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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숏다리코뿔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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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8599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6
    조회수 : 5443
    IP : 119.195.***.22
    댓글 : 38개
    등록시간 : 2015/03/25 21:34:33
    http://todayhumor.com/?panic_78599 모바일
    [단편] 손가락은 잘 있습니다 (BGM)
    <p><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player.bgmstore.net/8ErAW"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br><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8ErAW"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8ErAW</a><br></p> <p><br></p> <p><br></p> <p>대충 감은 오셨으리라 믿습니다.<br>그래도 굳이 제 소개를 올립니다.<br><br>유정이를 대리고 있는 사람입니다.<br><br>이미 늦었을지 모르겠습니다.<br>경찰에는 연락하지 말 것, 당부 드립니다.<br><br>다음 주까지 1000만원 현금으로 준비해주셨으면 합니다.<br>금요일, 파고다 공원에서 기다리시면 찾아뵙겠습니다.<br><br>제가 나타난다면 거래하는 것으로,<br>나타나지 않는다면 무언가 알아차린 것으로<br>인지해주셨으면 합니다.<br><br>돈이 준비 되지 않거나<br>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신다면<br>다음에는 유정이 손가락을 붙여드릴 예정입니다.<br><br>유정이 예쁜 손가락, 몇 개를 보내야<br>저의 진지한 마음을 알아주실지,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br><br>불상사가 없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것이겠지요.<br><br>그러길 바라봅니다.<br><br>두 번이나 말씀 올립니다.<br>경찰에는 연락 삼가바랍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편지 잘 읽었습니다.<br>정말 당황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br><br>죄송합니다만, 유정이가 누구인가요?<br><br>혹여 제가 유정이의 부모라거나 그에 준하는 누군가라고<br>생각중이시라면, 이 편지를 통하여 오해가 풀리시길 바랍니다.<br><br>저는 29세의 독신 남성으로 여자친구 조차 없습니다.<br><br>제가 살고 있는 곳이 독신들 즐비한<br>대학가 원룸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 건지요?<br><br>혹여 동수나 또는 호수를 틀리게<br>편지를 보내신 건 아닐까 심려가 큽니다.<br><br>사전 조사는 면밀히 하셨는지요.<br>면밀하셨기를, 그리고 이번 편지가 그저 실수였기를 바랍니다.<br><br>제가 상관할 바는 아닐지 모르지만,<br>유정이 손가락이 헛되이 잘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니까요.<br><br>가능하다면 유정이 손가락은 자르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해주세요.<br><br>꼭 유정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라하더라도<br>혹시라도 범행이 발각되어 체포되셨을 때,<br>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시는 게 옳다 봅니다.<br><br>체포 당시 유정이 손가락이 없다면,<br>서로 곤란하지 않을까요?<br><br>속단 마시고 미리 방책을 세워두시는 것이<br>본인의 신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br><br>아마추어 주제에 쓸데없는 사견 죄송합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접니다.<br><br>시치미 때시는 건 곤란합니다.<br>사전 조사는 충분했습니다.<br>저는 그렇게 허접한 사람이 아닙니다.<br><br>유정이가 스스로 집 주소를 외우고 읊는 건 아시는지요.<br>제가 확인한 주소와 유정이가 읊는 주소가 같습니다.<br><br>벌써 3주가 넘어가는 시점에 이렇게 생 때를 부리신다니<br>진심으로 믿어지지가 않고,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br><br>이대로 가다가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br><br>유정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아니신지요.<br><br>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br>요즘 유괴치고 1000만원이면 괜찮은 가격입니다.<br><br>손해 보는 건 아니라 봅니다.<br><br>유정이를 생각해주십시오.<br><br><br>* * * * * * * * * * * * * * * * *<br><br><br>다시 한 번 말씀 올립니다.<br>도대체 유정이가 누구입니까...<br><br>제가 이 방으로 이사 온 것이 대충 3주 여가 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지요.<br>저 이전에 부부가 살았는지, 유정이가 살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br>계속 이리 귀찮게 여기신다면 저는 경찰을 부르는 수밖에는 없다는 점 밝힙니다.<br><br>신종 사기 수법인지 뭔지, 아무튼 이제 멈춰주세요.<br>저는 1000만원이라는 큰 돈 엄두조차 안 납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접니다.<br><br>염치 불고하고 댁에 잠시 들렸습니다.<br><br>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올립니다.<br>유정이 부모님께서 이사를 하셨으리라<br>감히 상상도 못하였기에 경황이 없었습니다.<br><br>자기 따님을 잃어버리고, 어찌 이리도 훌쩍 떠나실 수가 있는지<br>말세란 말을 통감하는 하루가 되었습니다.<br><br>그런 파렴치한 부모가 세상에 또 있을런지요.<br><br>뜬금없으시겠지만, 부탁 한 말씀 올립니다.<br>혹시 유정이 부모님 이사 가신 곳,<br>부동산 같은 곳을 통해 좀 여쭤주실 순 없으실까요.<br><br>제가 스스로 유정이 부모님을 찾아 나서기엔<br>‘나 잡아가세요.’ 하는 꼴인 듯하여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br><br>생각보다 유정이에게 들이는 돈이 상당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br>본업이 잘 풀리지 않아 아이를 키울 여력이 안 됩니다.<br><br>선처를 바랍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선처라니, 당치도 아니합니다.<br><br>유정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라면<br>저 또한 부모님을 찾는 일을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br><br>하지만 한편으로 유괴범을 돕는 꼴이 되는 것 같아<br>이런 개 같은 경우가 또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br><br>머리가 어떻게 되신 건 아니신지요.<br>스스로 제정신인지 거울 앞에 스스로 여쭤보심은 어떠신가요.<br><br>앞으로 그런 곤란한 부탁은 삼가바랍니다.<br><br>유정이 생활비 때문에 곤란을 겪고 계신다면<br>유정이를 경찰서 같은 곳에 맡기는 것도<br>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br><br>생각보다 친절히 유정이를 맡아주시지 않을 까요?<br><br>PS. 차라리 체포되셨으면 더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접니다.<br><br>경찰서에 유정이 맡긴다는 의견이 썩 괜찮은 것 같아 시도해보려 했습니다.<br>하지만 부끄럽게도 제가 전과가 있는 몸이기에 혹여 경찰 측에서 제게<br>간단한 조사라도 원하는 날이면, 유괴범인 것이 탄로 날 것이 너무도 자명합니다.<br><br>저는 며칠 유정이를 맡아 준 죄로 교도소 신세를 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br><br>설상가상인지라, 유정이가 너무도 영특하여<br>저희가 살고있는 집의 주소를 외워버리고 말았습니다.<br><br>유정이만 경찰서에 버리고 도망치자니,<br>유정이가 저희 집 주소를 홀라당 불어버릴 것이 너무나 염려됩니다.<br><br>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br>무척이나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br><br>또 하나 큰일은 유정이가 올해 7살이라는 것입니다.<br>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켜야하는데, 정말이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br><br>주변에서 제게 이렇게 큰 딸이 있었냐 물어오기에,<br>젊어서 아이를 낳고 이혼 했다며 둘러댔습니다.<br><br>기분 탓인지 아주머니들 표정이 굉장히 못 미더워하는 느낌이 듭니다.<br><br>그리고... 제가 잡혔으면 좋겠다는 말씀 큰 상처가 됩니다.<br>어찌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지, 저 그날 밤 혼자 울었습니다.<br><br>너무합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죄송합니다.<br><br>울리려는 의도에서 드린 말씀이 아니었습니다.<br>요즘같이 범죄자의 인권이 하늘처럼 높은 시대에,<br>제 의식이 아직 90년대 중반에 머무르는 탓입니다.<br>아직도 가끔 정의가 살아있다고 믿어서 탈이지요.<br>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한 점 사과드립니다.<br><br>유정이는 잘 있는지요.<br><br>저번에 유정이 손가락을 자르시겠다는 말씀이 마음에 걸립니다.<br>밥은 잘 먹고 있을지, 잘 모르는 아이지만 괜히 우려 생겨 말씀 올립니다.<br><br>혹시 생각 있으시다면 전화로 해결해보는 건 어떠실런지요.<br><br>번호 남깁니다.<br><br>[국번 없이 112]<br><br><br>* * * * * * * * * * * * * * * * *<br><br><br>오랜만에 편지 올립니다.<br><br>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합니다만,<br>야산이며 언덕길에는 벌써 초록이 물들었습니다.<br><br>몸은 건강하신지요.<br><br>유정이는 잘 있습니다.<br>물론 손가락도 잘 붙어있습니다.<br><br>유정이가 최근 들어 저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br>영특한 아이인지라 사리분별은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만,<br>어찌된 영문인지 이모라고는 죽어도 부를 마음이 없나봅니다.<br><br>제가 나름 음식에는 조예가 있어 밥은 잘 먹이고 있습니다.<br><br>아, 그리고 유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br>벌써부터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오고는 합니다.<br>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운다는 게 믿어지질 않고는 합니다.<br><br>유정이 말로는 요즘 아이들은 다 자기 정도는 한답니다만,<br>제가 보기엔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머리가 비상하다고 생각됩니다.<br><br>옆집 아이는 7살에 벌써 국영수 교습을 받고 있다는데<br>저희 유정이가 교육을 못 받아서 남들에게 뒤떨어지면 어쩌나<br>하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는 요즘입니다.<br><br>그런 일은 없어야하는데요.<br><br>교육비가 얼마나 들지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br><br>다른 아이 엄마들과 어울리기엔<br>유정이의 대한 거짓말을 만드는 일이 여간 고되는 일이 아닙니다.<br><br>진솔한 답변 주시는 분이 따로 없기에 감히 도움을 바라봅니다.<br><br>112 번호 남겨주셨을 때 크게 웃었습니다.<br>저도 제 처지 잘 알고 있습니다.<br><br>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신년 복 많이 받으세요.<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제 기억이 옳다면 다섯 달을 넘겼는데,<br>아직도 유정이를 맡고 계신다니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br><br>제정신이신가요.<br><br>유정이가 그쪽을 엄마라 부른다니, 더욱 놀랍습니다.<br>저도 모르게 유괴범은 남자라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만,<br>역시 세상만사 제 좁은 상식 안에서만 놀진 않는군요.<br><br>한동안 편지가 없으셨기에 내심 불안했습니다.<br><br>유정이가 벌써 세상에 없는 건 아닐지...<br><br>솔직한 말씀을 올리자면 지금도<br>유정이가 살아있다는 증거랄 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br>교육비가 걱정이란 말씀 너무도 뜬금없고 터무니 또한 없어<br>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입니다.<br><br>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이런 미치광이 같은 편지를 보내신 것인지요.<br><br><br>유정이 얼굴조차 모르는데, 그 아이가 떠오를 때면 밤잠을 설치곤 합니다.<br><br>편지의 내용이 사실이기를 은근 기대하는 제가 있습니다.<br>유정이의 행복을 빌어봅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접니다.<br><br>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br>믿음을 드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br><br>감이 좋으신 건지, 머리의 회전이 빠르신 건지,<br>예상을 잘 하시긴 하셨습니다.<br><br>사실은 작년 겨울 유정이를 가방에 넣고 강으로 간 일이 있었습니다.<br><br>유정이가 저희 집 주소만 외우지 않았어도,<br>고아원에 버리는 방법도 있었는데요.<br><br>주소만 몰랐어도요.<br>혹은 제가 주소를 옮길 돈만 있었어도.<br><br>한 겨울을 약본 탓이었는지 고생을 좀 했습니다.<br>생각한 것 보다 강이 얼어붙는 두께가 상당했거든요.<br>두께도 두께지만 참 단단히도 얼어 있었습니다.<br><br>얼음을 깨고 부수고 난리도, 난리도... 정말 난리였습니다.<br>인생 처음해보는 삽질이 만만치만은 아니하더군요.<br>삽이 얼음에 튕겨서 제 몸도 같이 밀리고, 넘어지고.<br><br>자칫 삽으로 유정이 들어있는 가방을 찌를 뻔도 했습니다.<br>무슨 생각이었는지, ‘그건 좀 아플 것 같다.’ 라고 문득 떠올랐습니다.<br><br>가방을 좀 멀찌감치 옮길 생각으로 들어 올렸죠.<br>그때 유정이는 뭘 느꼈던 것이었을까요.<br><br>유정이가 뜬금없이 제게<br><br>“그동안 맛있는 밥 해주셔서 고맙습니다.”<br><br>그런 작별의 말을 했습니다.<br>초연히도 가방이 움직임 하나 없었어요.<br><br>저는 유정이를 강 밑으로 밀어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br>얼음을 깨지 못했기에 그랬던 게 아닙니다.<br><br>글만으론 증거가 부족할까 싶었기에<br>용기를 내 유정이와 찍은 사진을 동봉합니다.<br><br>경찰에 신고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br><br>가능하다면 잡히고 싶지 않기도 하고,<br>그리고 왠지 유정이를 부모에게 보내지 않는 것이<br>옳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br><br>워낙 배운 게 없고 머리가 나쁜 저 인지라,<br>뭐라 조리있는 설명도 못하겠고, 글 조차 짧습니다.<br><br>이해를 바랍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한동안 의문이었습니다.<br><br>그 어린 유정이가 집 주소를 그렇게 잘 외우고 있었을지.<br>과연 사전 조사가 그렇게 면밀하고 빈틈이 없었는지.<br><br>부동산에 다녀오는 길입니다.<br><br>그동안 관리 부동산도 바뀌고 덩달아<br>관리인도 바뀌는 바람에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br><br>유정이 부모님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br>의문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꽤 해소되더군요.<br><br>제가 방을 구하던 당시 값싼 방에 목을 매고 있었습니다.<br>욕심이란 게 생겼던 걸까요. 발품을 팔면 팔수록 조금씩 같은 가격에도<br>좀 더 조건이 좋은 물건들이 나타나더라구요.<br><br>돌고 돌아 찾은 방이 지금 살고 있는 방입니다.<br>진부한 괴담 같은 이야기랄까요.<br><br>이전 관리인 분이 더 이상 관리인이 아니시기에 속 편히 대답해 주신 것 같습니다.<br>제가 살기 직전에 살던 부부가 방에서 독음을 한 모양입니다.<br><br>사라진 유정이 부모님과 유괴 시기, 저의 이사 날이 교묘하게 비슷합니다.<br>제가 탐정은 아닌지라, 정확하게 콕 집어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만<br>몇 주 정도의 시간차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을까, 대충 예상해봅니다.<br><br>당시 월세가 몇 달은 밀려있었던 것이 음독과<br>방이 빨리 빠진 것에 설명을 어느 정도 충족합니다.<br><br>퍼즐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더 깊게는 생각해보고 싶진 않습니다.<br><br>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유정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br>살아서 유괴를 당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부분입니다.<br><br>유정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보고 싶어졌었지만,<br>제 능력이 닿지가 않습니다. 또 동시에 찾는 게 무의미하단 생각도 있습니다.<br><br>한참을 밤잠 못 이루던 이유가 얼마 전 떠올랐습니다.<br><br>저는 참 비겁한 사람이었더군요.<br><br>제 깐엔 상식 있는 척, 윤리 있는 척해가며<br>그쪽을 조롱하고 말장난처럼 경찰에 가라, 잡혀라 했습니다만,<br>저는 치졸하게도 그리고 냉정하게도 사실은, 정말 마음 깊숙이는<br>유정이가 어찌 되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었던 모양입니다.<br><br>편지가 멈추고 조금씩 생각이 트였습니다.<br>어느 날 문득 유정이가 죽었다면? 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br>그제서야 비겁한 주제에, 죄책감이 물밀 듯 쏟아져 내리는 걸 느꼈습니다.<br><br>비록 유정이의 얼굴도, 그쪽의 얼굴도 모르지만<br>이 사진을 믿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br><br>저는 제 무능함을 톡톡히 깨달았습니다.<br><br>유정이가 본인을 엄마라 부르며 따른다니,<br>저는 제가 무엇을 믿고 따라야할지 의문입니다.<br><br>경찰에 사진을 전하고 유정이가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맞는지,<br>아니면 그저 유정이와 유정이 엄마 두 사람을 가만 두는 것이 맞는지.<br><br>유정이가 강 밑에 들어가지 않아 다행입니다.<br><br>사진이 사실이라 믿으며, 저 같은 비겁자를 믿어주신 분께<br>저 또한 그에 부흥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받은 편지를 모두 돌려보냅니다.<br><br>제게는 더 이상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br>유정이와 유정이 엄마 모두 마음 불편한 날 없으셨으면 합니다.<br><br>PS. 미인이십니다.<br><br><br>* * * * * * * * * * * * * * * * *<br><br><br>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br>안녕하세요. 저는 신 유정이라고 합니다.<br><br>올해에는 대학에 입학합니다.<br><br>다음 주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기에<br>지금은 방 정리에 몰두하던 중입니다.<br><br>두 분께서 이런 편지를 주고 받으셨군요.<br>저는 엄마 이외에 사람이 저의 정체를<br>아시는 분이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br><br>엄마가 혹시나 다른 곳에 편지를 더 보관중이 아니라면<br>아마도 아저씨는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으신지 10년을 훌쩍 넘기셨네요.<br><br>저희 엄마를 못 본체 해주셔서 감사하다,<br>그런 말씀 전한다면 그건 너무나 비도덕적인 걸까요.<br><br>유괴범을 못 본 척 한 일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br>제 입장에서 판단을 하기는 너무 얄궂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br><br>사실은 엄마가 저를 가방에 넣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br>희한하게도 겨울옷을 단단히 입혀선 저를 가방에 들어가게 했어요.<br>지금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희한합니다. 굳이 겨울옷을 사서 입혔었으니까요.<br><br>그 전까지는 제게 겨울 잠바 따위는 없었어요. 당연하죠.<br>원래였다면 제게 겨울이 올 예정은 없었을 테니까요.<br><br>엄마의 편지를 보니 기억이 더 뚜렷하게 살아납니다.<br><br>“그동안 맛있는 밥 해주셔서 고맙습니다.”<br><br>무슨 정신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까요.<br>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br><br>그래도 분명한 건 그날 제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건 엄마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br>아저씨 또한 저를 위해서 엄마를 설득해 준 일이 있었네요. 저는 모르게.<br><br>제 손가락을 자르지 말라 엄마를 설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br>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저희 엄마는 분명 제 손가락을 냉큼 잘랐을 거예요.<br><br>정말이지...<br><br>몇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br><br>일단, 이 편지들은 왜 제방에 있는 걸까요?<br>엄마가 생각 없이 뒀을까요? <br>그렇게 단순한 분은 아니신데.<br><br>알 수가 없습니다.<br><br>또 하나는 두 분이 편지를 어떻게 주고 받으셨는지 입니다.<br>어떻게 하셨나요. 두 분은 편지봉투 보내실 곳 란을 텅텅 비워두셨네요.<br>아저씨가 저희 집을 알리는 없고... 엄마가 직접 오갔던 건가요?<br>엄마 얼굴도 마지막까지는 몰랐던 것 같고.<br><br>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br><br>그리고 마지막으로.<br><br>이건 조금 괘씸하다 여기셔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br><br>사실 정말로는 마지막까지 제가 죽거나 살거나<br>그런 건 진짜 아무래도 좋았던 게 아니었나요?<br><br>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br><br>왜 이런 느낌이 드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br>마치 귀찮으니까 편지를 매듭짓기 위해,<br>완결편이 급조 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br>급박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br><br>그리고 이건 조금 위험한 생각입니다만,<br>귀찮지 않았다면, 혹여 밤잠을 못이룬다는 말이<br>조금은 색다른 의미였다면, 하는 것입니다.<br><br>저희 엄마가 아저씨네 집도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요.<br>아니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정말로 혹시.<br><br>저 대신 가방에 들어가 계신 건 아니죠?<br>가방에 들어가 강물에 잠겼다거나, 그렇지 않죠?<br><br>저희 엄마가 워낙 그런 부분이 있으셔서요.<br><br>무언가 위협을 느끼셨기 때문에 급작스래<br>편지를 모두 엄마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게 아니길 빕니다.<br><br>아니라면 다행이고요.<br>어찌 되거나 말거나 아저씨의 덕입니다.<br><br>아저씨의 덕에<br>제 손가락은 잘 있습니다.<br><br>PS. 편지 붙이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디로 붙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끝-<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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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25 21:54:30  121.151.***.48  레규  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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