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숏다리코뿔소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6-15
    방문 : 421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53156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46
    조회수 : 4099
    IP : 119.195.***.23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07/20 17:25:54
    http://todayhumor.com/?panic_53156 모바일
    [단편] 인어는 떡라면을 좋아해 (BGM)
    <div><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src="http://bgm.pilsu.net/70b9a537.swf" wmode="null"></embed><br /><br /><br />시골.<br />고향땅.<br />여기.<br /><br />여기는,<br /><br />휘영청 밝은 달이랑<br />우중충 초라한 나랑<br />낚시터 밖에는 없다.<br /><br />주변은 온통 밤이라 검기만 하다.<br />어차피 전부 논, 밭, 숲이지만.<br /><br />낚시터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인데, 망했다.<br />망할 이유는 널렸다.<br /><br />일단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br />그래서 손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br />그 모든 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기도 하고….<br /><br />뭐, 그렇다.<br /><br />물고기가 아주 없는 것도,<br />손님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만,<br />더 이상 밤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은 없다.<br /><br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정한 낚시는 밤에 시작된다고 본다.<br />낚시는 시간을 낚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br /><br />다니던 회사가 쫄딱 망하고,<br />두 달 치 월급도 못 받은 채 고향으로 내려왔다.<br />7년 만의 귀향.<br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7년.<br />내 인생이었는데….<br />허무하게 무너졌다.<br />부도. 기가 막혀서 원…….<br /><br />뭔가.<br /><br />이제는 뭔가…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하기 싫다는 마음도, 없다.<br /><br />그저 이곳에서, 세월이나 낚으며 살고 싶어졌다.<br />물론 사회가, 또 삶이, 또 내 목구멍 포도청이 그것을 허락할리 없지만.<br /><br />그런 걸 생각 할 때면, 물고기 없는 낚시터와 나는 닮았다.<br />저 물 벽에 설치 된 타이어 들이 특히나 그렇다.<br />사람이 빠졌을 때, 사다리처럼 타고 올라오라고 만들어 놓은 타이어.<br />그게 얼마나 나와 닮았냐하면…<br /><br />"저기요."<br /><br />허익! 깜짝아!<br />아…이씨.<br /><br />사색을 즐기는 중에, 웬 아가씨가 하나 다가왔다.<br /><br />어디서 솟아났어?<br />놀래키려고 작정을 했나….<br /><br />놀란 나는 아랑곳 않고, 그녀는 말했다.<br /><br />"여기, 유료 낚시터에요."<br /><br />유료라고?<br /><br />여자는 은근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br /><br />"돈 내고 하시는 거예요?"<br /><br />뭐야 이거?<br />오지랖인가?<br />주인한테 이를 건가?<br />내가 주인인데?<br /><br />그녀는 당당했다.<br />뭘까 싶으면서도, 오묘하니, 망측하니,<br />그런 그녀를 보자니,<br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br />장난 끼가 발동한다.<br /><br />"몰랐네요. 죄송해요?……얼마죠?"<br /><br />여자는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br />어쭈?<br />직접 받겠다는 건가?<br /><br />받나 안 받나,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생각에 삼천 원을 건넸다.<br />그랬더니, 얼씨구나 그녀는 삼천 원을 받았다.<br /><br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br /><br />사기꾼인가?<br />삼천 원 사기?<br />그건 사기인가?<br />고소가 가능한가?<br /><br />귀엽다.<br />뭔가, 귀엽다.<br />애야?<br />생긴걸 보면, 애 같기도 하고.<br />삼천 원이라니…….<br /><br />그녀가 물었다.<br /><br />"더 필요한 건 없어요?"<br /><br />일종의 시치미인가?<br />연기? 연기파 사기꾼?<br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br />어디까지 하는지, 보고 싶었다.<br /><br />"라면……되나요?"<br /><br />그녀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br /><br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br />낚시터 관리실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나왔다.<br />어디서 났는지, 단무지 까지 곁들였다.<br /><br />떡도 있다.<br />떡라면이다.<br />떡라면 좋아한다.<br /><br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br />웃음은 그녀의 당돌함 때문에 나온 것 같기도,<br />떡라면까지 동원한 사기극 때문에 나온 것 같기도 하였다.<br /><br />"왜 웃어요?"<br /><br />그녀는 내 웃음이 기분 나쁜 모양이다.<br />게슴츠레 한 눈을 감아 뜬 그녀는 나를 위로, 그리고 아래로, 흘겨봤다.<br /><br />"아니요…. 그……어……저…"<br />"왜.웃.냐.구.요."<br /><br />여자의 목소리가 한 층 더 낮아졌다.<br />변명을 해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진 모르겠다.<br />애초에 내가 여기 주인이라고 말할까도 싶었지만,<br />그러면 재미없잖아?<br /><br />대답했다.<br /><br />"떡…그…떡…라면이네요?"<br />"그게 웃겨요?"<br /><br />아……<br />이 여자는 왜 사람 기를 죽이지?<br /><br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을 하더니 휙 돌아서 가버렸다.<br />관리실에 들어앉은 모습이 창을 통해서 보였다.<br />이걸 가관이라고 해야 할까.<br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br /><br />응?……<br />재미있나?<br />아닌가? 내가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br />습… 내가 골려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br /><br />사실은 내가 여기 주인이라고 밝히면, 어떻게 될까?<br /><br />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나 혼자만 알고 있을 순 없었다.<br />누군가에게 전해야만 했다.<br />하지만 막상 핸드폰 액정을 켜고 나니, 연락할 곳이 없다.<br /><br />내가 지금, 내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다가,<br />웬 이상한 여자가, 내 낚시터 요금을 나에게 물었는데,<br />심지어는 라면까지, 그것도 떡라면까지 해줬는데,<br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할 사람이 없다니.<br /><br />반 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라도 전화를…….<br /><br />"저기요."<br /><br />허익! 이…씨….<br />귀신이야? 왜 발소리도 없이 자꾸 다가와!<br /><br />두 번을 놀라니까, 짜증이 난다.<br />나도 사색 좀 하자고 좀!<br /><br />"왜요!"<br />"왜 화를 내요? 어이없게?"<br /><br />어이는 내가 없다.<br /><br />"아! 놀래키니까! 그러죠…."<br /><br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br />사람 놀래킨 게 그렇게 좋은가?<br /><br />그녀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br />영문을 모를 일이다.<br /><br />그녀가 물었다.<br /><br />"물고기 안 잡히지 않아요?"<br /><br />당연하다.<br />물고기가 없는데, 잡히면 이상하다.<br />그리고 밤이면 걔네들도 좀 자겠지.<br /><br />모르긴 몰라도…….<br /><br />그녀는 내 물고기 어망을 유심히 보더니, 다가가선 손으로 흔들었다.<br />당연히 물고기는 없다. 물고기 없는 망은 휘청휘청 뼈다귀처럼 춤 췄다.<br /><br />그녀는 휘청이는 망을 보며 꺄르르 웃었다.<br />그녀는 쪼그려 앉은 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br /><br />"여기, 물고기 안 잡혀요."<br /><br />나도 안다.<br />여기 내꺼다.<br /><br />그녀가 다시 물었다.<br /><br />"왜 대답을 안 해요?"<br />"어…음…저…그…."<br /><br />무슨 말을 해야 하지?<br />그녀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br /><br />아주 자리를 터버린 그녀를 보고 있자,<br />그녀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 />겁이 없는 것도 같고.<br />그걸 천진무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같고.<br /><br />그나저나 이 시간에 여긴 왜 있는 거야?<br />남의 낚시터에.<br />그것도 주인행세까지 하면서.<br /><br />그녀는 수수께끼를 내듯 물었다.<br /><br />"여기 물고기가 왜 안 잡히는 줄 알아요?"<br />"물고기가 없잖아요. 딱 봐도…."<br /><br />텅 빈 낚시터……나랑 닮았잖아.<br />아무것도 없는 걸, 들어가지 않아도 알 것 같아.<br /><br />"아닌데?"<br /><br />아닌데? 반말?<br /><br />"아니라구요?"<br />"네."<br /><br />그녀의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이 차기 시작했다.<br />뭔가 신이 났나?<br />왜 웃지?<br />그녀가 말했다.<br /><br />"궁금하죠?"<br /><br />별로.<br />물고기도, 관리인도 없는 낚시터에 낚시가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br />내가 주인이기도 하고. 궁금하면 등신이지.<br /><br />그녀는 혼잣말처럼 웅얼거렸다.<br /><br />"여기 인어가 살아서 그래요. 인어는 물고기들에게 지혜를 나눠 준대요. 그래서 물고기는 미끼에 입질을 하지 않는 거예요."<br /><br />그녀는 낚시터 물 위에 찰랑이는 달을 보고 있었다.<br />아직 입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지만, 눈이 쓸쓸해 보였다.<br />난해한 성격인 것 같다.<br /><br />실웃음이 나왔다.<br />인어라니.<br /><br />"인어가 웃겨요?"<br /><br />그녀는 다시 한 번 정색을 했다.<br />그녀의 굳은 얼굴을 보니, 아니요, 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br /><br />"그럼 왜 웃어요, 자꾸?"<br />"인어가 세상에 어디있어요…. 있다고 치더라도, 이런 망한 낚시터엔 없을 거예요."<br /><br />그녀는 눈을 치켜뜨며 "망해?" 라고 했다.<br /><br />"망했다고 했어 지금?"<br /><br />또 반말?<br /><br />"어딜 봐서 망했어?"<br /><br />그녀는 나를 드세게 몰아 붙였다.<br />보이는 사실을 설명해 주는 수밖엔 없다.<br /><br />"아니 그냥…. 손님도 없고. 썰렁하고…."<br />"손님 없고, 썰렁하면 망한 거예요? 인어가 사는 낚시턴데?"<br /><br />손님 없으면 망한 거 아닌가?<br />인어가 산다고 다 땡은 아니지 않나?<br /><br />내가 말했다.<br /><br />"애초에………애초에 여기 인어가 왜 살아요…."<br /><br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br /><br />"인어가 왜 살긴! 사니까 살지!"<br /><br />사니까 살지가 설명인가?<br />아니면 설득인가?<br />너무나 당당히 말하니, 묻지 않을 수가 없다.<br /><br />"왜 사는데요? 여기에?"<br /><br />내가 묻자, 여자는 억울한 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br />그리곤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br /><br />그녀가 말했다.<br /><br />"몰라."<br /><br />몰라?<br />뭐야 이거?<br />앙탈?<br /><br />내가 다시 물었다.<br /><br />"그러지 말구요. 여기 인어가 왜 살아요?"<br /><br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br />언제, 앙탈을 부렸냐는 듯, 기운이 펄펄 넘치는 것 같다.<br />꼭 만화에서 튀어 나온 거 같다.<br />조울증 환자 같기도 하고.<br /><br />그녀가 말했다.<br /><br />"궁금하죠?"<br /><br />그녀에게 말린 것 같다.<br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br />그러자 그녀는 조금 신이 난 것처럼 말했다.<br /><br />"여기 주인이 풀었어요. 아! 그러니까 전주인이."<br /><br />우리 아빠?<br /><br />그녀가 말을 이었다.<br /><br />"더 정확하게는 전 주인의 아들이 풀었다고 해야겠네요."<br /><br />나?<br />내가 풀었어?<br />얼떨결에 말이 나와 버렸다.<br /><br />"그럴 리가 없는데…."<br /><br />내 말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br /><br />"그럴 리가 없는데?"<br />"아니요. 아니에요."<br /><br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곧 빵긋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br />그녀가 물었다.<br /><br />"여기 전주인 알아요?"<br /><br />안다고 해야 되나?<br />그녀가 다시 물었다.<br /><br />"알면, 김철민이란 사람 알아요? 전 주인 아들인데?"<br /><br />내 이름이다.<br />김철민.<br />이름도 맞을 뿐더러, 전주인 아들이라면, 그것도 내가 맞다.<br /><br />여자는 물어 놓고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는지,<br />그저 어깨만 으쓱하곤 자기가 할 말을 줄줄 읊었다.<br /><br />"여기 전주인 아들이 어릴 때…. 그러니까, 아직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인가요?<br />국민학교도 안 들어갔을 때. 그 때, 그 아이가, 그러니까 철민이가, 저기 산 넘어 계곡에 놀러 갔는데,<br />거기에 인어가 있었대요. 그 철민이란 꼬맹이는 인어가 뭔지도 모르고,<br />처음 본 인어랑 친구를 하기로 약속을 했대요. 아니, 졸랐다고 해야 하나?<br />이렇게, 손가락 두 마디? 정도나 되는 큰 유리구슬을 주면서,<br />자기 갖고 있는 구슬 중에 가장 큰 녀석을 줄 테니까, 자기랑 친구하자고. 졸랐대요.<br />그리곤 인어는 물에 사니까, 자기네 아빠 낚시터에 살면 되겠다고,<br />인어를 낚시터로 데리고 온 거죠. 이해가 가요?"<br /><br />디즈니 만화 동산인가?<br />뭔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br />남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br /><br />이게 내 얘기라면.<br />인어는 어서 날조 된 거야?<br /><br />그녀가 말했다.<br /><br />"표정이 왜 그래요?"<br /><br />내 표정이…어떻지?<br />내가 물었다.<br /><br />"인어가 그러니까, 일종의 낚시터의 파수꾼이네요."<br /><br />그녀는 끄덕끄덕 하고, 심심하게 웃었다.<br />웃으며 앞으로 쏟아진 머리칼을 넘기는 게, 느낌이 이상했다.<br />친숙하다고 해야 하나.<br />아니, 아련하다고 해야 하나?<br /><br />낚시터엔 아직도 한가득 달만 차올라 있다.<br />넘실넘실.<br /><br />아버지는 이곳에서 죽어있었다.<br />둥둥 떠다니며, 그렇게 죽어있었다고 한다.<br />아버지의 소식을 받았을 때,<br />어쩌면 아버지란,<br />그런 마지막이 어울리는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br /><br />쓸쓸한 사람.<br />쓸쓸하게 갔구나.<br />그런 수긍이 갔다.<br /><br />"여기 사람들은 모두 알아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br />"뭘 알까요?" 내가 말했다.<br /><br />"여기 전주인은 그 인어한테 살해당한 거예요. 물속으로 끌고 내려갔대요. 인어가."<br /><br />웃어버렸다.<br />인어가, 아버지를 죽였다.<br />그녀는 내가 그 인어에게 살해당한 사람의 아들이란 걸 모르고, 이렇게 떠드는 거겠지?<br />장난 끼도, 슬슬 사그라든다.<br />이제는 내가 그 전주인의 아들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br />저기요, 라고 말하려는데, 그녀는 내 말허리를 잘랐다.<br /><br />"그 인어를요. 철민이는 새까맣게 잊어버렸어요.<br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잊어버렸어요.<br />그리고 그 아버지만, 그 사실을 기억한 거예요.<br />인어가, 낚시터에 있다고.<br />인어를 옮겨온 철민이는 그 사실을 잊고,<br />아버지만, 그걸 기억한 거예요…."<br /><br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br />그녀가 말을 않자, 긴 정적이 찾아왔다.<br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잊어버렸어요.<br />그렇게 말하니, 내가 정말 어린 시절의 친구인,<br />인어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듯한 죄책감이 밀려왔다.<br /><br />희한한 일이다.<br /><br />그녀는 빈 그릇을 내려다 봤다.<br /><br />"그거 알아요? 인어는 떡라면을 좋아한대요. 철민이가 어릴 적에,<br />밤마다 찾아와서 같이 먹곤 했대요. 모르죠?"<br /><br />떡라면?<br /><br />그녀는 빈 그릇을 줍더니, 말없이 관리실로 걸었다.<br />뒷모습이 외로워보였다.<br /><br />그녀는 왜.<br />왜, 이런 말을 지어낼까.<br /><br />아버지만, 인어를 기억했어?<br />나는 까맣게 잊고?<br />왜?<br />그게 왜?<br /><br />그리고 떡라면은 또 뭐야?<br /><br />그녀는 관리실에 들어가선 불을 꺼버렸다.<br />그녀를 지켜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br />불이 꺼진 관리실에서, 그녀는 나올 생각이 없는 듯 했다.<br />괜히 속이 탄다.<br />그녀가 돌아올 것만 같아서,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한 대 필터 끝까지 피웠다.<br />그녀는 오지 않는다.<br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br />관리실로 다가갔다.<br /><br />불 꺼진 관리실 창을 통해서 쪼그려 앉은 그녀가 보였다.<br />다리를 부둥켜 앉은 모습이 움찔움찔, 그래. 마치 우는 것처럼 흔들린다.<br />노크를 해도, 대응하지 않는다.<br />문을 열어도, 쳐다가도 안 본다.<br />저기요, 불러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br /><br />그녀에게 다가가니,<br />훌쩍훌쩍.<br />훌쩍하는… 그런 소리가 들린다.<br /><br />묻기가 조심스럽다.<br />갑자기 왜 이래요?<br />묻는다면, 그거야 말로, 오지랖이란 생각이 들었다.<br />그녀를 두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br />내가 관리실 문 밖으로 나서려 했을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br /><br />"인어를 먹으면, 영생을 살 수 있대요."<br /><br />관리실은 참이 높다.<br />거의 종아리 높이다.<br /><br />한 쪽 다리는 관리실 밖에,<br />한 쪽은 관리실 안에.<br />자세가 어정쩡했다.<br />그래서인지, 그녀는 나를 보고 웃었다.<br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br />들어가서 말을 더 들어야하는지, 이대로 떠나야하는지, 모르겠다.<br />결과적으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br />그녀가 커피를 권했기 때문이다.<br />아이러니.<br />나는 관리실에 커피가 있는 줄도 몰랐다.<br />그러고 보면 아까는 라면에 단무지까지 대령을 해왔다.<br />이 여자는 뭘까.<br /><br />그녀는 내게만 커피를 건넸다.<br />그쪽은요?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만 흔들었다.<br />내가 홀짝하고 한 모금을 들이키자, 그녀는 푸~ 하고 한숨을 쉬었다.<br /><br />"더 들어볼래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br />들어야 할 것 같았다.<br />들어볼래요? 란 말이, 들어주세요, 처럼 들렸다.<br /><br />그녀가 말했다.<br /><br />"전주인이 병에 걸렸어요. 암이었대요.<br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는데, <br />심지어는 그 아들인 철민이도 그 사실을 몰랐는데, <br />그렇게 전주인은 죽어가고 있었는데…<br />전주인은 뭔가를 달관한 것처럼.<br />그저, 이제 때가 됐으려니… 그렇게 체념하고 살았대요.<br />그런데 어느 날. 낚시터에 인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거예요.<br />아들이 방생한 인어요.<br />인어를 먹는다면, 병을 고칠 뿐 아니라, 영생을 얻을 수 있다잖아요.<br />전주인은 낚시터로 뛰어들었어요.<br />오늘처럼 깊은 밤이었죠.<br />하지만 오늘처럼 밝은 달은 없었어요.<br />깊고 어두운 물은 전주인을 삼킨 것처럼,<br />삼켜서 소화를 시킨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대요.<br />관리자가 가로등 하나 켜놓지 않은 낚시터는 깜깜하게 침묵했어요.<br />찰박찰박, 가끔 그 속을 헤엄치는 전주인의 몸부림만 들릴 뿐이었구요.<br />낚시터 그 어두운 물속에서, 전주인은 인어를 만났어요.<br />인어는 그를 기억했죠.<br />사실은 그보다 그의 아들인 철민을 더 기억하고 있는 거였지만요.<br />전주인의 얼굴은 절박했대요.<br />인어를 죽여야 했으니까요.<br />전주인은 인어를 육지로 끌고 올라갔어요.<br />벌거벗은 인어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손에 붙들렸구요.<br />전주인은 인어에게 회칼을 들이 밀었대요.<br />달빛도 없는데.<br />칼은 어디에서 빛을 머금는지,<br />퍼랗게, 그러니까, 시퍼렇게, 차가운 빛을 뿜더래요.<br />전주인이 그랬대요.<br />미안하지만, 내가 너를 좀 먹어야겠다. 하구요.<br />인어는 그제서야 전주인의 절박한 표정을 읽었대요.<br />인어야말로 달관한 것처럼, 전주인의 회칼이 자신을 난도질 할 순간을 기다렸죠.<br />인어는 눈을 감았대요. 그리곤 그랬대요.<br />철민이에게 안부 전해줘요.<br />오래 못 만났지만, 아주 옛날이지만,<br />혹시 나를 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br />친구도 해주고, 살 곳도 마련해줘서, 고맙다고도 전해줘요.<br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도 철민이에게 전해줘요. 라고 했대요.<br />그렇게 말한 인어는 유리구슬 하나를 꺼내서 전주인에게 건넸대요.<br />전주인은 그 유리구슬을 보곤 혼란에 빠졌대요.<br />그 유리구슬에 전주인 자신이 써준 이름이 적혀있었거든요.<br />철.민. 하구요.<br />전주인은 미친 사람처럼, 인어를 내쫓으려고 했대요.<br />내 낚시터에서 나가.<br />썩 꺼져.<br />다시는 내 눈 앞에도, 철민에게도, 나타날 생각하지마.<br />인어는 그게 싫었던 거예요.<br />철민이는 인어에게 유일한 친구인걸요.<br />그래서 인어는 낚시터 저 밑까지 도망을 쳤대요.<br />전주인이 자신을 잡을 수 없도록. 저 밑까지.<br />그게 그를 죽이는 행동이 될 줄도 모른 채.<br />전주인은 인어를 잡기위해 다시 낚시터로 뛰어 들었대요.<br />숨이 멈출 때까지 전주인은 그 검은 물속을 뒤졌대요.<br />인어를 잡기 위해서.<br />그게 무슨 뜻이었을 줄은 아무도 몰라요.<br />죽음 앞에 초연하지 못한 자신이 혐오스러웠는지,<br />아니면 아들의 친구를 죽이려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건지.<br />추측만, 그리고 소문만, 이렇게 많이 남았어요."<br /><br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혼이 빠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br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기분마저 들었다.<br />꼭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만도 같았다.<br />이것이 누군가가 지어낸 소문이라면, 왜 이런 소문을 만들어 낸 걸까.<br />그리고 정말 만약, 이것 진짜 이야기라면, 그렇다면,<br />누가 이 이야기를 그녀에 전해준 것일까.<br /><br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br /><br />"이 이야기……누구한테 들었어요?"<br /><br />그녀는 미소 지었다.<br />그리고 속삭였다.<br /><br />"여기 사람들은 모두 아는 이야기에요."<br /><br />미친 여자.<br />내가 미쳤지.<br />괜한 호기심에 시간 빼앗겼다.<br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관리실을 나왔다.<br />낚시 도구를 챙겨서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br />그녀는 돌아선 나를 몇 번이고 불렀다.<br />저기요, 왜 그래요, 화났어요?<br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br />남의 아버지 소문을 내는 사람들이라니.<br />그것도 헛소문을.<br />인어가 아버지를 죽였다느니.<br />그런 소리를.<br />참을 수가 없다.<br />가슴이 답답하다.<br /><br />낚시 도구를 주워 담는데, 그녀가 바로 옆까지 쫓아왔다.<br />그녀는 내 팔을 부여잡고 이유를 물었다.<br />갑자기 왜 그래요, 라는 식이었다.<br />사실, 갑자기가 아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글러 먹었다.<br /><br />애초에 뭐야.<br />남의 낚시터를 자기 것이라며 요금을 받질 않나.<br />남의 관리사무실을 자기 집 안방처럼 쓰질 않나.<br />신경질이 나서 그녀를 뿌리쳤다.<br />내 팔이 잽싸게 원을 그렸다.<br />그 덕에 밀려난 그녀는 내 팔을 놓쳤고,<br />그와 동시에 휘청, 하고 몸이 뒤로 밀려났다.<br />아주 잠깐이었다.<br />그녀는 낚시터의 검은 물 밑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br />주변이 조용했다.<br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br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br />몸이 굳는다.<br />달을 품은 낚시터 물은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br />그녀는 떠오를 생각이 없는 듯 했다.<br />보통이라면, 허우적거리는 것이 맞는데.<br />가슴이 뛰었다.<br />수영은 잘 못하는데.<br />그녀를 구하려면 뛰어들어야 할 것 같았다.<br />낚시터의 수심이 얼마나 되지?<br />모르겠다.<br /><br />이대로 여자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녀가 익사한다면,<br />그녀를 죽이게 되는 것은 바로 나.<br />바로 나다.<br /><br />뛰어들어야했다.<br />신발을 벗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br />수면 위로 넘실거리는 달빛을 믿으며,<br />그 달빛이 낚시터의 저 밑까지 밝혀 주리라 믿으며,<br />몸을 던졌다.<br /><br />생각보다 훨씬 차가운 물.<br />물이 차가워서 일순 몸이 경직되었다.<br />눈을 뜨자, 시야는 뿌옇게 안개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br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br /><br />더 밑으로.<br />더 밑까지.<br />그녀가 얼마만큼 빠져버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br />계속해서 내려갔다.<br />역시.<br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br />낚시터 물 벽에 걸려있는 타이어를 사다리삼아,<br />가장 밑바닥에 진흙 같은 것이 만져질 때까지 내려갔으나,<br />이것은 그저 내려간 것일 뿐, 그녀를 찾기 위한 방법이라곤 할 수 없었다.<br />타이어를 놓으면, 금방 다시 몸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br />그녀를 찾아야하는데, 숨이 부족해오는 고통도 밀려오기 시작했다.<br />위로 돌아가 숨을 골라야했다.<br />그동안 그녀의 숨이 끊어지면 어쩌지, 라는 불안이 엄습한다.<br />거칠게 타이어를 찼다. 수면 위까지 단숨에 올라가야 했다.<br />빨리 올라갔다가, 재빨리 다시 내려와야 했다.<br />나는 숨을 마셔서 준비 후에 입수 했지만,<br />그녀는 불시에 물에 빠졌다.<br />내 잘못으로, 그녀는 죽을 수도 있다.<br />서둘러야 한다.<br /><br />몸이 부상하려는데, 무언가가 바지를 끌어 당겼다.<br /><br />왼쪽 다리.<br />바지에 뭔가 걸렸어.<br /><br />손을 뻗어 바지춤을 더듬자, 따끔, 하고 손이 찔렸다.<br />낚시 바늘.<br />누군가 잘라낸 낚시 바늘인가?<br />밑바닥에 내려갔을 때, 바지에 걸린 건가?<br />바보 같은.<br />낚시 줄을 손으로 끊어버릴 순 없는 일이었다.<br />바지에 엉킨 바늘을 빼는 것도, 이 안개 속 같은 물속에선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br />나는 물속에 얼마나 있었지?<br />숨을 참는 고통이 심해졌다.<br />다시 타이어를 향해 헤엄을 쳤다.<br />타이어에 매달려 다리를 잠아 당겼지만,<br />낚시 줄은 어디에 걸려있는 건지, 보통 힘으론 때어낼 수가 없다.<br />의식이 멀어질 때 즈음.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다.<br />차마 돌아볼 여유도, 정신도 없이 시야가 멀어지는데,<br />몸이 급격히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br />내 가슴을 감싸 안은 무언가의 손길에선 미약한 온기가 전해온다.<br />온기는 도망치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를 놓고는 사라져버렸다.<br />나는 계속하여 허우적댔다.<br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br />그녀는 저 밑에 있는데.<br /><br />"괜찮아요?!"<br /><br />제길.<br />언제 올라갔어?<br />낚시터 위에 있던 여자가 소리쳤다.<br />그녀의 목소리를 듣곤 정신을 잃은 것 같다.<br /><br />정신이 돌아왔을 땐, 그녀가 내 뺨을 치고 있었다.<br />황당했다.<br />정신을 잃은 나를 구할 만큼, 수영을 잘 하는 여자였다는 걸 알았다면….<br />그래도 다행이다.<br />그녀를 죽일 뻔했다고 생각하면, 십년을 감수했다.<br /><br />화가 난다.<br />그녀의 손에 놀아난 기분이다.<br />수영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물 위로 올라와야지.<br />그녀에게 소리쳤다.<br /><br />"5000원 내놔요!"<br />"예?"<br /><br />그녀는 놀랐는지, 주춤거렸다.<br />상관없었다.<br /><br />"제 5000원 돌려줘요."<br /><br />그녀는 젖어버린 지폐를 주섬주섬 내밀었다.<br />사실을 말해줬다.<br />내 이름이 김철민이고, 그 인어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내 아버지이고,<br />나는 그 인어를 애초에 만난 적도, 아니 본적도 없으며, 당연히 친구도 아니다.<br />다시는 내 낚시터의 주인행세를 하려 들지 말아라.<br />신고할테다.<br />한바탕 따끔한 소리도 해줬다.<br /><br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물가의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br />그녀는 내게 무언가를 휙 던지더니<br /><br />"나도 다 알아! 너나 기억 못하지!"<br /><br />하고 소리치곤,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br /><br />달빛이 바닥을 비췄다.<br /><br />그곳에는 투명한 유리구슬이 달빛을 튕겨내고 있었다.<br />유리구슬 옆구리에 흐릿하게 적힌 '철민'이란 글자가 보였다.<br /><br />낚시터엔 잔잔한 물결이 계속해서 일었다.<br />엉금엉금 기어서 물결에 대고 소리쳤다.<br />야! 하고.<br />술렁이는 물결은 대답이 없었다.<br />다시 소리쳤다.<br />몇 번이고.<br />그러자 저만치서 빼꼼하고, 그녀의 머리가 떠올랐다.<br />콧잔등까지만 내밀 얼굴이 보인다.<br />눈을 매섭게 뜨고 있는 그녀는 다시 머리를 물속으로 담궜다.<br />다시 불렀다.<br /><br />"야!"<br /><br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또 콧잔등 까지만 고갤 내밀었다.<br />뭐라고 말해야하지? 고민하자, 그녀는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br />물속에 팔을 넣고 휘저었다.<br />미끼를 던진 낚싯대처럼.<br />팔이 떨어져라 물을 헤집자, 그녀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고갤 내밀었다.<br /><br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br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br />찰박찰박 물소리가 귀를 간질인다.<br /><br />"너 진짜 인어야?"<br /><br />내 물음에 그녀는 일순 얼굴을 찡그리더니, 내게로 물을 뿌려왔다.<br />얼굴에 낚시터 물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br /><br />그녀는 "몰라!" 하고 신경질내곤,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br /><br />하늘이 푸르스름 새벽빛에 물들고 있었다.<br />낚시터를 비추는 새벽은 그 밑에 담긴 보석 같은 것을 반작이기 시작했다.<br />유심히 그것을 바라보니, 그건 모두 물고기 들이었다.<br />낚시터를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br /><br />그녀는 물고기들 사이에서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br /><br />내가 정말 인어를 알았었다면,<br />그리고 내가 인어와 친구였다면,<br />나는 그 사실을 언제 잊게 된 걸까.<br />무슨 이유로 잊은 걸까.<br />잊을 이유가 있나?<br /><br />그녀에게 유리구슬을 건넸다.<br />유리구슬과 함께 젖어버린 지폐도 두 장 건넸다.<br /><br />“떡라면, 되나요?”<br /><br />이곳에서 다시 어려진다면,<br />어쩌면, 그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것 같다.<br /><br />그래.<br /><br />나는 공허한 게 아니라.<br />아주 편히 쉬고 있는 거야.<br />라고 마음먹자.<br /><br /><br /><br /><br />-끝-<br /><br /><br /><br /></div>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7/20 17:37:41  223.33.***.82  문득구경한다  150732
    [2] 2013/07/20 17:51:37  98.207.***.236  근군  113207
    [3] 2013/07/20 18:23:59  116.40.***.200  중2병의힘  324932
    [4] 2013/07/20 18:31:37  121.144.***.26  AllForU  133486
    [5] 2013/07/20 19:06:47  175.223.***.159  냉수먹고크악  81626
    [6] 2013/07/20 19:09:35  110.70.***.175  아이젠  216606
    [7] 2013/07/20 19:20:08  211.36.***.107  채은마밍♥  155235
    [8] 2013/07/20 19:28:50  222.97.***.69  필요있↘어↗  264503
    [9] 2013/07/20 19:29:52  121.160.***.169  부우우우우  383992
    [10] 2013/07/20 19:54:27  117.111.***.94  o144  11341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5
    [단편] 수림이를 아십니까? (BGM) [7] 숏다리코뿔소 15/04/02 21:36 132 13
    24
    [해설] 손가락은 잘 있습니다 [7] 숏다리코뿔소 15/03/28 10:43 209 27
    23
    [단편] 손가락은 잘 있습니다 (BGM) [6] 숏다리코뿔소 15/03/25 21:34 140 26
    22
    [단편] 참새처럼 귀찮은 (BGM) [6] 숏다리코뿔소 15/03/13 04:03 158 28
    21
    [단편] 그녀는 100년 멀리에 있다 (BGM) [3] 숏다리코뿔소 15/03/08 00:24 140 16
    20
    [단편] 님의 은총 (BGM) [5] 숏다리코뿔소 15/03/06 10:30 106 21
    19
    [단편] 얼굴 (BGM) [17] 숏다리코뿔소 14/07/28 06:08 285 20
    18
    단편] 오늘의 살인 (BGM) [11] 숏다리코뿔소 14/02/01 06:25 250 37
    17
    소설) 내일은 자살 할 남자_1 [1] 숏다리코뿔소 14/01/22 21:44 54 14
    16
    [단편] 직업은 시체입니다 (BGM) [19] 숏다리코뿔소 13/11/15 18:20 280 37
    15
    Leesa - 자전거 소녀 (外 Cover 곡 2개) 숏다리코뿔소 13/09/22 11:53 20 0
    14
    (BGM) 신신 전파사의 희망 안떼나 숏다리코뿔소 13/07/31 00:52 16 0
    13
    (단편) 우성유전자 연쇄 보존법칙 - 下 (BGM) [2] 숏다리코뿔소 13/07/28 11:10 67 24
    12
    (단편) 우성유전자 연쇄 보존법칙 - 上 숏다리코뿔소 13/07/28 11:09 166 19
    11
    (단편) J의 침묵 <BGM> 숏다리코뿔소 13/07/27 04:52 129 29
    10
    (17금 소설) 요녀 - 6 (BGM) [5] 숏다리코뿔소 13/07/25 03:45 134 29
    [단편] 인어는 떡라면은 좋아해 (BGM) [1] 숏다리코뿔소 13/07/20 17:25 185 46
    8
    (17금 소설) 요녀 - 5 (BGM) 숏다리코뿔소 13/07/19 01:40 105 28
    7
    (17금 소설) 요녀 - 4 (BGM) [1] 숏다리코뿔소 13/07/15 00:33 118 39
    6
    [단편] 좀비가 명약이란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2] 숏다리코뿔소 13/07/13 22:14 212 24
    5
    (17금 소설) 요녀 - 3 (BGM) 숏다리코뿔소 13/07/12 21:11 125 36
    4
    (17금 소설) 요녀 - 2 (BGM) [4] 숏다리코뿔소 13/07/12 05:22 265 39
    3
    (소설) 요녀 [4] 숏다리코뿔소 13/07/11 21:00 209 32
    2
    [단편] 99:99 죽어야 할 시간 (BGM) [10] 숏다리코뿔소 13/07/08 07:30 366 37
    1
    [단편] 너와 나의 도서관 (BGM) [1] 숏다리코뿔소 13/07/03 03:22 84 38
    [1]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