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따는 국딩 3학년 때 부터 당했다. 아니 2학년 때도 나를 괴롭히는 애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조직적이고 집요하게 당한건 그 때부터 였다.
2. 어릴 때, 덩치는 좀 작은 편이었다. 주먹질을 못한건 아니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고
사람을 때리는 걸 좋아 하지 않았다.
약한편이었고. 운동엔 소질이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공부를 잘하거나 특기가 있던것도
아니었다.
3학년 땐, 조별 수업형태로 책상을 분리해서 수업을 들었는데, 나는 아이들의 타겟이 되었다.
처음엔 자존심에 아이들이 한대 치면, 두대 까는 식으로 대항도 해보고 했지만, 여러명이서
합심해서 폭력을 휘두르는데 재간이 있질 않았다.
어머니는 해결책으로, 상대 학생 부모님을 찾아가거나.. 선생에게 촌지를 주는 식으로 해결을
보려 했지만... 그런게 통할리가 없었다.
남자아이들은 집요한 놀림과 폭력으로 나를 몰아 붙였고...
여자아이들은 허름한 내 옷차림과 행동거지로 늘 혀를 내둘러 댔다.
3. 보통 학년이 올라가면 학생들도 이동해서 반이 바뀌고 올라가지 않나? 그런데...
전학년이 변동없이 애들 그대로 4학년으로 올라갔다.
이미 1년동안 왕따로 지친 내가... 4학년 올라가서 적응을 할리가 만무했다. 맨날 날 괴롭히던
애들이 또 날 괴롭혔고... 학교에 가는 건 죽기 보다 싫었다.
그럼에도 난 왜 그렇게 집요하게 학교에 꾸역 꾸역 나갔는지....
청소 떠넘기기... 누명 씌우기... 교과서에 욕설로 낙서하기....
그중에 백미는 변기에 버려놓은 음식을 줏어서 먹이기 였다.....
4. 4학년 때 담임은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긴 했지만, 딱히 왕따에 대해 간섭을 하진 않았다.
그땐, 의례 아이들이니까 그러는 거야 라며 무시하는게 다였다.
4학년 때 담임은 2학기 때 쯤인가? 출산으로 인해 휴직을 내고 임시 선생이 왔다.
수업도 잘 가르치고, 나름 적극적이긴 했는데....
반사정에 대해 알리가 없었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숙제도 잘 하고 다니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런걸 잘 하고 싶을 만큼
심리적 여유가 있을리 만무했다.
5. 임시선생은 숙제를 내줘도 잘검사 안하다가 일시에 몰아서 잘하고 있는지 체크 하는 타입
이었다.
그래서 내가 숙제 하지 않은 걸 알게된 어느 날 한몫에 걸렸다.
매일 적어야 하는 일기도, 배낌 숙제도... 산수 연습 문제 중... 단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선생은 내 책상과 내 가방의 모든 교과서와 공책을 검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날 새워두고 인민재판을 하듯 모욕을 주었다....
그냥 벌을 내리거나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청소를 시키면 될 것을.......
좋은 선생 흉내라도 내고 싶었는지... 집요하게 나한테 이유를 물어 댔다....
숙제를 왜 열심히 안했는지에 대한 이유들 말이다....
나는 너무 겁나고 두려워서 온몸이 얼어 붙었는데... 선생은 왜 한마디도 하지 않냐고 닥달을
했다.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눈물만 훔치자.... 온종일 나를 복도에 새워 두었다.
왜 안했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귀찮아서 안했나 보다 그렇게 넘어가고 벌만 주면
되지 않나?
아무말 없이 군말 없이 복도에 서있기만 하니까... 이 선생은 먼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나중에는 언성을 높여서 나를 채근했다...
그럼 머라도 한마디라도 하라고... 왜 한마디도 안하고 그렇게 서있냐고...
내가 잘못한게 있냐? 숙제 안한 니가 잘못이지?
지금 생각 해보면... 왜 어른이었던 선생이... 이제 국민학교 겨우 다니고 있는 애한테
자기 자존심 내세워서 감정싸움을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선생은 마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싸워보자는 식으로 날 대했고...
너 오늘 니 입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집에 보내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고...
방과후.. 해가 뉘엿해 질때까지 교실에 세워두고 집에 보내질 않았다.....
꼴에 걱정은 됐는지.. 점심도 거르고 있던 내게...
빵과 우유를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줬지만... 먹지 않았다...
선생은 이건 또 왜 안먹냐고 채근 하며... 먹지 않을 거면 니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스트레스에 한계에 왔던 난....... 그 선생에 보는 앞에서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에 와버렸다..... 집에와서 서러움에 받혀서 온종일 울었던걸로 기억난다....
마치 내가 전부 잘 못 한거 같고...
굳이 먹을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렸어야 했는지... 어린 나이에도 양심에 찔려 괴로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생이 아무리 좋은 의도였던 아니던 간에....
아이와 그런 어처구니 없는 감정싸움을 해서는 안되었다고 본다.....
차라리 회초리를 들지언정 잘못에 대한 것만 지적하면 됐지... 왜 설명 할 방법도 모르는 애한테
대답을 강요하는 걸까?
내가 정말 잘못 한건가? 반에서 적응이 안되고... 왕따나 당하는 애가?
애가 선생을 고려하고 배려해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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