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player.bgmstore.net/8ErAW"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br><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8ErAW"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8ErAW</a><br></p> <p><br></p> <p><br></p> <p><br><br><br>“그녀를 다리로 좇는 건 불가능해. 잘 생각해봐. 우린 그녀를 시간으로 좇아야해.<br>하지만 우리가 1초를 좇는 동안 그녀는 1초간 멀어지고 있을 거야. 알 수 있겠어?”<br><br>삼촌의 담배연기가 잘 모르겠는 내 마음처럼 하늘, 하늘 어지러운 곡선을 그렸다.<br>불 꺼진 방에 앉아 삼촌의 막간 강좌를 듣고 있노라면 항상 머릿속이 멍해지곤 했다.<br><br>모니터 불빛에만 의존하는 시야가 원인일 수도,<br>창문 꼭꼭 봉해놓은 방에서 줄창 피운 삼촌의 담배 냄새가 원인일 수도 있었다.<br><br>삼촌 본인이 가장 큰 원인이란 생각도 없진 않았다.<br><br>발에 치일만큼의 전자기기들을 비추는 빛이란<br>나를 이해시키려는 삼촌의 반짝이는 눈과<br>삼촌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모니터 속 ‘그녀’ 뿐이었다.<br><br>아직 7살이던 내가<br><br>‘1초를 좇는 동안 1초간 멀어지는 그녀’<br><br>라는 현상을 알 길이 없다는 걸<br>삼촌이야 말로 이해했었을까.<br><br>5살에 미적분을 마스터했었다는 삼촌이니<br>7살 먹은 나에게도 충분히 통할만한 이야기라고,<br>삼촌은 멋대로 생각했을지 모른다.<br><br>언젠가 삼촌의 발자취를 캐던 누군가가 내게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을 때<br>‘시간 좌표는 완성에 가까웠을지 모르겠다.’ 는 말을 흘리듯 뱉었던 걸 기억한다.<br><br>시간 좌표란 말을 듣고서야 난 삼촌이 했던 많은 말 중에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br><br>모니터에 연결 된 주먹만 한 크기의 이상한 박스를<br>나는 ‘소형 컴퓨터’ 라 간단히 여겼었다.<br><br>삼촌은 그 것에 대해<br><br>“지금 이 소.형.컴.퓨.터.는 이 시간에 있는 걸까 모니터 속 시간에 있는 걸까.” 라며<br>돌연 질문 같은 혼잣말을 했었다. “모니터는 몇 신데?” 라는 내 물음에<br><br>삼촌은 “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 이라 답했다.<br><br>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을 담고 있는 모니터에는 집요하게도 그녀가 나왔다.<br>사람의 시선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던 모니터 속 화면은 삼촌이 사라진 그 날부터<br><br>‘No Signal’ 이란 문자만 둥둥 떠다녔다.<br><br>삼촌이 사라지고 며칠, 많은 사람들이 “삼촌이 갔을 만한데, 떠오른 곳 없어?” 란<br>질문을 했다. 눈이 험상궂었던 그들은 하나같이 미간을 좁히며 물어왔다.<br>이마에 잔뜩 힘들어간 주름을 보며 나는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 못했다.<br><br>삼촌이 어딘가로 떠났다면 그 건 뻔히 한 곳 뿐이리라,<br>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삼촌이 한 결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br><br>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br><br>그곳 외에는 별달리 삼촌이 동경하는 장소가 있었을까.<br><br>모니터 속 그녀를 꾸준히 바라보던 삼촌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들떠보였던 기억.<br>언젠가 한번은 “왜 이 여자만 나와? 누구야?” 라고 물었을 것이다.<br><br>묘한 느낌의 여자였다.<br><br>은근히 평범하다는 것이 그녀의 인상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을 것이다.<br>눈이 조금 날카로워 보인다는 느낌 외엔 딱히 그녀가 남다르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br>모니터 가득 그녀의 얼굴만이 비출 때 자주 짓던 작은 미소.<br><br>그 미소를 볼 때면 삼촌 또한 깊게 웃음을 짓곤 했다.<br><br>여자의 정체를 물어봤는데, 삼촌은 “아마, 삼촌은 저 여자가 좋은가보다.” 라고 했다.<br><br>아마라는 말과 좋은가보다 란 말은 나로 하여금<br>삼촌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각인시켰다.<br><br>삼촌이 발견 된 것이 사라진 당일부터 2주정도 였을 것이다.<br>삼촌은 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이 아닌 인근의 모텔에 있었다.<br><br>당시에 엄마에겐 삼촌이 죽었다, 라고만 전해 들었다.<br>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기론 단순한 죽음이 아닌 자살이었다고 한다.<br><br>삼촌이 자살이었단 사실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삼촌이 남기고간 작은 박스의 덕이다.<br><br>작은 박스에는 전원 버튼이 없었다.<br><br>전원을 연결하는 코드 또한 없고 단순히 모니터에 연결하는 선만 달랑 하나 있었는데,<br>삼촌의 그 작은 박스와 모니터를 연결해 보아도 다른 사람들은 ‘No signal’ 외엔<br>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미간에 주름을 잔뜩 달고 다니는 그들은 엄마에게 말했다.<br><br>“아드님 말고는 이걸 돌아가는 걸 본 사람이<br>아무도 없다니까요? 한 번만,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br><br>삼촌의 보조금이 갑자기 사라진 엄마가 그들의 제의를 거절하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br><br>엄마를 탓할 마음은 없다.<br>학업을 뒤로 한 채 삼촌이 소속해 있던 연구소에 들어간 것은<br>나에게 오히려 경제적인 여유를 준 고마운 기회였다고 생각한다.<br><br>연구소에 들어가서 알게 된 사실 하나.<br>나를 포함해 삼촌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br><br>연구소가 수재들이 모인 곳인지 의아할 만큼 그 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설프기만 했다.<br><br>어디까지나 삼촌에게 비견했을 때의 이야기지만.<br><br>그들은 내게 ‘삼촌에 버금가는’ 이란 표현을 자주 썼지만<br>나는 삼촌에 비하면 무엇이든 5~6년 이상 꼭 늦게 이뤘다.<br><br>그들이 말하는 천재라는 것이 실존했다면 그건 오롯이 삼촌을 위한 칭호일 뿐,<br>나는 그저 단순히 삼촌이 이루어 놓은 것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할 뿐인 꼭두각시였다.<br><br>삼촌이 했던 것처럼 작은 박스와 모니터를 연결하고<br>화면에 출력되는 그녀를 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을 따라잡고 있을 뿐.<br><br>그녀는 알고 있을까.<br>100년을 따라잡은 영상에 보이는 것이라곤 왜 오롯이 당신뿐인지.<br><br>혹시나 알고 있다면 그 답을 묻기까지 대충 100년은 필요한 것 같았다.<br><br>100년간 과연 나는 안녕하실런지.<br><br>삼촌이 거의 완성했다는 시간 좌표와 별도로 연구소에선<br>사물을 복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br><br>삼촌이 기반을 다진 이 기술은 동전 한 닢부터 시작해<br>축구공, TV, 송충이, 나비, 메뚜기, 강아지, 돼지, 이제는 커다란 소까지 복제하고 있었다.<br><br>삼촌은 시공간을 이동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었다.<br><br>헌데 동전이며 커다란 소 한마리가 공간을 이동하지 않고<br>또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연구진은 만족했다.<br><br>삼촌 또한 그것에 만족했었다니, 어쩌면 시공간의 여행이란 것은<br>실질적으론 불가능 한 노력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br><br>그래도 기술을 만든 삼촌의 말을 듣고 보면 과연 만족스러운 결과인 것은 확실하다.<br><br>"정말로 사물이 공간을 순식간에 이동한 것처럼 마술을 부리고 싶다면,<br>원본을 순식간에 증발 시킬 만큼의 고열을 원본에게 노출 시켜서 증발하게 하면 된다.<br>원본이 증발하면 마치 그것은 사물이 이동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br>복사본이 완전무결하다면 사람들은 쉽게 속을 것이다."<br><br>우리들의 문제는 좌표였다.<br>지금이란 시간의 공간을 좌표로 설정하는 것은 가능했지만,<br><br>지금부터 1분 뒤의 공간에 좌표를 설정한다는 것은<br>복제품을 1분 동안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br><br>지금의 기술로썬.<br><br>100년을 이동하기 위해선 100년 동안 복제품을 만드는 수밖에 우리에겐 없었다.<br>하물며 무언가를 과거로 보내는 것은 정말이지...<br><br>우리는 가만히 앉아 미래로 떠내려가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br><br>그 동안에도 모니터 속 그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날 기다렸다.<br><br>삼촌의 시간상 좌표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br>그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그러나 유일한 단서로서 약 100년 뒤에 존재했다.<br><br>삼촌이 자살하며 남긴 유서를 나는 읽은 적이 없다.<br>엄마가 유서를 받았었지만 금방 불태웠다고 한다.<br><br>엄마는 “별 내용 아니었다니까.” 라고 했었지만<br>연구소의 임원 중 한 명은 유서 중 일부는 나에게 전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br><br>삼촌은 ‘나만 100년을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다.’<br><br>라는 말을 나에게 남겼다는 것 같다.<br>나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br><br>예나 그 당시나 나는 삼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br><br>복제라는 휘황찬란한 기술은 인류에게 얼마든 쓰였다.<br>비록 그것이 시공간을 왕래하기 위한 기술의 반쪽짜리 실패작이었지만.<br><br>내가 쉰일곱 즈음 당한 큰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것도<br>의학과 복제의 기술이 결합되어 이뤄낸 성과다.<br><br>인류는 비대해졌다.<br>인류의 양적으로도 실제 외형에 있어서도.<br><br>백 하고도 일곱 살이 되어도 아직 나는 살아있다.<br><br>모니터 속 그녀를 찾아오는 데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100년 이었다.<br><br>실제로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그녀를 바라보며,<br>삼촌의 시간 좌표는 이미 100년도 전에 완성되어 있었다는 걸 실감했다.<br><br>살짝 찢어진 눈매의 평범한 여자.<br>100년을 봐왔는데, 몰라보고 지나칠 리는 없다.<br><br>삼촌은 왜 그녀를 ‘아마도’ 좋아했었을까.<br>그녀는 100년 전 내가 살던 집과 상당히 겹치는 지점에 살고 있었다.<br><br>건물들은 모습을 바꿨지만 동네를 어우르는 산의 풍경을<br>옛 기억과 겹쳐보자면 아직도 그대로인 동네가 괜히 마음을<br>100년 전으로 이동시키는 기분이 든다.<br><br>그녀를 비춰 100년 전으로 영상을 보내온 장치는 어디에 있을까, <br>1초를 다가가는 동안 1초씩 멀어지는 그 것.<br><br>모니터에만 존재하던 그녀의 주변을 관찰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br><br>“백 년이나 좇아 왔어?”<br><br>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br><br>어떻게 한 거야? 나 어떻게 알아봐? 삼촌이 박스로 영상 보낸 거야?<br>일곱 살 시절로 돌아가 묻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잠시 뒤돌아보길 주저했다.<br><br>100년이란 시간을 100년이란 시간을 통해 이동하여<br>도착한 사사로운 감회들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br><br>양 손의 검지와 엄지를 이어 사각형의 프레임을 만들었다.<br>프레임 속 가득 그녀를 담으니, 지금이란 순간부터 100년 전이 1초씩 멀어진다.</p> <p><br></p> <p><br></p> <p>-끝-<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