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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8331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8
    조회수 : 4157
    IP : 119.195.***.2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3/13 04:03:00
    http://todayhumor.com/?panic_78331 모바일
    [단편] 참새처럼 귀찮은 (BGM)
    <p><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dnip.co.kr/files/attach/images/116/498/093/cd38c6fa120cc2858ab44ca0d2bac877.swf"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br>BGM 정보: <a target="_blank" href="http://dnip.co.kr/93498" target="_blank">http://dnip.co.kr/93498</a></p> <p><br></p> <p><br></p> <p><br></p> <p><br></p> <p><br></p> <p>과녁을 품은 안개는 지독하리만치 짙었다.<br>화살촉이 달빛에 깨지며 허둥대듯 흔들리고,<br>풀 바람이 일 때마다 과녁은 춤을 추듯 시야에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하였다.<br><br></p> <p>팽팽히 당겨진 활을 바로 놓기엔, 안개가 자욱한 이 밤만큼이나 정신이 흐리멍텅했다.<br><br>잡념이 환청 되어 귓가를 어지럽혔다.<br><br> "그래봐야, 잡년이 아니더냐?"<br><br>광기가 서려있던 그 차분한 말이 활의 조준점을 다시 한 번 흐트려 놓았다.<br>잔뜩 긴장하고 있는 팔뚝에선 모락모락 김이 피워오르고 있었다.<br>활시위를 당긴 지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br><br> "쏘아보셔요."<br><br>안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br>안개와 같이 희미한 목소리였다.<br>귀에 선한 그 지적임 같은 목소리는 이승에서 들려오는 게 아닌 것은 확실했다.<br></p> <p>어느 날의 대화였던가.<br><br> "쏘아보셔요! 정말 날아가는 새도 떨구오?"<br><br> "새는 물론이오! 황소 새끼도 한 발이면 졸도 시킨다오."<br><br> "참 말이오?"<br><br> "남아 일언은 천금과도 같소외다."<br><br> "쏘아보셔요. 어서요."<br><br>줄에서 튕겨난 활이 출렁이며 안개를 향해 날았다.<br>활이 꼬리를 흔들며 출렁이는 것이 마치<br> 가느다란 물줄기 속 붕어가 허우적 물길을 여는 모습만 같았다.<br></p> <p>과녁을 아득히 품은 안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br>정처 없이 쏘아진 활이 당도한 곳은 안개만이 알 수 있을 듯 했다.<br><br>귀뚜라미 한 마리가 고고히 울었다.<br><br> *<br><br>며칠 전 좌포청 종사관 최 씨가 나를 찾은 건 뜻 밖의 일이었다.</p> <p><br></p> <p>"대역 죄를 물을 것이니, 포청에서 목을 치는 게 옳지 않겠느냐?"<br><br> "하오나 어찌 소인이 망나니 놈이나 쓰는 칼을..."<br><br> "포도주장께서 이 일을 마치면, 네 놈을 무료부장으로 특별 승급하라 명하셨다. 포도대장이 허락하셨으니, 틀림없을 게야."<br><br> "..."<br><br> "어찌, 대답이 없는 가? 요즘 떠도는 헛소문을 주워 듣고 지래 겁이 들었는가?"<br><br> "당! 당... 당치도 아니합니다. 어찌 감히...!"<br><br> "그런 소문 따위 진위여부를 논할 바가 아니지 않은가? 내 말이 틀린가?<br>그래봐야, 잡년이 아니더냐? 너도 무료부장으로 승진이 되면 나라에서<br> 받을 녹도 오르니, 나쁠 건 없지 않겠어? 아니한가?"<br><br>참새처럼 나를 귀찮게 했다.<br>예진이란 그런 년이었다.<br><br>활 솜씨가 궁금하외다. 저기 풀숲에 꿩을 맞춰보오.<br>내 울 어미에게 푹 고아 올릴까하오. 당신에게도 다리 한 점은 드리외다.<br>기름 뜬 탕국이 그립지 않소? 서산에 맷돼지가 뛰논다오.<br>어제 밤에 김가 댁 종놈인 천가가 봤답디다.<br>개울 앞 무 밭을 쑥대로 만들고,<br>모자라서 똥까지 펑퍼짐하게 싸질러 놓고 갔다 들었으니,<br>그놈을 잡아야 않겠소?<br>총각은 칼을 휘두를 줄 아니,<br>그깟 산돼지야 봄나물 베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겠소이까?<br><br>그렇지요?<br>총각.<br>그렇지요?<br>총각.<br>이보시오.<br>총각.<br>이보시오...<br><br>날 좀 보소.<br>날 좀 보소오.<br>꽃 본 듯이,<br>떡 본 듯이,<br>날 좀 보소.<br><br>새로 부임한 포도대장 이 씨의 눈에 별로 예진이가 들었을 줄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br>포도대장이 부임하고 닷새 되어 예진이가 포청에 압송 되었다.<br><br>어느 하나 예진이가 오라를 받는 영문을 알지 못했다.<br><br>나중에서야 예진이가 나라님을 욕되이 입에 담았다는 이야기 돌았다.<br>그 죄를 물어 곤장질을 당할 참이란 것도 함께 들었다.<br><br>나는 죄를 묻는 자리에 들어 갈 수 없었기에<br> 예진이 목소리가 담을 타고 오는 것을 몰래 들었다.<br><br>예진이는 울분했다.<br><br>나는 나라님을 뵌 적도 없소,<br>나라님 억울한 것도 없소,<br>당연지사 나라님을 욕되이 입에 담은 적이 없소,<br>정녕 그렇소. 예진이는 그리 애원했다.<br><br>나는 그 말을 믿었다.<br><br>그 중에 마음이 놓인 건,<br>다행히도 그 날 예진를 곤장 치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는 것이었다.<br><br>곤장 치는 소리를 대신해 포도대장의 목소리가 담을 타고 흘렀다.<br><br> "그럼 내 오늘 밤, 너를 두고 밤을 새워 심문 할 것이니,<br>그게 네년 마지막 기회인 줄, 그리 알거라.<br>오해가 있었다면 내 밤에 모든 연고를 물을 것이니,<br>네 년이 정녕 거짓 소문에 농간을 당한 것이라면<br> 내가 밤을 새우도록 심문을 하건 해가 넘도록<br> 심문을 하건 거북할 연유가 없을 것이야."<br><br>포도대장의 목소리가 타고 흐른 담자릴 달이 지도록 지켰다.<br>하늘에 거짓을 고하기엔 달이 모든 것을 다 투영하리만치 밝았다.<br><br> *<br><br>종사관 최 씨가 헛기침으로 나를 깨웠다.<br><br> "네 놈이 포도대장의 청을 거절 할 샘은 아니겠지?<br>네 놈도 예진이 년과 대역죄에 가담했다는 풍문이 있어.<br>내 너와 막역한 사이라 눈감아주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야?"<br><br>종사관이 발길을 돌리고 득달 같이 예진이의 어미가 찾아들었다.<br>반은 실성한 예진 어미는 쑥대처럼 풀어진 머리는 아랑 곳 없이 날 질타했다.<br><br> "이 번엔 너보고 목을 치라드나? 그래서 너는 친다고 했나?<br>너, 니가 우리 딸 목 친다고 했으면, 벼락에 맞아 튀겨 죽을 것이여! 알어?<br>야! 야 이놈아! 대답을 해봐라 이놈아. 이 놈아... 뭐라고 했냐.<br>우리 딸내미 모가지 니가 자른다고 그러고 대답했냐?<br>그래서 저 양반 저렇게 훌훌 털고 떠나? 대답을 해봐라 이놈아.“<br><br>대답을.<br>무슨 대답을.<br><br>어미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는 잘 모르는 것이었다.<br><br>예진 어미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br>달밤이었다면 나도 예진 어미와 동참해 목을 놓았을 것이다.<br><br>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언질이 머릴 맴돈다.<br><br> '송장을 베란 말씀입니까?'<br><br>예진이의 주검을 봤다는 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br>소문은 오래 된 것이었다.<br><br> *<br><br>종사관 또한 소문을 알고 있을 터였다.<br><br>예진이가 혼백이 되어 포도청 내외로<br> 사람 피를 빨아 먹었다는 소문이 고을 안 밖으로 가득했다.<br><br>예진이 목을 칠 예정이었던 망나니 한 놈이<br> 급질로 죽은 것이 가장 화젯거리였다.<br><br>뜬소문이라 여겼으나,<br>종사관에게 진상을 묻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br><br>허나 묻지는 못하였다.</p> <p>하늘이 무심했다.<br><br> "쏘아보셔요."<br><br>안개 속으로 다시 속삭임이 들려왔다.<br>활 통에서 볏이 잘 선 놈을 한 자루 더 꺼내 들었다.<br><br>슬슬 동이 틀 무렵이었다.<br><br>산자락으로 한기가 돌았다.<br>안개는 산자락의 목을 조르듯 똬릴 틀며 점차 깊어갔다.<br><br>두 번째 활시위를 당겼다.<br>과녁이 가까워진 것만 같았다.<br><br> *<br><br> "이보오, 왜 말을 다 잇질 못해! 참말인가? 예진이가 참말로 죽었나?"<br><br>내 물음에 포도청 옥졸로 있는 명가 놈이 식은땀을 흘렸다.<br><br> "니 뭣할라고 그런 말을 물어 쌌냐? 종사관이 다녀갔을 거 아닌가?"<br><br> "나보고 예진이 목을 치라고는, 쏜살같이 사라져버리니 영문을 아는가?<br>말꼬랑이에 불 논 놈 마냥 그렇게 가버렸는데 내가 무얼 어떻게 알겠어?<br>이보오, 그냥 긴지 아닌지만 말해봐. 응?"<br><br>초롱불이 위태롭게 타오르고 있었다.<br>명가 놈이 사발을 들어 술 한 사발을 긴 숨으로 다 들이켰다.<br><br>그리곤 고갤 저었다.<br><br> "내는 물론이고. 아무도 예진이 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러."<br><br> "아니? 옥사에 있는 사람 생사 하나 못 알아보오? 눈깔은 뒀다 뭐해?"<br><br> "내 전부터 그년이 보통 년은 아니지 싶었어..."<br><br>명가 놈이 뜸을 들이는 것이 답답스러웠다.<br>때문인지 술이 다섯 사발을 들어갔음에도 목에 갈증이 일었다.<br>명가 놈도 마찬가지인 듯 술을 물마시듯 들이켰다.<br><br> "니도 봤쟎냐. 예진이 할매가 칼타고 굿판 벌이는 거.<br>말마따나 예진이 년 눈깔이 좀 사나운 눈깔이었냐.<br>할매를 빼다 박았다고 어른신네들이 말하는 거, 나는 다 들었어야."<br><br>예진이나 예진 할매나 눈매에 날이 선 얼굴상인 건 맞았다.<br>할매가 굿판을 벌일 때가 신명나던 날들을 잊지 않았다.<br><br>배를 곪지 않고 하루를 꼬박 먹기만 했었으니.<br><br>떡으로 배 가득 채우러 굿판을 찾으면, 항시 예진이를 볼 수 있었다.<br>핏물 같던 무복 저고리를 도포처럼 감고 할매를 졸졸 좇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br><br> "옥에서 노랫가락이 흘러.“<br><br>명가가 말했다.<br><br> "무슨 소리야?"<br><br> "예진이가 가락을 흥얼거려싸서, 다들 근처에 얼씬을 못한다니까는... 말도 말어..."<br><br> "왜, 예진이가 가락해서 구신이라도 불러내던가?"<br><br> "구신 같은 소리는... 아니... 그 왜 있지 않냐...<br>그 놈의 거, 뭐시기...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하는 거 그 노무거 있잖냐."<br><br>날 좀 보소오.<br><br>목소리를 떠올리니, 연유 없이 예진이의 입가가 어른거렸다.<br>입꼬리가 매끄럽게 솟은 다홍빛깔의 입술.<br><br> "그 노래가 왜?"<br><br> "구신을 부르는 게 아니고 이 놈아... 그 노랫가락이 꼭... 그러니까는,<br>산사람이 부르는 가락이 아니야 그게... 적어도 예진이 년이 부르는 건 필시 아니고..."<br><br> *<br><br>명가는 눈을 감아버렸다. 불안이 삭질 않았기 때문이었다.<br>명가는 감은 눈으로 술사발을 더듬어 입에 홀랑 부어버렸다.<br><br>명가는 예진이가 포도대장의 침소로 들던 밤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br><br>달이 찬 밤이었다.<br><br>명가는 포청의 정문을 지켜서며 꾸벅꾸벅 눈꺼풀과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br>예진이 년이 포도대장의 청을 거절 하지 못할 것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다.<br><br>새로 부임한 대장이 이런 파렴치한이란 걸 알면서도, 묵묵히 그를 보좌하며<br>제물과 벼슬 욕에만 눈이 시뻘건 종사관들이 내심 못마땅했다.<br><br>온종일 어깨와 발등에 업혀있던 피곤은<br> 예진이가 포도대장의 침소로 끌려가는 소리에 날아갔다.<br><br>구름에 달이 가리워 확실친 않았지만,</p> <p>명가는 예진이가 얼핏 자신을 원망하는 눈초리로 흘끔거는 것을 느꼈다.</p> <p>날카롭기로 유명한 그 눈매가 명가를 향해 일순 번쩍 빛이 났다.</p> <p><br>그리고 시간이 지나 침소에서 고함을 친 건 예진이가 아니었다.<br><br>포도대장이 큰소리로 의원을 찾았다.<br>소동에 불려 들어간 명가는 침소에서 예진이가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는 광경을 보았다.<br><br>입에 가득한 핏물을 힘겹게 삼켰던 모습.<br><br>핏물이 흥건했던 침소 바닥에 묵직한 핏 덩이 중 하나가<br> 예진이의 혓바닥이었다는 것을 알 게 된 것은 의원이 도착한 이후였다.<br><br> "그럼 죽었단 말인가?"<br><br> "내가 어찌 알겠냐. 의원이 예진이를 살렸는지, 못 살렸는지...<br>곧장 포도대장이 혼자서 예진이를 옥으로 들고 날랐네. 진료도 옥중에서 받았어..."<br><br>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그럼 기어이 예진이의 목을 쳐야겠다는 연유는 뭔가?"<br><br> "연유를 물어야 아나? 예진이가 살아있어서 포도대장에겐 득 될 것이 하나는 있고?"<br><br> "..."<br><br>두 번째 활을 놓았다. 화살이 풀잎을 갉는 소릴 내며 사라졌다.<br>명가의 마지막 말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 화살처럼 막연했다.<br><br> "불명한 건 자네... 혀가 끊어진 사람이 그렇게 노랫가락을 부를 순 없다는 거야..."<br><br>세 번째 활을 집어, 안개를 향해 당겼다.<br>동이 트기 시작하며 시야가 퍼렇게 질려갔다.<br><br>바람 따라 안개가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br>외로이 서있는 과녁을 바라보며, 혀가 잘려나간 망나니 놈의 소문을 떠올렸다.<br><br>그 소문 또한 같은 밤, 명가에게 전해 들은 것이었다.<br><br> "그 왜... 있었잖어. 절간에서 밥도둑질 했던. 기억 나나?<br>그 절간 주지가 그 놈 돌팔매에 대가리를 맞아서 요절을 했잖어?<br>정신 놓은 새끼지, 나물 반찬 더해서 도둑노무새끼 조금이라도<br> 더 배불리 먹고 떠나라던 주지를 그래...<br>그 놈이 곤장을 중곤으로 백하고도 스무대를 받았는데,<br>다들 삼십 대를 못 넘고 엉덩이뼈가 바스라져 죽을 거라고 했었거들랑은.<br>근데 그놈이 살아남을 줄 그래? 누가 알았겠어?<br>그런 천하에 죽일 놈이 따로 없는 게 예진이 목을 친다고 하니,<br>하늘이 노하신 건지. 아니면 다들 말하는 것처럼... 뭐... 그런 건지...<br>아무튼간에 예진이 목 치기로 하고 그날에 망나니 놈이 혀가 뭐에 잘려도 잘려나갔는데,<br>혀는 온데간데하고, 아니 글쎄 그 놈 아가리에... 참나... 별 것이 다...<br>산 쥐새끼가 자릴 트고 있었다는 구만?<br>쥐새끼가 피칠갑을 하고선 살코기 뜯었는지 뭔지.<br>그리고 소문이 떴지. 그 즈음해서 노래도 들려왔고.<br>날 좀 보소. 날 좀 보소.<br>예진이 년이 저주를 걸어서 죽인 게 분명하다고.<br>전까지는 예진이 겁내는 놈은 하나 없었어.<br>밥은 한 수저도 않고,<br>그냥 죽은 척 웅크리고 누워만 있는 년 딱하단 생각만 했었지."<br><br>명가는 내게 말을 아꼈다.<br>나는 알고 있었으나 기어코 묻진 않았다.<br><br>망나니의 혀가 뽑힌 사체를 발견 하고 며칠 후,<br>종사관이 나를 찾았고, 종사관이 나를 찾은 지<br> 얼마 있지 않아 포도대장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은<br> 필시 누구에게도 비밀이었기 때문이었다.<br><br>대장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br>종사관 최 씨도 나를 찾은 뒤 홀연히 사라졌다.<br><br>포청을 밤새워 지키던 옥졸들 입에서 입으로 노랫소리가<br> 끊기고부터 등골에 찬기운이 어른거린다는 말이 돌았다.<br><br> "예진이가 뱉은 혓바닥을 종체 찾을 수가 있어야지.<br>포청에서 기르던 개새끼가 주워갔는지, 문간 드나들던 쥐새끼가 물어갔는지."<br><br>참혹한 명가의 말에 눈이 감겼다.<br><br>세 번째 활을 놓았다.<br><br>이젠 안개가 개워져 슬슬 풀밭이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br><br>여물어가는 아침햇살에 과녁이 비춰졌다.<br><br>과녁에 적중한 화살들이 움찔하며 떨었다.<br>과녁에 못을 처 걸어 놓은 포도대장 앞으로 걸었다.<br><br>밤새워 쏜 화살에 고슴도치 꼴을 한 놈의 꼴이 보기에 썩 좋았다.<br><br>몇 수십 발을 쏘았는지,<br>이제는 다 떨어진 활을 몇 자루 회수해야 했다.<br><br>재갈 삼아 물린 버선에 관통 된 활을 뽑아내자 버선에 피가 흥건히 배었다.<br>오른 어깨와 배꼽 옆자리, 눈알에 꼽힌 활을 하나하나 뽑을 때마다<br> 포도대장이 계집년처럼 흐느꼈다.<br><br>그 흐느낌이 듣기 싫지 않았다.<br>유유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br><br>놈이 죽을 때까지 활을 당기는 것 외에는 심사에 드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br>낮에 있을 형을 기리는 뜻이었다.<br><br> *<br><br>뙤약볕이 따가웠다. 네 놈 또한 피겁 썼다는 이유로 사람이길 자청하느냐.<br>햇님이 그리 채찍질하며 말하는 듯한 따까움이었다.<br><br>그늘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몸 가릴 곳 없어 부끄러움이 일었다.<br><br>칼을 찬 예진이가 끌려 나오는 동안 예진이의 발끝이 구비구비 땅바닥에 선을 그었다.<br>예진이의 두 뺨과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br><br>핏기 없는 얼굴에선 다행히도 더 이상은 고초가 없는 듯 보였다.<br><br>무릎을 꿇고 앉은 예진의 몸이 땅으로 힘 잃고 꼬꾸라졌다.<br>그 때마다 졸놈들은 예진이의 몸이 구더기인양 만지길 두려워하며 일으켜 세웠다.<br><br>포도대장과 종사관, 졸들이 몇몇 빠진 포청에 먼지바람이 빈자리를 메꿨다. <br><br><br><br><br><br><br><br><br><br>-끝-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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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5/03/13 12:27:15  61.102.***.6  스리  66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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