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tyle="width: 249px; height: 78px" height="78"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249" src="http://player.bgmstore.net/dTmbd" allowscript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dTmbd" target="_blank"><div></div><br /><br /><br /><br /></a> <div></div> <div></div> <div></div>산속의 초가지붕이 외로워라 하고 서있더랬다.<br />소진을 외로운 초가지붕을 벗삼아, 그 주변을 심심하게 서성이고 있었다.<br /><br />날이 어두웠다.<br />소진은 하늘을 바라봤다.<br />소진은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하고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참이다.<br /><br />하늘은 보기 드물만큼 어두침침했다.<br />먹구름이 자욱하게 하늘을 가린 것이,<br />그렇다고 비는 쏟아낼 생각 없는 것 같고,<br />새벽 닭이 운지는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그럼에도 하늘은 밤처럼 어두웠다.<br /><br />소진에게는 그 하늘의 침침함이 불길하기 짝이 없더랬다.<br /><br />“비가 오려는 모양이오.”<br /><br />소진의 곁에 있던 약초꾼 장가가 말했다.<br /><br />소진이 그를 돌아보자, 장가는 눈을 감고 약초를 손질 중이었다.<br />소진은 장가란 사람이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br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약초꾼 장가는 천하의 봉사로 봉사도 그런 봉사가 없다 하였다.<br />그래서 어떤 마을이들은 약초꾼 장가를 장봉사라고도 부르더랬다.<br /><br />지금 소진의 눈앞에 있는 장가는 눈을 감고 약초를 더듬더듬 하나하나 찾아가며,<br />손질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여간 불편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br /><br />그도 그럴 것이다.<br /><br />소진이 장가를 처음 만났을 때, 장가는 두 눈을 퍼렇게 뜨고 있었고,<br />앞을 잘 보는 것은 물론, 소문처럼 봉사이긴 커녕,<br />안개 속에서도 약초를 캐고, 밤길에도 산삼을 찾았으며,<br />심지어 날이 좋은 날에는 스무 고개 밖에 있는 개미도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br /><br />장가는 소진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부터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br /><br />“당신이 소문의 요녀가 맞소?”<br /><br />장가는 그렇게 물었다. 소진이 이제 막 다시 걷기 시작할 무렵의 일이었다.<br />소진은 걷기는 걸으나, 긴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었으며,<br />몸이 성치 못해, 장봉사가 지어주는 약초 우린 물로 연명을 하고 있더랬다.<br />소진은 목소리도 온전치 못하여, 대답대신 끄덕끄덕 고갯짓을 하였다.<br />장가가 보기에 그것은 그저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랬다.<br />장가는 다시 한 번 소진을 다그치더니, 소진이 소문의 요녀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자,<br />주먹을 불끈죄고 얼굴에 핏대를 세우더니, 불쑥 밖으로 나가버렸다.<br /><br />그 모습을 본 소진은 장가에 의해 자신이 곳 고발당할 운명이라 믿었으나, 그런일은 없었다.<br />허나 장가는 이후로 눈을 뜨지 않았다.<br />눈을 뜨지 않는 장가가 답답스럽던 소진이 장가에게 연유를 묻자, 장가는 그리 답하였다.<br /><br />“나는 원래 봉사이기로 유명한 놈이오.”<br /><br />소진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br />장가를 장봉사로 알고있는 이들은 장가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다니는 꼴이<br />더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으나, 소진이 그것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br /><br />장가는 소진의 정체를 알게 되고, 억장이 무너졌더랬다.<br /><br />장가는 원래 봉사가 맞았다. 허나 태어날때부터 봉사는 아니었고,<br />그가 눈을 잃게 된 것은 전쟁 중에 있던 일인데,<br />그 것은 어찌보면 천운이요, 따로 보면 개팔자라 할 수 있겠다.<br />장가는 그것이 천신이 도왔더니…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br />때로는 차라리 봉사로 사느니 남들과 같이 그날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br />봉사로서의 삶이 개팔자란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였다.<br /><br />장가가 눈이 멀던 날.<br /><br />장가가 속해있던 군은 전선에서 벗어난 강변의 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었는데,<br />마을이 아주 고즈넉하고 평화롭더랬다.<br />전쟁의 여파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몸을 피했는지,<br />마을은 텅텅 비어있어서, 군인들의 휴식처로써 안성맞춤이었기에<br />그곳이 사실은 적군의 함정터였다는 것을 간파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br /><br />모두가 지쳐있던 탓이었다.<br /><br />그 마을의 우물물에는 대량의 독이 풀려있었는데, 당연히도 군인들은 그 물을 너도나도 흠뻑마셨고, 장가 또한 그 물을 마셨더랬다.<br /><br />전멸이었다.<br /><br />장가를 제외한 모두가 사흘을 못 넘기고 죽어버렸다.<br />장가 또한 몸에 서서히 도는 독기를 느꼈으나,<br />장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br />장가는 어려부터 산세에 익숙했고,<br />장가의 할애비가 약초꾼이었기에 약초에 대하여 아주 무지하지는 아니하더랬다.<br />그러나 장가는 자신이 당한 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br />그래서 해독에 유용하다는 풀을 뜯어 모두 생으로 씹었는데,<br />덕분에 장가는 목숨은 건졌으나,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다.<br /><br />전쟁은 장가가 없는 곳에서도 치열했고,<br />장가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br /><br />쓸곳 없는 봉사 군인이 되느니,<br />독약을 마시고 죽어버렸다는 것으로 자신의 군인으로서의 생이 마감되길 원해서였다.<br /><br />전쟁이 끝났다는 소문이 들려와도 장가는 나라에 돌아가지 않았다. <br />장가는 눈이 멀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약초의 손질 정도였다. <br /><br />장가는 약방에 들어가 약초꾼이 되었는데, <br />그 시간이 길어지자, <br />눈을 감고도 산길을 다닐 만큼 감이 날카로워졌고, <br />냄새만으로도 약초를 찾아내고 골라낼 만큼 후각이 발달했더랬다. <br />장가는 자신을 거둬준 약초꾼이 먼저 세상을 등지고도 그 마을에 눌러 붙었고, <br />사람들은 장가를 장봉사라 이르며, 가깝게 지냈다.<br /><br />마을 사람들은 장가가 사실 군인이었으며, <br />그 군인들 중에서도 검명이 가장 높다던 국춘 장군이란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br /><br />장가는 장봉사로서의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br /><br />그리고 봉사로서의 삶이 끝난 것은 웬 여인이 장가의 집 앞으로 찾아들었을 때였는데, <br />그 여인은 황소처럼 커다란 말에 포박을 당한 채 올라있었다.<br /><br />그날 밤,<br /><br />장가는 집 밖의 낌새가 이상스러워 잠에서 깨었다. <br />밤길이나 낮길이나 컴컴한 길인 것은 매한가지인 장가는 더듬더듬 밖을 나서며<br /><br />“뉘십니까?”<br /><br />하고 물었으나, 밖은 말발굽이 풀썩이는 소리가 들릴 뿐, 그저 조용하더랬다. <br />장가는 눈대신 귀를 내밀고 밖을 들었다. <br />주변은 벌레들 울음소리만 들려오고 한참 밤이슬이 쏟아져서 콧잔등이 금방 축축해졌다.<br /><br />그 잠잠한 틈 사이로, 여인의 신음이 들려왔다. <br />아주 희미한 그 소리를 귀가 밝은 장가는 들을 수가 있었다. <br />그리고 신음소리에 다가간 장가가 소리가 난 주변을 더듬거리다, <br />만져진 그 무언가에 의해 눈이 번쩍떴다.<br /><br />장가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br /><br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장가는 무언가를 손에 댄 이후 씻은 듯이 눈 앞이 맑아졌다.<br />장가는 옥황상제가 도왔을 이 기적을 목전에,<br />자신에게 기적을 전해 준 ‘손에 닿은 무언가’를 돌아보았고,<br />그 ‘손에 닿았던 자리’엔 웬 여인이 있더랬다.<br />정확히는 여인의...<br /><br />갑자기 눈이 뜨인 장가는 여인이 올라있는 그 황소 같은 말을 알아 볼 수 있었다.<br />그 말은 자신이 타고 전장을 누비던 말이었는데,<br />독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때, 그 말은 온데간데 없었더랬다.<br /><br />기이한 일이었다.<br /><br />말이 주인을 찾아왔다니.<br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br />그것이 첫 째로 기인한 일이었고, 장가가 말에 다가가자,<br />그 집체만한 말이 너털너털 무너지더니,<br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일이 둘 째로 기이한 일이었다.<br /><br />장가는 이미 숨을 거둬버린 말보다는<br />기적처럼 눈을 뜨게 해 준 여인의 포박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였다.<br /><br />정신을 잃은 여인은 개미 같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앓는 소릴 냈으며,<br />얇은 옷가지 사이로 비추는 속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br />장가는 당황스러웠다.<br />이 전에도 장가는 여인과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br />가슴께부터 허벅지까지 생긴 멍도 멍이지만,<br />여인을 며칠을 굶주린 자처럼 홀죽했다.<br />전장에서 아사하는 사람들을 익히봐온 장가는<br />여인이 얼마나 끼니를 못 챙겼는지부터 헤아렸고,<br />급하게 여인을 방에 들인 뒤,<br />원래는 대감댁에 팔기로 약조했던 산삼을 꺼내어 맑은 물에 우려냈다.<br /><br />장가는 산삼을 우리며, 연유는 모르겠으나,<br />그 여인이 자신의 눈을 뜨게해준 은인만 같았다.<br /><br />실로 그 여인의 몸에 손이 닿으며, 눈이 뜨인 것이니<br />그것이 아주 연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br /><br />장가는 여인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br />여인이 다시 눈을 뜨기까지는 보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br /><br />여인이 마침 눈을 떴을 때, 장가는 여인의 곁을 지키던 중이었다.<br />여인을 눈을 떴으나, 아직 몸이 성치 않은지, 꿈쩍도 없이 눈만 꿈뻑이더랬다.<br /><br />그 다음부터는 고난이었다.<br /><br />여인은 장가가 산삼 우려낸 물을 건네도 마시지 않고,<br />닭을 잡아 건네도 뿌리쳤으며,<br />소를 잡아 올려도 입을 꾹 틀어막고 벌릴 생각을 안 했다.<br />여인은 장가가 먹을 것을 건낼 적마다,<br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지속해 말했으며, 그 말이라 함은<br /><br />“이제 그만 죽게 내버려 두셔요.”<br /><br />였으나, 장가는 고개를 내젓고 억지로라도 여인의 입에<br />산삼우린 물과 닭, 소, 돼지 고기를 물리고, 씹히고, 삼키게 하였다.<br /><br />말에 매달려 자신에게까지 온 연유며,<br />그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이나, 적어도 장가는 은인을 죽게 내버리 둘 수는 없었다.<br /><br />힘이 연약한 여인은 평소 같아도 뿌리 칠 수 없는 장가의 횡포 같은 힘을 거부할 수 없었다.<br />점차 기력이 돌아오게 된 여인은 자신이 자신의 뜻대로 죽지도 못할 운명인 것을 받아 들였다.<br />죽기를 포기한 여인이 이제 슬슬 스스로 걸음을 디딜 수 있게 되자,<br />그때서야 장가는 여인의 이름을 들을 수가 있었더랬다.<br /><br />“소진이라고 하여요.” <br /><br /><br /><br />- 다음에 계속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