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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3520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37
    조회수 : 4064
    IP : 121.139.***.20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4/02/01 06:25:29
    http://todayhumor.com/?panic_63520 모바일
    단편] 오늘의 살인 (BGM)
    <div align="center"><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player.bgmstore.net/6DiyF"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6DiyF"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a> <div align="left"><br /><br />  <a>그녀는 떨고있다.<br />목소리로 알 수 있다.<br /><br /> "물... 드실래요?"<br /><br /> 그녀는...<br />보온 병 따위는 없을 것이다.<br />그녀가 아까 홀짝이던 생수 병이 떠오른다.<br />차갑겠죠? 물어보려던 내가 미련스럽다.<br />그저, 콧바람에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겨울 산 속에서<br />그 헐거운 가방 속의 생수 병은 과연 차갑지 않고,<br />달리 무슨 수가 있으리오.<br /><br /> 대답없이 산을 마저 올랐다.<br />무안했는지, 아니면 원래 목을 축이려던 건지<br />그녀는 냉큼 차가운 물을 삼켜댔다.<br /><br /> 그녀의 손에 의해.<br /> 얼큰하게 원샷을 당한 빈 물 통이<br /> 힘 없이 산 밑으로 추락했다.<br /><br />곧 죽여야할 목표에게 선의를 바라기엔<br />나는 비교적 예의는 있는 편이다. <br />'살인 청부업자' 치고는.<br /><br />물론 누군가가<br /><br /> "어? 사람 죽이는 일 하시는 거 치고는 참 친절하시네요?"<br /><br /> 라고 말해줬다거나 그랬던 건 아니다.<br />곧 죽을 사람에게 예의정도는 갖추는 게 사람 된 도리,<br />라고 본다.<br /><br />그렇지 않은 청부업자는 죽어서 불지옥에 떨어질 거다.<br /><br />사람을 여럿 죽이다보면<br />그런 게 마음에 걸리곤 한다.<br /><br />지옥, 업보, 참회.<br />그런 게.<br /><br />그래서 나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br /><br />백발백중, 일발필중.<br />모두 죽었다. 내 타겟들은.<br /><br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br /><br /> "물... 괜찮으세요?"<br /> "아직도 더 있어요?"<br /><br /> 대답이 없었는데도, 또 물어본다는 건 그거다.<br />심심하다는 뜻이다.<br /><br />'죽기 전인데, 말이나 좀 섞을까요?'<br /><br />그런 사람 은근히 있다.<br /><br />간혹 '나를 죽일 사람'과의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싫어서<br />아무 이야기나 꺼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만.<br /><br /> 이번엔 좀 달라보인다.<br /><br /> 대응법은 한결 같아도 괜찮다.<br />최소한의 예의만 차리면 된다.<br />그게 싫으면, 무시하면 된다.<br />무시 좀 했다고 지옥에 가진 않겠지.<br /><br /> 대답없는 나의 뒤로 그녀는 몰래 한숨을 쉰다.<br />다 들려라 하는 식의 몰래 한숨이다.<br />곧 죽을 게 걱정이라 쉬는 한숨일지도 모른다.<br /><br /> ㅇㅇ시 외각에 있는 산 중턱에<br />기가 막히는 절벽이 하나 있다.<br /><br />절벽 건너에는 숨이 턱 막히는 고도 400정도의 산으로 만들어진<br />자연의 벽이 목격자들의 눈을 차단해 주고, 절벽 밑에 빼곡한<br />바위들은 낙하하는 사람의 머리통을 한 번 실수 없이 바순다.<br /><br /> 정말 아직 '단 한 번도' 실수는 없었다.<br /><br /> 때문에 낙사 시킬 사람은 이 곳으로 하고있다.<br />그래서 그녀와 산을 오르는 중이다.<br /><br /> 절벽 앞에 도착한 그녀는 말 없이 옷을 벗는다.<br /><br />두툼한 패딩,<br />속에 겹겹이 껴입은 스웨터와 티셔츠,<br />기모 청바지, 속옷,<br /><br /> 하다못해 양말까지도.<br /><br /> 아직 그늘진 곳엔 어렴풋하나 눈이 쌓여있는 풍경 속에<br />벌거벗은 여자는, 투명인간처럼 현실감이 없다.<br /><br />풍경에 그녀가 조화롭지 못해서 그런 것도 같고,<br />풍경이 그녀에게 조화롭지 못해서 그런 것도 같고.<br /><br /> 그녀는 "춥네요." 했다.<br /> 나는 "어서 갈아 입으세요." 했다.<br /><br /> 절벽에서 떨어지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 일이다.<br />나의 철칙은 '아무도 모르게' 이기에<br />그녀는 여기까지 아무도 모르게 왔고,<br />지금부터 아무도 모르게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다.<br /><br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아무도 모르게<br />그녀의 시체를 처리할 것이다.<br /><br />아무도 몰라야한다.<br /><br /> "어울려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br /><br /> 나는 일순 그녀의 남자친구라도 된 기분이다.<br /><br /> 고민이 들면 꼭 스스로 팔짱을 해야했다.<br /> 난 팔짱을 한 채 고개를 옆으로 뉘어 그녀의 원피스를 심사했다.<br /><br />남색의 원피스.<br />땡땡땡, 하고 물방울 무늬가 박혀있다.<br /><br />그리고, 짧다...<br /><br /> "치마가 짧네요." 대답하자, 그녀는<br /> "그래서요? 어울려요?" 하고 되물었다.<br /><br />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잠시,<br />어울린다는 대답을 체념한 듯<br />그녀는 발바닥에 흙을 손등으로 털어내며<br />한 짝 씩 검정색 힐을 신었다.<br /><br /> 어울리지 않는다.<br /><br /> 엄마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옷감이 남아 펑퍼짐하다.<br /> 펑퍼짐하고 치마가 짧으니,<br /> 여름에 유행하던 하의실종 패션이 떠오른다.<br />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다.<br /> 산자락 중턱에서 하이힐은 넌센스다.<br /> 좀 전에 패딩과 청바지가 훨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br /> 어울리지 않는다.<br /><br /> 그녀는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쥐고 펼처선<br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본다.<br /><br /> "사진 한 번 찍어 주실래요?"<br /> <br /> 그녀가 웃는다.<br />죽을 사람치곤 참 빙그레하다.<br /><br />내가 찍어 준 사진을 찡그린 눈으로 보던 그녀는<br />입술을 삐죽 하곤, "쯥." 소릴 내더니 입술을 굳게 닫았다.<br />만족도 그렇다고 불만족도 아니라는 것 같다.<br /><br /> "제일 비싼 옷인데, 이젠 너무 크네요."<br /> "그러게요. 옷이 좀 남네요."<br /> "그래서 어울린다는 말 안해준 거죠?"<br /><br /> 그녀는 내게 눈을 흘겼다.<br /> 무슨 소용인가.<br /><br /> 제일 비싼 옷.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br />이제 죽을 건데,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br /><br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가.<br /><br />세상엔 별에 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br /><br />밥에 사이다를 말아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br />사이다를 코로 마시는 사람도 있고.<br /><br />교통사고가 나서 하루 아침에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br />정녕 죽고 싶어서 살인 청부업자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br /><br /> '같이 죽으러 가줘요. 제 돈, 다 드릴게요. 전 재산.'<br /><br /> 나 좀 죽여줍쇼.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br />죽기 전에 때깔고운 옷을 입고 싶은 사람도 있다.<br /><br />그녀처럼.<br /><br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인데,<br />겁이나서 누가 좀 밀어줬으면 하는 사람도 있다.<br /><br />그녀처럼.<br /><br /> "아! 깜빡했다."<br /><br /> 혼잣말을 한 그녀는 가방에서 목걸이며 반지를 꺼낸다.<br />목걸이와 반지를 한 그녀는 가방에서 빗을 꺼내 머리를 다듬곤<br />다시 사진을 찍었다.<br /><br /> 그리고 또 "쯥." 했다.<br /><br /> 쯥. 한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올려다 보곤,<br /><br /> "여기서 죽으면 정말 아무도 모르겠어요." 했다.<br /><br /> 아무렴 누가 고른 곳인데.<br />나는 "아직 한 번도 누구한테 걸린 적 없었어요." 대답했다.<br /><br />그녀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밑을 내려다 보았다.<br />그리곤 시선은 절벽 저 아래에 떨궈둔 채 "떨어지면 아플까요?" 물었다.<br /><br /> 그녀의 마지막 길이 두렵지는 않길 바랐다.<br /> 확신도 없으면서 나는<br /><br /> "떨어진지도 모르게 끝 날 거에요."<br /><br /> 라고 말해버렸다.<br />괄호 열고, 머리부터 잘 떨어지면, 괄호 닫고...<br /><br /> "시작할까요?"<br /><br /> 내가 운을 띄우자,<br /> 그녀는 좀 전과는 판이해졌다.<br /><br /> 자주 보는 모습이다.<br /><br /> 눈동자가 파르르 신기할 만큼 진동하고,<br /> 깜빡임이 서너 배는 빨라지고,<br /> 손톱을 이로 뜯거나, 자꾸 옷 매무세를 단정히 하려거나.<br /><br /> 마른 침을 꿀떡, 삼켜보거나.<br /><br /> 그녀는 침을 몇 번이고 삼키다가,<br /> 가방에서 새 물을 한 통 더 뜯어 마셨다.<br /><br /> 그녀는 말 없이 생수 통 주둥이를 내게 내밀며<br /> '마실래요?' 하는 의사를 표시했지만,<br />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br /><br /> 피식 헛웃음을 슬쩍 흘린 그녀는<br />정갈히 원피스를 아래로 당겨 고쳤다.<br />그리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 쉬며<br /><br /> "시작해 주세요."<br /><br /> 했다.<br /><br /> 통이 큰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br />이제와서 좀 갸냘프게 보여왔다. <br /><br /> 안 어울려도 어울린다고 하는 게 예의였는데.<br /><br /> 그녀를 밀기 직전에야 원피스를 칭찬했다.<br /><br /> "이제보니 잘 어울리네요."<br /><br /> 그 순간이었다.<br /><br /> 내 손은 그녀의 등을 힘없이 밀어냈고,<br /> 그녀는 "정말요?"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br /><br /> 시작할까요?<br /> 시작해주세요.<br /> <br /> 모두 합의하에 이루워졌음에도,<br /> 그녀는 당황하듯 손을 내밀었다.<br /><br /> 그녀는 절벽과 허공의 사이에서<br /> 유유히 넘어져 가고 있었다.<br /><br />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br /> 간신히 그녀의 손 끝이 내 팔목에 닿았던 자리는<br /> 긴 손톱상처가 새겨졌다.<br /><br /> 그녀가 절벽 저 밑에 닿기까지<br />원피스는 퍼드드드득 요란한 날갯짓을 했다.<br /><br /> 온 산이 울릴만큼.<br /> 큰 몸짓이었다.<br /><br /> 그녀가 절벽 밑에 도착해서야,<br /> 원피스는 조용히 날개를 접었다.<br /><br /> 절벽 응달에 가려 겨울 내내 눈이 쌓여있던<br /> 저 밑의 그녀는 정말 날갯짓으로 안착이라도 한 듯 한 껏 팔을 벌리고 있었다.<br />하늘을 향해 누워있기에 다시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만,<br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건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스쳤다.<br /><br /> 그녀를 한참 내려다 보자,<br /> 그 모습이 하얀 종이 위에 까맣고 빨간 점이 어설프게 찍혀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br /><br /> 그리고 이제,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br /><br />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동안<br /> 그녀의 가방 속 생수 병이 슬슬 내 등을 치는 기분이 들었다.<br /><br /> 오늘은 잠자리가 뒤숭숭 할 것 같다.<br /> 하필 그 순간 뒤돌아 보다니.<br /><br /> 팔뚝의 피가 잘 멈추질 않는다.<br /> 깊이 손톱이 들어갔었을까.<br /><br /> 절벽 밑 그녀에게 가는 길 초입 눈밭에서 몸이 무릎까지 들어갔다.<br /><br />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br /><br /> 설마.<br /> 설마 살아있진 않겠지?<br /><br /> 지난 겨울사이,<br /> 절벽 밑으로 쌓인 눈이 한 번도 녹지 않았을 리는<br /> 그랬을 리는... 없겠지?<br /> 그런 일은 없지?<br /> <br /> 눈이 가슴까지 차오르면서도<br />그녀의 죽음을 믿었다.<br /><br /> 원래 같았다면 4, 5 분만에 도착할 길을 거의<br />한 시간을 소비해서야 그녀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br /><br /> 거리는 둘 째치고,<br /> 그녀를 찾아 내는 것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br /><br /> 세상은 온통 새하얀 중환자 실이 되어 있었다.<br /><br /> 눈 깊숙히 파묻힌 그녀는<br />폐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br /><br /> "아...아, 저... 씨이... 너... 무... 아, 파... 요... 너무... 아... 파... 요..."<br /><br /> 그녀에게 아직 살 가망이 있나?<br /> 억센 운이었다.<br /><br /> 이즘 되면 다시 살아 볼만한 이유가 하나 생긴 것 아닐까?<br />살인 청부업자로선 부끄럽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br /><br /> 그리고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듯, 그녀는 손을 하늘로 뻗었다.<br />저 위에 절벽 끝으로 향한 손가락이 말하고 있었다.<br /><br /> '한 번 더. 나를 한 번 더 떨어트려. 죽여줘.'<br /><br /> 그녀는 살고 싶지 않은 듯 했다.<br /> 절벽 위를 올려다보니, 아득한 상상이 쏟아져 내렸다.<br /><br /> 반 시체인 그녀를 짊어지고, 다시 올라단다고?..<br /><br /> 허리 뒷춤에 차고있던 군용 나이프를 꺼내<br />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그녀는<br /><br /> "칼은... 무... 무... 서, 워... 하지... 마... 요..."<br /><br /> 하고 힘겹게 말을 뱉었다.<br /><br /> 나를 죽이지 마세요.<br /> 사람을 숫하게 죽였지만,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br /><br /> 떨어져 죽고 싶어.<br /> 칼은 싫어.<br /><br /> 어차피 죽는 건 죽는 거 잖아?<br /><br /> 그 것이 무슨 차이가 있나 싶었지만,<br /> 차마 그녀에게 칼집을 낼 순 없었다.<br /><br /> 몸에 힘이 없는 탓에 그녀를 업지도,<br />그렇다고 고통스럽게 들춰 매지도 못하고,<br />드라마나 영화 속 신혼부부처럼<br />그녀를 앞으로 안고 다시 산을 올랐다.<br /><br /> 산을 다시 오르는 동안<br /> 그녀는 힘을 쥐어 짜며 내 팔등을 때렸다.<br /><br /> "안... 아플... 거... 라... 면서... 요... 오..."<br /><br /> 산을 오르며 보이는 날카롭고 묵직한 돌멩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곧 눈을 돌려버렸다.<br />칼이나, 돌멩이나, 그게 그 것이었기 때문이다.<br /><br /> 시간이 지나며 그녀는 내 팔 소매를 꼬욱 쥔 채 추욱 늘어져 내렸다.<br />거친 숨소리가 아니었다면, 차갑게 눈을 뜬 채로 죽어버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br /><br /> 초점 없는 눈은<br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맹시했다.<br /><br /> 원망의 눈빛처럼 보이는 건 기분탓만은 아닐거라 생각됐다.<br />그녀가 잡은 소매 밑으로 아직 덜말랐던 피가 다시 흘러 내렸다.<br /><br /> 절벽 앞에 다시 다다라서,<br /> 그녀에게 말했다.<br /><br /> "다왔어요. 이제, 다시 시작할까요?..."<br /><br /> 희미하게, 그녀게 쥐고 있던 손목이 나를 이끄는 걸 느꼈다.<br /> 그녀는 실성한 사람처럼 "같이... 주... 죽...어..." 라며 나를 올려봤다.<br /> 마지막 순간에 온 힘을 소비하는 듯, 그녀는 내 소매를 계속해 끌어 당겼다.<br /><br /> "가... 같....이.... 죽어... 준다며... 전...재산... 다... 줬...잖아...요..."<br /><br /> 실성인가.<br /><br /> "죽으러 같이 와달라고 하셨었잖아요." 라고 대답하자,<br /> 그녀는 같이 죽어준다고 약속했다는 듯, 천천히 고갤 흔들었다.<br /><br /> 하늘을 올려다보던 눈엔 가득히 눈물이 고여<br /> 이젠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br /><br /> "같...이... 주... 죽!"<br /><br /> 소매를 잡은 것에 개의치 않고 그녀를 절벽에 던져버리자,<br /> 그녀의 손을 맥없이 풀리며 다시 한 번 추락을 시작했다.<br /><br /> 오늘 두 번째 날갯짓이었다.<br /> 퍼드득 퍼드득.<br /><br />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다.<br />여자였다지만, 사람을 들고 산을 오른 상태였다.<br />반 송장인 사람을.<br /><br /> 패딩 안으로 땀이 흥건해 있는 게 느껴졌다.<br /> 그녀의 가방을 맨 상태였기 때문에 땀이 차기 더 좋았을 지도 몰랐다.<br /><br /> 다시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br /> 신기하게도 그녀는 좀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누워있었다.<br /> 잘 확인은 되지 않지만, 자리도 거의 비슷한 곳에 떨어진 듯 보였다.<br /><br /> "두 번을 똑같은 곳에 떨어져서야 겨우 죽을 목숨인가..."<br /><br /> 기구한 운명처럼 느껴졌다.<br /> 무슨 삶을 살아왔을까.<br /> 머릿속을 털어내려해도, 자꾸만 그런 의문에 휩싸이려하는 지우려 애썼다.<br /><br /> 어차피 죽을 사람, 생각은 않는 게 좋다.<br /><br /> 한숨이 길게 쏟아졌다. 담배 연기만큼이나 진한 입김이 나왔다.<br />몸이 더워진 탓인 듯 했다.<br /><br /> 절벽 밑의 그녀를 보며,<br /> 잠시 담배를 한대 꺼냈다.<br /> 담배를 꺼낸 김에 아까부터 그녀가 권하던<br /> 물도 꺼내 들었다.<br /><br /> "같이 죽어 달라니..."<br /><br /> 담배 첫 모금을 깊게 마시곤 혼잣말이 나왔다.<br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밑의 그녀를 내려다봤다.<br />쓸쓸히 팔을 벌린 채 혼자 떠난 여자.<br />마지막에 가서 혼자 죽기는 너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br />그런 생각을 하니, 그녀가 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br /><br /> "살살 던질 것을..."<br /><br /> 연거푸 한숨이 나왔다.<br />장초를 절벽 밑으로 던져버리고,<br />그녀가 남기도 떠난 물로 목을 축였다.<br /><br /> 물을 반 정도 냉큼 마셨을까.<br /><br /> 땅콩?<br /> 아니, 아몬드?<br /><br /> 이상한 냄새.<br /> 어디선가 맡아 본 냄새.<br /><br /> 청산가리?<br /><br /> 일순 기침이 터지며 밑에서 팔벌려 누운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br /> 아득하게 멀리 누워있는 그녀의 시체가, 그 순간 내 마중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돌변한 듯 느껴졌다.<br /><br /> 기침이 개걸스럽게 토해졌다.<br /><br /> '같이 죽으러 가줘요. 제 돈, 다 드릴게요. 전 재산.'<br /><br /> 눈 앞이 아득해지며,<br /> 몸이 앞으로 힘 없이 넘어졌다.<br /><br /> 저항할 틈도 느끼지 못하며,<br /> 그녀의 품을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는 몸을 느낀다.<br /><br /> 그녀, 이 번엔 죽었을까?<br /> 아직도 그녀가 "같이 죽어." 입으로 되뇌고 있는 것만 같다.<br /><br /><br /><br /> - 끝 -<br /><br /></a></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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