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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숏다리코뿔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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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8081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1
    조회수 : 2703
    IP : 119.195.***.2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3/06 10:30:09
    http://todayhumor.com/?panic_78081 모바일
    [단편] 님의 은총 (BGM)
    <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player.bgmstore.net/CrVuQ"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br><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CrVuQ"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CrVuQ</a> <p><br></p> <p><br></p> <p><br></p> <p><br></p> <p><br></p> <p>죽여 버리겠다는, 그런 뜨거운 선언 받아 본 적 없었기에,<br>샤론 스톤, 애마부인 이후 내 생에 가장 뜨거운 여인은 단연 그녀일 것이다.<br><br>그녀는 겨울의 시작과 함께 나를 찾았다.<br>그녀와 함께 시작한 겨울이었기 때문일까,<br>작년 겨울의 추위 또한 유달리 화끈하지 않았었나 싶다.<br><br>아주 지겨우리만치 그랬다.<br><br>오늘의 퇴근이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br>오늘 추위를 화끈함에 비견할 단어가 있을까.<br><br>잠깐 유격행군의 뙤약볕이란 말이 떠올랐다가,<br>역시 그녀에게 견주기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br><br>퇴근길이 고역이었다.<br><br>부리세운 바람은 팔방으로 미쳐 날뛰었다.<br>뺨이며 눈덩이를 사정없이 쪼인 탓인지<br>얼굴이 온통 따끔거리다 못해 얼얼해 마취를 당한 듯 감각이 무뎠다.<br><br>허벅살이 에이는 듯한 냉기가 잠바 밑으로 전력질주 한다.<br>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후드를 깊이 뒤집어 쓴 채 다녀도 된다는 것이리라.<br><br>이렇게 화끈한 추위에 그것만큼의 위안은 없을 법했다.<br>온 세상 여자들 무서워라 벌벌 떨며 다닐 필요가 없어진 덕이다.<br><br>그래도 여전히 이번 겨울이 유독 고되고 길어서 아주 지겹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br><br>이제 입춘도 지났는데, 아직 나는 겨울 잠바를 입고 있었다.<br>거리의 사람들 또한 그랬다. 나와 거리의 사람들처럼,<br>아직 그녀에게도 지겹도록 봄은 오지 않고 있었다.<br><br>집에 그녀가 다녀간 모양이었다.<br><br>말끔해진 방이 그렇다고 말한다.<br>현관 앞에 정갈히 놓인 시퍼런 부엌칼이 날 반긴다.<br><br>방이 깨끗해진 탓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럴 법 한 건지,<br>현관 앞에 버젓이 놓인 칼 한 자루는 오늘도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br><br>번뜩이는 칼날의 각 잡힌 모습.<br><br>주방에서 보는 것과 현관 앞에서 보는 날선 쇠붙이의 차이일까.<br>칼을 볼 때마다 무언가를 썰었던 감촉보다,<br>어딘가가 썰리는 찰나의 섬뜩함과 끔찍이도 예리한 감촉이 떠오른다.<br><br>그녀에게 칼 좀 버리지 말란 말을 들었으니,<br>버리지 않고 신발장에 가만 얹어둬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br><br>가까운 곳에 두니 번거롭게 찾아다니지 마시고 다음에 또 쓰시길.<br><br>목욕물 온도를 신나게 올려놓고 들어선 욕실에는 거울 가득 립스틱으로 낙서가 되어있다.<br>앙증맞은 글씨체에 두껍고 빨간 글자에 울렁증이 인다. 단순 글자 탓만 하기는 애매하다.<br><br>욕실에 묘하게 남아있는 여자의 냄새 탓일지도 몰랐다.<br>정확히는 화장품 냄새라고 해야할까.<br><br>나는 이름 잘 모르는 분 냄새라고 해야할까.<br><br>오.늘.은.기.다.리.기.힘.들.겠.다.<br>다.음.에.올.게.<br><br>오.빠.<br><br>마지막에 입술 도장으로 멋지게 마침표를 찍었다.<br>매번 이런 식이다. 또 다음이라. 오늘은 보통 안 된다.<br>적어도 내일 온다. 그녀는 그런 여자다.<br><br>또 다음이 되면 언제가 될까. 오늘이 아니면 나중에,<br>나중이라면 당장 내일일지도, 혹은 다음 주일 수도 있다.<br><br>보통 같지 않은 날이라면 당장 오늘밤 일지도 모를 일이다.<br>때가 된다면 아마 그녀에게 주저함이란 보이지 않을 거다.<br><br>어울리지도 않는다.<br><br>씻고 나오니 컴퓨터가 켜져 있는 소리가 들린다.<br><br>그녀의 선물이다.<br><br>모니터에는 화면이 새빨갛게 피칠갑 된 영화가 정지되어있다.<br>아무리 그녀의 선물이라지만 열어 볼 마음은 생기질 않는다.<br>벌써부터 이렇게 빨갛다면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br>더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는 걸까.<br><br>도가 지나친 영상을 구태여 보고픈 마음은 옛 경험으로 깔끔히 가셨다.<br>무슨 일본 영화였는데. 바로 지워서 제목도 배우도 모른다.<br>알고 싶지도 아니하거니와. 다만 그녀가 준비해준 장면의 대사와 연기는 똑똑히 기억한다.<br><br> “이 놈은 이제 투명하게 될 거니까.”<br><br>배우는 토막난 시체를 발로 차며 그런 말을 했다.<br>긴가민가하지만 발로 차면서 나중에는 나에게 까부니까,<br>비슷한 말로 길길이 날 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br><br>사람을 투명하게 만든다는 말의 의미심장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br>내 인생의 마지막 편을 본 느낌이 그런 거였을까.<br><br>그녀가 영상 편지를 써준 것만 같다.<br>짧은 내용이나마 내용에 핵펀치 같은 위력을 담아.<br><br>“너도 저렇게 될 거야.”<br><br>그렇게.<br><br>정말이지 신박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교묘한 여자. 아니다.<br>그녀에게는 치사하다는 말이 꼭 쓰고 싶다.<br><br>욕실에 립스틱으로 남기는 글부터 그렇다. 오빠, 오빠.<br><br>오빠 나 다녀가. 입술 도장.<br>오빠 나 보고 싶어? 입술 도장.<br>오빠 나 또 올게. 입술 도장.<br>오빠 오늘 밤에 죽었어. 입.술.도.장.<br><br>누가 보면 정말 오빠거나 오빠라고 부르는 관계만 같잖아.<br>오빠라고 부르는 관계가 집에 들락거리는 그런 관계인 것만 같잖아.<br><br>치사하다는 말을 꼭 쓰고 싶다만, 사실 영리하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br><br>방을 말끔히 청소하는 치밀함 또한 그렇다.<br>나름 범인을 잡아보겠노라 몰래 핸드폰을 동영상 촬영으로 설정해 놓고 출근 한 적이 있었다.<br><br>결과, 보기 좋게 핸드폰만 압수만 당하고 끝났다.<br><br>그날 립스틱으로 남긴 말은<br>오빠는 너무 핸드폰만 봐, 였다.<br><br>물 가득한 세면대에 유심칩이 동동 떠다니던 모습이 선하다.<br>며칠 지나지 않아 변기통에서 익사한 채 발견 된 핸드폰 또한 발견됐다.<br><br>내가 그렇게 연관 짓고 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br>모두 살인 방법에 대한 암시와 조소들이 가득한 행동으로만 생각 된다.<br><br>물에 절은 핸드폰으로 개기지 말라, 하는 뜻을 강경히 표현한 느낌이다.<br><br>그 일이 있은 후로 그녀는 다녀갈 때마다 방 청소를 하고 떠난다.<br>굉장히 흡족스럽게. 그녀가 딱히 방에서 하는 것도 없다는 걸 생각해보자면,<br>얼굴이 팔리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만큼 위험한 일인지 어림짐작이 된다.<br><br>먹을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분명 밥하고 찬거리 만들어 놓는 일,<br>욕실 거울에 립스틱 낙서와 입술 도장, 방 청소,<br><br>딱 한 가지 현관에 가지런히 놓는 칼을 제외하자면 딱히 찔릴 것도 없을 것이다.<br>비록 활보하는 장소가 생판 남의 방이라지만.<br><br>그래도 인생 새옹지마라던가, 방이 깨끗해진다는 점이 사실 싫지만은 않다.<br><br>그녀와 술 한 잔 할 때는 이제 이렇게 불쑥 찾아와 식칼을 셋팅하고<br>립스틱으로 글귀 남기는 일은 아마 없어지겠지 생각했었는데.<br><br>착각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인지,<br>사실 누구든 나처럼 받아드리는 게 정상인 건지, 모르겠다.<br><br>내 앞에서 찔끔찔끔 눈물까지 흘려 놓고는.<br><br>다시 생각해보니, 영리하다는 말보다는 약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br><br>이부자리를 펴고 자리에 누우니 내 샴푸 냄새인지<br>그녀가 남기고 간 냄새인지 모를 애매한 향이 느껴진다.<br><br>달콤한 것 같지만 역시 화장품 냄새인 건지 끝 맛이 쓴 느낌이 든다.<br><br>*<br><br>중학교 2학년 정도였을 것이다.<br><br>할아버지께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는 말을 들었던 일이.<br>난처해하시는 할아버지의 표정 앞에 되려 내가 더 죄송스러워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만,<br>과연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도 미안, 한마디 즘은 할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다.<br><br>산천초목 우거진 동네에 살았던 나와 할아버지는<br>나무로 빗장을 거는 대문을 걸어 잠구는 구식 주택에 살았었다.<br><br>나는 물론이거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누구도<br>그 대문을 잠구고 외출하는 일은 없었다.<br><br>희한하게도 잠을 자는 밤에는 빗장을 걸었다만, 외출 시엔 어째서인지 그랬다.<br><br>그것을 시골 인심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다.<br>시골 안심이라는 표현이 있었다면 딱 어울렸을지 모른다.<br><br>대낮에 열려있는 대문에 시골 사람인 우리는 딱히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br>우리 동네 사람은 모두 그랬을 것이다.<br><br>그게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당연하다는 것처럼 도둑이 들었다.<br><br>당시 값 깨나 처주던 29인치 LCD TV와 컴퓨터 본체가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br>겨우 중2 정도였던 나에게는 거진 삶의 정수와도 같은 물건들이었다.<br><br>그렇게 상실감을 느껴본 건 생에 처음이었을 거다.<br><br>그래서 라면 그래서인데, 그때 왔던 경찰 아저씨를 잊지 못한다.<br><br>남산만하던 배와 겨드랑이에 그득 배인 땀,<br>턱이 자연히 2중으로 접히던 두툼한 살집,<br>흰색 모자에 박힌 노오란 독수리.<br><br>나는 도둑놈의 침입과 절도행위를 신고할 마음과 분노에 가득차 112를 눌렀지만,<br>결과적으로 그건 한 명의 피해자가 또 하나의 사건을 경찰에게 단순 ‘통보’한 것에<br>불과하지 않았다. 경찰 아저씨의 말이 잊히질 않는다.<br><br> “이 동네만 벌써 세 번째네...”<br><br>방에는 급하게 들어왔던 도둑의 발자국이 현관부터 내방 이불에까지 선명히 남아있었다.<br><br>놈은 구둣발로 현관에서 침입해 곧장 내 방으로 직행했고,<br>능숙한 솜씨로 컴퓨터와 TV를 챙겨 나갔다.<br><br>거칠게 딸려 나온 마우스나 키보드 선들이 그 신속함과 수법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br>어린 마음에 범죄 수사드라마 좀 봤었기 때문인지, 지문 감식 과학 수사는 바라지 않아도,<br>사진은 몇 장 찍고 신발 사이즈 정도는 측정하고 갈 줄 알았다.<br><br>하지만 경찰 아저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뉘앙스를 몇 번 풍긴 채 사라졌다.<br><br>나 이전에 두 번의 피해가 있을 동안 우리 작은 동네에<br>귀뜸 해주러 다니기는 너무 바빴던 걸까.<br><br>우리 동네는 겨우 여섯 가구가 사는 동네였다.<br>걸어서도 한바퀴 10분인 동네를, 이란 울분이 기억난다.<br><br>그 사건으로 내가 건진 것은<br>도둑놈의 어렴풋한 신발 프린팅과<br>잃어버린 컴퓨터만큼의 묵직한 허망감,<br>우리 동네에서 최소 세 번의 컴퓨터 전문 절도가 발생했었다는 사실.<br><br>그 정도였다.<br><br>물론 그것만을 핑계로 그녀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br>다만 신고하면 금방이라도 날 죽일 것 같은 그녀의 성실함에 나는 더 믿음이 갔을 뿐이다.<br><br> “이 동네에서는 첫 번째네...”<br><br>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가 눈에 선하다.<br><br>애매한 증거들 또한 문제였다.<br><br>무언가를 찍어보겠다는 마음은 익사한 핸드폰을 떠올릴 때면<br>쥐도 새도 모르게 고갤 감추곤 했다.<br><br>목숨을 담보로 하기엔 그녀의 치밀함이 나보다는 한 단 수 위라는 위압감도 있었다.<br><br>그 외에 증거라곤 가지런히 놓인 식칼, 립스틱 낙서,<br>전등에 걸어 놨던 괴기스런 옷걸이, 깨끗이 청소되어있는 방,<br>잔혹한 영화의 정지 장면, 먹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또 살 수도 있는 음식 정도였다.<br><br>그런 것들은 도둑놈의 신발 프린팅에 비하자면 정말이지 하찮았다.<br><br>내가 가진 증거는 마치 오빠라고 부르는 관계의 누군가가<br>오빠네 집에 들락거리는 풍경일 뿐이지 않은가.<br><br>심지어 음식까지 해놓고 떠난다. 이건 조금 너무한 것 아닌가<br>싶을 만큼 치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아마 그녀는 나에 대한 정보가 수두룩해서<br>나와 애인 사이인 연기를 하는 것에 조금도 두려움이 없을 것이었다.<br><br>모든 건 그것을 위한 준비이지 않은가.<br><br>웃기지도 않게 밥솥도 없는 남자 홀몸인 원룸에 음식과 반찬이라니, 당치도 않다.<br>그런 음식 먹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아주 수상한 약이 들어있을 것만 같다.<br><br>증거를 남기지 않는 그녀의 성격상, 어쩌면 정말 그저 순수 음식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br>확인하는 방법이라곤 누군가에게 먹여보는 것 정도 밖엔 없었기에 조금씩 버리거나<br>냉장고에 방치하는 중이다.<br><br>“제가 해준 거 먹고 있어요?”<br><br>우리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그런 질문을 했었기에 차마 한 번에 버리진 못하고 있다.<br>안 먹고 버리고 있다면 죽일지 살릴지 알 게 뭔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지도,<br>버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 또한 그녀의 약은 부분 중 하나,<br><br>아니 악랄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br><br>*<br><br>그녀를 만났던 건 다름 아닌 내 방이었다.<br><br>아슬아슬 하게 해를 넘기지 않았던 12월 마지막 날이었다.<br>일종의 해방이 날이 되기도 했다.<br><br>그녀의 얼굴을 알았으니,<br>앞으로 거리의 모든 여자를 모두 살인범으로 추정하지 않아도 됐으니까.<br><br>초면이었던 그녀는 그 연말의 밤 내 방에서 태연히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br>당황하는 기색이 한 점도 없어 되려 반사 된 당황은 내게 두 배치의 당황을 안겨줬다.<br><br>그녀의 어깨와 허리에 걸쳐 형사들이 차는 멜빵 권총집 같은 모양의 칼집을 보았다.<br>태어나서 실제로 그렇게 칼집을 찬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br><br>한 눈에 봐도 살벌해 보이던 칼이 어림잡에 손 한 뼘을 넘기는 길이인 것 같았다.<br>칼날의 예리함은 상상조차 거북스러웠다.<br><br>얼굴이 팔리는 게 두려운 사람이라고 멋대로 상상을 했었기 때문인지,<br>그녀의 검은 모습은 시선에 대못과 같이 박혔다.<br><br>온통 까만 여자.<br><br>입은 스웨터가 검은 색이었다.<br>다리에 달라붙는 바지 또한 그랬다.<br>칼집의 광나는 가죽 또한 검었고,<br>내 방 의자에 멋대로 걸려있는 자켓과<br>현관에서 외로워라 하는 신발 또한 순전 검은 것 일색이었다.<br><br>무엇보다 이질감이 들만큼 머리칼이 아주 검었다.<br><br>보색 대비와 같은 작용이었는지,<br>은근 빛을 반사하는 칼집의 속살과<br>그녀 본인은 옷차림과 상반되어 아주 희게 보였다.<br><br>그런 그녀에게 나는 얼떨결 “죄송합니다” 라고 해버렸다.<br>내 방에 멋대로 들어와 있는 여자에게<br>금방 정신을 차린 것도 같으면서<br>나는 또 금방 “나가서 기다릴까요?” 물어보기까지 했다.<br><br>나가서 기다릴까요, 란 말을<br><br>“제가 해준 거 잘 먹고 있어요?” 하는 질문으로 갚으며 그녀는 눈웃음 쳤었다.<br>당연히도 그런 걸 먹을 리 없었다. 죽으려면 먹었지, 아니고선 안 먹었다.<br><br>대답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br>많은 말들이 총알처럼 머릿속에 빗발칠 뿐.<br><br>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부터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br>심지어 그녀는 사람 죽일 준비도 아주 잘 하고 왔었다.<br><br>그런 살벌한 칼과 그토록 온몸을 검정색으로 두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br>덕분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br><br>그 덕에 그녀에게 “소주나 한 잔 할래요?” 라고 물어볼 수 있었다.<br>죽기 전에, 라는 말이 생략 되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br><br>검은 옷차림과 묵직하고 예리해 보이는<br>그녀 옆구리의 칼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체념케 하기 충분했다.<br><br>상상 속에서 내 시체를 운반하길 기다리는<br>그녀의 공범 즘 되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괜히 눈앞을 어른거렸다.<br><br>마지막으로 날 죽일 사람이게 소주나 한 잔 해보자는 용기는<br>체념과 약간의 아쉬움에서 나온 마지막 일갈 같은 것이었다.<br><br>포기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br>삼키기 곤란할 만큼. 외통수 앞에서 초연하기엔<br>나는 삶을 아마추어적으로 살았을 지도 모른다.<br><br>아마 일만하고 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br>누군가가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어도 나는 출근을 했다.<br>어찌됐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br><br>비록 일만하고 살았다해도, 숨만 쉬고 눈만 껌뻑이며 일하고 또 일만했다고 해도,<br>살아 있었다. 날 죽일 누군가가 매일 같이 내 방을 방문하지만 그래도 집에 살고,<br>버스에 살고 지하철에 살고 직장에 살았다.<br><br>월화수목금금금 아침 눈뜨면 출근했고, 밤늦으면 퇴근에 목메고, 퇴근하면 잠에 살았다.<br><br>어느 사이 연말에 친구들과 가벼운 연락 한 통 주고 받지 않게 된 나였다.<br>한 잔 쯤 하고 죽어야 여한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br>그녀는 과연 화끈하게도 흔쾌히 나와의 대작에 수긍했다.<br><br>그 것이 또 자신감처럼 보였다.<br><br>술 몇 잔 들어간다고, 네까짓 거.<br><br>그런 자신감.<br><br>*<br><br>“왜 나 죽이고 싶어요?”<br><br>평소 같았다면 만땅 된 취기가 정수리에서 분수처럼 솟구칠<br>소주 한 병째에 물어 본 말이었다.<br><br>그녀와 나는 내 방, 방바닥에 앉아 그녀가 손수 만든 김치찌개를 필두로 소주잔을 기울였다.<br><br>그녀는 당시 대충 한 병반은 비웠을 것이다.<br><br>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이 내가 질문을 한 것 때문인지,<br>취기가 올라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촉촉해진 눈매와 동시에 고갤 흔들며<br><br>“죽이고 싶은 건 아닌데요.” 했다.<br><br>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br>그녀가 나를 죽이고플 이유가 없었다.<br><br>나는 그녀를 그날 처음 봤다.<br>칼 차고 나타나려면 그래도 동기라는 건 좀 필요했다.<br>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그녀를 몰라도 아주 몰랐다.<br><br>딱 초면인 것만큼.<br><br>겨울 내내 궁금증이 일었었다.<br>나를 죽으려한다면 과연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br><br>그것도 거의 분명 여자인 사람이.<br>나는 알고 지내는 여자가 없었다.<br><br>회사 동료라면 한둘 있을지 모르지만<br>이렇게 정성들여 매일 집을 찾아올 수 있는 여자는 없었다.<br><br>혹시나 라고 떠올려 본 적은 있었지만 그녀가 확정지어주기 전까진 반신반의였다.<br><br>“저 이렇게 먹고 살아요...”<br><br>그렇게 말한 그녀의 눈가는 촉촉해지다 마르는 것을 반복했다.<br>나는 이미 취기가 정수리에서 물대포처럼 뿜어지고 있는 중이었다.<br><br>초점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졸음이 쏟아졌다.<br>잠들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는 졸음을 마다치는 않았다.<br><br>마지막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다.<br><br>“누구에요? 누가 나 죽었으면 좋겠대요? 나 싫대요?”<br><br>그녀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그런 거 알려주면 안 되는데.” 했다.<br>말투마저 덩달아 밝은 느낌이어서 일까 조금 약 올리는 느낌도 들었다.<br><br>서글서글한 웃음에 눈가가 주름진 탓일까,<br>확실하진 않지만 눈을 촉촉이 적시던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br><br>“몰라도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br>그리고 계속해서 그녀는 썰을 풀었다.<br><br>아마 꽤 취했던 것 같다.<br><br>그녀가 내 방을 꾸준히 찾으며 죽인다, 죽인다,<br>협박만 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허탈한 것이었다.<br><br> “제가 원래는요... 금방 죽이는 건데... 그 계약금 넣고<br>원금을 빨리 해결을 해줘야, 그게 그런 거 거든요?... 근데요...”<br><br>그녀의 눈가의 촉촉함이 “그 사람이 입금을 안 해줘요.”에서 좀 더 짙어진 느낌이 들었다.<br><br>“막 나보고 7만원 넣었으니까, 일단 일 좀 끝내달라고... 잔금 나중에 치른다고... 막...”<br><br>날 죽일 여자가 옆구리에 칼까지 차고<br>고용주에게 뒤통수 맞고 있는 하소연을 할 줄은 몰랐다.<br><br>연약한 소리 좀 했다고, 덮어놓고 그녀를 위로하기는 솔직한 마음에는 힘 들었으나,<br>희한하게도 약간의 동정표가 생기는 기분도 없진 않았다.<br><br>그녀는 입금이 미뤄지고 있어서 나를 죽이지 ‘못’ 하는 중이라는<br>생각이 들자 동정표는 금방 꺼져버렸지만.<br><br>이후로도 그녀는 최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br>베스킨라빈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소연을 했다.<br><br>아이스크림을 푸는데, 요즘 팔이 욱신거려서 밤에 잠이 잘 안 오는 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br><br>나도 맞장구칠 말이 금방 떠올랐지만<br><br>“저도 누가 밤에 제 방에 들어와서 저 죽여 버릴까봐 잠이 안 와요.”<br><br>그런 말은 왠지 꺼내면 안 될 것 같았다.<br>그녀는 꺼내도 될 이야기 안 될 이야기 마구 꺼냈지만.<br><br>그렇게 술을 몇 잔은 더 기울였을 것이다.<br><br>만취를 지나 이제는 내 자신이 술 그 자체가 된 느낌이었다.<br>정신을 잃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마셨을 즈음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흘렀는지,<br>긴가민가하지만 결론적으로 난 ‘입금을 미루는 못 된 고용주’를 대신해<br>내 청부살인 비용을 내 손으로 갚는 것으로 이야기를 종결 지었다.<br><br>그 취한 몸을 이끌고 편의점 ATM기를 찾아가<br>내 체크카드의 출금 한계인 100만원을 직접 현금으로 뽑아 준 뒤<br>그녀를 택시까지 태워 집으로 보내줬던 것 같다.<br><br>그녀의 검은 모습이 밤에 사라져 가는 걸 보며,<br>내가 던졌던 마지막 질문의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br>의문이 술기운처럼 머리 위로 흩날렸다.<br><br>돌연 홀로 남은 겨울의 밤거리가 지겨울 만큼<br>화끈한 추위를 한웅큼 내게 떨구곤 고이 멀어져갔다.<br><br><br>-끝-</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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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6 12:17:41  223.62.***.51  깡총아빠  240363
    [2] 2015/03/06 13:47:10  223.62.***.52  니양~콩  390975
    [3] 2015/03/06 15:34:41  220.89.***.101  oh세니  39189
    [4] 2015/03/06 17:23:53  121.164.***.6  하룻삐  613609
    [5] 2015/03/06 17:57:36  203.226.***.55  Toxin  143953
    [6] 2015/03/06 19:41:29  1.231.***.208  죠이트리  337488
    [7] 2015/03/06 21:44:34  223.62.***.121  바니짱짱걸  49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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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5/03/06 22:14:25  180.70.***.211  형수  573267
    [10] 2015/03/07 00:31:18  121.148.***.213  TRIN  12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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