다. <br /><br />"사라졌네요. 괜찮아요. 싸움 끝났어요."<br /><br />여자가 옆을 돌아보며 비명을 질렀다.<br />식식 숨을 크게 내쉬는 소리가 들리던 순간.<br />그 순간 나도 여자를 따라 돌아보는데, 배를 관통하는 차가운 무언가가 느껴졌다.<br />싸우던 남자, 사라졌던 남자였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br />남자의 광기어린 얼굴이 보였다.<br />그리고 점점 광기의 붉은 빛은 당황의 검은 그림자로 탈바꿈 되어갔다.<br /><br />마치, 찌를 사람을 착각했다는 듯.<br /><br />그리고 다시….<br /><br />-34:14<br /><br />카페 바로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br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비로소 택시가 카페 앞에 잠시잠깐 정차한다는 사실을 알았다.<br />소중한 정보였다.<br />놓여선 안 됐다.<br />잽싸게 택시로 올라탔다.<br /><br />"아저씨! 상설매장으로 가주세요! 빨리! 빨리요!"<br /><br />알겠습니다~ 호쾌하게 대답한 기사 아저씨가 핸들을 꺾을 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br />상설매장으로 가기엔 U턴을 하는 것이 빨랐다.<br />텅 빈 도로.<br />택시가 옆으로 나아가던 순간 그 망할 놈의 SUV가 보조석을 덮쳐왔다.<br /><br />카페.<br /><br />-45:94<br /><br />별안간 심장이 조여 왔다.<br />누군가 움켜쥐는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br />숨을 쉴 수가 없었다.<br />고통스러웠다.<br />그대로 땅바닥으로 몸이 무너져 내렸다.<br /><br />또, 카페.<br /><br />-74:08<br /><br />남자 셋 여자 셋을 때려줬다.<br />죽을 댄 죽더라도, 너희는 용서할 마음이 없다.<br />몇 번이라도 때려주마.<br /><br />-87:86<br /><br />이때부터 죽음 이외의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br />전자시계는 99:99까지 밖에는 표현할 수 없으리라.<br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찌되는 것인가.<br />모든 것이 끝나는 건가?<br />불투명한 시간의 흐름.<br />저놈의 전자시계는 내가 몇 번 죽었는지 만을 알려줄 뿐,<br />그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줄은 몰랐다.<br /><br />진짜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br /><br />절망감에 사로잡혀 울음이 터졌다.<br />허무했다.<br />왜 이리 허무한가.<br />내 삶은.<br /><br />오열을 하는 내게로 당연히도 사람들은 눈을 돌렸다.<br />아까 블라우스 입은 여자에게 차이는 광경보다 수백 배는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br /><br />한참을 울다보니 가스냄새가 났다.<br /><br />-99:42<br /><br />이렇게 죽을 순 없었다.<br />이렇게 죽기엔 너무 억울했다.<br />죽음의 패턴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br />밖에서 카페를 한참 바라보고 있자면, 카페에 가스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br />요즘 시대에 가스 폭발이라니. 요즘 도시가스가 아닌 곳도 있단 말인가?<br /><br />제길. 이곳엔 간판들이 너무 많아. 항상 위를 보며 걸어야했다.<br />괜한 사람과 어깨가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까먹을 수 없다.<br />남자도 위험했지만, 여자의 경우는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다.<br /><br />스턴건을 갖고 다니는 여자가 있을 줄이야.<br /><br />쇼크사를 한 것이 몇 번이던가.<br />내가 그렇게 심장이 약한 줄은 몰랐다.<br />세상이 이렇게 흉기로 가득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br /><br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었다.<br />이 잔혹한 여름의 쨍쨍한 햇살을 받고 있는 도시는 마치 죽음의 페스티벌처럼 보였다.<br /><br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갔더니 집에 불이 났었다.<br />타죽는 그 고통.<br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br /><br />친구네 집으로 향했을 땐,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추락했다.<br />조심성이 부족했다.<br />계단으로 갔어야 했는데.<br />하지만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br />물론 계단으로 가다보면 뭔가가 또 있었겠지.<br />그래서 굴러 떨어졌겠지.<br /><br />아무것도 없는 훤한 공원으로 피신하자, 조기축구회의 축구공이 날아왔다.<br />축구공을 맞고도 뇌진탕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br />축구선수를 하지, 왜 남의 머리통을 깨부수는가.<br />조기축구회.<br /><br />아니다. 그들 탓이 아니다.<br />내 탓이다.<br /><br />옷깃만 스쳐도 나는 죽는다.<br /><br />이제 더 이상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br />어차피 죽는다면, 고통 없이 죽는 법을 택하고 싶었으나,<br />그런 것은 없었다.<br /><br />어째서.<br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br />아차, 깜빡 위를 올려다보는 것을 잊었다.<br />간판 조심해야 했었는데.<br /><br />쯧, 제자리로 돌아왔다.<br /><br />-99:99<br /><br />선택이라고 할 것이 남아 있던가?<br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었지만, 아직 가스 냄새는 나지 않는다.<br /><br />애초에 나는 이곳에 왜 왔던가.<br /><br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가 너무 예뻐서.<br />아주 오래 전부터 눈 여겨 봤는데, 그래서 먹을 줄도 모르는 아메리카노,<br />그나마 가장 싸기에 마시던 아메리카노, 그 사약 같은 놈 매일 마시며,<br />그냥 얼굴 구경이나 좀 하고 싶었는데.<br />무슨 용기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고백까지 했다가,<br />나는… 나는…… 나는 도대체 지금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br /><br />나는 뭔가 죄를 지었는가.<br />나는 죽어 마땅한 놈인가.<br />구천구백구십구 번이나?<br /><br />확실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br />99:99 이다음 숫자는 없다.<br />이제 내 목숨은 한 번 밖에 남지 않았다.<br /><br />자리에서 일어났다.<br /><br />남자 셋 여자 셋이 떠든다.<br /><br />“오오! 일어났다.”<br /><br />오오! 그래. 일어났다. 어쩔래. 마지막 한 번이다.<br />너희 같은 놈들에게 허비할 순 없다.<br /><br />카운터를 열고 블라우스 여자가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br />아무도 나를 막아서지 않는다.<br />다른 아르바이트 녀석이 나를 꼬나봤지만, 무시했다.<br /><br />이판은 사판이다.<br /><br />거울을 볼 순 없었지만, 내 눈에 가득 독기가 담겨있는 건 확실했다.<br /><br />모두. 블라우스. 네 탓이야.<br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br /><br />카운터를 지나니 뒤로 휴게실이 나왔다.<br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다.<br />휴게실에 붙어있는 뒷문을 지나자, 작은 공터가 나왔다.<br />블라우스 여자는 그곳에 있었다.<br /><br />때릴까?<br />아니지.<br />또 웃음이 나왔다.<br />그녀를 봐서 뭘 어찌하겠는가.<br /><br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br />놀랐나보다.<br />내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겠지.<br />나도 9999번 만에 여기 올 생각이 들었다.<br /><br />눈이 마주치는데 이상하게 피가 끓는 기분이다.<br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쥐었다.<br />사실 아프게 비틀 듯 꽉 쥐어 짤 마음이었지만,<br />잔뜩 몸이 움츠러든 여자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br />저절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br /><br />"이거 봐요."<br />"…."<br />"대답해요."<br />"…."<br /><br />대답이 없다.<br />상관하지 않겠다.<br />하고 싶은 말이나 해주고 죽어야겠다.<br /><br />"싫으면 싫다고 대답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도망치는 게 싫다는 답이 될 순 있지만, 있겠지만. 그래도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모르는 사이이고 생판 남이라지만, 남자 대 여자로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을 했으면, 최소한의 의리라는 건 있는 거 아닌가요? 싫어요. 죄송해요. 남자친구 있어요. 할 수 있는 말 많잖아요. 왜 그냥 도망가요. 사람 무안하게. 예? 말 해봐요. 내가 그렇게 싫어요? 내가 왜 싫어. 어? 당신은? 그러는 당신은 그렇게 잘났어? 예쁘면 다야? 나는 뭐. 못생겨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이상한 놈이 고백해서 창피해서 도망쳤어?"<br /><br />갑자기 반말이 나왔다.<br />화를 내 본 것도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br />논리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br />순전한 개소리였다.<br />그나마 다행히도 기분은 개운해졌다.<br /><br />목소리가 떨렸다.<br />여자를 잡고 있는 손도 떨렸다.<br /><br />"그런 게 아니라…."<br /><br />드디어 여자가 입을 열었다.<br /><br />"그런 게 아니라…."<br /><br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뭐.<br />응? 그런 게 아니라?<br /><br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놀라서."<br />"예?"<br />"너무 놀랐어요. 저도 사실 손님 매일 오는 거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말이에요! 정말로. 정말이에요."<br />"…."<br /><br />말문이 막힌다.<br />여자는 얼른 앞치마에서 볼펜을 꺼냈다.<br />그리곤 내 손바닥을 낚아 그 위에 빠르게 숫자를 적어 나갔다.<br />무엇인가. 이 열한자리 번호의 조합은.<br />0103414………….<br />전화번호?<br />분명 전화번호다.<br />뭐야 이거?<br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적다니. 20세기 스타일?<br /><br />"저 이따 다섯 시에 끝나요."<br />"예?"<br />"전화주세요."<br /><br />여자는 도망치듯 가게 안으로 사라졌다.<br />가짜 번호?<br />내가 무서워서 가짜 번호를 미기로 던져 주고 경찰을 부르러 갔나?<br />그리고 나는 경찰에게 호송당하다, 그 망할 코뿔소 같은 SUV가 또 나를 덮치겠지.<br />그렇게 죽는 게 나의 마지막 시나리오인가?<br /><br />씨발.<br /><br />어떻게 죽으면 어떻단 말인가. 이제 와서.<br />죽어주마.<br />죽기 전에, 담배 한 대만 더 피우고 죽어주마.<br /><br />잠깐.<br /><br />내가 라이터를 켜는 순간, 가스 폭발이 일어나는 건가?<br />그게 시나리온가?<br />그렇다면, 이 번호는 진짜 번호인가?<br />모르겠다.<br /><br />멋지게 담배를 피우고 장렬히 죽고 싶었으나, 라이터를 켜는 게 겁이 났다.<br />잔뜩 쫄아서 라이터를 살살 켜봤다.<br />불이 켜질 때는 소스라쳤다.<br />등신처럼.<br /><br />담배를 한 대 필터 끝까지 피웠다.<br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끄며, 마음의 정리를 끝냈다.<br /><br />죽자. 죽으러가자.<br /><br />휴게실을 지나, 카운터로 나왔다.<br />남자 셋 여자 셋이 소리친다.<br /><br />“나왔다!”<br /><br />그래. 나, 왔다. 어쩔래.<br /><br />그리고 박수.<br />갈채.<br /><br />응?<br />갈채?<br /><br />사람들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박수를 쳤다.<br />카페가 떠나가라 환호성이 멈추지 않는다.<br />웬 여자는 눈물까지 짓고 있다.<br />블라우스 여자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br /><br />"이따 전화 줘요."<br /><br />경찰은?<br />안 와?<br />경찰 안 올 거야?<br /><br />카페를 벗어나, 하늘을 보며 걸었다.<br />아직 간판을 떨어지지 않는다.<br />횡단보도. SUV는 지나가지 않았다.<br />공원을 지나며, 조기축구회도 없다.<br />집에 도착해, 샤워를 했다.<br />샤워를 하다가, 아참, 내가 배가 지금 엄청 고프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br />라면을 끓일 틈도 없이 생것을 마구 부숴먹었다.<br /><br />불이 날건가?<br />아니. 불은 나지 않았다.<br /><br />-17:00<br /><br />그녀가 끝났을 시간이다.<br />전화를 걸자, 통화음 두 번 만에 그녀가 받았다.<br /><br />"어디에요?"<br /><br />-17:12<br /><br />막상 그녀와 대면하니, 몸이 얼어버리는 것 같다.<br /><br />-17:13<br /><br />아직 얼어있다.<br /><br />-17:14<br /><br />무슨 말이라도 좀 해라, 이 똘추야.<br /><br />-17:15<br /><br />그녀가 물었다.<br /><br />"영화… 좋아해요?"<br />"예…. 영화, 좋아해요."<br /><br />좋아한다. 사실이다.<br />물론 그저 평범한 선에서.<br /><br />"바톤 핑크, 봤어요?"<br />"옛날에 했던 건 봤어요."<br /><br />명작이다.<br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br /><br />"이번 리메이크 보러 갈래요?"<br />"코엔 형제 좋아하세요?"<br /><br />영화를 봤다.<br />영화를 보고 또 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br />의외로 달콤한 것 같기도 하다.<br />이상하다. 왜 달콤하지?<br /><br />그녀는 잘 웃는다.<br />코엔 형제의 영화 이야기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그녀와 함께 있었다.<br /><br />-23:02<br /><br />그녀를 바래다 줬다.<br /><br />"잘 들어가요."<br /><br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뒤로 돌아 집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br />어렴풋한 미소가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br />이것은 뭔가,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br />야릇하기도 하고.<br />이것은 뭔가.<br />정말로 뭔가.<br /><br />"연락 또 해요? 꼭 해요 우리?"<br /><br />그녀가 뒤돌아서 말했다.<br /><br />"당연하죠. 꼭, 연락할게요. 집에 가자마자 할게요. 아니, 집에 가는 길에 할게요."<br /><br />내 대답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섰다.<br /><br />-23:47<br /><br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br />아직 얼떨떨하다.<br />너무 긴 하루였다.<br /><br />-23:48<br /><br />졸리다.<br /><br />-23:49<br /><br />눈이 감긴다.<br /><br />-23:50<br /><br />…………………….<br /><br />-23:51<br />-23:52<br />-23:53<br />-23:54<br />-23:55<br />-23:56<br />-23:57<br />-23:58<br />-23:59<br />-00:00<br />-00:00<br />-00:00<br /><br />-00:00<br /><br />카페.<br /><br />응?<br />카페?<br /><br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있다.<br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br />남자 셋 여자 셋이 소리친다.<br /><br />쪽팔려서 못 움직이나봐?<br />깔.깔.깔.<br /><br />망할.<br /><br />살아남아도 이 굴레를 벗어 날 수는 없는 건가?<br />나는 좀 전에 잠들었는데.<br />제발 꿈이길.<br />00:00?<br />다시 제로야?<br />뭐야 이건.<br />그렇다면 또 몇 번을 죽어야 하는 건가.<br />제발 꿈이길.<br />제발 꿈이길.<br />제발.<br />제발.<br /><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00:00<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00:01<br />-00:02<br />-00:03<br />-00:04<br />-00:10<br />-01:51<br />-02:18<br />-03:27<br />-04:35<br />-05:44<br />-06:50<br />-06:51<br />-06:52<br />-06:53<br />-06:54<br />-06:55<br />-06:56<br />-06:57<br />-06:58<br />-06:59<br />-07:00<br /><br />알람소리에 깨어났다.<br />방이다.<br />카페가 아니다.<br />방이다.<br />살았다!<br />살았나?<br />헷갈린다.<br />가슴 위에 핸드폰이 올라있었다.<br />그렇다면 어제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인가?<br />어제 그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br />죽음의 굴레는 벗어난 것인가?<br /><br />손에 땀이 흥건했다.<br />양손 가득 핸드폰이 쥐어있다.<br />손에 꼭 쥔 채 잠들었었나 보다.<br />그녀에게 메세지가 와있다.<br /><br />'자요?'<br />'잠든 거예요?"<br />'잘 자요."<br />'내일 연락해요? 꼭 이예요?'<br /><br />어쩌면, 이건 죽기 전에 보이는 환상일지도 모르겠다.<br />그 여자가 나에게 이럴 리 없어.<br />애초에 SUV에 치어 죽은 건 아닐까?<br />모르겠다.<br />도저히 모르겠다.<br />좀 전에 봤던 건 꿈인가?<br />나는 카페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가?<br /><br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br /><br />'이제 일어났어요.'<br /><br />-08:11<br /><br />그녀에게 답신이 왔다.<br /><br />'저두요.'<br /><br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br />과연 이건 꿈이 아닌 건가?<br />이제 난 죽지 않는 건가?<br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은,<br />그래도 시간을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br /><br />시간은 흐른다.<br />멈추지 않는다.<br /><br />혹시 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br />그 전자시계 속 숫자, 99:99를 난 분명 보았다.<br />마지막 기회다.<br />한 번 더 죽는다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br />그때야 말로, 아마 진짜 죽는 것이겠지.<br />아마도….<br />그래, 어차피 죽을 거라면.<br />그래.<br />어차피 곧 죽을 지도 모르는 거라면.<br /><br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br /><br />'오늘 또 만날래요?'<br /><br /><br />-08:12<br />-08:13<br />-08:14<br />-08:15<br />-08:16<br />-08:17<br />-08:18<br /><br /><br />답신이 왔다.<br /><br /><br />'♡'<br /><br /><br /><br /><br /><br />-The End-"</d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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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8 07:49:50  223.62.***.93  Dementist  262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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