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죄책감이 들고, 가장 후회했던 일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한다.
어떤 여자를 만났던 일이었다.....
34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고 얘길 했던적이 있었다..
사실은 딱한번인가 연애를 한적이 있긴 하다...
다만, 기간이 보름정도 밖에 안되고.. 너무 스치듯 지나간 일이라... 감히 이걸 연애로 봐도 될지 안될지...
애매해서 지금은 연애경험으로 처야 할지 말지 사실 잘 모르겠다...
직장생활 할 때였다. 나이는 이미 서른을 넘기고 있었다..
어떤 폐쇄된 카페 모임에 참여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여자를 만난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밖에서 함부로 떠들려 지는 걸 싫어해서 그녀에 대한 어떠한 신상도
남기지 않겠다....
나는 앞서 적은 글에서 적었다 시피 여자에 대해 자격지심이 많은 사람이다.
후~
하지만, 여자들에게 왜곡된 시선을 가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연애는 언제나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고.... 사랑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 보다 깊었다.
단지, 나란 존재가 너무.. 초라해서 그렇지...
누가 나에게 상처를 줬든... 누나들이 나에게 상처를 줬든.... 여성들 전체에게 탓을 옮기는
위험한 짓은 해본적이 없다......
그녀는 티 내지 않으면서 내게 관심을 줬던거 같다. 단지 나는 그런 일이 처음이라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
여성이 내게 먼저 전화번호를 구하려 하거나 웃으며 얘기를 걸어 주거나 친절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지라... 그녀의 관심이 의례 형식적인 거라 여겼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풍기는 그 분위기와 웃음기 많은 그 얼굴에 나도 호감을
가졌던거 같다. 그리고 그녀가 입었던 아디다스 슈트는 정말 곡선이 아름다워서 흥미가 있었다...
단지... 저런 사람이 내게 관심을 줄리가 없을거라 미리 선을 그어 놨기에..
냉담하게 굴었을 뿐.....
어느 날 모임에서 그녀는 자기가 집을 이사 한지 얼마 안됐는데... 집안 청소와 집정리 할
엄두가 안난다고 말을 했었다.....
나는 그말에 대한 농담으로... 저는 어릴 때 부터 환경미화 부장을 도맡으며, 청소와 짐정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랑 아닌 자랑질을 했다.. 물론 되도 안한 농담이었고... 머 특별히
여길리 없을 그런 쓸대 없는 말이었다...
근데, 그녀가 대뜸... 그럼 자기 집정리 좀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나마 했다... 사실 관심이 아예 없었다면 거절 했겠지만.... 그녀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다음 주에 나는 그녀의 집에 초대되었다. 집안은 그녀의 말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채
있었다..
나는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하려고 애를 썼다. 여기는 여자가 혼자 사는 집이었고... 괜한
오해가 될만한 행동이나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게 사실은 그녀가 날 좋아해서 핑계를 만들었던 거였다....
난 정말 눈치도 채지 못했던 거였다...
정말.. 다른거 안하고.. 집정리를 도와주고.. 청소하고 그게 다 였는데....
집정리를 도우면서 그녀와 얘기가 정말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침묵의 순간도 전혀 부담 스럽지 않고, 서로가 조용히 미소를 띈채 바라 보기도 했다..
나는 말주변이 없고, 과묵한 편이었고, 말을 지속적으로 끌어가는 능력도 부족하고..
유머러스 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따라 그녀와의 대화 만큼은 술술 잘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제는 알거 같다.
똑똑한 그녀가 어떻게든 나와 대화를 이끌기 위해 엄청 노력해주어서 그런거란거....
그녀가 전혀 배려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날 그녀와 있던 내내 불안했을 거다...
그녀는 이유 한가지를 더 만들어 나에게 초대를 했다.
노트북이 있는데, 작동이 잘 안된다고 수리를 해달라는 거였다....
나는 그녀의 노트북 수리를 핑계로 한주더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노트북 수리를 해주며, 또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나는 그 때까지 여전히 형식적인 거려니
하고 사무적으로 대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즐거웠고... 그녀가 내어다 준 진한 고급 녹차 향기는 너무나 향긋했다.
인터넷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째즈 음악은 정말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나와 그녀는 서로 팔배개를 하며 누워 있었다...
고리 타분한 성격의 난..... 그녀와 내가 이어진것에 대해 감사해 했고....
너무 처음 부터 이상하게 굴면 싫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팔베개만 한체 밤을 보내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나에게 키스를 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받는 첫키스였고..... 너무 급작스런 전개를 감당하기엔 난 경험이
전무했다...
처음 키스를 할때 보통 남자들은 너무 과격하거나 지나친 스킨쉽에 실망을 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게 생각나서...
그녀와 밤새 키스를 나누면서.... 내 머리속에선....
실수 하면 안되.. 실수하면 안되... 이상하게 보이면 안돼.. 이상하게 보이면 안돼...
부드럽게... 부드럽게..... 해본적 없는 키스지만 어떻게든 부드럽게.....
수십 수백번을 되뇌이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정말 정말 무던히 애쓰려 했던거 같았다.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그녀는 내가 자기를 리드해주지 않는 거 같아서 실망했다고 했다.
먼저 나서서 키스도 안해주고.... 자기가 먼저 행동을 해야 그제야 해준다고...
자기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어서 이남자 적극적이지 않은건가 라며...
나이 서른이 되도록 여성을 리드해본적 없었던 놈이여서 그랬을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생전 겪어 본적이 없었던 연애였고... 생각지도 못한 빠른 진도였다....
노트북은 문제가 많았다.... 윈도우를 몇번이나 재설치 했지만.... 숱하게 뻗었고..
검사를 해보니.. 하드디스크에 배드가 있었다...
하드 디스크 교체만 두어번 하느라 용산에만 두번 왔다 갔다 했고..
하드 디스크 교체후에는 발열에 문제가 생겨 숱하게 뻗어 댔다.......
나름 IT 쪽에 잔뼈는 있었지만, 하드웨어는 내 전문분야가 아니었다...
노트북을 뜯어 먼지 청소를 하려고 시도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와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완벽하게 수리를 해주지도 못한체 헤어졌다...
아니.. 그녀와 사귀기로 한 날로 딱 보름만에 헤어졌으니.... 시간도 없었다....
그 노트북이라도 제대로 수리해주고 끝내는 거였는데... 너무나 후회 스럽다..
그녀와 헤어진건.... 키스로 맺어지고 2주가 흐른 날이었다.
회사 일을 마치고 저녁에 영화 '화차'를 보기로 하고 만났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왠지모르게 좀 어색했다...
그녀는 영화를 보내는 내내 냉담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변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영화를 마치고 그녀의 집에 가서 밤새 대화를 나누다... 그녀가 울었다..
이유인 즉슨... 불안하단다...
내가 자기를 리드해 주지 않는것도... 문자를 주고 받을 때, 답변에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 거 같다고.....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성상 나는 업무를 할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일에 몰입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즉각 즉각 답변을 잘 못해준건 사실이다. 그리고 되도 않한 농담을 던진게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여 진지하게 여겼던 모양이기도 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먼저 고백하고, 리드도 자기가 하고.. 그래서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싶어 불안하단다... 좀더 자기를 사랑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남자답고 적극적이게..
미안...
미안.....
난 모든게 서툴고 처음이라 그녀에게 좀 더 멋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더니..... 내게 기대며 의지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
그날.... 그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그 모습에서...
또 저주스런 어떤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누나였다.....
누나들도 그랬다... 먼가 사소하다 싶은 일인데도 기분이 상하거나 오해 하면...
그자리에서 주저 앉아 울면서 나나 부모님에게 호소를 해댔다.....
그녀가 누나들 처럼 짜증내고 앙칼지게 소리친건 아니지만....
아주 많이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평범한 남자였다면, 품어주고 다독여 주고 싶을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을 뿐인데...
보호본능을 자극받아 좀더 안아주고 끌어줄 수 있는 모습인데.......
누나들에게 진절머리 나며 겪은 그 모습이 겹치면서.....
어떤 충격에 휩쌓인 듯한 절망을 주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향했던 내 사랑과 진심이...... 사르륵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 들면서.... 그녀에게 다음 날 헤어짐을 통보했다......
누가 그랬다...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에겐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내가 그랬다...
그녀와 사귀고 단 2주만에 헤어짐을 통보한 그날... 사실 나도 내가 왜 그녀에게 애정이
식었는지 나도 사실 이유를 잘 몰랐다..... 그래서 너무 모호한 이유를 댔던거 같다...
자존심에 내 구질구질한 인생 얘기를 떠들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무얼 말해주면 될지 알게 됐다... 그래서 미안하다.... 너무 너무 미안하다..
그녀는 나의 통보에 한동안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유도 잘 몰라 혼돈 스러웠다고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 행동은 완전 쓰레기 같은 행동이었다.....
한두달 뒤엔가... 그녀와 난 어떤 거리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애써 모른체 하고 지나갔다....
나는 그녀를 지니친 뒤에야.. 그 길 위에서 얼어붙은 채 서있었다...
뒤늦은 후회도 몰려왔다..
그녀에게 아는 척을 해주는 건데... 최소한 아는 척이라도 해주는 건데..
미안하다... 너무 너무 미안하다....
헤어진 후 그녀에게 편지를 붙이고.. 애써 이유를 만들어 설명을 해주었지만...
진짜 이유는 이제야 말해 줄 수 있을거 같다.
당시엔 나란 놈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야 할지 몰랐고... 하루 이틀만에 말해주기엔
시간도 짧았다... 누군가가 기구하다고 이해 해줄 수 있는 인생도 아니었다....
이제는 그저 기회가 생긴다면..... 내 인생부터 차근히 그날 내가 왜 그랬는지 설명해 주고
싶다....
아.. 그래... 아직 그녀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있으니... 이글을 한번 링크로 보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아니 그러면 그건 집착이고 미련이 될까?
그냥... 이 이야기들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읽어야 한다면... 그녀가 읽어 줬으면 좋겠다...