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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숏다리코뿔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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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3161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4
    조회수 : 1979
    IP : 121.139.***.20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01/22 21:44:44
    http://todayhumor.com/?panic_63161 모바일
    소설) 내일은 자살 할 남자_1
    "지금이 몇 시지?<br />아, 7시구나.<br />7시... 일어날까?<br /><br />아니 아직...<br /><br />...<br /><br />지금이 몇 시지?<br /><br />아, 7시 1분?<br />7시 1분...<br /><br />일어날까?...<br /><br />...<br /><br />김 부장.<br /><br />왜 아침부터 떠오르는 얼굴이 김 부장인지 모르것네.<br /><br />왜 너니 김 부장?<br /><br />...<br /><br />김 부장이 뭘 알아.<br />이나 닦아야지...<br /><br />알람소리?<br />이제 7시 10분이구나?<br />손의 물기를 닦고 핸드폰 알람을 끌까?<br />아니.<br /><br />매일 있는 일인 걸.<br />그냥 울게 냅두지 뭐.<br /><br />실컷 울어라.<br />너 혼자.<br /><br />아아, 겨울은 언제 끝나나.<br />춥네.<br />옆구리가 특히나.<br />욕이나 한 마디 할까?<br /><br />“쯧.”<br /><br />추워서 욕도 안 나오네...<br /><br />버스를 탈까?<br />지하철을 탈까?<br /><br />...<br /><br />...회사에 가지 말까?<br /><br />그래.<br /><br />지하철을 타자.<br /><br />아아, 눈 내렸네?<br />싫다.<br />며칠 전에도 넘어졌는데.<br /><br />그거 보고,<br /><br />여고생들이 그거 보고 낄낄깔깔 웃었는데.<br /><br />몇 시니?<br />7시 21분?<br />천천히 걸어도 지각은 않겠는데?<br /><br />지하철 탈 생각은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br /><br />...<br /><br />지금이...<br />지금이 몇 시지?<br /><br />아아, 밥 먹을 시간?<br />12시 넘었네.<br />밥을 먹을까?<br />잠깐 눈을 붙일까?<br /><br />...<br /><br />일이 밀렸는데...<br />이러다 제 시간에 퇴근 못하겠는데?<br />담배나 한 대 펴고 계속 일을 할까?<br /><br />...담배가 없네.<br />됐다 그냥.<br /><br />그냥 됐다.<br /><br />...<br /><br />지금은?<br />지금은 몇 시야?<br />다들 집에 들어갔나?<br />8시 반이네?<br /><br />응? 나 오늘 밥은 먹었던가?<br />제육볶음 먹었었나?<br />그건 어젠가?<br />오늘 점심때 뭐했지?<br />잤었나?<br />다들 어디 간 거야?<br />나도 그만 퇴근할까?<br /><br />...<br /><br />조금 더 하면 내일은 덜 바쁘겠지?<br /><br />...<br /><br />...?<br /><br />응? 잠들었었나?<br />지금이... 2시 3분이네.<br /><br />늦었다.<br /><br />아침에 출근하려면 빨리 가서 자야 할 텐데...<br />어서 가서 자지 않으면 지각 할 텐데...<br /><br />지각하면 안 되지.<br />어서 출근을 준비해야지.<br /><br />어서 퇴근해서,<br />어서 출근해야지.<br /><br />...<br /><br />아아, 밤이라 더 춥네.<br /><br />몇 시냐.<br />2시 49분?<br />나 오늘 뭐 먹었나?<br />샌드위치 땡기네.<br />아니다.<br />어제도 샌드위치 사서 먹었나?<br />아니네.<br />어제는 삼각김밥 먹었네.<br />영수증이 왜 담배 갑 속에 들어있냐?<br />그러고 보니까, 담배가 다 떨어졌네.<br />오늘 담배는 피웠나?<br /><br />...<br /><br />...<br /><br />...<br /><br />... ... ...죽을까?<br />이렇게 살지 말까?<br /><br />...<br /><br />...말까?<br /><br />...<br /><br />...<br /><br />...<br /><br />나이 오십 먹고 이게,<br />뭐하는 짓이라니...<br /><br />...<br /><br />몇 시지?<br /><br /><br />-1 자살 검정<br /><br />문제 1) 옆자리의 사람을 돌아 본 후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가 보편 타당한지에 대해 답하시오. (1점)<br /><br />① 나는 옆자리의 사람보다는 죽어 마땅하다.<br />② 적어도 옆자리의 사람이 죽고 싶은 만큼 나도 죽고 싶다.<br />③ 나는 옆자리의 사람 뿐만 아니라, 시험실 전체와 비교해도 골백 번 죽어야 한다. <br />④ 이제보니 옆자리 사람이 나보다 가엽게 느껴진다.<br />⑤ 나는 죽을 이유가 없다.<br /><br />또르르르르.<br /><br />누군가 연필을 굴린다.<br />거짓말.<br />찍고있냐?<br />하아... 하고 한 숨을 쉰 사람은 누구?<br />문제가 어렵니?<br /><br />돌아 보라해서 고갤 돌린 옆자리엔 머리를 긁적이는 청년이 하나,<br />"공부 해온 게 하나도 안 나왔어..." 푸념을 한다.<br /><br />청년, 머리털이 수세미십니까?<br />박박, 박박.<br /><br />쇳가루 떨어지것소.<br /><br />자신있게 문제 1번에 5번을 마킹했다.<br /><br />죽기는... 내가 왜 죽어.<br />나는 애초에 이런 곳에 섞여 있을 위인이 아니시외다.<br /><br />잉여들...<br /><br />"이런 게... 날아 왔어요..."<br /><br />일주 전에 나를 찾은 아줌마가 내민 것은 합격 통지서 한 장.<br /><br />아줌마는 조금 달랐다.<br /><br />이 노무 남정네의 불륜 상대를 (그러니까 그 X친 X같은 년을) 찾아내라 X미 X부랄, 하는 뭐 그런 쌍욕 퍼레이드와 같은 연일 행사도, 고래고래 하는 고년고년 하는 어머어마한 고함 속 풍경도, 그날 우리 사무실엔 없었다.<br /><br />- 김 봉국 님의 시험 결과를 통보할 수 있게되어 대단한 감사의 말씀을...<br />...<br />귀하의 노력과 성원에 힘입어...<br />...<br />곧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br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br /><br />"자살 검정이래요..."<br /><br />아줌마의 표정엔 서운함이라해야 할지,<br />당황스러움이라 해야할지,<br />이건지 저건지 싶은 표정이 뒤섞여<br />한마디로 난해하고 난감했다.<br /><br />난해하고 난감한 건 나도 마찬가지로...<br /><br />"자살 검정이 뭐에요?"<br />"요즘 유행이라나 뭐라나..."<br />"남편 분께서 그래, 그 뭐야, 그거를, 자살을, 아니, 검정을... 봤어요?"<br /><br />아줌마는 대답대신 합격 통지서를 다시금 내 앞으로 밀었다.<br />종이로 슥슥싹싹 테이블을 닦는 것 같기도 하고.<br /><br />"그걸 왜 봐요? 죽을라고봐?"<br /><br />어깨를 으쓱한 아줌마의 삼중 접이식 턱살이 말한다.<br /><br />"낸들?"<br /><br />자살 검정 합격 봉투에는 착수금조의 소소한 현금과 합격 통지서가 한 봉투에 담겨 있다.<br /><br />아줌마가 참 센스 없다.<br /><br />이런 봉투에 착수금을 담으셨을까 그래.<br />아아, 아줌마 5만원이면 5만원, 10만원이면 10만원을 넣어야지...<br />무슨 9만 4천원을 넣었어어어.<br /><br />봉국이 아저씨가 9만 4천원 밖에 안 돼?<br /><br /><br />문제 4)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는 가장 큰 이유를 다음 중 고르시오. (0.5점)<br /><br />① 나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다.<br />② 나의 삶엔 더이상 꿈도 희망도 없다.<br />③ 나는 돈 버는 기계다.<br />④ 나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소외 받고 있다.<br />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인생을 비관해본 적이 없다.<br /><br />거침 없이 5번에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칠을 한다.<br />이런 식이라면 그냥 5번으로 주우우욱 일직선을 그어버리고 시험장에서 퇴장을 해버릴까보다, 싶다.<br /><br />톡토로독톡, 톡톡톡, 두다다다다다다, 하고<br /><br />책상을 맹렬히 두드리는 연필의 소리는 뭬요.<br />거기 뉘쇼?<br />누가 자살 검정서 수학 문제를 풀고있소?<br />타닥타닥, 혹 누가 연필로 비트 타고있소?<br /><br />시험 시간에?<br /><br />무슨 문제를 풀면 이런 연필 소리가 들려?<br />나만 시험지가 다른가?<br />시험지 뒷장을 돌려 궁둥짝을 살펴보고, 옆으로 세워 날이 뾰족한 옆통수도 구경하고<br />혹시몰라 귀퉁이 여백까지 살펴보아도, 시험지는 고민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br /><br />의구심 들어 돌아 본 시험장의 풍경은 조용하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다.<br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쥐어뜯는 저기 저 여자의 옆얼굴이 가관이다.<br /><br />오... 그런 의지라면 서울대도 늦지 않았어 아가씨!<br />어맛! 아가씨 그 이상은 안 돼! 가마 근처는! 복구할 수! 어엇! 아앗! 거기는! 더 이상은!<br /><br /><br />문제 8) 이 시험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0.2점)<br /><br />① 시험에 합격하여, 당당히 자살하기 위해.<br />② 자살 실행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br />③ 기관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br />④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평가해보기 위하여.<br />⑤ 유행을 따라.<br /><br />......시험에 합격 후 잠적한 아저씨를 찾아 보려고, 하는 항문은 없다.<br /><br />어쩌면 좋지?<br />손을 들으면 좋은가?<br /><br />저기요. 감독관 냥반.<br />시험지에 답이 안 들어 있는 것 같소만? <br /><br />그나저나.<br />이게 설문지요, 시험지요? <br /><br /><br />문제 13) 당신의 사망 소식을 가장 슬퍼할 사람을 다음 중 고르시오. (3점)<br /><br />① 가족.<br />② 친구.<br />③ 이성친구.<br />④ 직장동료.<br />⑤ 없다.<br /><br />......5번인가.<br /><br />저절로 머리에 손이 간다.<br />극적극적, 부비부비, 쓱싹쓱싹.<br /><br />이 멜랑꼴리함은 뭘까.<br />옆자리의 청년과 머리털 뜯는 여자를 돌아봤다.<br /><br />나는 저 사람들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중인가?<br /><br />문제가 참, 담배 땡기게 만든다...<br />지금 피우면 참 꼬신게 맛있겠다.<br /><br />"어르신 잠시만요."<br /><br />감독관이 시험 중에 목소리를 높혔다.<br />설마! 컨닝? 이란 글자가 머릴 스친다.<br /><br />"담배 피우 실땐 미리 재털이를 요청해주세요."<br /><br />응?<br />시험장에서 담배를 피워?<br />피시방에서도 못 피우는 담배를 시험장서 피워?<br /><br />감독관의 시선 끝에는 웬 아저씨가 재털이가 도착도 전에 불을 붙여 담배를 빨기 시작했다.<br />글쎄, 사오십 대 즈음 됐으려나. 단정하게 올백머리는 한 것 하며, 다른 아저씨들처럼 오리털 파카를 입지 않고, 밤색 가죽 자켓을 입고 온 것 하며, 그 위에 슬쩍 둘러논 머플러하며.<br /><br />그거 참.<br />멋들어진 아저씨일세.<br /><br />그럼 나도.<br />너도 나도.<br /><br />잠잠하던 시험실이 하얀 손들로 가득해졌다.<br />너도, 나도 손을 든다.<br /><br />"저도 재털이 하나만 주세요."<br /><br />재털이 교부 받기 바쁜 와중에 머릴 뽑던 여자가 대담히도 묻는다.<br /><br />"물 휴지도 깔아 주시나요?"<br /><br />시험관이 허탈히 웃음 짓곤 답한다.<br /><br />"침 뱉으세요."<br /><br /><br />문제 16) 자살하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생각하는 것 중 틀린 것은? (복수답 2점)<br /><br />①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br />② 오늘 또 버텨내야 하는 구나.<br />③ 욕이 절로 나온다.<br />④ 화장실에 가고 싶다.<br />⑤ 나는 삶이 너무 즐겁다.<br /><br />자살하지 않을 나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br />이상한 기시감을 느낀다.<br /><br />자살 검정은 새벽 같은 시간에 시작했다.<br />내가 군바리 아가들도 아니고, 여섯시 반에 기상을 해야겠어?<br />싶을 만큼 새벽 같았다.<br /><br />그 생각에 오늘 일어나면서부터 "씨발놈의 거... 쯧." 가슴 뻥뚫어져라 욕부터 하곤 담배를 피웠다.<br />담배를 피우다보니 금방 화장실이 가고 싶었고,<br />아마 1번 문항은 잠들어 죽기를 간망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나,<br />나도 사실 "이대로 변기통 위에 앉아 영영 잠이나 퍼잤으면 좋겠다" 고 생각도 했었다.<br />오늘 자살 검정 보는 걸 무슨 힘으로 버텨내나 한탄까지 했었고, 현관 앞에서는<br /><br />"아아! 사는 게 즐겁다, 씨발 진짜!"<br /><br />시원하게 소리도 쳤는데.<br /><br />뭘까? 이건...<br /><br />시험장으로 들어오며 지나친 얼굴들이 어스름히 떠오른다.<br />왠지, 그 옛날에 수능시험장을 지나던 기억과 겹치고 있는 것도 같다.<br /><br />부풀어 오른 기대감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br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들과 시리던 손, 입에서 입으 핀 굴뚝의 김자락.<br /><br />그래서 인지, 내가 진짜 자살 검정을 보러 온건가? 하는 의문과<br />이 사람들은 진짜 자살 검정을 보러 온건가? 하는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br /><br />모르겠다. 이젠.<br /><br />나는 누구? 지금 여긴 어디?<br />봉국이 아저씨는? 아저씨는 또 어디에?<br /><br /><br />문제 21) 당신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10억을 쾌척하는 사람을 만났다. 당신의 행동으로 옳은 것은? (5점)<br /><br />① "위선 따위 필요 없습니다." 정중히 거절한다.<br />② 10억으로 7년 만기 장기 적금을 든다. (펀드 및 부동산, 주식에 투자한다.)<br />③ 죽기 전까지 10억을 펑펑쓰고 다시 자살을 기도한다.<br />④ 증여세를 계산해본다.<br />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는다.<br /><br />아까부터 요상스럽게 답다운 답을 정할 수가 없다.<br />아마 내가 죽을 마음도 없이 자살 검정을 치루고 있기 때문이겠지.<br /><br />나 이외의 사람들은 시험지를 잡아 먹을 기세다.<br />그들의 덕인가, 나도 사실 문제 15번을 넘길 즈음해서 긴장을 아니할 수가 없다.<br />이 시험이 인간으로서의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br /><br />'당신은 자살하기에 적합한 인자이십니다.'<br /><br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졌다.<br />9만 4천원 짜리 봉국이 아저씨랑 나랑 매한 가지란 소리는 더더욱 싫었다.<br />자살 적합자가 무슨 말인가? 조금만 솔직하게 표현해도 그냥 있느나 마나 한<br />죽으나 사나 별반 다를 바 없는<br /><br />쓰레기란 소리 아니야?<br /><br />"한 달이 조금 안 됐네요."<br /><br />아줌마는 삼단 접이식 턱을 접었다 폈다, 팔굽혀펴기 처럼 반복했다.<br />어쩌면 턱이 자신의 의지를 갖고 움직이고 있는 지도 몰랐다.<br />제 2의 자아라고 하던가?<br /><br />"봉국이 아저씨가 사라지고 실종신고는 했어요?"<br />"처음에는 금방 들어 오것거니... 했죠."<br />"그 처음 금방 들어 오것거니, 할때부터 이 사람이 사라졌다, 느낄 때까지 텀이 얼마나 되는 데요?"<br />"일주일 쯤 됐나?"<br /><br />21번 문제를 붙들고 있자니, 10억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br />10억이라. 이 문제는 건너 뛰어야 겠다.<br />나는 10억이 생기면 퍼질러지게 잠부터 잘테다.<br />집도 절도, 세상도 다 잊고.<br /><br />한 1년 정도?<br /><br /><br />문제 29) 당신은 연쇄살인마를 만났다. 다음 중 알맞은 행동은? <br /><br />① 저도 좀 죽여주싶사 부탁을 한다.<br />② 경찰에 신고한다.<br />③ 사인을 받는다.<br />④ 맨손으로 때려 잡는다.<br />⑤ 연쇄살인에 합류한다.<br /><br />피다. 붉디 붉은 정녕 저것은 피다.<br />옆자리 청년의 손가락 끝에 피가 흐른다.<br /><br />진짜로 머리칼이 수세미였나.<br />얼마나 긁었길래.<br /><br />청년이 나를 돌아본다.<br /><br />내 시선이 그렇게 뜨거웠니?<br />나를 마주 본 피떡의 수세미 청년 왈.<br /><br />"아, 컨닝하지 마시죠?"<br /><br />아.컨.닝.하.지.마.시.죠?<br />내가 니껄 베끼것니?<br />어처구니 없는 놈.<br />머리 긁다가 대머리나 되라.<br /><br />순간을 틈타, 청년 옆자리에 있는 머리 쥐어뜯는 여자가 기린처럼 목을 빼들곤 청년의 시험지를 훔쳐본다.<br />저 여자, 빠른 속도로 뻐금이는 입의 모양은 뭔가. 저 것이 뭔가.<br /><br />'10번에 2, 14번에 1, 16번에 1, 18번에 3...'<br /><br />...컨닝이냐?<br /><br />청년! 청년?<br />저 여자가 니꺼 베낀데~요.<br /><br /><br />문제 33번) 자살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을 고르시오. (2점)<br /><br />① 추락사.<br />② 약물 사용.<br />③ 고독사.<br />④ 교통사고.<br />⑤ 익사.<br /><br />고독사는 언제부터 자살법의 범주에 들어섰을까...<br />고독사의 고통스러운 면모는 물리적인 것 외에 있는 거 아니야?<br /><br />아무래도 정답은 5번 익사인 것 같다.<br />아무래도 숨막혀 죽고 물먹어 죽으니까 익사가 제일 고통스럽겠지?<br /><br />아니지?<br /><br />일부러 80km로 돌진하는 트럭에 뛰어 들었는데,<br />트럭에 튕겨나서 도로에 몸이 갈려 만신창이가 되고...<br />그러고 한참 동안 숨이 붙어 있다면 그것도 보통 고통은 아니지?<br /><br />아니지?<br />아니지?<br /><br />뭐로 죽든 고통스러운 건 다 마찬가지지?<br /><br /><br />문제 40번) 당신의 무가치함을 증명하시오. (주관식 5점)<br /><br />주관식?<br />OMR 카드가 좁게 느껴진다.<br />뒷 장 빼곡히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글을 남겨야 하나?<br />자기 소개서 처럼 쓰면 되나?<br /><br />좀 전에 수학 공식을 풀고 있는 것만 같은 연필 소리에 힌트를 얻어 짧막한 답을 기입했다.<br /><br />「나 ≠ 무가치」<br /><br />"나 이제 가도 되나? 다 풀었는데?"<br /><br />누군지 몰라도 당당했다.<br />목소리를 향해 돌아보니, 정확히 두 번째 당당한 목소리였다.<br /><br />아까 시험시간에 1등으로 담배 피우겠다던 그 아저씨였다.<br /><br />"그럼요. OMR카드는 제게 제출하시고 돌아가세요. 시험지는 시험장 뒤에 보이시는 수거함에 넣어주시고요."<br /><br />나도 그랬지만, 시험장 모두도 그렇다는 듯<br />시선은 그 아저씨에게 집중 되었다.<br /><br />선지자, 달관자.<br /><br />문제는 50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br />어느 문제 하나 쉬운 문제는 없었고,<br />어느 답 하나 답다운 답이 없는 시험이었다.<br /><br />40번 즘까지 풀고 나니, 앞의 모든 문제들에게 제시한 답들에게 연쇄적으로 의구심이 들고 있던 중이었다.<br /><br />"김 봉국 님? 네. 이제 가보셔도 좋습니다."<br /><br />OMR 카드를 받아 든 시험관은 너그러운 미소로 아저씨를 배웅했다.<br /><br />시험관이 저 미소를 짓기 전에 그리 말했던가?<br /><br />김.봉.국.님?<br /><br />봉국이라...<br />봉국이란 이름이 흔한 이름이던가?<br /><br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보자. 대지 만물의 어머니의 관점으로 돌아보자. 내가 부모라면 내 자식 불쌍해서라도 그렇게 무질서한 혼돈의 카오스 한 이름을 붙이진 아니할 것이다.<br />봉국이가 뭔가. 봉국이가. 내 이름이 봉국이었다면, 국민학교 6년 내내 괜한 놀림과 따돌림, 멸시의 대상이 되어있었을 것이다.<br />"봉국 씨!" 설령 그 어떤 예쁜 여자 연예인이 '봉국'이란 이름의 나를 불러준다 하여도, 나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겠지.<br /><br />봉국이란 이름은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드물었다.<br /><br />9만 4천원짜리 아저씨.<br />김 봉국.<br /><br />이 김 봉국이 그 김 봉국이 분명하리라.<br />그를 잡아야한다.<br /><br />하는 직감이 들었다.<br /><br />“어이! 구만 사천 원!”<br /><br />아!... 봉국이 아저씨라고 불렀어야 했는데?<br />지금 나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뭐야?<br /><br />이름이 구만 사천 원 이세요, 들?<br /><br />-계속...<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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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2 22:09:59  203.226.***.24  세훈아★  3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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